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2 악의 교전 2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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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악의 교전>>을 읽고 하차 후, 집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10여분이다. 상가가 많은 골목을 6분여 걸은 후, 주택과 가로등만 있는 골목길을 4분 정도 걸어간다. 갑자기 등 뒤에서 저벅저벅 걷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게 된다.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 등으로 무서워진 세상인 탓이기도 하지만, 읽는내내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 이 책 때문이었다.

학생과 동료 선생님 그리고 학부형들로부터 인기와 신뢰를 얻고 있는 하스미 선생에게 학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너무 적합한 장소이다. 미스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밀실트릭에서 학교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1권에서 하스미는 자신을 귀찮게 하거나,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의심하는 존재가 있다면 가차없이 목숨을 앗아간다.

가타기리, 하야미, 나고시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고, 사실 2권에서는 가타기리와 하스미의 본격적인 두뇌 싸움을 기대했었지만, 나의 뻔한 추리와는 상반되게 이야기는 흘러갔지만 그 섬뜩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학교내 도청을 의심한 하야미는 홀로 학교에 남아 장치를 추적하던 중 하스미의 먹잇감이 되고 곧 죽음을 맞이한다. 하야미의 실종으로 인해 가타기리와 나고시는 경찰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하야미를 찾을 수 있는 단서도, 하스미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당신은 전율을 느끼고 싶어서 살인을 한다는 말이야?"

"아니. 살다 보면 누구나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잖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지. 나는 너희들과 비교해서 그런 순간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은 거야. 가령 살인이 가장 명쾌한 해결방법임을 알아도 보통 사람은 주저하지. 혹시라도 경찰에 발각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탓에 아무래도 공포가 앞서게 돼. 그러나 나는 달라. X-sports 애호가들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끝까지 해내거든. X-sports와 다름없이 중간에 망설이지 않고 위험해도 과감하게 질주하면 의외로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얘기야." (본문 52p)

 

하스미는 학생들을 살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축제에 사용할 유령의 집을 만들기위해 남아있는 학생들 모두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당연한 말이지만 진리다. 시체를 숨기고 싶다면 시체의 산을 쌓는 수밖에 없다. (본문 179 p)

결국 하스미는 그럴듯한 범인을 내세워 대량살인을 시작하고, 공중전화와 핸드폰이 모두 차단된 폐쇄된 학교에서 학생들은 죽음의 공포와 맞서야했다. 신경이 비틀리고 찢어지는 극한의 긴장 속에 있던 아이들은 하나 둘 죽게 되고, 자신이 짠 시나리오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즈음 경찰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로서 하스미 자신은 대량살인의 범인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은 최후의 생존자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시나리오에 생각지 못한 오점이 발견되고, 결국 그는 최후를 맞이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이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미 하스미를 사형시키지 못하게 막으려고 전국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급히 달려왔다. 이 유래없는 엄청난 변호인단은 지금까지 검찰 측이 신청한 모든 증거에 대한 동의를 유보하고 있다. (본문 413p)

 

뻔한 결말이라 할지라도 나는 하스미의 죄가 모두 밝혀짐으로써 정의가 살아있음을 밝혀내기를 바랐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권에서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른 하스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섬뜩함을 주었지만, 2권에서 이어진 대량살인은 현실과는 좀 다른 괴리감 때문인지 섬뜩함은 조금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미스터리에 비하면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이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결말이었고,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죄가 올바른 죄값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부분인데, 점점 무서운 사건이 생겨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죄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고취시켜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대하지 않은 결말이었지만, 이 결말이 현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합리한 처벌을 보여주는 듯 하여 (현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씁쓸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빌어먹을 상황이 일어나다니.....(본문 53p)

 

(사진출처: '악의 교전 2'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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