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살인 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1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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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읽은 츠츠이 야스다카의 <<인구조절구역>>은 실버배틀을 통해서 노인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으로 고령화에 따른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을 했다. <<맛있는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이 책을 떠오른 것은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의 잘못된 편견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일 듯 싶다. 흔히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인생은 70세부터다 라는 말이 있듯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70세에도 건강하게 활동하고, 늦었지만 자신의 꿈을 되찾아보려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KBS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춘합창단'을 보면서 70세에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희노애락은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 충분히 노래할 수 있고 충분히 범인도(?) 잡을 수 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는 긴장감과 암울한 분위기가 압권인데, <<맛있는 살인사건>>은 살인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맛있는'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유쾌함과 코믹함이 어우려져있다. 그 속에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작가가 굉장한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캐릭터의 묘사가 굉장히 탁월했는데, 할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들의 특징이 너무도 잘 표현되고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라나이 가든에는 주로 노인들만 모여살고 있는데, 그들은 개성이 강한 할머니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할머니들이 한명, 두명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70세가 넘는 할머니들의 죽음은 고령에 따른 심장마비로 판명이 났지만,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75세의 글래디는 이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글래디와 그녀의 동생 에비는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지만 무시되어 글래디는 그녀의 친구 71세의 골집불통인 아이다, 굼뜬 83세의 벨라, 공주병인 80세의 소피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형사는 내가 늙은이였기 때문에 내 말을 무시한 것이다.

본때를 보여주마, 이 버릇없는 애송이 녀석아! (본문 155p)

 

이들은 범인이 남겨놓은 단서를 쫓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비열한 중개업자인 리오 슬레작, 미친 듯 보이는 그레타 크롱크, 아파트의 유지 보수와 정원 손질을 담당하는 착한 성품으로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대니가 용의자로 뽑히게 된다.

이들이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은 코믹과 로맨스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과 삶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연륜을 엿볼 수 있다.

 

세상아, 기다려라. 여기 사립탕정 글래디 골드가 나가신다.

마침내 감 잡았단 말이다! (본문 359p)

 

할머니들의 뒤죽박죽 좌충우돌 소란스러운 해결과정이었지만, 글래디는 놀라운 추리력과 용감무쌍함으로 범인을 찾아냈고, 버릇없는 애송이 녀석인 젊은 형사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다. 그러나 범인의 범행 사유는 너무도 슬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 인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고 할까? 아니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처단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 사회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것들이 아직도 살아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야. 누가 너희들처럼 불쌍하고 망령 든 패배자들을 원하겠어. 아무 쓸모도 없는 쭈그렁바가지에 휠체어와 보행보조기가 없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너희들! 가족조차 내팽개치잖아. 가족도 너희들이 죽기만을 바란다고!" (본문 414p)

 

추리소설에서 주는 고정관념이 있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기 마련인데 <<맛있는 살인사건>>에서는 이 두가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타파해주는 매력있는 작품이다. 홈즈와 같은 멋드러진 추리가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좌충우돌 추리과정은 충분히 멋있고 재미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한 축을 그은 그들은 이제 삶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할 설레이는 심장도 있다.

이 책은 코믹을 가미한 추리 소설 속에서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그들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잘못된 선입견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개성 강한 다섯 할머니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모처럼 재미있는 독서를 한 듯한 기분이다.

 

(사진출처: '맛있는 살인사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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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싸리 정사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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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 속에 사랑, 죽음, 인간의 본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미스터리물 <<저녁싸리 정사>>는 화장(花葬)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여기서 화장이란, '꽃으로 장사지내다'라는 뜻인데 수록된 단편단편에는 꽃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수록된 꽃은 트릭이 되기도 하고, 복선을 암시하기도 하고, 죽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은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어두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스며든 인간의 어두운 단면 위에 깔려진 아름다운 사랑이 꽃과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화장 시리즈가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저녁싸리 정사>>에는 '붉은꽃글자, 저녁싸리 정사, 국화의 먼지' 3편의 미스터리물과 유머를 가미한 미스터리 연작 '양지바른과(課) 사건부'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붉은꽃글자>는 그 반전이 너무 놀라웠는데, 이야기는 '나'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 탐욕과 분노가 가장 많이 수록된 작품인데, 그 감정들로 인한 충격적인 반전이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나는 꽃으로 돌팔매질 당하며, 꽃잎 한 장 한 장에 실린 죄의 무게에 파묻혔습니다. 그러나 한 마리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는 끝내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과도 같은 그 붉은색을 무언가 너무나 아름다운 것에 매료된 눈빛으로, 미소까지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문 81p)

 

표지 제목을 장식한 <저녁싸리 정사>는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정부 고위간부의 아내와 그 집 서생의 동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그 아내와 서생의 이름을 따서 '저녁싸리 정사'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이면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과 민중들의 고통, 아버지에 대한 복수 등의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이 단편에는 싸리꽃이 등장하는데, 이 꽃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이용된다.

 

<<국화의 먼지>>는 어두웠던 시대상을 가장 많이 반영한 작품으로 한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대륜의 국화꽃 떨어지는 한 잎에 나의 피도 함께 보내는 혼탁한 세상의 가을 (본문 243p)

 

이 단편에서 보여지는 국화는 국화가 가지고 있는 은유적인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포석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군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굴욕감과 천황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두 가지 심리를 이용한 이야기는 실제 역사사건 속에서 절묘하게 녹아내리고 있다.

 

<양지바른과(課) 사건부>는 총 3화로 구성된 작품으로 유머가 아주 많이 가미된 미스터리 물로 긴장감보다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블랙 코미디라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속에는 다이토 신문사의 한가로운 자료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회부에서 밀려난 시미다 과장, 아이코, 오가와, 로쿠스케 4명이 세 가지 사건과 맞딱뜨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수록한다. 기존에 수록된 단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시마다의 모습은 가족과 사회 속에 겉도는 현 가장들의 모습을 대면하고 있는 듯하다.

 

<<저녁싸리 정사>>는 표면에 드러난 내용보다는 꽃잎처럼 겹겹이 쌓여져 있는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면서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반전 속에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보여주는 부분으로 인해 씁쓸함이 느껴진다. 사랑 속에서도 서로 각자의 철저한 계획이 숨겨져 있고, 인간의 약한 본성을 이용한 사건이 안타깝기만 하다.

꽃, 암울한 시대적 배경, 사랑,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놀라운 반전을 가진 이 놀라운 작품 <<저녁싸리 정사>>는 다이쇼 시기를 배경으로 한 <<회귀천 정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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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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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추리소설 한편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기시작하면서부터 손을 놓기가 어려울 정도였기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동안에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책을 읽었다. 범인을 추리해가는 동안,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혼돈을 주고 있는데 범인이다,라고 확신할 때 쯤이면 또다른 용의자가 등장한다. 독자의 추리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이 정도면 작가의 구성력이나 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소설은 흥미로움과 재미 그리고 긴장감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에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놀라운 일도 아닌 거 같다. 9월 일본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궁금하다.

 

<<언페어>>추리소설 속에는 T.H. <추리소설>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소설 속 살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독자,형사 그리고 범인과의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6월 14일 건설 중인 채로 몇 년째 방치되어 있는 빌딩 앞에서 접점을 알 수 없는 두 명이 피살된 채 발견된다.

 

"이것이, 리얼리티."

"그리고, 독창성." (본문 12p)

 

범인은 범죄현장에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책갈피를 남겨둔다.

 

유키히라는 검거율 1위로 '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로 이 사건에 투입되는데, 소설 속 개성강한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인물로 굉장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나며 굉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 수사1과 과장인 야마지, 파트너 형사인 안도 역시 그녀에게 감히 반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강한 그녀에게도 악몽같은 사건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총기 발사로 인한 여론의 비난과 가족의 분열이었다.

 

그리고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들게하는 독자와 형사를 헤깔리게 하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이와사키 출판 편집자로 '실제 판매부수 10만 부. 매출 1억 6천만 엔'이라는 영업목표를 달성해야하는 감정보다는 이성적이면서도 냉철한 인물 세자키.

미스터리 작가로 소재의 고갈로 인해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소설가가 꿈인 다구치의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다루메.

W대학 문학부 7학년생으로 다루메를 통해 추리소설가가 되기 위해 다루메의 소설을 대필하는 리에코와 미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다구치.

다구치와 같은 대학 4학년생으로 2년째 행방불명이며, 리에코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차인 경험이 있는 히라이.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전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를 받게 되며, 히라이가 범인임을 확신하는 리에코.

작가 구루메의 비서로 소설 속 짧은 분량 속에서도 굉장히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마리.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 후 조금의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 속에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세자키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개최하고, 구루메가 심사위원으로 진행되는 '신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세자키의 친구 구리야마가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다. 범인이 남긴 책갈피는 세자키의 양복 주머니에서 발견되고 곧이어  여러 출판사들과 경찰에 범인이 쓴 작품이라 짐작되는<추리소설> 상권이 배달된다.

이 소설 속에는 그동안 일어난 살인 사건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범인은 이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낙찰하라는 요구과 함께 일주일의 기한동안 3사의 신문에 최저입찰가 3천만 엔을 게재할 것을 요구하였고, 입찰하지 않을 경우 또 한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무차별 살인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걸까?

편집자 구리야마 소헤이. 회사원 스즈키 히로무, 여고생 다츠이 마도카, 그리고 'S'라고만 표기한 남자 - 그들 간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네 명의 인간이 있으면, 이론상으로는 여섯 개의 관계 라인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경찰은 한 개의 라인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본문 141p)

 

이렇게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세자키는 사건의 실마리가 될 만한 2년전 한 청년의 응모작을 생각해내고, 유키히라는 점점 수사망을 좁히게 되지만,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범인은 또 한번의 살인 사건을 예고한다.

 

이 살인의 책임은, 내 소설을 무시한 경찰과 매스컴에 있다.

다음 살인은 1주일 후. 최저입찰가 1억 엔.

다음 피해자는 일곱 살 소녀. 그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나의 <추리소설>을 낙찰하라! (본문 203p)

 

우리가 추리 소설을 볼 때는 몇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그 법칙으로 인해서 독자는 범인을 추리해나가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 법칙 중에는 '범인은 클라이맥스에서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가 존재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라고 주목한 인물 중에 진실을 말하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독자들이 추리소설을 읽을 때 '리얼리티와 독창성'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뻔한 내용과 결말에 대해서는 인색한 점수를 준다. 이런 소설에 대해서는 악평과 독자들의 외면만이 남게 되는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리얼리티와 독창성'을 추구하는 독자와 편집자들을 꼬집고 있는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에서 작가는 독자,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독자와 편집자, 출판사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이 숨겨져 있는 듯 보인다.

 

 

 

저자의 의도가 어찌되었건 간에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쉴새없는 긴장감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또한 인물 하나하나의 묘사와 뚜렷한 개성 그리고 사건에 대한 뛰어난 묘사로 인해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오랜만에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와 긴장감을 모두 갖춘 추리소설 한편과 만나게 되었다. 범인이 밝혀질 때의 그 놀라움과 통쾌함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내가 쓴 <추리소설>은 완성된다. 현실적으로 관측되고, 증명된, 리얼리티 넘치는 소설이 된다. (본문 286p)

 

이 문구는 어쩌면 작가 자신이 이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기록한 내용은 아니었을까? ^^

 

(사진출처: '언페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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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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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처음 한 말은 탄식이었다. 정말 완벽하게 속고야 말았다는 작은 탄식과 기발한 트릭을 사용한 저자에 대한 감탄이 합쳐진 말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놀라운 트릭을 밝혀낼 수 있는 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저자의 트릭은 놀라웠다.

 

로트레크는 프랑스의 화가로 유명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의자에서 떨어져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고, 그다음 해에는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져버려 그의 다리는 더는 자라지 않았고, 결국 그는 15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짧은 난쟁이 형상으로 살아가야했다. 로트레크의 그림은 웃음 뒤에 가려진 인간의 비애를 누구보다 절묘하게 잘 잡아내었다고 하는데,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에서는 로트레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시게키를 통해서 로트레크가 가졌을 아픔과 고뇌를 담아낸 듯 보인다.

 

나와 시게키가 여덞 살을 맞이한 해 여름, 다리를 쭉 뻗은 채 엄청난 기세로 미끄럼틀을 내려가던 나는 미끄럼틀 중간에 멈춰버린 시게키를 걷어찼고, 시게키는 약 2미터 반 정도의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높이 10센티미터짜리 미끄럼틀 받침에 모퉁이에 척추를 부딪치게 되었고, 하반신이 더이상 성장하지 않게된 시게키를 옆에서 돌보고 헌신했다. 그 관계가 20년동안 이어졌고, 스물여덞 살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초대를 받아 구도 다다아키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휴가를 가게되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로트레크 저택의 주인인 기우치 씨의 딸 노리코와 동갑이자 동창인 마키노 히로코와 다치하라 에리가 두 발의 총상에 의해 순차적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처음 히로코가 죽은 후 경찰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리코와 에리의 살인사건이 또 일어난 대담한 사건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된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보다는 이 곳에 숨은 트릭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범인이 밝혀진 후 저자는 65페이지에 해당하는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트릭의 내용을 밝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내가 속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신선한 트릭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라는 표현이 전부이다. 이 굉장한 반전에 책을 다시 읽어봐야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싫다기보다는 유쾌한 느낌이었다.

트릭을 알고 다시 읽어본 내용 역시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 느낌은 책을 읽어봐야 알 것이다. 이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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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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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 최초로 밀실 미스터리를 다룬 밀실 트릭의 바이블'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바로 표지에 적힌 위 문구 때문이었다. 많은 추리소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밀실 트릭을 세계 최초로 다룬 작품이라고 하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쓴 작가가 <오페라의 유령>을 쓴 저자였다는 점은 나를 한번 더 놀랍게 했다.

사실, 읽기전에 세계 최초로 밀실 트릭을 다룬 작품이고, 1900년대 초 작품이라 현 추리소설에 비해 덜 화려하고, 덜 극적일 것이라는 것임을 감안하기는 했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내 '예상'이 너무 '적중'했다는 점이 스토리에 대한 긴장감을 반감시켜 읽어내려가는 동안 좀 힘이 빠졌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피해자도 범인도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나 탐정도 아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기자 룰르타뷰의 친구이다. 이런 이야기 구성을 볼때,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있는데 바로 <명탐정 셜록 홈즈>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그의 친구 왓슨 박사가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노란 방의 비밀>> 역시 룰르타뷰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듣고, 본 후 기록한 글이다.

1892년 10월 25일, 에피네 쉬르 오르주 마을의 상류, 생트 주느비에브 숲에 있는 글랑디에의 스탕제르송 박사의 저택에서 흉학한 범행이 발생했는데, 박사의 딸 스탕제르송 양이 그녀의 방 '노란 방'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범인은 귀신처럼 깜쪽같이 사라졌다는 점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으로 경시총감은 증권 도난 사건을 위해 런던에 파견되어 있는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에게 즉시 파리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보냈고, 풋내기 수습기자였던 조셉 룰르타뷰 역시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이 책의 화자이자 변호사인 생클레르와 함께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다.

 

원래 이름은 조셉 조세팡이었지만, 그의 활약으로 인해 '룰르타뷰'('자네의 구슬을 굴리게나'라는 말을 그대로 이어서 한 단어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도박의 '룰렛' 또는 '계속해서 직업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본문 23,24p))라고 불리었는데, 열 여덞살의 어린 룰르타뷰는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밝고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상할 정도로 진지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양의 뼈에 맞은 관자놀이의 상처, 눌린 듯한 목의 상처, 그리고 방에 흩어져 있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 벽에 묻어있는 혈흔, 그리고 의문스러운 스탕제르송 딸의 약혼자인 로베르 다르자크 등으로 사건이 해결점을 찾아가는 듯 보이지만, 유령처럼 사라지는 범인을 추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 그리고 수습기자 조셉 룰르타뷰는 그렇게 범인을 추적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는데, 혈기왕성한 룰르타뷰는 명탐정과의 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어했다, 지나치게 논리적인 롤르타뷰를 탓하는 프레드릭과 범인을 지목해두고 거기에 필요한 증거를 찾는 프레드릭의 수사상의 실수를 탓하는 룰르타뷰의 대결구조는 이 책을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자네는 정말 놀랄만한 인물이야. 그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말이지!. 게다가 대단한 탐정이 될 수 있겠어.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말일세. 너무 직감과 두뇌에만 의존하지 않았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내가 그 동안 몇 번이나 느낀 건데, 룰르타뷰 자네는 너무 추리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정말 그런 난폭한 직관으로만 사건을 보고 있으니...주의하는 게 좋을 걸세, 룰르타뷰 군. 자네는 지나치게 논리적이야. 논리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다뤘다가는, 언젠가 그 논리라는 녀석 때문에 큰 코 다치게 될 거야." (본문 125p)

 

"프레드릭 라르상 씨. 이 세상에는 섣불리 논리를 다루는 것보다 좀 더 경계를 요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종류의 탐정들에게 흔히 보이는 특유한 정신적 경향이지요. 본인은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그 논리라는 것을 자기가 바라는 쪽으로 서서히 구부러뜨리고 마는 것'입니다. 프레드릭 씨, 당신은 일찌감치 누가 범인인지 점찍어 놓고 있습니다. 프레드릭 씨, 그건 정말 너무 위험한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범인을 지목해두고 거기에 필요한 증거를 찾는다니!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수사상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자칫 잘못하면 거기에 걸려들고 맙니다!" (본문 126,127p)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고 룰르타뷰는 절망하지만, 결국'이성의 올바른 행동'으로 미스터리는 해결되었다.

너는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라....이마의 두 개의 혹을 양손으로 눌러 보아라. 그리고 생객해내는 것이다. 종이 위에 도형을 그리는 것처럼 확실하게 네 두뇌 안에 원을 그렸을 때, 너는 이성을 올바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본문 255,256p)

 

비록 내 예상이 적중한 결말이었지만, 거침없이 진행되는 스토리, 기자와 명탐정의 대결구조 등으로 내용면에서는 알찬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밀실 트릭은 예상했지만, 범인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던 작품이었는데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긴장감이 다소 부족했던 점 때문에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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