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탐정 - DNA의 발견에서 유전자 조작까지 라임 틴틴 스쿨 6
타니아 로이드 치 지음, 릴 크럼프 그림, 이혜인 옮김 / 라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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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 보는 편인데, 오래전 미제 사건이 과학의 발달로 인해 범인을 잡게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바로 DNA 분석을 통한 신원 확인을 통해서이다. 물론 DNA 채취도 어려워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학의 발달은 이렇게 풀지 못한 숙제를 풀 수 있게 되었고, 여전히 남아있는 미제 사건도 머지않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DNA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어려운 범죄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걸까? 자주 듣고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았던 DNA에 대해 <라임 틴틴 스쿨> 시리즈 <<DNA 탐정>>을 통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은 유전 공학의 기본이 되는 DNA와 유전자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고 클론을 만들게 된 최신 상황까지, 유전학의 발달 순서에 맞춰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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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DNA를 갖고 태어나고, DNA에 따라 생김새가 다 다르지만 타인과 나의 DNA는 99.9%가 똑같다고 한다. 하지만 DNA는 총 30억 쌍의 유전 정보로 이루어져 있어 0.1%만 달라도 300만 가지의 차이점이 생긴다고 하니 모든 인간에게는 저마다 300만 가지쯤 독특한 바코드가 찍혀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의 DNA에 새겨진 유전 암호는 규칙적인 모양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어 과학자들은 DNA의 모양만 보고도 누가 누구와 친척인지 금방 알아맞힐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범죄 현장에서의 침 한 방울이나 머리카락 한 올, 또는 희미한 핏자국같은 사소한 증거라 할지라도 과학자들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DNA의 형태를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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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강한 녀석이 살아남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수천 년 전부터 조상의 특징이 자손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DNA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섰던 멘델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② 돌연변이의 정체를 밝혀라에서는 우리 몸속에서 하루에도 수백만 번씩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 유전 암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가끔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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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유전 정보에 틀린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암호를 확인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하고 확인해도 실수는 발생한다. 그래서 가끔은 아주 커다란 실수가 유전 체계를 뚫고 나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돌연변이란, 예상치 못한 유전자 구조의 변화를 말한다. (본문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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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DNA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에서는 DNA의 나선형 구조를 알아낸 윌킨스와 DNA 모형을 통해 나선 계단의 난간과 같은 DNA 가닥이 가늘고 길게 쭉 늘어나는 방식, 복제 직전에 둘로 나뉘는 모습, 그리고 이중 나선 구조로 다시 결합하는 장면까지 모두 재현할 뿐만 아니라 두 가가의 난간을 잇는 수많은 계단이 바로 30억 쌍의 유전 암호라는 것을 보여준 왓순과 크릭 이야기를 담아냈다. ④ 인간 게놈 프로젝트 추격전에서는 여러 과학자들이 한데 모여 인간의 DNA 지도를 만들기로 하고 사람의 몸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를 모두 합쳐 부르는 '게놈'의 이름을 붙힌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해 다루며, ⑤ 유전자 조작의 빛과 그림자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물, 유전학을 빛낸 복제양 돌리에 대해, 그리고 ⑥ DNA의 매서운 경고에서는 개인의 DNA에 대한 권리 보호 운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⑦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에서는 DNA를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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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유전 공학의 기본이 되는 DNA에 대한 우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지만 그에 따른 유전자 변경 식품의 안전성, 동물 복제 따른 생명의 존엄성, 인간의 복제 등에 대한 윤리적 논란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룸으로써 지식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달에 따른 윤리적 딜레마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언뜻 이런 내용들이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일러스트, 사진 등을 통해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어 읽을수록 더 많은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대결을 통해 우리는 과학의 발달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과학의 발달과 윤리적 고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그 조화를 생각해본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지식 습득을 넘어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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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DAN 탐정'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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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임금님과 고양이 단비어린이 그림책 20
노경실 글, 최정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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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힘들고 슬픈 일들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친구,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우리도 또 용기를 얻고 희망을 되찾으면 살아가게 되지요. 천하를 호령하던 임금님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 임금님은 마음이 아프고 기운이 없을 때 금손이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힘이 솟았다고 합니다. 여기 숙종 임금님과 고양이 금손이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금님과 금손이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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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익의 <성호사설>과 김시민의 <동포집>, 이하곤의 <두타초> 등에 실린 숙종 임금님과 금손이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숙종 임금님의 묘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오릉에 있고, 금손이의 묘도 그곳에 함께 있다고 하네요. 숙종 임금님은 돌아가신 아버지인 현종 임금님이 보고 싶어 경기도에 있는 숭릉에 갔다가 산소 앞 쪽에 있는 정자 아래에서 병들고 어린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숙종 임금님은 이 고양이가 아바마마의 벗 노릇을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아기 고양이를 궁으로 데려가지요. 신하들은 병든 짐승을 임금 옆에 두는 것을 간절히 말렸지만 임금님은 고양이와 같이 지내겠다고 엄한 명령을 내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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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을 불러 고양이를 치료하고 곁에서 잠을 자게 한 덕분인지 다음 날 고양이는 기특하게도 살아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마치 병든 자식이 건강하게 된 것처럼 기뻐하셨고, 고양이의 이름을 금빛 고양이라는 뜻의 금 금, 자손 손, 금손이라 지으셨지요. 며칠 지나면 임금님이 고양이를 방 밖으로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신하들의 예상과 달리 임금님은 갓난 손자를 본 할아버지처럼 고양이를 아끼셨어요. 임금님과 고양이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버지와 아들처럼 지냈어요. 임금님은 밥을 먹을 때에도 금손이를 옆에 두셨고, 낮에는 햇빛 밝은 곳에서 앉아 금손이의 털을 고르셨으며 밤에 임금님 옆에 누운 것도 금손이었지요. 이 때문에 왕비, 왕자와 공주 그리고 신하들조차 금손이를 부러워했고 그 부러움은 시기와 질투심으로 변했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행복했답니다. 나랏일로 머리가 복잡할 때에 금손이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고, 신하들이 사고를 쳐서 마음이 아플 때에 금손이를 안아 주면 편안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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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상감마마께서 드실 고기를 고양이가 훔쳐 먹었다는 이유로 금손이는 깊은 산속에 있는 절로 보내졌습니다. 임금님은 사랑하는 자식이 잘못을 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지만 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임금님은 낮에도 밤에도 금손이가 있는 절 쪽을 바라보았고, 금손이도 임금님이 계신 궁궐 쪽을 향해 울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숙종 임금님이 돌아가셨고, 이 슬픈 소식은 금손이가 있는 절에도 전해졌어요. 금손이는 아무리 맛난 것을 주어도 먹지 않았어요. 금손이가 돌아가신 임금님 때문에 거의 죽을 지경이 됐다는 소식이 궁궐에 전해지면서 대비마마는 금손이를 다시 궁궐을 데려왔지만 눈물을 흘리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금손이는 결국 두 눈을 감고 말았어요. 숙종 임금님이 돌아기신 지 13일 만에 숨을 거둔 것이지요. 금손이는 숙종 임금님 산소인 명릉 옆에 묻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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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임금님과 금손이처럼 너희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친구가 있니?

사랑은 이렇게 서로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이란다.

너희는 누구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니?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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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숙종 임금님과 고양이 금손이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전해지는 <<숙종 임금님과 고양이>>를 통해 우리는 친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무리 천하를 호령했던 임금님이라 할지라도 숙종 임금님에게 고양이는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지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다 해야겠지요. 숙종 임금님이 병든 고양이를 정성껏 간호했던 것처럼 말이죠.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짧은 그림책이자만 저도 상대방에게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이처럼 <<숙종 임금님과 고양이>>은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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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숙종 임금님과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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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데이비드 밴 지음, 조연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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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코맥 매카시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부상하고있는 작가 데이비드 밴의 <<아쿠라이라움>>은 그 명성에 걸맞게 커커스 리뷰 '2015 최고의 소설', 아마존 독자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12개국 출간 및 영화화가 예정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둡지만 안전한 아쿠아리움 속에서 바다를 꿈꾸던 열두 살 소녀 케이틀린이 아픔으로 얼룩진 가족의 비밀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가족 소설이자 성장소설로 심연의 바다처럼 어두운 이야기지만 생명이 살아숨쉬는 바다의 신비로움처럼 감동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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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다른 가족이 없었다. 단 한 사람도. 학교에 가면 다들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대신 이모나 삼촌이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나 사촌이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들도 거의 모두 쌍을 이루거나 무리를 지어 다녔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들은 사실 겨우 쌍을 이루거나 혼자였다. 왜 그럴까? 바다에서는 그렇지 않을 텐데. (본문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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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 열두 살 케이틀린은 수업이 끝나면 아쿠아리움에서 엄마 셰리가 오기를 기다린다. 케이틀린은 커서 어류학자가 되어 오스트레일리아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혹은 홍해 같은 곳에서 살면서 종일 따듯한 물 속에서 지내고 싶다. 엄마 셰리는 무거운 작업화를 신고 컨테이너항에서 일하며 힘겹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항상 침대 위에 둘이 서로 포개고 누워 함께 뒹귀는 시간을 행복해하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케이틀린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학교에서는 샬리니와 단짝 친구로, 아쿠아리움에서는 새로 사귀게 된 노인과 함께 물고기를 보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케이틀린은 샬리니네 가족을 부러워했는데, 엄마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나 케이틀린의 아빠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엄마가 야근하는 날, 차안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케이틀린에게 세관원이 다가와 겁을 주자 케이틀린은 그들로 인해 엄마와 자신이 곤경에 빠지게 될까 두려웠다.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 노인이 케이틀린에게 엄마를 만나 보고 싶다고 했고, 케이틀린의 말을 전해들은 엄마는 노인에 대해 오해를 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그렇게 셰리는 경찰과 함께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케이틀린이 만나고 있던 노인은 바로 어린시절 자신과 아픈 엄마를 버리고 간 아버지였음을 알자 셰리는 불같이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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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장 힘든 것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다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그 시간들도 결국 지나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끔직했던 순간은, 마치 영원과도 같이 지긋지긋하게 주위를 맴돈다. 엄마의 분노는 끝도 없이 팽창했다.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본문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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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던 케이틀린은 할아버지가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뻤지만, 셰리는 아픈 엄마를 자신에게 맡긴 채 떠나버린 아버지로 인해 받게 된 고통과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대해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셰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틀린에게 자신이 어린시절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경험케 하게 했으며, 아버지가 이 세상 무엇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길 바랬다. 케이틀린은 엄마가 할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엄마의 분노를 묵묵히 참아냈고, 결국 셰리는 남자친구의 조언으로 아버지의 집과 돈을 받는 조건으로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엄마의 분노는 좀체 가라앉지 앉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케이틀린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도망가지 않기 위해 셰리에게 처음으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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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 엄마에게로 다가가 양팔로 엄마를 꼭 끌어앉았다. 엄마가 할아버지를 감싸안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두 사람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두 사람은 다시 만난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우리가 용서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를 모두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이 얼어나지 않았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현재에 받아들이고 또 인식하면서 끌어안는 것, 천천히 내려놓는 것 말이다. (본문 3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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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은 아쿠아리움 속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주인공 열두 살 소녀를 통해 가족, 성장, 화해,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시절의 셰리가 겪었던 고통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만큼 컸고, 그 분노는 셰리의 가슴 깊이 내제되어 있었다. 딸 케이틀린에게만은 자신의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셰리는 그 분노를 숨기며 살아왔지만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그 분노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 아픈 고통을 표출하는 셰리의 모습은 안타까웠고 무서웠다. 이러한 셰리의 고통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오직 가족만이 해답이었다. 자신을 지켜줄 가족, 자신의 고통을 알아줄 가족,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줄 가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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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관련해서라면 불가능한 것은 없어. 부모는 신이나 마찬가지야. 우리를 만들고 또 우리를 파괴시키지. 세상을 그러모아서는 원하는 모양대로 다시 만들어버리는 거야. 그러고 나면 우린 영원히 그게 바로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게 되는 거야. 그것만이 유일한 세상이라고 말이야. 그 외에 달리 상상한다는 건 불가능해. (본문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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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은 자신의 집이 아쿠아리움이라고 생각한다. 바다를 모른 채 살아가는 물고기들처럼 작은 집은 엄마와 자신의 아쿠아리움이었다.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 케이틀린은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드디어 바다를 보게 되었고 알게 된 것이다. 어두운 이야기였지만 희망을, 용서를, 빛을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부모가 내 아이에게 때로는 아쿠아리움을, 때로는 바다를 보여줄 수 있음을 느끼게 된 이야기이기도 했다. 지금 나는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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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대로 일이 된다 - 비즈니스맨을 위한 특화된 독서법
야마구치 슈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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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다. 때로는 책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자, 때로는 지식을 얻고자 때로는 즐거움을 위해 우리는 책을 읽는다. 나 역시도 이런 이유들로 나름대로 다양한 책을 찾아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책을 읽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이 들고 있었다. 내가 읽는 책들을 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하고 읽은 책이고, 읽는 동안 굉장히 공감했으면서도 막상 일상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독서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서에 대해 회의적인 지금 나에게 적합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은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있는데 독서를 통해서 얻은 지식이나 감성을 일에 맞게 활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일과 연결하는' 기술에 관한 내용을 전하는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지식이나 감성을 일에 활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읽은 후에 어떻게 활용하는가'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를 통하여 지식을 얻는 것은 주방장이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주방장은 구입한 식재료를 그대로 고객에게 내놓지 않는다.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고객의 요청에 맞추어 각각 필요한 것들을 조합해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지적생산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들도 다양한 책을 통하여 얻은 지식을 저장해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그것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지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본문 10p)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정보를 조합하는 능력에 관하여 1장 독서를 일과 연결시키는 6가지 대원칙, 2장 비즈니스서적은 '이것만 '읽으면 된다, 3장 고전에는 읽는 '순서'가 있다, 4장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라이벌과의 차별화'를 도모한다, 5장 정보의 '수조'를 만든다, 6장 '서점을 산책하는' 기술, 7장 '책장'에서 독서를 일과 연결한다 등 총 7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80%는 전체의 20%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를 통해 효율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필요한 핵심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가볍게 전체를 훑어보는' 것이다. (중략)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목차를 보는 것'이다. 목차를 보고'총괄'이나 '결론'처럼 전체를 정리한 부분이 있으면 일단 그 부분을 읽어본다. (본문 23,24p)

여기서 독서를 일과 연결시키는 6가지 대원칙을 잠깐 살펴보자면, 원칙 1 성과를 내려면 '두 종류의 독서'를 해라, 원칙 2 책은 '20%만' 읽으면 된다, 원칙 3 독서는 '주식투자'라고 생각한다, 원칙 4 '잊는다'는 전제로 읽는다, 원칙 5 5권을 읽는 것보다 '1권을 5번' 읽는 방식을 선택한다, 원칙 6 독서의 '공회전 시간 idle time'을 극소화하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시간에 쫓기면 생활하는 비즈니스맨의 입장에서는 '책의 핵심 20%만 읽고 나머지는 버리는' 독서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며, '넓고 얕은 독서'는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그 내용을 저장하기 어려운 독서 방식이기에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몇 번이고 읽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책을 발견해서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2장에서 5장에 걸쳐 책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조합하는 능력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길을 찾고자 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감성을 일에 맞게 활용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독서의 양'에 문제가 잇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이후', 즉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방식과 일의 문맥에 맞추어 정보를 조합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이 책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일과 연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서점을 산책하고 책을 관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비즈니스맨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책이기에 적극 권해본다.

(이미지출처: '읽는 대로 일이 된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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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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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숱한 욕망과 애욕에 얽혀 삽니다. 그것이 업보라면 어쩌겠습니까." (본문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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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브로 삼은 이승민 작가의 <<스칼렛 오아라>>는 불온한 욕망을 가진 낮과 밤이 다른 한 여자의 이중생활을 담은 소설이다. 이승민 작가는 십여 년 간 다수의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소설가 성석제로부터 '자기 연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구인 성찰과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은 소설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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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스물여덟 살의 작가 오아라. 그녀는 신춘문예 도전 4년 만에 경쟁률이 덜한 지방 일간지를 통해 등단하게 되었지만 나흘 후 식당에서 일을 마치고 밤늦은 시각 집으로 돌아오던 엄마는 어둡고 외진 골목에서 쓰려져 요양병원 중증 격리병동에서 인형처럼 누워지내게 된다. '문학과 미래 편집부 김순옥'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아 단편을 쓰지만 김순옥은 그녀의 작품을 못마땅해하고 수정을 요청한다. 당선이후 모든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순진한 상상은 엄마의 병원비 독촉과 당선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일상으로 물거품이 되었으며 하나의 불씨가 되어줄 원고 청탁에 심혈을 기울여 써 보냈던 작품이 누더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오아라는 삶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플랜 ABC를 실행한다. 엄마 병원비 때문에 푼돈이라도 벌고자 했던 논술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학생의 아버지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김중권이 플랜 A, 예술인 복지재단에 복지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이 플랜 B, 그리고 오피스걸인 스칼렛이 되는 것이 플랜 C이다. 플랜 AB는 플랜 C를 실행하기 위함이며, 플랜B를 위해 장편소설을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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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삶이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내 삶과 이어지는 일은 늘 예기치 못한 이유로, 이외의 순간에 일어난다. (본문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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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순옥은 오아라의 작품을 몇 차례 수정을 요청했다가 오아라에게 오히려 거절을 당하자 편집주간이자 유부남인 짝사랑하는 윤석향으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마다 김순옥은 동거남이자 사모님들로부터 스폰을 받아 생활하는 노아에게 성적욕망을 풀어낸다. 늘 사모님들로부터 을의 관계에서 생활하며 쿨한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동경을 갖고 있던 노아는 우연히 스폰을 구하는 스칼렛의 글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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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환상으로 오아라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김중권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오아라와의 미래를 꿈꾸지만 오아라는 그가 건네는 상품권보다는 명품백을 원한다. 그런 오아라에게 돈을 주며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남자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오아라에게 호감을 느끼는 노아와 함께 오아라는 낮과 밤의 다른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지속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더 피플>지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되고,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가로 발탁되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김순옥으로 인해 그녀의 생활은 또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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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욕망이 간절해지는 만큼 엄습해오는 불안과 두려움의 크기도 증폭된다는 것이다. (본문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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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렇게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스칼렛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작가 오아라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아라가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 초암 스님을 찾아가게 되고 혜광 스님과의 만남을 그려낸 부분은 그 욕망에 대해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피스걸 스칼렛이 돈을 벌어야 작가 오아라가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그 욕망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우리 모두는 욕망에 의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이든 꿈꾸던 환상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말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김중권이 작가에 대한 환상으로 오아라와의 미래를 꿈꾸는 것 역시 욕망아니겠는가. 그러나 김중권은 오아라의 욕망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우리 모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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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을 수 있을법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아낸 욕망이라는 소재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욕망이 그리 나쁜 것만 아닐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희망도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테니. 이렇듯 이 소설은 욕망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각자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이 소설은 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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