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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ㅣ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2010,2011년 일본에서 미스터리 소설 최고 작품으로 선정된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된 <<악의 교전>>에 대한 호평때문인지 무척이나 기대를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는 새로 상징되는 탓인지,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까만 까마귀의 모습이 왠지 암울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공포의 장소로 손꼽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앞으로 해가 진 뒤에는 학교 근처에는 무서워서 가지 못할 듯 싶다.
44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섬뜩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다가오는 공포로 읽는내내 긴장감에 휩싸여야했다.
'사이코패스'의 무서운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서 접해왔던 터라,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오는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노애락을 통해서 웃고, 우는 사람의 감정이 점점 소멸되어가면서 사회는 점차 악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 무서운 공포 속에서 만나게 된 <<악의 교전>>은 현 사회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무섭게 와닿는다.
마치다 고등학교 2학년 4반의 담임 하스미 세이지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신뢰가 두텁다. 2학년 4반은 문제아들이 모여있는 반으로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한다. 하스미는 담당하는 반과 담당교과목 외에 학생지도 및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데, 학생들을 압박해야 하는 득 될 것 하나 없는 역할이지만 오히려 자진해서 미움을 받는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교장이나 교감의 신뢰를 받았고, 학생들의 정보도 자연스럽게 모았다.
소노다 선생님한테 맞은 나루세 슈헤아의 변호사 아버지와 소노도 선생님과의 문제, 시바하라 선생님의 야스하라 성추행 문제, 아이들의 컨닝 문제 등 하스미 선생님은 학교의 문제를 차근차근 잘 해결해나간다.
신뢰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하스미는 구메 선생님과 학생 마에지마 사이의 동성연애 사실을 통해서 본색을 드러냈고, 하스미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의 과거가 조금씩 공개되기 시작하는데,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나 기쁨,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공감능력이 없었던 그의 과거는 놀라움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치밀한 계산 속에서 시행되는 그의 행위는 어느 누구도 그를 의심할 수 없었고, 자신을 의심하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을 하나 둘 제거해가는 그의 범행에는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마음이 없는 괴물인가요?"
"설마. 그렇지 않아.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단다. 단지 너는..............자연스러운 감정이랄까,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조금 모자랄 뿐이야." (본문 273p)
하스미는 자신의 목표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자살, 화재, 거짓을 통해 하나둘 제거하기 시작한다. 탁월한 직관력을 가진 가타기리는 학교에 연이어 많은 사건이 생기는 것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고, 평소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하스미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던 그녀는 하스미에 대한 의심을 떨칠수가 없다. 이렇게 하스미의 주도하에 섬뜩한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수학교사 스리이에게서도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람은 모두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고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도망치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매일이 고통스럽고 무섭고 절망적이라고 해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본문 439p)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선(善)하다 하였고,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惡)하다고 하였다. 나는 맹자의 성선설처럼 사람의 본성은 본디 선하지만 자라는 환경에 의해서 악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라온 환경이 열악하거나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지도 않았던 주인공 하스미를 보았을 때, 어쩌면 인간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스미는 우리가 감추고 있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철저하게 보여준 캐릭터였을까?
이런 생각들 조차 섬뜩하게하는 <<악의 교전>>은 오랜만에 책을 통해서 공포를 맛보게 한 작품이었다.
1부에서는 하스미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목을 조르는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하스미의 어떤 악한 모습을 보게 될지, 가타기리는 하스미의 본래의 모습을 들추어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본디 악한 존재라면 그 악함은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 이 의문도 함께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악의 교전 1'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