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어린 왕자>가 개봉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몇 번이고 읽었던 <<어린 왕자>>였는데, 영화 개봉 소식을 접하자 왠지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내가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받아 본 표지 속 어린 왕자는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나만 훌쩍 자라 진지해진 어른이 된 기분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서 다시 읽었을 때 느끼는 감동과 깊이는 사뭇 달랐다. 아마 <<어린 왕자>>는 그 감동과 깊이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이 아닌 모자만 보이는 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숱한 관계를 맺으며 분별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관계로.

 

 

 

 어른들도 가끔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말을 통해서이다. 숫자를 신뢰하는 어른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어릴 적의 언어를 잃고 말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만의 방식으로 말을 했던 것인데, 우리는 어른의 시각으로 혼자 상처받고 들볶이면서, 심하게는 내가 왜 이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지? 하는 '어른'의 비겁함에 부끄러워질 때도 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 그것은 시공간의 차이에 있는 게 아니라고. 우리의 '어린 왕자'는 지구라는 별에 내려와 몸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본문 5p)

 

표지를 펼치니 옮긴이의 말 중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많이 느꼈던 것은 바로 내가 어릴 적의 마음, 언어를 잃어버려 아이의 마음,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때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다툼이 되기도 한다. <어린 왕자>의 키워드가 바로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라는 글귀에 보니 이 책이야말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언어를 되찾음으로써 나와 아이의 시각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어릴 적의 언어를 찾아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어린 왕자>>의 내용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더랬다. 헌데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생소함을 느꼈다. 아마 어른의 시각으로 처음 접하는 <<어린 왕자>>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렸던 화자인 나는 화가를 포기하고 어른이 되어 비행기를 조종하게 되었고 사하라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한 후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양 한 마리를 그려 달라고 하고 나는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양을 그려주기 시작하지만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끝내 나는 서둘러 엔진 수리를 시작해야 해서 되는 대로 그림을 그려 툭 던졌는데 오히려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했다. 그 그림은 바로 상자였다. 어린 왕자는 굉장히 흡족스러워했는데, 어른인 내 관점에서 봤을 때, 그것은 아이의 요구가 귀찮아진 어른이 취하게 되는 아주 흔한 태도였다. 무엇일까? 마치 그것은 그러한 어른들을 비꼬는 듯 하기도 했지만, 숫자와 같이 보이는 것에만 주목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이 밖에도 어른들의 모순적인 모습은 어린왕자가 소행성 B612를 떠나 6개의 별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린 왕자는 첫 번째 별에서 권력의 위엄을 갖춘 왕을 만난다. 왕은 전제 군주였고 불복종을 용인하지 못했지만 선한 사람이었기에 이성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왕을 잘 보면 이는 아이들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며 명령하길 좋아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말과 행동을 바꾸는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어린왕자는 왕이 있는 별을 떠나면서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라는 말을 하는데 이 또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느끼는 말 중 하나가 아닌가. 두 번째 별에서 만난 자부심이 강한 남자, 세 번째 별에서 만나는 술꾼, 네 번째 별에서 만난 사업가, 다섯 번째 별에서 만나는 가로등지기 그리고 여섯 번째 별에서 만나는 지리학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모순적 모습의 어른들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본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다. 그러니 서로 시각차가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이 어른들이 얼마나 모순적으로 보일 것인가. 헌데 그 중 어린 왕자는 가로등지기는 터무니없게 여겨지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보다는 다른 것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어른인 내게는 그 역시 분별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가 '나'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는 어린 왕자의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따지고보면 어른이란, 타인을 밟고 일어서 우뚝 서고, 누군가를 지배하고 통치하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정말 터무니없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양이, 장미꽃을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하늘을 보라. 자신에게 물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당신들은 모든 것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게 될 것이다… … .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어른은 결코 없을 것이다! (본문 137p)

 

"눈으로는 보지 못해요. 마음으로 찾아야만 해요." (본문 122p)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 ." (본문 129p)

 

어른들에게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우주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떤 것이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그 중요성을 결정하는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우리는 현명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있잖아요… 내 꽃 말예요… 나는 책임이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너무 약해요! 너무 순진해요! 온 세상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 네 개를 가진 게 전부예요… … . " (본문 135p)

 

가시 네 개로 큰 동물들에게 맞서야 하는 가녀린 꽃과 같은 내 아이에게 나는 그 가시 네 개를 타박하고 오해하면서 참 많이도 어른인 척 했던가보다. 어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엄마와 자녀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이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처음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는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라고 했던 말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개봉으로 인해 새삼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 왕자>>가 읽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된 책 읽기였는데, 마치 넓은 우주를 품에 안은 듯 하다. 그동안 만난 어린 왕자는 진짜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오늘 비로소 나는 진짜 '어린 왕자'를 만난 것이다.

 

(이미지출처: '새움' 본문,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 매튜 퀵은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모두 영화 판권으로 팔리는 이 시대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 헌데 나는 이 작가를 이번 소설 <<러브 메이 페일>>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소설 역시 엠마 스톤 주연 영화화가 확정된 작품이라고 하니 '천재 소설가'라는 닉네임이 결코 거짓이 아닌 듯 하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도대체 어떤 스토리기에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이쯤되니 <<러브 메이 페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 소설은 '포샤 케인, 네이트 버논, 매브 스미스 수녀, 척 베이스' 4명의 인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포샤 페인은 지금 붙박이장에 숨어 콜트 45구경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숨어 있다. 포샤 페인은 포르노 영화 제작자인 남편 켄이 기껏해야 스무 살쯤밖에 안 되는 여자와 바람피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옥에서 썩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게 짓궂은 장난처럼 보이자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포샤 케인은 10년 동안 의존했던 세월에서 탈피하는 것, 이보다 더 나은 관계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거시기를 세게 후려치고는 멋지게 집을 나온다. 술에 취한 포샤 케인은 엄마의 집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게 되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 수녀에게 자신과 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에 취해 깨어난 포샤 케인은 승무원이 건네준 매브 수녀의 쪽지를 받게 되고 후에 그녀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데 여기서 놀라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식당에 간 포샤는 고등학교 동창인 다니엘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버논 선생님이 학생에게 두들겨 맞아 교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포샤 케인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고사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인사마저 못한 것에 마음이 아팠고, 자신에게 선생님이 하늘이 내린 소명,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이 포기한다면 누가 망가진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겠는가. 버논 선생님 구하기! 그것은 포샤 케인의 모험이 될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버논 앞에 포샤 케인이 나타난다. 하지만 포샤 케인은 버논 선생님을 정신 차리라고 소리 치거나 때리는 등 그리 좋지만은 않은 방법으로 그를 다그친다. 버논 선생님으로 인해 새 삶을 살게 된 다니엘의 오빠 척 역시 포샤 케인을 돕고, 버논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버논은 경찰서로 도망가고 만다. 그렇게 버논 선생님 구하기 작전은 실패한 듯 보였지만 포샤 케인은 다른 계획으로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소설을 써서 선생님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한 것. 그렇게 해서 쓰게 된 포샤 케인의 책 제목이 바로 <<러브 메이 페일>>이며 이 제목은 버논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말했던 보네거트 소설 첫 문장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포사 케인이 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였지만 버논 선생님을 연상시키는 교사, 포샤 남편처럼 아주 못된 남자, 그리고 포샤의 머리글자들을 뒤집어서 만든 주인공의 이름 크리스 포터가 있었다.

 

포샤 케인, 버논 선생님, 척, 그리고 매브 수녀님, 이들 4명은 마치 운명처럼 엮어있는 듯 보인다. 포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버논 선생님, 바람둥이 남편을 버리고 엄마의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매브 수녀님,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다니엘을 통해 알게 된 버논 선생님 소식과 고등학교 때 포샤를 사랑했던 척, 그리고 아들 버논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 매브 수녀님. 이들은 우연과 운명 속에서 얽혀 있었고 다소 서툴긴 하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면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리가 말하는 불꽃이 그런 불꽃이 아닌 건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수 있게 피우는 불꽃,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낯선 사람들을 손짓해 불가로 불러 모아 노래도 부르게 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면서 별들 밑에서 꿈을 꾸게 만다는 불꽃, 빛을 써서 위대한 일을 하게 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불꽃 말이에요." (본문 276,277p)

 

절망 속에 있던 포샤를 구해주고 희망을 주었던 버논 선생님, 절망 속에서 버논 선생님에게 희망을 주려는 포샤 그 외에도 척과 다니엘 등을 보면서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를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희망을 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이 서툴고, 때로는 포샤처럼 과격하기까지 하지만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버논 선생님이 절망 속에서 자살을 생각하듯이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에 이른다.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많은 이들이 절망 속에서 힘겨워하고 결국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들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거라는 점이다. 절망 속에서 해결책은 결코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서로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아닐런지.

 

 

 

넘어졌지만 그대로 엎어져 있지만은 않는 씩씩하고 멋진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_내슈빌 아트

 

이 소설의 주인공 포샤 케인의 캐릭터는 참 독특하고 개성넘치고 때로는 사랑스럽다. 엠마 스톤이 포샤 케인을 어떻게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덧붙힌다면, 버논 선생님의 사건이 얼마 전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교사 폭행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 선생님은 버논 선생님처럼 절망하지 말고 많은 이들이 내민 손을 바라봐주셨으면 싶다.

 

(이미지출처: '러브 메이 페일'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현학의 책. 이 책은 매일 잠만 자는 가족, 남편을 위해 보양에 좋은 식재료만을 엄선해서 만든 일품요리와 홈메이드 주스를 소개한다.

 

 

 

 

 

 

 

 

 

 

 

 

탐나는 스타일 DVD시리즈 9권. 이 책은 민스키친의 김민지 셰프가 손님들에게 인기 있었던 메뉴 위주로 간단하지만 고급스러운 반찬 요리를 소개한다.

 

 

 

 

 

 

 

 

 

평생 지저분한 환경에 살면서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기가 죽어있던 저자가 어느 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 주변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인생을 맞게 된 정리 수납 코믹 에세이다.

 

 

 

 

 

 

 

 

 

 

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시리즈 7권. [굿 다이노] 영화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장면과 감동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속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여, 책을 읽는 동안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은그림찾기 시리즈 2권. 고사성어의 유래가 담긴 짧은 이야기와 숨은그림찾기가 만나는 독특한 구성이다. 주제별로 구성된 ‘주제별 성어마당’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고사성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함으로써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어느 새 새해가 밝았다. 2015년에는 정말 다사다난 했다.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 이기를 바라며,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모난 성격도 고쳐볼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이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올해도 좋은 책에서 그 지름길을 찾아봐야겠다.

그래서 2016년 1월에도 눈에 띄는 책을 몇 권 골라보았다.

방학 중인 아이를 위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담은 책들, 꼭 읽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발 모른 척해 줘 라임 청소년 문학 17
A. S. 킹 지음, 전경화 옮김 / 라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 소설', 커커스 리뷰 선정 '십대를 위한 최고의 책' 선정, 마이클 L. 프란츠 아너 상 수상에 빛나는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제발 모른 척해 줘>>는 2010년에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자마자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제발 모른 척해 달라는 책 제목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심리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나의 잘못, 나의 실수에 대해 모른 척해 주기를 바라거나 혹은 반대로 이웃의 아픔, 슬픔, 폭력 등에 대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책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모른 척'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참 많은 부분에서 모른 척해 왔던 것은 아니었던가.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추천하는 책'으로도 뽑힐 만큼 청소년들의 큰 지지를 받은 이 책, 상당히 궁금하다.

 

한 소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진실 찾기!

자신의 이익 앞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만나다! (표지 中)

 

이야기는 단짝 친구였던 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베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베라의 아빠는 지난 일요일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지 묻지만 베라는 아는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베라는 아는 게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베라가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가며 수록되어 진행된다. 베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추리해나가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진실을 쫓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베라와 찰리의 환경은 그리 평범하지 못하다. 찰리는 가정 폭력이라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웃에 사는 베라의 부모님은 그냥 '모른 척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한편 베라의 엄마는 베라가 열두 살 나던 해에 다른 남자가 눈이 맞아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로 달아났다. 베라의 엄마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했으며, 베라를 열일곱 살 때 낳았는데, 아빠는 베라가 그런 엄마와 같은 운명을 살게 될까봐 베라를 지나치게 간섭한다. 찰리는 죽었지만 베라는 찰리를 쉽게 잊지 못한다. 찰리는 문제아 아이들과 어울렸고 자신과 찰리 사이를 인간질하려고 지어낸 제니의 거짓말에 속아 베라를 배신했기에 찰리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만큼 원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죽은 찰리를 원망하는 베라 앞에 수많은 찰리가 베라의 주변을 맴돌았고 진실을 밝혀 달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베라는 말하기가 힘들다. 진실을 요구하는 찰리, 밝히지 못하는 진실, 무책임한 엄마와 같은 운명을 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아빠의 간섭에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부녀관계 등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베라의 심리가 잘 묘사되고 있는데, 이 밖에도 찰리와 제니 등을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한 심리를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아빠는 늘 "모른 척해."라고 말했고, 엄마는 즐겨 앉는 의자에서 괜스레 조바심만 냈다.

"누군가한테 전화해서 아줌마를 도와주라고 하면 안 돼요?"라고 내가 말하면 엄마는 "아줌만 도움바독 싶어 하지 않으실 거야."라고 말했고, 아빠는 "아줌마가 알아서 할 문제야.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베라."라고 대꾸했다. (본문 32p) 

 

<<제발 모른 척해 줘>>는 부모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힘겹게 나아가는 모습이나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에 놓인 감정을 보여 주기도 한다. 물론 찰리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에 대한 진실 찾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속에는 죽음, 빈곤,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운명의 대물림 등의 어두운 소재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려는 청소년들의 사투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베라는 찰리의 메모가 담긴 상자를 발견하고 그동안 모른 척 해왔던 진실을 밝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진실 앞에서 모른 척해 왔던 일들이 많았을 게다. 이웃에 대해서, 부모의 책임에 대해서, 그리고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서.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왔던 진실 앞에서 이제는 나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른 척하지 않는다면, 멈추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제가 그 일을 멈추게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본문 250p)

 

(이미지출처: '제발 모른 척해 줘'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