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탄생 - 아는 만큼 더 맛있는 우리 밥상 탐방기
박정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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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음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을 돌리면 음식 프로가 대부분이다.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너도나도 음식에 관해 프로가 된다. 음식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시청하다보면 아는 것만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아는 만큼 맛있는 우리 밥상 탐험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끄는 책 《한식의 탄생》의 저자 박정배는 음식평론가와 여행작가로 음식 관련 다수의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며 현재 KBS <대식가들>의 고정패널, 팟캐스트 <술주나 안주나>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음식을 주제로 다수의 글을 쓰고 책을 펴낸 인물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음식 이야기가 중구난방임을 꼬집으며 이 책을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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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오르는 미나리로 만든 미나리강회를 초고추장에 꾹 찍어 먹으면 이건 봄을 먹는 겁니다." (본문 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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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1부 계절의 향기 따라에서 장, 육회, 미나리강회, 청포묵, 복달임 음식, 냉면, 콩국수, 은어, 물회, 빙과, 수제비, 깍두기, 냉국수, 추어탕, 전어, 송편, 꼬막, 해장국, 떡만둣국, 메주, 홍어, 막걸리, 명태, 수정과, 과메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 날마다 기분 따라에서는 설렁탕과 곰탕, 감자탕, 돼지국밥, 북엇국, 부대찌개, 짜장면, 소갈비, 삼겹살, 치킨, 참게장, 비빔밥, 상추쌈, 고추장, 참기름, 장아찌, 젓갈, 콩나물, 당면, 쥐포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각 음식의 이름에 관한 유래, 음식이 탄생한 배경, 시대별 혹은 지역별 요리의 변천사, 조상들이 음식을 먹었던 기록 등이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한식의 탄생》을 쓰면서 옛 문헌과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 음식의 기원과 뿌리를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에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고 기록한 덕분에 여러 가지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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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부터 이어 온 수제비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다. 밀가루를 대충 반죽해서 국물에 툭툭 뜯어 넣는 수제비에서 간단학 단순한 것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본문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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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함께 쓰여진 이야기는 읽기 쉽고 재미있다. 인생처럼 음식에도 새옹지마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밀가루라고 한다. 수제비는 1950~1970년대 도시 빈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일상의 음식이었으나 사실 1940년 이전의 수제비는 여름철 별식이었다고 한다. 1943년에 조자호가 쓴 《조선요리법》에 나오는 수제비 조리법을 보면 쌀 대응식이라기보다는 기품 있는 요리와 같다. 이에 저자는 세월 따라 유연한 변화를 보이면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간단하고도 단순한 것의힘을 수제비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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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되면 김장을 담그고, 겨울이 끝날 무렵에는 장을 만든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가장 중요한 생존 의례였다. (본문 119p)

부대찌개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탄생한 음식이 아니다. 미군부대에서 불법 유통된 소시지와 햄을 한국식으로 먹으려고 하다가 만들어 낸 음식이다. (본문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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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메주 띄우는 냄새가 늘 곤역이었다. 하지만 겨울의 한기와 균을 품은 메주는 된장과 간장으로 재탄생되어 몇 년을 견딘다. 된장과 간장 없는 한국인의 밥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데, 메주를 띄우는 풍경조차 볼 수 없는 지금 그 시절의 그 냄새가 이 책을 읽다보니 그리워진다. 겨울이 지나 묵은 김치를 먹기 위해 만들어진 김치찌개에 미군의 전투식량인 햄과 소시지, 한국인의 가편식과 대중식의 대명사인 라면 사리가 곁들어지면서 부대찌개는 한국 현대사가 낳은 먹거리의 중첩이자 살아 있는 화석(본문 186p)이 된 부대찌개는 저녁 반찬이 고민일때마다 해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부대찌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면서 부대찌개의 맛을 더욱 잘 알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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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만큼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을 《한식의 탄생》을 통해 알게 된 듯 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음식의 맛을 더하고 있다. '맛있는 건 먹어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 봐야 한다'는 문구에 절로 공감이 간다. 많은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있어 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있고 진정한 음식의 맛이 담겨있기에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써내려간 《한식의 탄생》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 속에서 한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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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한식의 탄생'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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