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사슬
프리담 그란디 지음, 맹은지 옮김 / 북캐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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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러스 북 어워드 수상

USA북뉴스 최우수도서 선정

공포와 희망이 한데 섞인 심리 스릴러 최고의 작품

 

 

 

책 표지를 보자마자 호기심을 발동하게 한 작품이다.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으로,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불과 몇페이지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책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순간부터 책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범인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웠을뿐만 아니라, 서스펜스도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었다. 구성도 굉장히 치밀한 작품인데, 처녀작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저자는 아동,청소년 담당 정신과의학 박사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을 상담해온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인간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선과 악 그리고 미스터리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져 있다.

 

코네티컷 뉴베리의 조용한 마을의 어느 가을날 오후, 수입을 마치고 친구 멜리사와 헤어진 제닛은 좀 멀지만 흥미롭게 느껴지는 윌로우 호숫가를 따라 집으로 가던 중 사라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목요일, 동트기 전을 시작으로 시간순서에 따라 쉼없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자신을 찾는 호출에 소아과 응급실에 간 아동 정신과 의사 피터 그람은 그곳에서 나야 가족을 만나게 된다. 잠을 자던 나야가 2층 발코니 벽을 오르려던 것을 발견한 부모님이 나야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피터는 나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권하게 되고, 나야가 꿈을 꾸는 내용을 그림으로 정확히 그려내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나야는 꿈 속에서 제닛을 만나게 되고, 피터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자신을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반면, FBI 레이아는 제닛 트로이의 실종 사건을 맡게 되고, 실종된 아이의 부모와 이웃들과의 면담에서도 아동학대나 방치에 실종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과 실종에 대한 실질적인 단서를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찰나, 제닛 트로이의 시체를 발견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토막난 여자아이가 꿈에 나타났다는 나야와의 상담을 끝낸 피터는 식당에서 우연히 읽게 된 신문에서 제닛 트로이의 실종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놀라움을 경험하게 되고, 나야가 꿈에 대해 그린 그림을 가지고 사건 현장을 찾아 갔다가 레이아를 만나게 된다. 레이아는 피터에게 나야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후 지속적으로 나야의 꿈에 나타난 제닛을 통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피터는 나야에 대해 알기 위해 그녀의 외삼촌을 만나게 되고, 나야와 피터의 인연 그리고 피터의 전생에 대해 듣게 된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많은 것들이 증명되고 있지만, 우리는 종종 초자연적인 현상을 접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영혼이 있다?없다?라는 것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증명할 수 없는 많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사랑과 영혼'이나 우리나라 영화 '헬로우 고스트' 등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기대감이나 호기심이 만들어낸 소재가 아닌가 싶다.

<<영혼의 사슬>>은 이렇게 우리가 증명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영혼'이라는 소재로 흥미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가정환경과 성장환경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내면이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슬프고 아픈 어린 시절을 겪어왔다. 그 힘든 유년 시절로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누군가는 악마가 되었다.

 

"힘들고 폭력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꼭 살인 충동을 느끼는 건 아니에요."

"맞아요. 오히려 그 중 일부는 아이들에게 강한 보호본능을 갖게 되죠. (중략) 그런 아이들이 두 가지 부류 중 하나로 자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정신적 트라우마라는 게 사람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요." (본문 470p)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 나야, 그리고 아동정신과 피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니만큼 이 책 속에는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 프리담 그란디는 청소년 상담을 통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소설로써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피터의 실체와 예측할 수 없었던 범인으로 놀라운 반전을 가진 <<영혼의 사슬>>은 공포와 서스펜스를 보여줌과 동시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읽어도 절대 질리지 않을 이 작품은 흥미와 인간의 내면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너무도 잘 풀어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는 굉장한 힘을 가진 책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 책이 가진 강력한 힘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

 

(사진출처: '영혼의 사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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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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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한 제목이라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고양이는 굉장히 영특한 동물이라고 하는데, 길고양이라 불리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사실 한 때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어두운 캄캄한 밤에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반짝이는 눈은 왠지 섬뜩한 느낌마저 주곤했는데, 굉장한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 제목에 쓰여진 '고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나보다.

그 긴장감에 이끌려 받아보게 된 책이었는데, 책 띠지에 쓰여진 '지금 그의 유머가 폭발한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본 표지 삽화 속 고양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게 그려진 것을 보니, 예상과 달리 섬뜩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책 표지를 보고 난 뒤 배가 된 궁금증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428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10년 전, 여름도 저물어가는 무렵. 스시집 경영자인 고도쿠지 도요조의 저택 비닐하우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48세의 야지마 요이치로로 고도쿠지 저택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의원을 하는 의사였으며, 이 병원은 대대로 고도쿠지 씨 가족의 주치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건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마네키네코 마니아이기도 한 고도쿠지는 자칭 '이 도시 최고의 명탐정'이라 불리우는 우카이 모리오에게 삼색털 고양이 미케코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임대료가 밀린 우카이는 고양이를 찾는 일에 터무니없는 거액인 120만 엔을 제시한 고도쿠지의 일을 받아들이고 일에 착수하지만, 의뢰인인 고도쿠지가 자신의 저택 비닐하우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고도쿠지는 딸 마키가 보는 앞에서 살해되었는데, 범인이 고양이 탈을 쓰고 있어 인상착의를 제대로 보지 못한데다, 아버지가 죽으며 첫째 아들인 이름 '미키오'라는 다잉메시지를 남겼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스나가와 경부가 범인을 쫓는데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설상가상 고도쿠지 도요조의 영결식날 '뭐든 대행해주는 사람'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와무라 게이치가 화장실에서 살해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우카이 모리오는 고도쿠지의 의뢰를 완수하여 사례금을 받기 위해, 삼색털 고양이와 범인을 함께 쫓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는데, 탐정과 형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모습이 아웅다웅 재미있게 묘사된다.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고, 저택의 대문 앞에 놓여있던 마네키네코가 사건현장인 비닐하우스에 놓여진 시간에 대한 목격자들의 엇갈린 진술과 사건마다 등장하는 삼색털 고양이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는 알리바이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트릭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를 왜곡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간파한 경부의 노력으로 수사는 점점 활기를 띄게 된다.

 

"바로 '올바른 시곗바늘'과 '올바른 지도'를 찾아내는 거야. 이 두 가지면 사건은 해결돼." (본문 248p)

 

처음 기대와는 달리 '유머의 폭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내용 곳곳에 '이것이 저자의 유머인가?'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발견할 수 있었다. 유머라기보다는 작가가 좀 엉뚱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내용에 이런 유머가 어울리는걸까 싶었다.

그러나 이런 유머와 살해사건의 조합이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주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성넘치는 주인공들 덕분에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조금의 긴장감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애완문화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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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2 악의 교전 2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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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악의 교전>>을 읽고 하차 후, 집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10여분이다. 상가가 많은 골목을 6분여 걸은 후, 주택과 가로등만 있는 골목길을 4분 정도 걸어간다. 갑자기 등 뒤에서 저벅저벅 걷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게 된다.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 등으로 무서워진 세상인 탓이기도 하지만, 읽는내내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 이 책 때문이었다.

학생과 동료 선생님 그리고 학부형들로부터 인기와 신뢰를 얻고 있는 하스미 선생에게 학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너무 적합한 장소이다. 미스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밀실트릭에서 학교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1권에서 하스미는 자신을 귀찮게 하거나,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의심하는 존재가 있다면 가차없이 목숨을 앗아간다.

가타기리, 하야미, 나고시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고, 사실 2권에서는 가타기리와 하스미의 본격적인 두뇌 싸움을 기대했었지만, 나의 뻔한 추리와는 상반되게 이야기는 흘러갔지만 그 섬뜩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학교내 도청을 의심한 하야미는 홀로 학교에 남아 장치를 추적하던 중 하스미의 먹잇감이 되고 곧 죽음을 맞이한다. 하야미의 실종으로 인해 가타기리와 나고시는 경찰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하야미를 찾을 수 있는 단서도, 하스미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당신은 전율을 느끼고 싶어서 살인을 한다는 말이야?"

"아니. 살다 보면 누구나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잖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지. 나는 너희들과 비교해서 그런 순간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은 거야. 가령 살인이 가장 명쾌한 해결방법임을 알아도 보통 사람은 주저하지. 혹시라도 경찰에 발각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탓에 아무래도 공포가 앞서게 돼. 그러나 나는 달라. X-sports 애호가들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끝까지 해내거든. X-sports와 다름없이 중간에 망설이지 않고 위험해도 과감하게 질주하면 의외로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얘기야." (본문 52p)

 

하스미는 학생들을 살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축제에 사용할 유령의 집을 만들기위해 남아있는 학생들 모두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당연한 말이지만 진리다. 시체를 숨기고 싶다면 시체의 산을 쌓는 수밖에 없다. (본문 179 p)

결국 하스미는 그럴듯한 범인을 내세워 대량살인을 시작하고, 공중전화와 핸드폰이 모두 차단된 폐쇄된 학교에서 학생들은 죽음의 공포와 맞서야했다. 신경이 비틀리고 찢어지는 극한의 긴장 속에 있던 아이들은 하나 둘 죽게 되고, 자신이 짠 시나리오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즈음 경찰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로서 하스미 자신은 대량살인의 범인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은 최후의 생존자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시나리오에 생각지 못한 오점이 발견되고, 결국 그는 최후를 맞이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이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미 하스미를 사형시키지 못하게 막으려고 전국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급히 달려왔다. 이 유래없는 엄청난 변호인단은 지금까지 검찰 측이 신청한 모든 증거에 대한 동의를 유보하고 있다. (본문 413p)

 

뻔한 결말이라 할지라도 나는 하스미의 죄가 모두 밝혀짐으로써 정의가 살아있음을 밝혀내기를 바랐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권에서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른 하스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섬뜩함을 주었지만, 2권에서 이어진 대량살인은 현실과는 좀 다른 괴리감 때문인지 섬뜩함은 조금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미스터리에 비하면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이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결말이었고,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죄가 올바른 죄값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부분인데, 점점 무서운 사건이 생겨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죄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고취시켜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대하지 않은 결말이었지만, 이 결말이 현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합리한 처벌을 보여주는 듯 하여 (현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씁쓸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빌어먹을 상황이 일어나다니.....(본문 53p)

 

(사진출처: '악의 교전 2'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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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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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1년 일본에서 미스터리 소설 최고 작품으로 선정된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된 <<악의 교전>>에 대한 호평때문인지 무척이나 기대를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는 새로 상징되는 탓인지,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까만 까마귀의 모습이 왠지 암울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공포의 장소로 손꼽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앞으로 해가 진 뒤에는 학교 근처에는 무서워서 가지 못할 듯 싶다.

44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섬뜩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다가오는 공포로 읽는내내 긴장감에 휩싸여야했다.

'사이코패스'의 무서운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서 접해왔던 터라,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오는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노애락을 통해서 웃고, 우는 사람의 감정이 점점 소멸되어가면서 사회는 점차 악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 무서운 공포 속에서 만나게 된 <<악의 교전>>은 현 사회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무섭게 와닿는다.

 

 

 

마치다 고등학교 2학년 4반의 담임 하스미 세이지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신뢰가 두텁다. 2학년 4반은 문제아들이 모여있는 반으로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한다. 하스미는 담당하는 반과 담당교과목 외에 학생지도 및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데, 학생들을 압박해야 하는 득 될 것 하나 없는 역할이지만 오히려 자진해서 미움을 받는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교장이나 교감의 신뢰를 받았고, 학생들의 정보도 자연스럽게 모았다.

소노다 선생님한테 맞은 나루세 슈헤아의 변호사 아버지와 소노도 선생님과의 문제, 시바하라 선생님의 야스하라 성추행 문제, 아이들의 컨닝 문제 등 하스미 선생님은 학교의 문제를 차근차근 잘 해결해나간다.

신뢰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하스미는 구메 선생님과 학생 마에지마 사이의 동성연애 사실을 통해서 본색을 드러냈고, 하스미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의 과거가 조금씩 공개되기 시작하는데,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나 기쁨,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공감능력이 없었던 그의 과거는 놀라움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치밀한 계산 속에서 시행되는 그의 행위는 어느 누구도 그를 의심할 수 없었고, 자신을 의심하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을 하나 둘 제거해가는 그의 범행에는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마음이 없는 괴물인가요?"

"설마. 그렇지 않아.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단다. 단지 너는..............자연스러운 감정이랄까,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조금 모자랄 뿐이야." (본문 273p)

 

하스미는 자신의 목표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자살, 화재, 거짓을 통해 하나둘 제거하기 시작한다. 탁월한 직관력을 가진 가타기리는 학교에 연이어 많은 사건이 생기는 것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고, 평소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하스미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던 그녀는 하스미에 대한 의심을 떨칠수가 없다. 이렇게 하스미의 주도하에 섬뜩한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수학교사 스리이에게서도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람은 모두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고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도망치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매일이 고통스럽고 무섭고 절망적이라고 해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본문 439p)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선(善)하다 하였고,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惡)하다고 하였다. 나는 맹자의 성선설처럼 사람의 본성은 본디 선하지만 자라는 환경에 의해서 악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라온 환경이 열악하거나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지도 않았던 주인공 하스미를 보았을 때, 어쩌면 인간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스미는 우리가 감추고 있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철저하게 보여준 캐릭터였을까?

이런 생각들 조차 섬뜩하게하는 <<악의 교전>>은 오랜만에 책을 통해서 공포를 맛보게 한 작품이었다.

1부에서는 하스미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목을 조르는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하스미의 어떤 악한 모습을 보게 될지, 가타기리는 하스미의 본래의 모습을 들추어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본디 악한 존재라면 그 악함은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 이 의문도 함께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악의 교전 1'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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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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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일본 출판 사상 신기록 수립!'한 작품 <<백은의 잭>>의 소개문구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듯 싶어 선뜻 구입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단 몇권의 책으로도 그의 팬이 되어버렸기에 이번 작품에도 큰 기대를 걸어보았다.

더욱이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다가선 요즘 날씨탓에 이 작품은 겨울이 주는 설원의 즐거움을 먼저 느끼게 해줄 것만 같은 설레임도 함께 느껴보았다.

특히 이 작품은 저자가 영화화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이미 일본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하니, 기대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으리라.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만능 스포츠맨인데다 스노보더이기도 하다는데, 저자의 경험이 이 작품에서 생생함을 더해준 듯 싶다.

백은의 잭이란, 은색의 설원을 뜻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장악 등을 뜻한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로,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작품의 골자가 그대로 나타나(본문 中)있는 셈이다.

 

신게쓰고원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영화화하면 하얀 눈과 스키, 스노보더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할 것이다. 하얀 눈이 세차게 내리는 모습은 올 겨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리라.

1년 전, 스키장의 호쿠게쓰 구역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 스노보더와의 충돌로 이리에 카스미는 경동맥이 절단되어 사망에 이르렀고, 함께 있던 아들 타쓰키는 큰 충격을 받았다. 스노보더는 이미 도망쳤고, 이 사건으로 호쿠게쓰 구역의 운영은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겨울은 스키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더욱이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더없이 활기를 띄었고, 손님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1년 전 사고로 엄마를 잃은 타쓰키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아빠 이리에 요시유키는 아들을 위해 1년 만에 이 스키장을 다시 찾았고, 호쿠게쓰 구역에서 스키를 타보고 싶은 노부부와 다음 달에 있을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토도 이 곳을 찾았다.

이렇게 스키장이 활기를 띌 무렵, 스키장으로 하나의 메일이 도착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으로 눈 부족 현상이 일어나느 상황에서, 이번에 다행이 많은 양의 눈이 내려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온나화는 확실하게 진행 중이며, 여러분의 고민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분은 결코 온나화의 피해자가 아닌, 그것을 일으킨 원흉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산이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냈고, 그로 인해 땅이 드러나 물이 흐름을 바꾸는 등 환경 파괴를 자행했다. 그러한 환경 파괴 하나하나가 오늘날의 이상기상을 초래했다. 따라서 해마다 눈 부족 현상으로 고민하는 문제는 여러분의 자업자득이다. (본문 35p)

 

메일을 보낸 자는 스키장에 폭발물을 장치했으며, 그에 따른 거래를 요구했다.

사업본부 매니점 겸 로프웨이 기술관리자인 쿠라타와 패트롤인 네즈,에루 그리고 패트롤 신입 키리는 회사측의 결정에 따라 범인의 요구에 응하고, 직접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몇 차례에 걸친 범인의 요구로 인해 회사 측에는 미묘한 갈등이 일어나지만 간부측 결정에 따라야하는 직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익 창출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진, 손님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쿠라타, 그리고 범인의 실체를 밝히고 싶어하는 네즈 등으로 인한 갈등은 이윤 추구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꼬집는다.

 

저자는 <명탐정의 규칙>에서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같은 패턴으로 추리 소설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 대한 아쉬움 등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 기존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통렬한 비판이 느껴졌었는데, 하지만 이번 <<백은의 잭>>에서는 저자의 이런 성찰이나 비판에서 조금 멀어진 작품이 아니었다 싶다.

추리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긴장감도 다소 부족했으며, 싱겁게 끝나버린 결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범인의 협박 편지와 돈을 전달하는 장면은 몇 차례에 걸쳐지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반복적인 이야기로 단조롭게 느껴졌다.

더욱이 너무 아이러니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도 황당함을 느끼게 했는데, 저자는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영화화가 되는 것에 너무 큰 욕심을 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영상미 부분에 너무 큰 비중을 두다보니, 결말에 큰 힘을 내지 못한 듯 한데, 영화화했을 때 설원의 아름다움과 선수들의 멋진 레이스, 속도감 등은 꽤 흥미롭게 보여질 듯 싶다.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고, 결말이 조금 빈약하긴 했지만,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질주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기에 영화에서 보여줄 그들의 레이스가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백은의 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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