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일본 출판 사상 신기록 수립!'한 작품 <<백은의 잭>>의 소개문구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듯 싶어 선뜻 구입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단 몇권의 책으로도 그의 팬이 되어버렸기에 이번 작품에도 큰 기대를 걸어보았다.

더욱이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다가선 요즘 날씨탓에 이 작품은 겨울이 주는 설원의 즐거움을 먼저 느끼게 해줄 것만 같은 설레임도 함께 느껴보았다.

특히 이 작품은 저자가 영화화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이미 일본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하니, 기대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으리라.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만능 스포츠맨인데다 스노보더이기도 하다는데, 저자의 경험이 이 작품에서 생생함을 더해준 듯 싶다.

백은의 잭이란, 은색의 설원을 뜻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장악 등을 뜻한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로,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작품의 골자가 그대로 나타나(본문 中)있는 셈이다.

 

신게쓰고원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영화화하면 하얀 눈과 스키, 스노보더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할 것이다. 하얀 눈이 세차게 내리는 모습은 올 겨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리라.

1년 전, 스키장의 호쿠게쓰 구역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 스노보더와의 충돌로 이리에 카스미는 경동맥이 절단되어 사망에 이르렀고, 함께 있던 아들 타쓰키는 큰 충격을 받았다. 스노보더는 이미 도망쳤고, 이 사건으로 호쿠게쓰 구역의 운영은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겨울은 스키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더욱이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더없이 활기를 띄었고, 손님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1년 전 사고로 엄마를 잃은 타쓰키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아빠 이리에 요시유키는 아들을 위해 1년 만에 이 스키장을 다시 찾았고, 호쿠게쓰 구역에서 스키를 타보고 싶은 노부부와 다음 달에 있을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토도 이 곳을 찾았다.

이렇게 스키장이 활기를 띌 무렵, 스키장으로 하나의 메일이 도착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으로 눈 부족 현상이 일어나느 상황에서, 이번에 다행이 많은 양의 눈이 내려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온나화는 확실하게 진행 중이며, 여러분의 고민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분은 결코 온나화의 피해자가 아닌, 그것을 일으킨 원흉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산이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냈고, 그로 인해 땅이 드러나 물이 흐름을 바꾸는 등 환경 파괴를 자행했다. 그러한 환경 파괴 하나하나가 오늘날의 이상기상을 초래했다. 따라서 해마다 눈 부족 현상으로 고민하는 문제는 여러분의 자업자득이다. (본문 35p)

 

메일을 보낸 자는 스키장에 폭발물을 장치했으며, 그에 따른 거래를 요구했다.

사업본부 매니점 겸 로프웨이 기술관리자인 쿠라타와 패트롤인 네즈,에루 그리고 패트롤 신입 키리는 회사측의 결정에 따라 범인의 요구에 응하고, 직접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몇 차례에 걸친 범인의 요구로 인해 회사 측에는 미묘한 갈등이 일어나지만 간부측 결정에 따라야하는 직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익 창출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진, 손님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쿠라타, 그리고 범인의 실체를 밝히고 싶어하는 네즈 등으로 인한 갈등은 이윤 추구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꼬집는다.

 

저자는 <명탐정의 규칙>에서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같은 패턴으로 추리 소설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 대한 아쉬움 등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 기존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통렬한 비판이 느껴졌었는데, 하지만 이번 <<백은의 잭>>에서는 저자의 이런 성찰이나 비판에서 조금 멀어진 작품이 아니었다 싶다.

추리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긴장감도 다소 부족했으며, 싱겁게 끝나버린 결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범인의 협박 편지와 돈을 전달하는 장면은 몇 차례에 걸쳐지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반복적인 이야기로 단조롭게 느껴졌다.

더욱이 너무 아이러니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도 황당함을 느끼게 했는데, 저자는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영화화가 되는 것에 너무 큰 욕심을 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영상미 부분에 너무 큰 비중을 두다보니, 결말에 큰 힘을 내지 못한 듯 한데, 영화화했을 때 설원의 아름다움과 선수들의 멋진 레이스, 속도감 등은 꽤 흥미롭게 보여질 듯 싶다.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고, 결말이 조금 빈약하긴 했지만,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질주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기에 영화에서 보여줄 그들의 레이스가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백은의 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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