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일간의 엄마
시미즈 켄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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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미사여구와 뛰어난 상상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실화만큼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112일간의 엄마》는 일본 요미우리 TV [ten.]의 메인 캐스터로 유명한 방송인 시미즈 켄이 쓴 실화 에세이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이며 번역가와 편집자를 울린 실화이다. 아이를 안고 있는 행복한 엄마의 얼굴, 그리고 책 제목에서 어떤 내용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되고서부터는 엄마, 아이를 소재한 이야기에는 그렇게 눈물이 난다. 비록 몇 번 접해본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실화 에세이만이 전할 수 있을 가슴 따뜻해지는 뭉클한 감동을 기대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이 책《112일간의 엄마》는 엄마인 나오가 화자가 아닌 그의 남편, 즉 저자인 일본 방송인 시미즈 켄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였을까? 엄마 나오가 아닌 남편 시미즈 켄의 관점은 기대한만큼의 감동을 건네주지는 못한 듯 하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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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그것은 나에게는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여유가 달랐다. 같은 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도 어딘지 모르게 안정감이 들었다. 불안감만 컸던 캐스터 일도 그랬다. 물론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순 없었지만 조금은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나오 덕분이다. (본문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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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정보 버라이어트 프로그램 위주로 일해왔던 저자가 저녁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보조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인 나오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보도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긴장감과 신경이 곤두섰던 그는 누군가에게 약점을 내보이기 어려웠으나, 나오는 약점을 보여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그녀는 약점을 보여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렇게 나오로 인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그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고 나오라는 존재가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연인이 되었지만 나오의 태도는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도 변함이 없었고,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즐겁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 소중한 시간들로 인해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1년이 지난 뒤에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트리플 네거티브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행복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생명을 선택하느냐 마느냐'하는 기로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저게 갖고 싶다느니, 이걸 사달라느니, 하는 말을 일절 입에 올리지 않던 아내였던 나오는 처음으로 분명히 낳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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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유선 클리닉에서 셋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수술, 항암제, 출산, CT와 MRT, 항암제 탁산, 방사선 치료를 순서로 치료 방침이 정해지면서 나오는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아들이 태어났지만 나오는 출산 후 일주일이 지나도 좀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간과 뼈, 골수로 전이되었음을 알게 된다. 한가닥의 희망을 걸고 새로운 치료법도 시도해보지만 그마저도 나오의 암을 치료하지는 못했다. 저자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했고 표지 속 행복해하는 나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비록 112일간의 엄마로 지냈지만 나오는 자신의 목숨보다 아들을 더 사랑했다. 시미즈 켄을 위해, 뱃 속의 아이를 위해 아파도 힘들어도 울지 않고 늘 환하게 웃었던 나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더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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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괴로움, 슬픔, 불안, 기쁨. 당사자가 가장 힘들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은 무얼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웃고, 울고……. 그리고 '함께' 미래를 믿고, 함께 '지금'을 산다. (본문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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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순간에도 가족을 위한, 타인을 위한 배려를 잃지 않았던 나오, 암과 싸우는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거라고 말하는 나오는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다양한 병으로 고생하는 분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정답이 있을까? 저자는 병마와 싸우는 분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함께'하기를 이야기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오와 시미즈 켄에겐 가족 셋이 함께 하는 것이 정답이었던 게다. 마지막까지 운명과 마주하며 셋이 함께하기 위해 용기 내었던 가족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밝음을 잃지 않았던 나오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록 짧은 112일이었지만 그녀의 이런 마음이 남은 가족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의 힘이 되어줄 듯 싶다. 더불어 그녀는 독자들에게도 '함께'의 의미를 선사하며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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