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친구 앤디 별숲 동화 마을 12
박현경 지음, 김중석 그림 / 별숲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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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큰 화제가 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은 어떤 문제와 마주하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은 문제점 뿐만 아니라 혜택을 함께 가져올 것입니다. 이 동화책의 주인공인 이루와 앤디처럼 친구가 된다면 말이죠.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그 방법을 제시해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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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네 반에 신태오가 전학을 왔습니다. 이루는 전학생이 어렸을 때의 친구 신도윤과 많이 닮아서 놀랐지요. 하지만 몸이 약한 도윤이와는 달리 태오는 건강해보였어요. 도윤이가 아닌 것 같아 실망했던 이루는 태오의 귓볼이 도윤이의 귓볼과 똑같아 말을 걸어보았지만 태오 말투는 신경질적이었기에 착했던 도윤이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루는 로봇 연구 제작의 최고 실력자인 삼촌이 보내준 인공 지능 로봇 HR9인 앤디를 만나게 됩니다. 앤디는 혼자 힘으로말하고 듣고 판단할 수 있으며 충전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었지요. 앤디는 같이 있으면 누가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이루는 앤디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많은 로봇 회사들이 로봇을 만들고 있고 다들 완벽한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는 탓에 앤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앤디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하지만 몇 해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지만 외삼촌이 만들어준 의족으로 씩씩하고 활동적인 아이가 된 세아에게만은 비밀이 아니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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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그룹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손자인 태오는 제멋대로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였어요. 거인그룹의 기념일이라고 아이들 모두에게 스마트 지갑을 나눠주거나 아무나 구할 수도 없는 드림 축구화를 선물하기도 했으니까요. 덕분에 태오를 추종하는 무리가 생겼고 그애들은 때로 몰려다니면서 종종 말썽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세아가 되었고 태오와 이루는 자주 다투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의 정체가 탄로나는 일이 생기게 되고 삼촌의 회사가 거인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탓에 태오의 바람처럼 앤디는 태오에게 가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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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가 도윤임을 확신하는 이루, 느끼지 못하는 슬픈 감정 대신 이루와 함께했던 기억을 가지고 태오에게 간 앤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태오 그리고 세아까지, 이들을 둘러싸고 엄청난 비밀을 파헤치는 대장정이 시작 됩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과 친구가 되고, 자신도 모르는 과거의 비밀을 파헤치는 등 좌충우돌 모험이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엔 머지않아 마주하게 될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인공지능 로봇 앤디는 이루의 말과 행동을 보며 그대로 학습하고 따라합니다. 선의의 거짓말이지만 이루가 가르친 거짓말을 앤디는 그대로 따라했지요. 이야기 속에는 이루는 자신이 가르친 거짓말로 인해 앤디가 나쁜 로봇이 될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바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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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는 나쁜 녀석이야. 그러니까 골탕 좀 먹이자.'라고 말했다. 앤디는 '응. 그러자!라고 했다. 앤디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때는 앤디가 내 편을 들어 주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서 뿌듯하고 기뻤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래도 되었던 걸까. 엄마한테도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다. 앤디에게 거짓말을 가르친 것이다. (중략)

'이러다가 앤디가 나쁜 로봇이 되면 어떡하지?' (본문 101,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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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책에서는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인공지능 로봇과 친구가 된다면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에요. 재미와 감동이 함께 하는 이야기 <<로봇 친구 앤디>>를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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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로봇 친구 앤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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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사는 법 - 대한민국 남자들의 7가지 행복 리스타트
이경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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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때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였으나 그 시간만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점차 회사에서는 퇴출위기니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에서도 소외됨으로써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보니 남편 역시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이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애교쟁애 막내 아들 녀석이 아빠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탓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이 기사를 보면서 이렇다할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그닥 없는 남편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취미를 권해보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한 권의 책이 바로 <<옆집남자가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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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던 젊음은 잔주름과 흰머리만 남긴 채 사라졌고, 세상을 녹일 듯 뜨거웠던 열정은 어느 순간 식어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날아갔다.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는 하나둘 끊어져 이젠 속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몇 남지 않았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중략) 그렇게 가정으로 돌아와서 발견한 것 역시 시간의 간극이었다. (본문 6,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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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깥에서 악착같이 사는 동안 자신과 가정 사이에 커다란 시간의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빠져나간 것을 경험한 중년의 비애를 간직한 저자가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토지>에서 용이와 월선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자신의 생의 마지막에 아무 여한이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생활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통해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작은 행동들은 바로 생명을 키우고, 쇼핑하고,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해보고,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으로 총 7장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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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는 것에서 영 기쁨을 느끼지 못하던 작가가 해외 직구족이 되면서 아이들에게 어깨에 힘 잔뜩 주게 되고 아내를 위해 밥솥을 주문해주고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쇼핑의 맛을 느끼며 새로운 기쁨을 얻게 되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예고도 없이 짠 하고 등장한 고양이는 녀석의 몸짓 하나에 온 시선을 집중하게 했고, 녀석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기 위해 서로 다른 일에 몰두할 시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게 했는데 가장인 자신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낱 '미물'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쉽게 해내는 것을 본다. 집에서 가장인 자신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저자는 고양이로 인해 새롭고 놀랍고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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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으려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절대 닫아서는 안 된다. 활짝 열어놓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해야 한다. 밖에서는 숱한 일들이 일어난다. 무쌍하게 변화한다. 새로운 것도 수시로 생겨난다. 옛것은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이해해야 내 생각, 내 논리만 옳다는 독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잇다. 결론은 이것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순간, 늙는다. (본문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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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가장들은 집안 일을 잘 도와주고, 때로는 전업 주부로서의 삶을 살기도 하면서 집안 일이 여자의 전유물이 아님을 몸소 실천하고 있지만 현재 중년의 아버지들은 집안 일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다. 집안일을 그까짓 것이라 생각했던 저자는 주말부부가 되면서 '그까짓 것'이 '엄청난 노동'임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발견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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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꼭 해야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수록해 놓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건넨 7가지 실천 방식이 그리 어려운 것도 없다. 젊음은 사라지고 나이가 든 자신을 발견할 때 생기는 허무함,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가족에게 소외되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중년 남성들의 우울, 허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남편에게 건네기보다 내가 먼저 읽어본 것은 참 다행인듯 싶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남편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고령화가 되어가면서 노후의 생활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자신의 행복, 즐거움을 찾아야 나 자신을 위한,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년이 된 남편과 나에게 작은 발견으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준 멋진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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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권재희 글.그림 / 노란상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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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그림책을 한 권 만나보게 되었네요. <노란상상 그림책> 시리즈 34번째 이야기 <<책벌레>>가 바로 그것입니다.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지혜, 삶의 가치 등 다양한 이야기와 많은 상상의 세계가 담겨져 있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 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리가 없죠. 이럴 때는 엄마의 백 번의 말보다 예쁜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게 더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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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주인공 책벌레는 도서관에 삽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813.7-15-120'이 책벌레의 집이죠. 이곳에는 주인공 외에도 친구들이 같이 살고 있어요. 그들은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답니다. 때문에 날개가 없는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놀 수가 없지요. 그래서 주인공은 친구들이 훨훨 날아다닐 때 혼자 앉아 책을 읽는답니다. 책벌레가 외로워 보인다구요? 천만에요. 책벌레는 전혀 외롭지 않았어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노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책벌레는 책을 읽는 동안은 훨훨 날 수 있었고, 어둠을 물리치는 모험을 하고, 가 보지 못한 곳을 여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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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파리가 거미줄에 걸려 바둥대고 있었거든요. 책벌레는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속의 영웅들을 생각하고는 용기를 내서 파리를 구했답니다. 책벌레는 창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꿀벌을 위해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지렛대의 원리로 꿀벌이 밖으로 나가도록 도와주고, 날개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울적해하는 나방을 위해 손전등으로 나방에 화려한 날개를 만들어주었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하루살이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답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책벌레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어요. 물론 책벌레는 책에서 봤던 멋진 이야기로 대답해 주었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책벌레에게 날개가 생겼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책벌레의 특별한 날개가 부러웠는지 책을 읽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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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는 작은 책벌레를 통해 책 읽는 즐거움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답니다. 책에서 읽은 지식과 지혜로 친구들을 도와주는 책벌레를 보면서 아이들은 책을 읽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으며, 책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짧지만 정말 예쁜데다 크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한 단계 성장한 책벌레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과 함께 예쁘게 성장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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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책벌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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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단비어린이 그림책 4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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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두 녀석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싫어' 입니다. 물론 '숙제해라''양치해라''자라''책 읽어라''공부해라' 등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잔소리만 늘어놓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싫어''아니'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 파울이 봉투에 담긴 '싫어'를 모두 꺼내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아이에게 자기 주장이 생겨나는 성장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주장이 생겨나면서 부정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할 경우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대부분은 다그치고 윽박지르면서 고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보다 단비어린이 <단비어린이 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싫어!>>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면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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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파울은 놀이터 의자 뒤편에서 봉투 하나를 주웠어요. 그 봉투 속에넌 "싫어"들이 담겨 있었고, 파울은 "싫어"들을 전부 밖으로 꺼내 주기로 마음 먹지요. 엄마가 파울에게 집에 가자고 부르자, 파울은 "싫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네요. 그러자 빨간색과 은색 "싫어!"가 봉투 밖으로 툭 튀어나옵니다. 엄마는 세 번 더 파울을 불렀고, 그때마다 봉투 속에 들어 있던 아주 커다랗고 시끄러운 "싫어"를 밖으로 꺼냈지요. 그건 무척 신 나는 일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끌려 집으로 들어온 파울은 '신발 벗어, 잠바 걸어 놔, 목욕탕에서 손 좀 씻어'라는 엄마의 말에 모두 "싫어!"라고 대답합니다. 엄마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엄마는 평소보다 조금 거칠게 신발을 벗기고, 잠바를 걸어 놓고, 파울을 목욕탕으로 데려가서 손을 씻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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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입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파울은 접시에 있던 음식을 몽땅 먹어 치웠어요. 엄마가 "파울, 소시지 하나 더 줄까?"라고 묻자, 소시지가 더 먹고 싶었던 파울의 마음과 달리 봉투에서 "싫어!"가 툭 튀어나왔지요. "그럼 과일 줄까?""파울, 어디 아파? 아프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 돼, 알았지?"라는 걱정스러운 엄마의 말에도 "싫어!"가 재빨리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파울은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러나 목욕을 할 때도 파울의 "싫어!"라는 대답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인상을 쓰며 마음대로 하라고 하십니다. 잠자리에 누워 뽀뽀를 해달라는 엄마의 말에도 파울은 싫다고 대답했지요. 그날 밤 파울은 잠이 오지 않았어요. 엄마에게 잘 자라는 뽀뽀를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불이 아주 차갑게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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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파울의 "싫어!"는 계속되었습니다. 유치원을 가는 길에도, 유치원에서도 말이죠. 그러는 동안 봉투 속 "싫어!"가 모두 사라졌고 파울은 드디어 "좋아요!"라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싫어!"라고 대답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한다는 해결책을 주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에요. "싫어!"라는 대답이 얼마나 기분 나쁜 단어라는 것을 말이죠. 주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싫어!"라는 단어는 마음이 슬퍼지는 단어라는 것을 파울을 보면서 알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파울의 엄마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될 거 같아요.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 주장이 생기고 "싫어!""아니!" 등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파울의 엄마는 파울이 그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같았어요. 다그치지도 않고 아이에게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물론 화는 났지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바라봐 준 것이지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가 부정적인 단어를 오히려 더 강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싫어!>>는 이렇게 아이에게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있답니다.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파울 친구를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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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싫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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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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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입니다. 백 만 번을 살아보고서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고양이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겨 주었지요. 읽어본 지 꽤 오래된 그림책이었는데 저자 사노 요코의 첫 에세이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를 읽으면서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네요. 저자는 <사는 게 뭐라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라 하는데 사실 제게는 낯선 작가였어요. 그러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서야 그제야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저자라는 걸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답니다.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 그림책의 저자가 쓴 에세이는 저자와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그림책을 쓴 작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 삶이 너무도 궁금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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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내 인생의 테마 같은 건 모른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우주 어느 부분을 핀셋으로 집어도, 거기에 내가 느끼는 조금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본문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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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집은 사뇨 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으로 어린시절부터 유학 시절, 그리고 40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글 속에서 가난으로 평탄하지 않았던 삶이지만 당당했던 그녀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어요. 그녀의 당당함은 여명 선고를 받은 순간 우울증이 싹 가실 정도로 즐거웠다고 했다는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 앞에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것은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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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이 좁아진다'는 표현을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세상'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세상'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나를 둘러싼 것으로 조금은 진부하고, 조금은 나를 방해하는 것이어서 걷어차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란 한 사람 한 사람 살아 있는 인간의 연결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본문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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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가난했던 유학 시절, 계모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혼났던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 유학 중 만나게 된 한국 사람들과의 인연, 도쿄 우시고메에 사는 이모 집에서 하숙하던 때의 일화 등이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그 중 오빠와 함께한 고양이 실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녀가 유독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를 담아낸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 싶었습니다. 이들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여리면서도 강인한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어요. 2010년 72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뇨 요코의 삶은 아무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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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오빠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 (중략) 오빠가 어린아이일 때 죽은 사실은 내게 고정된 환상을 심어 주었다. (중략) 그림 그리는 일이 사실은 오빠 같은 사람에게만 허락된 일이라는 환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중략) 나는 그런 착각이나 자신감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보통 사람으로서 그림을 계속 그렸고, 사람들 대부분 보통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보통 사람도 저마다 소중한 자신임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 보통인 자신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본문 157,158,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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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을 때 작가는 어떻게 이런 그림책을 그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었기에 큰 매력을 느꼈던 거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그림책의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사노 요코는 에세이를 통해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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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력 풍부하게 살고 싶다. 불손하지만,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상상력은 난처한 일을 산더미처럼 안고, 남들이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생활을 평범하게 쌓아가며 얻을 수밖에 업다고 생각한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에 계속 직면해야 상상력이 생겨나는 거라고 나는 고집스럽게 믿고 있다. (본문 161,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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