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탄생의 과학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개체로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발생학


 

인간의 몸은 하나의 세포가 개의 세포로 증가하여 온전한 개체가 된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현상을 얼마나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이러한 주제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생각해볼 기회가 흔치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면서도 사실 모르고 있는 생물학분야에 발생학이 있다. 발생학은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발생학과 재생생물학을 전공한 저자가 국내 과학잡지에 2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탄생의 과학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상아탑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 연구 분야를 대중과 나누기 위해 쉽게 말을 고르고, 핵심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업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생물학 분야 중에서 발생학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를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 시도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이 관심을 갖는 영역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개괄적이면서 때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수정란이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온전한 개체로 되어가는 대부분의 과정이 산모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되었다. 저자는 수정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수정 과정에 정자들의 경쟁과 능동성만 언급되어왔던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설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난자는 수동적으로 정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존재다. 나팔관은 내부의 온도차와 액체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정자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고, 난자는 화학 신호를 내보내 정자의 방향을 유도한다. 저자는 양자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과학의 목표는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 인용하며, ‘수정이라는 생명 현상에 고착된 대중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발생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접점을 발견할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줄기세포

 

책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주제는 줄기세포 관련이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유래된 세포 의미한다. 줄기세포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논문 조작 사건 미용을 목적으로한 전직 대통령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한 의혹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생명체 내의 수정란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분화하면서, 다양한 세포가 된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세포로 있는 능력을 발달잠재력이라고 한다. 세포들은 발달잠재력에 따라 여러 등급의 세포들을 만들어낸다. 줄기세포의 경우, 세포의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발달잠재력은 점차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포 분화의 후기 단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일반 세포(발달잠재력이 없는 세포)로부터 역으로 발달잠재력이 높은 만능 줄기세포 유도해낸 실험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실험은 세포의 유연성이란 관점에서 생명체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발생학자들이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에 주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 연구가 자폐증과 같은 병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줄기 세포를 배양하여 임상 실험에 응용하면, 동물실험 문제를 크게 줄일 있다고 한다. 동물실험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우려와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슈가 되고있다. 동물실험은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저항을 맞고 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줄기세포 연구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크게 줄이거나, 대체할 있다. 게다가 골수이식 분야에서 병의 치료에 활용될 수도 있다. 백혈병과 같은 희귀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통해 건강한 혈액성분을 만들어낼 있는 조혈 모세포를 이식해야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조혈 모세포 기증 관한 광고 내용을 적이 있다. 발생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되니 조혈 모세포 기증 어떤 역할을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줄기세포 연구에는 장미빛 미래만 있을까? 2018 중국의 연구팀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의 복제 원숭이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었다. 사건은 인간 복제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 학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생물학계는 국제적인 연구지침으로 실험실에서는 인간 복제 배아를 14 이내로만 유지하도록 정해놓았다. 수정된 17 부터는 신경계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배아가 고통을 느낄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저자의 언급대로 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것인가의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는 과학자 혹은 정책입안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정에서 과학자 관련 종사자들은 올바른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과학행위의 의미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할 있다.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연구도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되거나 아니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독자들이 주목해볼만한 생명과학 연구 주제의 문제점 혹은 우려사항을 담은 부분도 함께 언급해주었으면 좋았을 같다. 그러면 발생학 분야 전반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에 더하여 과학연구의 명암을 균형있게 전달할 있었을 같다.

 

 

발생학, 인식의 확장으로서의 역할

 

책에서 제시하는 발생학연구의 결과를 통해 세포의 놀라운 발달잠재성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은 분명히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연구도 결국 사람이 수행하는 일이기에, 연구 과정과 결과에 연구수행자의 인식 한계 해석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언급한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수동적인 난자, 무기력한 난자라는 일반의 편견을 바로잡았다. 난자는 101일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화학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었다. 균형감이 결여된 남성중심의 시각으로 형성된 생명현상의 편견은 합리적 과학행위를 통해 얻은 사실을 지속적으로 나눔으로써 바로잡을 있다. 이것은 과학으로서의 발생학이 나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배아 발달과정 초기에 인간은 남성과 여성,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모두 남성 여성 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었다. 저자는 성결정 유전자로 SRY유전자 언급한다. 분화할 세포가 SRY유전자를 읽게되면, 남성 결정유전자들이 차례로 활성화되어 남성의 특성을 갖추어가고, 반대로 여성 결정 유전자들은 발현이 억제된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동안 노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정체성은 평생동안 이를 유지하도록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실험을 언급한다. 실험자가 쥐의 성결정 유전자를 제거하니, 암컷의 난소 세포가 고환으로 변했던 것이다. 실험결과는 유전자에 기록된 성정체성의 유지 기작을 설명해준다. 어느 성인 남자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생물학적으로 여성화되어버린 사람의 사례를 알게된 적이 있다. 이것은 마법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실제로 희귀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있다. 책은 우리 몸이 발현된 성적 특성과 더불어 잠재되어 있는 다른 성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이해해볼 있지 않을까? 플라톤의 향연에는 가지 형태의 인간 원형(남성-남성, 남성-여성, 여성-여성이 몸을 이루는 인간형) 등장하는데, 이들은 머리 둘에 팔과 다리 각각 개씩을 갖춘 인간이었다. 몸에 있는 인간은 사이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신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신화같은 이야기에서 신들은 원형 인간을 둘로 나누어 버렸고, 원형 인간은 지금의 인간으로 분리되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반쪽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을 이해하게 되면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가 근거없는 상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도 있다. 저자는 발생학의 지식을 통해 인간이 남녀 모두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한다는 , 그리고 안의 다른 성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우리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을 , 앞서 언급한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혀줄 있다.

 

인간이 가지 생물학적인 성의 잠재성을 함께 가진다는 이해에서 출발하면, 수십 억의 인간이 각각 개별적이고 다양한 성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도 이를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수만큼이나 다른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성적 특성을 지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질 있다. ‘남성 여성 정말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따져볼 있다. 우리는 남성 여성 이분법적인 개념에 익숙하지만, 생물학의 지식에 따른다면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허구적인 믿음일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인간의 성을 유전적인 정의에따라 분류할 있다고 해도, 개별적인 인간의 모습, 무수히 다양한 성적 특성은 가지 개념의 범주로 나누기에는 부족해보인다. 과연 다양하고 개별적인 인간을 가지 성의 기준으로 분류할 있을까? 그렇게 하기에 남성 여성이라는 개념들은 불확정적이고 모호하다는 인상도 준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각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개별적 인간은 무수히 많은 성적 특성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이렇게 다양한 개별 인간을 가지 모호한 개념으로 분류하도록 강제할 , 개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개별 존재들은 비정상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 무수한 다양성을 보이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우리는 과연 정상혹은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간에게  정상 남자혹은, ‘정상 여자라는 개념을 적용할 있을까? 사람들이 믿고 있는 정상 남자 정상 여자라는 관념들은 분명히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하고 포괄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성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 비정상 문제는 종교의 문제도, 정책입안자의 문제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물학에서정상 비정상이라는 표현은 자연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통해 부조리함을 알아차릴 있다. 미묘하지만 다양한 인간의 성적 특성을 고려하면 인간을 분류하는 이런 기준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의 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이 평생 노력한다는 위의 연구는 성의 정의, 성의 유동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79)라고 언급했다. 나는 저자의 견해를 통해 사람들이 성소수자 것이 개개인의 의지나 도덕적 타락에 의한 것이 아니며, 생명체가 본질적으로 지니게된 다양성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있다고 보았다. 진화와 유전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성소수자 모습은 생명체가 마련한 결과의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화기작은 애초에 생존의 문제 이외에 방향이나 목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부분에 대해 과학자로서 저자의 언급을 기대해보게 된다.

 

 

인간에서 우주로

 

안에 남성과 여성의 잠재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생물학 지식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금 순간에도 몸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성의 발현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지만, 만약 외부의 어떤 영향으로 나의 성결정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하게되면, 원리적으로 나는 언제든 여성화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철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묻는 과정에 현대생물학이 알아낸 지식을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이다. 물론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생물학 지식이 없었지만, 상당히 예민하고 명민한 관찰자였음은 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나마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학 연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편견들을 바로잡을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이 수많은 편견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있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편견을 바로잡는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발생학이라는 과학은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할 있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인간이 하나의 세포에서 수십 개의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세포로 이루어진 온전한 개체로 변화되어감을 보았다. 현상은 우리 몸은 하나의 소우주다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세포 내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생명현상은 경이로울 뿐이다. 하나의 세포는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는 개체로 되어간다. 특히 배아의 분화과정에서 어느 순간 초기 대칭성이 깨어지고, 몸의 좌우 비대칭이 형성되는 기작은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발생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인간의 발생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발생 과정과 크게 다를바 없이 커다란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과정에서 얻어진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오히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까지 인식을 넓혀 생명현상을 바라볼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지닌 다양한 발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대로 이루어지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체를 동등하게 바라보는데 도움이 있다. 그러면 우리가 거대한 자연이라는 우주 속의 일부임을 인식하는데 과학이 기여를 있다고 생각한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자의 지식을 일반 독자들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다만 인간 혹은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를 들을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았을 같다. 저자는 책에서 과학 활동을 통해 얻어진 합리적 인식이 우리의 편견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릴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화적 상상력은 인간의 왜곡을 통해 편견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은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 나타났으며, 심지어 인간을 억압하고 커다란 고통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은 구약성서의 삼손이 무너뜨린 필리스티아 신전의 거대한 기둥처럼 과학 활동에서 얻어진 지식을 통해 언제든 무너질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있음을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해주었다. 이제 과학분야의 지식 없이 인간과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의 과학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기회를 열어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초란공님의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수정 권고 안"

필독서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겠지요. 번역 문화에 관한 이해는 박상익 선생님의 <번역은 반역인가>부터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의 탄생>도 많이 거론되는 책이구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갈등하는 번역>과 <여백을 번역하라>등도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이 책들에도 몇 권씩 다른 번역관련 서적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하나씩 관심사에 따라 찾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생학연구를 통해 세포의 놀라운 잠재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은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학문적인 연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여기에는 연구수행자의 인식의 한계, 편견이 개입될 수도 있다. 책의 처음에 언급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저자는 수동적인 난자, 무기력한 난자 편견을 지적해주었다. 난자는 101일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나름 화학 신호를 열심히 내보낸다는 등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남성 위주의 현상 해석은 과학적인 사실을 계속해서 알아내고, 끊임없이 나누는 과정을 통해 편견을 바로잡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언급한 부분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배아 발달과정 초기에 인간은 남녀 생식기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인간에게는 모두 남성 여성 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었다. 특히 SRY유전자라고 하는 유전자가 성별을 결정하게 되는데, 세포가 SRY유전자를 읽게되면, 남성 결정유전자들이 차례로 활성화되고, 반대로 여성 결정 유전자들은 발현이 억제된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이 각자의 결정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동안 세포들이 노력한다는 점이다. 실험을 통해, 성결정 유전자를 제거하니, 암컷의 난소 세포가 고환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는, 점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백과사전적인 책에는 남자로 살다가 어느 시기에 여성화되어버린 사람의 사례를 적이 잇는데, 이것이 마법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실제로 드물지만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이해해볼 있지 않을까.

 

플라톤의 향연에는인간의 가지 형태의 원형들(-, -, -) 등장한다. 원형 인간이 신들의 노여움 때문에 둘로 나뉘어 지금의 남자와 여자로 되었다는 이야기말이다. 그런데 생물학을 이해하면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가 단순히 상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는 우리 인간은 남녀 모두의 잠재성이 있다는 , 우리의 몸이 결정된 성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한다는 , 그리고 안의 다른 성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럼 우리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을 , 이런 생물학적인 지식도 철학적 성찰에 분명히 영향을 있다. 우리 인간은 가지 성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수십 억의 인간이 각자 동일한 성의 잠재성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므로 그만큼 다양한 성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분포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상 비정상 기준을 과연 정할 있을까? 문제는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정답이 없다. 그런데 가지 확실한 점은 100% 정상 남자이거나, 100% 정상 여자라는 개념은 환상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정상 남자 정상 여자사이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양상의 성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며, 어느 쪽이 좀더 우세한지에 따라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말이다. 따라서 성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 비정상 문제는 종교의 문제도, 정책입안자의 문제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상 비정상이라는 환상은 생물학 지식을 통해 부조리함을 알아차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우리의 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이 평생 노력한다는 위의 연구는 성의 정의, 성의 유동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79)라고 언급에서 나는 성소수자 것이 본인들의 의지나 도덕적 타락 등의 문제가 아니며, 생명체의 다양성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이런 다양한 성소수자 모습들은 생명체가 다양성을 위해 마련한 기작의 한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부분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기고문의 성격상 제약은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생물학적인 사실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 순간에도 몸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성의 발현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아가 언제는 몸에 어떤 이상으로 인해 성결정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하면, 내가 여성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철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과정에도 분명히 생물학 연구의 결과를 고려해야할 같다.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생물학 지식이  없었을지라도 상당히 예민하고 명민한 관찰자였음이 분명하다. 은유적이나마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발생학을 비롯한 생물학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면 인간이 인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있지 않을까? 수많은 편견이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에 의해 형성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역사기록에서 흔히 확인할 있다. 그러므로 편견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발생학은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있으며, 그래야한다고 믿는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하나의 세포에서 수백 개의 세포로 구성된 온전한 개체로 변화되어가는 현상은 우리 몸이 하나의 소우주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사람의 세포 내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소우주인 우리는 모두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에 따라 하나의 세포가 수많은 세포로 되면서 다양한 기능이 분화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배아의 분화과정에서 초기 대칭성이 어느 순간 깨어지고, 몸의 좌우 비대칭이 형성되는 기작은 상당히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발생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발생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발생 과정과 크게 다를바 없으며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그러면 인간이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있지 않을가. 아울러 우리가 거대한 자연이라는 우주 속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기여를 있다고 생각한다. 세포가 지닌 다양한 발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의 몸이 지금 모습대로 이루어진 ,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있다고 본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자의 지식을 일반 독자들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다만 인간 혹은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를 들을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았을 것같다. 이제 과학분야의 기본 지식 없이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존재하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의 과학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로서 더욱 주목하게 되는 책이다.



˝과학의 목표란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것˝
- 닐스 보어- P31

˝하지만 난자도 경쟁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치열하게 말입니다.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경쟁이 배란 전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P26

˝사실 우리 세포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이 모두 존재합니다.˝- P77

˝중요한 것은 이런 성 결정 기작이 ‘평생‘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리 몸은 선택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성별에 따라 생식기 구조와 호르몬 수치가 정해진 이후에도 내 안의 다른 성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P78

˝다만 2018년, 중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복제 원숭이는 인간 복제 배아의 탄생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예고합니다.˝- P109

˝몸 속 각종 기관들의 위치를 잡아주는 머리와 꼬리, 배와 등,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비대칭 덕분에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합니다.˝- P166

˝두 세포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되고, 다시 이 세포가 하나의 인간으로 발달하는 과정.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구조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듬직하니 한 곳에서 지표가 되어주는 세포들, 이 모두가 정해진 규칙과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 반응하여 쉴새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 이렇게 기억에 없는 기적, 내가 빚어집니다.˝-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댈러스 캠벨 지음, 지웅배 옮김 / 책세상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원제: AD ASTRA: An Illustrated Guide to Leaving the Planet)

댈러스 캠벨(Dallas Campbell) 지음 | 지웅배 옮김 | [책세상]

 

 

맑은 저녁 깊고 어두운 하늘에 촘촘이 박힌 별을 바라보고 경외감이 들지 않은 이가 있을까. 대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이제 도시의 불로 밝아진 밤과 빌딩숲으로 좁아진 시야로 하늘을 보는 이가 드물다. 밤에는 별을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 만나게 책은 영국의 배우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댈러스 캠벨의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 하이커>)이다. 책을 읽으면서 받은 저자에 대한 인상은, ‘우주 여행/우주 개발에 관한 진정한 덕후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이는 물론 비난의 말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도 하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책은 특정 분야의 기술적인 사항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여행과 관련한 얇고도 넓은 잡학 사전같은 인상을 준다. 책의 원제목을 참조해보면 지구를 떠나는 일과 관계된 가이드이다. 책은 다양한 맥락에서 우주 여행에 관계된 풍부한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저자의 스크랩북 같다.

책을 읽으며 문득 오래전 기억하나가 되살아났다. 유치원에 가기 전의 나이였으므로 6 정도 되었을 것이다. 할머니 방에 있던 흑백TV 통해 보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역동적인 이륙 영상이었다. 장면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는 용어는 몰랐지만 과학자 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물론 당시에는 아이들 상당수가 아직은 과학자 꿈이라고 말하는 때였으므로 나도 그런 사회의 분위기 탓일 지도 모른다. 내가 과학을 공부하게 것도 컬럼비아 이륙 영상으로부터 받았던 가슴 벅찬 감흥의 기억과 분명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히치 하이커>에도 나오는 로켓 과학자의 선구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의 인용구를 수첩에 적어 다닌 기억도 났다. 누군가가 어떤 일에 사명을 갖고 평생 매진하는 일에는 사람의 어린 시절,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계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확신에 가까운 짐작을 해볼 있다. 소련 로켓 과학의 시조로 불리는 치올코프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가 아는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행을 줄곧 의미있게 해주고 나아가는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젊은 시절에 영향을 받은 영감 상상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히치 하이커> 이러한 영감을 주거나 하나의 계기가 될만한 책일 될지도 모르겠다.

 

도전의 역사 탈출 시도

우리에게 천체의 운동에 관한 케플러 법칙으로 알려져있는 천문학자 케플러가 소설(< somnium>(1608)) 적이 있다는 것도 <히치하이커>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에서 케플러는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을 상상했다는 점이다. 인간이 천체를 관찰하고, 이를 대상화하며 당대(케플러의 시대) 지배적이던 신과의 관계에 대해 회의했던 소수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나아가 지구를 떠나 달에 가는 여행을 꿈꾼 이들은 계몽의 시대였던 17세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도 확인할 있어 흥미롭다.

최근에 읽었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도 이와 관련한 예를 떠올려 본다. 연암 선생이 조선 사신을 따라갔던 열하에서 곡정이라는 청나라 학자와 나눈 곡정필담편에는 연암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체에 관한 의문을 거내는 대목이 나온다. 연암은 달이 비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있다.

지금 땅덩어리 겉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비유하자면 유리거울일 것입니다. 만약 달세계에서 지구의 빛을 바라본다면 역시 지구의 모양은 응당 초생, 보름, 그뭄이 있고, (이하 생략)…

- <열하일기> (김혈조 옮김/돌베게)  2 402

이미 연암의 시대만 해도 달에는 옥토끼와 두꺼비 살고, 여인이 비파를 타는 인식의 수준을 벗어나 달에서 지구를 때의 지구 모습을 상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치를 따지고 있다. 연암처럼 당대에는 이미 우주를 대면하고 회의하는 지식인들이 있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히치하이커> 16, 17세기에 이런 회의하는 지식인들의 바탕 위에 18, 19세기에는 인류가 우리 자신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황을 보여준다. 우선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으로부터 벗어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의 사례로 몽골피에 형제 열기구 실험(1783) 있다. ‘하늘에 오르다라는 의미의 몽토시엘이라는 이름의 양을 열기구에 태우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는 분명 20세기 중반 소련의 우주개발에 여러 동물들을 투입하는데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있다. 외에도 인간이 지구를 떠나 하늘로 나아가기 위한 꿈과 노력의 발자취를 책에서 보여준다.

생명체로서 인간이 우주라는 공간에 노출이 되었을 입는 우주복에 관한 대목은 보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저자 댈러스 캠벨이 정리해놓은 우주복 개발의 역사와 요건들, 만화 캐릭터 탱탱 애벌레 수트와 같은 자료들에 저자의 덕후스러움이 묻어난다. 우주복은 기본적으로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내용 기밀복이 있는가 하면, 생명유지 기능이 특히 중요한 선외활동용 우주복은 의복 개발의 첨단을 이룬다. 우주복 개발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최세진 옮김, 아작)에서는 하인라인의 우주복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발견할 있다. 비록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힘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전반부의 우주복에 대한 여러 사항들을 기술하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책은 우주를 여행하고 싶은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소장 목록에는 반드시 들어있을 법한 책이다. 

 

 

우주 개발의 흑역사

우주 개발의 역사는 상상력으로 촉발된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과 동물이 희생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우주인을 태우기 전에 여러 동물들을 우주발사체에 태워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었고, 많은 동물들이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모르기 때문에 해봐야 안다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침팬지나 원숭이, 강아지를 비롯하여 , 거북이, 고양이, 심지어 달팽이를 비롯하여 완보동물 불리는 미세한 벌레 또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 우주로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과정에서 상당수의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희생되었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우주로 나간 우주인이 불의의 사고로, 복귀할 예기치 못한 문제로 목숨을 잃은 사건들도 있었다. 누군가가 처음 시도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나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발전 과정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을 대면하는 일은 어쩌면 인간만이 감수하는 특징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멩웨이가 인간만이 위험을 (알면서도) 감수한다 취지의 말을 적이 있다. 위험에 직면하고 이를 감수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기울인 노력을 통해 우주 개발은 나아갈 있었다.

하나 주목해보는 항목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존재했던 성별에 따른 참여와 기회의 불평등의 문제다. ‘여자가 우주에 있을까?’ 소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글을 당시를 기준으로 우주로 나간 우주인 553 여성이 60명이었다고 한다. 60년대 이미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가할 여성 우주인으로서 베티 스켈턴 등의 훈련 기록이 있으나 실제로 주요한 우주 개발의 역사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단순히 수적인 차이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우주 개발 분야에 국한된 사항도 분명 아니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백인지식층에 의해 구조적으로 이루어졌던 미국이 우주 개발의 역사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탓도 분명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성비를 놓고 개발도상국과 미국의 사례를 비교분석한 자료(코렐리아 파인 <젠더, 만들어진 >) 보면 개발도상국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여학생이 평균 50% 이상인 반하여, 미국에서는 15%수준에 불과하였다. 결과는 미국에서만 유독 여학생들이 컴퓨터 공학을 선택하지 않는 비율이 높고, 이것은 여성이 이러한 분야를 선택하는 일을 꺼리는 사회심리 구조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이러한 여학생 비율은 최근 50% 육박하는 구조를 보인다는 최근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보아도 이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성구별적사회심리가 보다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더글러스 캠벨에 의하면 가장 최근 우주로 올라간 우주인 여덟 성비는 남녀 모두 절반씩이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우주인을 여러 태울 있는 우주왕복선의 시대에 보다 다양한 배경과 성비에 따라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음 히치하이커를 기다리며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있는 우주인이다.책에 나오는 유럽우주국장 요한디트리히얀’ 뵈르너 교수와의 인터뷰 중에서 인용한 대목(309)이다. 인간이 문장을 입밖으로 있게되기까지 오랜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어려운 삶을 살았을까. 이러한 인식은 분명 거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만이 우주의 주인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류는 이전의 상태로 더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다. 지구를 떠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시각의 전환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다른 인류가 되도록 해주었다. 우주에 진출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 어쩌면 우리는 한층 거대한 우주 앞에 겸손해졌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인류는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을 거쳐 토성이나 목성의 위성으로 여행을 있는 날이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소수의 인간만이 지구 우주에서 지구를 있는 정도의 기회를 갖는다. 어려운 우주인 자격을 취득하거나, 우주여행 경비를 지불할 경제력이 있거나. 그리고 인류의 나머지 대다수는 어쩌면 사뮤엘 베케트의 부조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나오는 마지막 대목처럼 그러한 운명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  사뮤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오증자 옮김, 민음사) 158

지구에서 움직이지 않는/못하는대다수의 인간은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리고 여전히기다리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고, 우주 발사체 이륙 과정을 보러가거나 우주 캠프에 참여하는 , 심지어 우주복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실제 우주복을 구입하는 등의 덕후스러운노력들을 앞으로도 누군가는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한때 소련의 강력한 로켓 엔진 에네르기아보다 훨씬 강력한 로켓 엔진을 개발하거나, 우주여행을 위한 자이로스코프, 관성자동항법 장치 등의 개발하는 꿈을 가졌던 나의 젊은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누군가는 <히치하이커> 들여다보며 새로운 관심분야를 발견하고 꿈을 갖게될지 모를 일이다. 작가 리처드 바크의 청소년 소설의 고전 <갈매기의 >에서와 같이 다른 갈매기보다 좀더 높이 날고자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과 같은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나아가 높이 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했던 사람도 언제나 존재해왔음을 알게되었다. 우리는 새롭게 등장할 다른 히치하이커 기다리고 있다.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우주인이라는 점이다.

 

 

#과학책

#교양과학

#우주과학

#진짜우주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147면)

“우리는 대기권이라 불리는, 공기로 이루어진 바다의 밑바닥에서 살아간다.”

▶간단하지만 또 다른 인식의 전환이 될만한 진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의 무기(Animal Weapons)>

 

더글러스 엠린(Douglas J. Emlen) 지음  |   데이비드 터스(David Tuss) 그림

   승영조 옮김  |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조선의 명문장가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열하일기> 남겼다. 여기에 연암이 열하에서 코끼리를 처음 보고, 비정상적인 코와 어금니(상아) 대해 이유를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어금니를 길게 만들어 놓고 코에 의지하여 덕을 보라고 바엔,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 버리고 코를 짧게 하는 낫지 않겠는가?”(김혈조 옮김, 돌베개)

말하기 좋아하는 자는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하여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무슨 결함이나 있게 만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망발이다.” (김혈조 옮김, 돌베개)

 

     연암의 시대에는 조물주가 코끼리 종에 의도한(?) 이치를 설명할만한 실마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읽고나면 누구나 연암이 당시(1780년대) 궁금해하던 코끼리의 어금니를 둘러싼 의문들을 간결하고 우아하게 설명할 있게될 것이다.

 

     우선 책의 저자 더글러스 엠린 교수에 주목해보자면, 엠린 교수의 배경은 남다르다. 평화스러운 퀘이커 집안의 전통 속에서 저명한 생물학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을 접하며 자랐다. 흥미로운 것은 엠린 교수가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무기 꽂혀 지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동물의 (대형)무기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이 평생동안 지속하게 학문 활동의 가지 주제로 자리잡았다. 책의 앞부분에선 감수자인 최재천 교수와의 학문적 인연으로 저자를 독자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있도록 해준다.

 

      <동물의 무기> 동물의 무기 진화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간결히 정의하는 진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 교체 과정’(25)이다. 여기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에서 이미 진화를 바라보는 가지 틀을 기반으로 한다. 보다 오랜 시간의 틀에서 연속적으로 동물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주류 생물학의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책은 무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물 세계에서 유독 거추장스러워 보일 정도로 무기를 가진 생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생물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와 속임수 그리고 균형의 문제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다만 저자의 관심은 동물의 세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행동양식과 비교하여 유사성을 밝히는 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분이 책의 독특한 색을 더해주고 있다.

 

     엠린 교수는 책의 전반부를 통해 동물이 거대한 무기를 지니기 위한 조건을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개체끼리의 치열한 경쟁 전제가 되어야하는데, 저자는 다윈이 제시했던 개념인 성선택 관점에서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설명한다. 수컷들이 암컷에 접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바로 성선택으로 설명될 있다. 번째 조건으로 생태환경의 조건이 있다. 바로 이용가능한 자원이 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인 방어가 가능한 환경이어야 하는 경제논리 환경조건이다. 동물들에게 가치있는 자원을 간직한 한정된 영역을 경제적으로 방어할 경우 편익(번식의 기회) 얻을 있다면 동물들은 기꺼이 무기 경쟁에 뛰어 든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조건은 이러한 수컷 내지는 암컷 사이의 경쟁 형태가 자원을 놓고 다수의 개체들끼리 벌이는 쟁탈전 형태가 아니라 ‘11’ 대결 형태가 되어야한다는 조건이다. 다수의 쟁탈전은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를 만드는 투자비용대비 이득이 모호해진다. 이러한 가지 조건이 동물 집단 내에 만족하는 경우, 경쟁을 위한 무기가 거대화될 있다고 저자는 동물들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글의 시작에 인용한 연암의 <열하일기> 코끼리의 어금니와 코에 대한 언급에 대해 이제 우리는 코끼리의 어금니가 길어진 정황을 성선택개념으로 이해할 있다. 엠린 교수가 제시한 무기 거대화의 가지 조건과 비교해보자. 우선 암컷 코끼리의 임신기간이 2, 육아를 전담하는 기간이 대략 2, 4년의 임신·육아기간 동안 5 가량의 가임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수컷들은 자신의 자손을 낳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극심한 경쟁을 하여 승리해야한다. 암컷과 수컷이 자손을 낳을 있는 기회가 극도로 비대칭적이다. 여기서 수컷의 어금니가 가장 길고, 덩치도 크다면 암컷 무리 영역 지켜내어 자신의 새끼를 있다는 강력한 편익을 얻을 있는 추동 조건을 찾아볼 있다. 수컷 코끼리는 11 겨루기를 통해 승리 여부를 가리므로, 코끼리의 무기인 어금니가 거대화되는 조건에 아주 부합한다. 거추장스럽고 막대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필요로하는 신체의 일부를 만들어내어 번식의 기회를 독차지할 있다면, 수컷 코끼리가 지불해야하는 대가에 충분히 보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추동하는 성선택 개념은 책의 핵심을 이룬다. 성선택 의한 진화기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연선택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기작은 동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