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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몽규 세트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소설 + 유고시집 초판 복원북
유광남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중국 정부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표석을 수정하라!
일본 정부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윤동주 · 송몽규의 '사인을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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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조선에 저지른 일본의 만행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청년 윤동주를 그렇게 악독한 수법(약물 생체 실험으로 사망하게
한 것으로 추측된다)으로 살해한 일 또한 지탄받아 마땅한 죄악이다. 윤동주의 영원한 친구이며 동반자인 송몽규 역시 윤동주와 같은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사인(死因)에 대하여 일말의 의학도 없이 철저히 조사하여 그 내용을 공개 자백하고 깊은 애도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본문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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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윤동주란 이름에서 슬픔과 희망을 받았다고 한다. 슬픔은 천재 시인의 요절이었고, 희망은 그가 남긴 시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서시를
만나고부터 젊은 날 열병을 앓았던 저자는 1917년 용정에서 출생하여 1945년 2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0대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은
민족시인 윤동주,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며 고종사촌 형인 혁명가 송몽규, 각기 다른 성품이지만 단짝이었던 이들을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꿈 많은
두려움 없던 철부지 청소년기를 일본의 지배하에서 그들이 누렸던 젊음은 어떤 색채와 그림자를 갖고 있을까에 주목하여 이 책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소년 시절을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 '똥주와 멍구'라는 별명을 작업하였고, 그들의 삶의 궤적을그대로 뒤따르기보다는 소년 똥주와
멍구가 꿈꾸었던, 그들의 꿈을 그리고자 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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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순이가 원하는 건 오로지 조선의 독립이었어. 관순이가 말했어. 어떤 모진 고통이라도 참을 수 있지만 나라를 잃은 고통만은 견딜 수
없다고.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 뿐인 것이 자기의 슬픔이라고!" (본문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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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동갑내기 친구이자 고종사촌 형인 몽규와 함께 동주는 순이를 함께 마음두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 양보하기도 하는 각별한
사이다. 몽규의 주선으로 순이와 만남을 갖기로 한 이들은 순이와 함께 온 수옥이로 인해 명신여학교에 새로 부임한 강윤희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강윤희 선생님의 단짝이었던 1919년 기미년의 독립 만세의 주인공인 유관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과 동갑이었던 유관순의 이야기를 듣게
된 동주와 몽규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되었다. 집으로 가던 중 동주와 몽규는 우에하라
형사가 추격하고 있다는 강도가 동주네 우물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물에는 금괴가 있었는데 이는 금괴를 호송하던 헌병대를 습격해서
독립군들이 숨겨놓은 것으로 이후 조선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박동진 선생님이 범인으로 주목되어 연행된 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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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박동진 선생님 등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된 동주와 몽규는 대한제국 임시정부로 직접 금괴를 운반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우에하라 형사에 의해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외사촌 지간이자 독립 운동을 하던 김창섭은 이들과 금괴를 위해 목숨을 내놓게 되고,
동주와 몽규는 박동진 선생님과 창섭이 형님 그리고 강윤희 선생님을 위해서,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이들은 백범 김구에게 금괴를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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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몽규는 품 안의 금괴를 무사히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였다. 극도의 긴장이 계속되는 나날이었다. 검문을 피하기 위하여 청소 분뇨차를
얻어 타기도 하고, 석탄 운반용 탄광 열차에 몰래 숨어 타기도 했다. 어떤 날은 하루 온종일 걸었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근육에는 경련이
일어났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할 수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노숙하는 날도 많았으며 일본 군대와 마주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아슬아슬한 고비들을 넘어서 드디어 도착할 수 있었다. (본문 227,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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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렇게 암울한 현실에서 살았던 동주와 몽규의 소년 시절을 담아내고 있다. 일제 치하 속에서도 감성을 잊지 않았고, 희망과 용서를
버리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내가 이렇게 '내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와 그들을 향한 슬픔, 안타까움이 솟구쳤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놓치않았던 이들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이 밀려온다. 시를 통해 자신에게 부당했던 모든 것들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자 몸부림쳤던 윤동주. 이 책을 읽고나니 「서시」가 더
쓸쓸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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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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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1941. 11. 20.)..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나의 소설은 그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다. (본문 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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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리는 가까운 이웃이지만 서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드리우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역사 왜곡 등으로
지난 날을 부정하고 있는 일본, 이들의 잘못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이웃이 될 수 없으리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몽규와 혼다가
친구가 되고 후에 혼다가 몽규를 도와주는 내용은 작가가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일본과 우리가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본이 밉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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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로 소설로 그리고 시를 통해 윤동주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10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청춘으로
남아있는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그들의 이름이 오랫동안 기억되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