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위픽
김목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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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복에 이르는 비결 한 가지

-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김목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가 마음에 들어, 어느 독립서점에서 새로 구입한 책이다. 저자 김목인을 이야기할 때 따라 나오는 표현들은 대략 싱어송라이터, 작가, 번역가 등이다. 하지만 너무나 다양한 활동과 관심사를 음악으로, 책으로 꾸준히 작업해온 저자를 이 몇 가지 단어로 한정하기에는 참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을 지닌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80페이지가 되지 않는 이 짧은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렇다. 이제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아코디언들, 한때 이 악기를 사용했던 인물, 그리고 이 악기와 새롭게 만나는 인연이 얽히는 과정, 작은 역사에 저자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더 나의 주목을 끌었던 지점은, 이 이야기에 삶이라는 여정에서 각자가 지복에 이르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발길이 향하는 곳을 조심스레, 때론 과감하게 따르는 일.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거나 괴롭히지 않는 한,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이 아니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내게 삶의 지복에 이르는 비결 한 가지를 이렇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치기도 한다. 이는 실패 확률이 너무나 큰 도박이기도 하다. 이 목표에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할 텐데, 삶의 마지막에 이르도록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목표에 이르지 못한 인생은 실패했다는 말일까? 나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은 내게 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매일 한 발 한 발 내딛기를 시도 하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면 어떤가. 누구든, 언제든 그럴 수 있다.


 

한편, 나의 직업은 나의 행복에 이르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는 결론도 얻는다. 현재 나의 직업이야말로 나의 행복에 이르는 길에 함께하며 나를 이끌어줄 수 있는, 고마운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작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나의 직업에 괴로워하더라도, 이를테면 직장에서 불가피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단지 타인의 규칙에 따라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타인이 나의 지옥일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나의 지옥이 되는 상황일 수 있다. 사회의 규범, 타인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 인간의 조건이건만, 우리의 삶이 이런 조건들에 묶여 주저하기에는 너무나 짧다고 느낀다.


 

아코디언에 얽힌 짧은 이야기를 읽다 옆길로 새었다. 하지만 방황하는 인간을 이야기하느라 60년 간 파우스트를 고쳐 썼던 괴테도 있지 않았던가. 기왕 길을 잃은 김에 조금 더 나아가보자. 역사상 모든 위인들의 공통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그들은 모두 죽었다가 아닐까. 위대한 사상가라고 해도, 죽은 위인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의 어느 아코디언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 당신 자신의 삶을 잘 가꾸라는 메시지로도 다가온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방황하는 일을 보편적인 인간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라는 점이다. 도전받고, 극복되어야 할 대상은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잃지 않고 지켜내는 일은 내 삶의 의무이자 의미가 될 것이다. 특정한 삶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삶이란 애초에 이런 게 아닐까?


 

이야기 속에서 어느 아코디언이 이베이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가 닿는 과정을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았다. 내가 오래된 클래식 카메라를 손에 얻게 된 지난 날의 추억이 떠올라서다. 누군가의 가족을 평생 찍어주었던 카메라는 이제 고장난 채 창고에서 잠을 자다 내 손에 들어왔다. 카메라는 다시 수리되어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나와 가족을 찍어주는, 100년이 되어가는 카메라는 훗날 또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 새 생명을 얻고 이야기며 추억을 만들어낼 것이다.라 생각해본다.


 

머나먼 곳으로부터 아코디언을 손에 넣기까지, 아코디언 덕후들은 조바심과 함께 기대감과 일말의 행복을 느낀다. 이 아코디언을 카메라로 치환해도 마찬가지일 테다. 누군가는 물성을 탐하며 행복에 이를 수도, 또 누군가는 이 도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나는 감히 타인의 행복감을 재단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 기쁨과 행복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니까. 여기에는 타인의 시선이 틈입할 겨를이 없다. 나는 이 아코디언을 손에 넣는 또 다른 덕후들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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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4-06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야, 저는 저 큰 글씨가 제목인 줄 알았더니 작은 글씨가 제목이었네요. 뭐 이런 비대칭이...
그래도 쓰신 리뷰가 좋아서 읽어보고 싶긴한데 80쪽에 저런 고급 장정이면 가성비가 좀 그렇찮나 싶기도 하네요. 그냥 디자인만 좋아도 샀을지도 모를텐데 고민하게 만드네요.ㅠ

초란공 2024-04-06 10:4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고점이 고민되긴 했어요. 근데 요책은 특별히, 언젠가 사인받으려고 산 책이지요 ....ㅋㅋㅋ 특별한 목적이 있는 책입니다요! ㅋㅋ 언젠간 만나면 사인받으려고요...주제가 마음에 들기도하고, 들고다니기 좋은 친구를 모셨습니다! ㅋㅋ

stella.K 2024-04-06 11:28   좋아요 1 | URL
헉, 어디서 사인회하는가 봅니다. 사인 받으시면 인증컷 부탁드립니다. ㅎㅎ 근데 초란공님은 김목인을 너무 좋아 하시는가 봅니다. 전 첨 듣는 이름인데 언제고 함 들어봐야겠습니다.

초란공 2024-04-06 18:47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오늘 어디선가 식목일 콘서트 하나 했는데 제가 놓쳤네요^;;

stella.K 2024-04-06 19:57   좋아요 0 | URL
헉, 차마 좋아요는 누를 수 없고 날아간 기회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