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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신간이 출간되면 관심을 갖게 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삐약이 엄마>>의 작가 백희나이다.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구름빵>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뒤이어 출간된 <달 샤베트><어제 저녁> 역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삐약이 엄마>>를 읽다보니,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오른다. 오리를 키우는 암탉 잎싹의 가슴 뭉클한 모성애와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던 이 동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되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삐약이 엄마>>는 유아/어린이를 대상으로 그 눈높이에 맞추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제 입양은 우리에게 꽤 가까이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현 우리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이혼의 급증으로 인해 편부모가족의 형태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인식의 수준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 뿌리 깊숙이 남아있는 그들을 향한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로보곤 한다. 우리는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혈연으로 이어져있고,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극히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을 갖추고 있다면 '가족'이라고 붙힐 수 있다는 착각. 그러나 가족은 이런 정상적인 구성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더이상 가족이라 할 수 없다. 혈연이 아닐지라도, 인종이 다른 다문화 가족이라 하더라도, 편부모 가족이라 하더라도 가족은 '사랑'으로 연결되어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삐약이 엄마>>는 바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진짜 이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니양이'는 뚱뚱하고 먹을 것을 욕심내는 성격에,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악명 높은 고양이다. 특히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은 니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다. 달걀로 저글링을 하고, 한 쪽눈을 게슴치레 뜬 니양이의 포스는 실로 대단하다.

어느 봄날 아침, 니양이는 암탈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없는 닭장에서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발견하게 된다.
윽~ 예쁜 달걀을 한 입에 날름 꿀꺽~하다니...볼이 미여질 듯한 니양이의 얼굴을 보라. 정말 심술궂고 못됐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가뜩이나 뚱뚱한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도대체 니양이의 뱃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배가 아픈 니양이는 똥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니양이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똥이 아니라, 작고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였다.

"내가 병아리를 낳았어!!!"

니양이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갓 태어난 병아리는 니양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니양이는 가슴이 뭉클해졌고, 병아리에게 '삐약이'라 부르며 니양이를 보호했다. 그러자 악명 높은 '니양이'라는 이름 대신 '삐약이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심술궂은 고양이와 연약하디 연약한 병아리가 가족을 이룬 모습이 너무도 이상하게 보일게다. 더군다나 달걀을 좋아하던 고양이가 아닌가! 그러나 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었고, 당당하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사랑'이라는 끈으로 충분히 이름붙혀질 수 있다. 악명 높은 니양이를 '삐약이 엄마'로 불러주는 닭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들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반성해본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너무도 거대했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된 선입견과 편견은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지고 하는데, <<삐약이 엄마>>와 같은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커진다. 화려한 색감이 없고, 풍성한 그림도 없지만 삽화가 가지고 있는 효과도 굉장하다.

흑백으로 그려진 니양이의 표정은 코믹하면서도 세심하게 그 특징이 잘 드러나있는데, 삽화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어진다. 그동안 저자 백희나는 좋은 그림책을 통해서 어린이와 만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이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사진출처: '삐약이 엄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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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그림책은 내 친구 31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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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표현한 표지 삽화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표지를 넘기자, 표지 뒷면에는 표지의 바느질을 한 천의 뒷면이 담겨져 있다. 바느질을 한 천의 앞뒤 모습을 책 표지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는게다.
말끔하고 예쁘게 보이는 표지 앞면과 달리, 표지 뒷면은 매듭을 지은 실로 지저분해보인다.
바느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삽화일 것이다. 번지르르한 앞과 달리 바느질의 마무리가 된 안은 늘 지저분하고 예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학교 가는 길><마음의 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세 작품 모두 이처럼 독특한 삽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독특함 속에서 공감을 형성하고 있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의 집>에서 저자는 '마음'을 주제로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에서도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대한 난해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아주 짧은 글에, 반복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이기에 읽기에 부담없는 간결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겨진 주제는 상당히 어렵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쉽게 이해하고 읽을수도 있지만, 마지막 삽화에서 그리 쉽게 단정지을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폴란드 전역에 있는, 서유럽에서 온 헌 옷을 파는 가게들에서 사 모은 천을 이용해서 바느질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의 바느질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했으니까요.
엉성한 부분도 실이 풀어진 곳도 있고, 바느질 뒷면도 그대로 보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 뒷면에는 삐뚤빼뚤한 실 자국이나 튀어나온 매듭 같은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본성은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일이나 마무리는 힘든 법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남들에게 보여 주는 앞면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본문 中)

이 책의 화자는 딸을 소개하고 있다. 동물의 특성에 빗대어 딸을 소개한 글을 읽으며 발랄한 한 소녀를 떠올려본다.
새처럼 즐겁다가 물개처럼 슬프고,
토끼처럼 얌전하다가 악어처럼 거칠기도 하며,
미어캣처럼 조심스럽다가 나무늘보처럼 태평스럽기도 하다.

물고기처럼 조용하다가 수탉처럼 시끄럽기도 하고,
뱀처럼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아기 새처럼 연약하기도 하다.
때로는 사자같기도 하고 때로는 아기 양같기도 하고,
돌고래처럼 친절하다가 늑대처럼 사납기도 하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변덕쟁이처럼 이랬다 저랬다 정말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그런데 비단 아이들만 이러는 것은 결코 아닐게다.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엄마의 내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를게 없다. 어떤 날은 아이의 실수를 보고도 쿨하게 넘어가지만, 어떤 날은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아이를 다그치고 나무란다.
인간이란 이렇게 완벽하지 않으며, 인간의 본성은 이렇게 동전의 앞뒷면처럼, 바느질의 안감과 겉감처럼 양면성을 보인다. 어린시절부터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고, 그렇게 살기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누구나 단점을 지니게 마련인가보다.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바느질을 이용해 천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삽화와 서로 상반되는 동물들을 통해서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저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쉽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저 인간의 본성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것을 잘 표현한 작품이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하려 할 찰나, 마지막 페이지는 또다른 생각으로 넘어간다.

우리 딸은

나에게 이 모든 것이에요. (본문 中)

휠체어에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
순간 '장애'를 다른 시각으로 보아왔던 나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화자의 딸도, 내 아이들처럼 이렇게 똑같은 인간의 본성을 가진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은 '평범한 우리네와 다르다'라는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단점을 지니게 마련인 우리와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진 단점과 소녀가 가진 단점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화자에게 소녀는 모든 것이며, 내 아이들도 내게는 모든 것이다.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던 그건 상관없다. 내 아이기에 내 모든 것이 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여태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다.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좀 난해한 작품이긴 하지만, 아이들 관점에서 표현된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걸로도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작품이며, 어른들에게는 그동안 가졌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서, 겉으로 보여지는 나와 감춰진 나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며, 장애가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처럼 특별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흔히 볼 수 있는 바느질한 천의 앞뒤에서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삽화는 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내게는 너무도 큰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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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wjdal 2022-09-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목화밭 회원님들 감사해요,
우리딸 보고싶다.추석 왕만두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 - 방사능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모녀 과학자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1
시모나 체라토 지음, 그라지아 니다시오 그림, 이승수 옮김, 이연주 감수 / 비룡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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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류의 삶은 크게 바뀌었지만, 환경 오염이라는 큰 오명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협하는 무서운 전쟁 무기를 개발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얼마 전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인해 세계는 공포에 떨게 되었는데, 이로서 공포가 아닌 인류의 행복을 위한 과학의 발달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사건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 자신들의 연구가 악보다 선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피에르 퀴리와 마리 퀴리 그리고 그들의 딸 이렌 퀴리이다.

이들은 놀라운 과학의 발전을 이룩했는데, 그에 못지않은 과학자로서의 올바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빛나는 인물이었다.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는 방사능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모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과학의 발전 속에서 인류가 명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여성 과학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마리 퀴리'인데, 그녀의 딸 이렌 퀴리 역시 인공 방사능을 발견하여 과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1800년대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았던 때이기에, 이들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열정과 노력은 그들의 업적만큼이나 값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날 이들의 업적과 삶에 더욱 주목하는 것일게다.

학창 시절 마리 퀴리에 관한 책은 많이 접해보았으나, 이렌 퀴리를 직접 다룬 책은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모녀를 함께 다루고 있는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책을 접할 수 있어 기쁨과 반가움이 앞섰다.

특히 이 책은 엄마 마리 퀴리가 화자가 되어 이렌 퀴리에게 여성으로서, 외국인으로서, 어머니와 딸로서 겪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주는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경쟁에서 진 이렌 퀴리를 다독이는 엄마로서의 마리 퀴리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도 큰 힘을 실어줄 듯 싶다.

 

"더는 능력이 안 된다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마렴. 처음 만난 어려움에 용기를 잃어서야 쓰겠니. 실수했다면 용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할 힘을 내야지. (중략) 경쟁심은 보다 깊이 보고, 서둘러 최선을 다하도록 부추기는 자극이 된단다. 우리를 늘 긴장 속에 있게 하지. 경쟁이란 힘든 일이지만 만족감도 있단다." (본문 15p)

 

 

 

이렌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늘 성공만 해온 엄마 마리가 경쟁에서 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마리는 돈이 전혀 없었기에 공부를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했으며, 여자들은 공부할 권리가 없었던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서 힘겹게 공부를 했던 일과 과학자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초창기에도 여기저기서 집어 온 볼품없는 도구로 실험을 했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돈벌이가 되는 과학이 아닌 순수 과학에 대한 꿈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마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남편 피에르 퀴리와의 만남, 그리고 폴로늄과 라듐의 발견과 딸 이렌의 출생과 190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얻게 된 과정이 마리의 회고를 통해서 전달되어진다.

 

'.......아시다시피 라듐은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 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의 비밀을 아는 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 인류가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지, 오히려 그 지식으로 말미암아 해를 입는 건 아닌지 스스로 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인류가 새로운 발견에서 악보다 선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본문 81,82p)

 

"우리는 과학을 인류의 선을 위해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과학의 결과물을 죽음과 부패의 도구로 변형시키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우리는 방사능으로 예전에는 치료하지 못하던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도앴어요. 하지만 앞으로 방사능으로 무기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본문 82p)

 

꿈을 갖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된 엄마 마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렌은 또 한번 힘을 내게 된다.여성들은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시절, 가난으로 인해 허기와 추위에 떨며 공부를 했던 그 때, 과학에 대한 열정과 꿈으로 그 어렵고 힘들었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마리의 삶은 우리들에게 큰 깨달음을 선사한다.

또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경제적인 부를 따르지 않고, 인류의 삶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순수 과학에 열중했던 과학자로서의 그들의 올곧음은 진정한 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엄마인 마리가 딸 이렌에게 들려주는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에 수록된 다양한 그림과 그들의 사진 속에서 과학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 우리 청소년들이 이들을 통해서 업적보다는 그들의 삶과 꿈 그리고 실패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희망에 주목하길 바란다.

우리는 항상 잘 닦여진 도로로만 걸어갈 수는 없다. 가끔은 길에 놓여진 바위를 치워야하고, 웅덩이를 뛰어넘어야하며, 세차게 내리는 비와 바람을 맞을 때도 있다. 마리 퀴리의 이야기는 이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용기를 잃어선 안돼."  (본문 85p)

 

(사진출처: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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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적극적인 권유로 읽게 된 책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였다. 덕분에 판타지 소설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얻게 되었는데 <<허쉬허쉬>>도 딸아이의 권유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판타지 소설은 무한한 상상력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의 출현으로 상상력이 배가되면서 판타지를 읽는 즐거움이 커졌다. 이 책에서도 무궁무진한 상상력이라는 소재가 판타지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자극시킨다. 거기에 달콤한 로맨스가 더해져 있으니 감수성이 한창 풍부한 사춘기 딸아이가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의 소재는 날개를 달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미소년이 담긴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잘생긴(?) 천사다.

<트와일라잇><렛미인>에서 보여지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달콤하고 위험한 로맨스처럼 <<허쉬허쉬>>에서도 위험하지만 달콤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미국 메인 주 콜드워터, 노라 그레이는 생물 시간에 전학생인 패치와 파트너가 된다.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패치를 보면 노라는 알 수없는 불안함을 느끼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패치에게 끌리고 있음을 느낀다.

패치와 만난 후부터 노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딱드리게 되고,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며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한 불안함을 느끼게 되자, 패치에 대해 알아보려하지만, 학적부를 뒤져보아도 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노라는 절친인 비와 함께 식사 중 새로운 전학생 엘리어트와 그의 친구 줄스를 알게 되고, 엘리어트와 친분을 쌓으려 하지만, 다가오는 패치를 막을 수 없었고, 스스로도 점점 패치에게 끌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노라는 엘리어트가 살인 용의자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에 전학을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설상가상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옷을 대신 입은 비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기자 노라는 더욱 불안에 휩싸인다.

더욱이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조정하는 듯한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패치 역시 노라를 더욱 힘들게 한다.

한편, 아버지의 죽음으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아왔던 노라는 새로 온 상담교사 데이브리아 선생님으로부터 패치와 가까이 하지 말것을 권유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노라는 패치의 등에 거꾸로 된 V자 모양의 두 줄기의 상처를 만지게 되면서 패치의 과거 영상을 통해 패치의 정체와 과거 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소녀를 사랑한 나머지 세상으로 떨어진 추락천사 패치, 너무도 인간이 되고 싶었던 패치가 인간 한 명을 구해주고 수호천사가 되거나 타락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네필림을 죽이고 인간이 되는 방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네필림의 후예인 노라는 큰 충격을 받는다.

 

"속으로 만족스럽지? 이게 네 목적이었지? 내가 널 믿게 만들어 놓고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네 본색을 드러내는 거 말이야!" (본문 340p)

 

이제 경찰도 선생님, 패치와 엘리어트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노라는 자신을 유인하기 위해 비를 위험에 빠뜨리고 덫을 놓은 곳으로 찾아간다.

 

중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의심과 사랑 그리고 진실, 위험한 상황이 끝임없이 쏟아지면서 재미있게 진행된다. 긴박한 상황 설정이나 긴장감이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어 약간은 밋밋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기존에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타락천사라는 소재와 위험한 로맨스라는 점이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 요소가 결말을 더욱 재미있게 이끌어주었던 거 같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항상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허쉬허쉬>>의 조금은 위험한 이 로맨스 역시 재미있는 책 중의 하나로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출처: '허쉬허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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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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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볼 때, 꼭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혼자 남으면 죽는다, 샤워씬에서는 꼭 죽는다, 도망가다 꼭 넘어진다 등등 영화 속에 꼭 등장하는 장면이고, 그 장면이 나오면 지레짐작 하면서도 오싹한 기분을 떨칠수는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결말이 뻔히 보이는 로맨스 소설에서도 해피엔딩의 결말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과 행복감을 느낀다. 추리소설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여지곤 한다.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비슷한 트릭이 보여지는 경우가 있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진행되게 될지에 대해 대략의 상황을 예건하게 된다. 놀라운 추리를 하는 똑똑한 사립 탐정과 사건을 해결한 실마리를 놓치곤 하는 경찰 그리고 사건의 주무대가 되는 밀실이나 죽어가는 순간에 피해자가 남긴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다잉 메시지’ 등은 추리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추리 소설의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게 되고, 작가들은 식상함이나 상투적인 느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요소들을 토대로추리소설을 써내려간다. 

<용의자 X의 헌신><백야행> 등을 집핍한 미스터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책 표지에 적혀진 문구가 심상치 않았다.

이 미스터리가 위험하다!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로 가득한 초현실 자학 미스터리

"본격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린다!" 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추리소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설레임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보다는 웃음코드를 더 많이 가진 작품이었다.
조연 오가와라 반조 경감과 주인공 덴카이치 탐정 두 주인공이 열 두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는데, 그 사건들을 통해서 추리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패턴을 소개하고, 비난하면서 추리 소설을 재평가하고 있다. 이는 미스터리 작가인 자신에 대한 성찰일수도 있으리라. 
오가와라 반조 경감을 자신은 탐정 시리즈의 조연에 불과하며,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고,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애꿎은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세우며 시간을 벌어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상투적인 말들을 내뱉어주면서,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까지 해주어야 한다는 푸념도 함께하고 있다.

나는 절대로 범인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주인공 덴카이치 탐정의 역할이므로, 그가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기 전에 내가 사건을 해결해 버리면 주인공은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탐정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사건 해결의 핵심이 되는 열쇠를 번번히 놓쳐야 한다. 용의자를 적당히 의심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운 좋게, 혹은 우연히라도 ’제대로 된’ 의심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본문 9,10p)

추리소설 속에 탐정들은 사건 현장에 어떻게든 알고 찾아온다. 지나가는 길이거나 혹은 사건과 관련된 누군가와 지인이거나, 의뢰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하는 일로 어떻게서든 사건에 연루되어 어느 누구도 찾지 않았지만, 제 때에 나타나준다. 그러면 경감은 "생초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니야. 물러나 있게."라는 구태의연한 대사를 읊어준다. 
사건의 패턴 또한 비슷하다. 트릭의 제왕인 밀실 선언,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를 설명하는 폐쇄된 산장의 비밀, 다잉 메시지에 대해 담은 최후의 한마디, 알라바이에 대한 트릭을 내세운 알리바이 선언, 동요 살인에 대한 트릭을 보여주는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등등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12가지의 사건은 그렇게 추리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의 패턴들을 소개함으로써 기존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리면서 비판하고 있다. 이 패턴들은 경감과 탐정의 대화를 토대로 주로 보여주고 있다.

"아, 또 밀실 트릭안가."
한마디로 지겹다. 요즘에도 과연 이런 패턴의 사건을 반기는 독자가 있을까 싶은데도 몇 건 중 하나꼴은 반드시 이런 트릭이 나온다. (본문 24p)

"요즘 세상에 밀실로 소설의 분위기를 띄우라는 건 한심한 요구야." (본문 30p)

"흔히 말하는 ’다잉(Dying)메시지’라고."
"골치 아프지요. 그 패턴은."
"그렇지, 뭐."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죠."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본문 93,94p)

"’알리바이 허점 찾기 식 탐정 소설’의 범인은 바로 저 녀석이에요. 결론은 언제가 똑같군." (본문 123p)

경감과 탐정은 소설 밖에서 추리 소설의 식상한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12가지 사건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살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이 책에서는 사건의 해결에 대해서는 그닥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어쩌면 독자들 역시 이런 흔한 트릭에 대한 뻔한 결말을 알고 있으리라 여겼기에, 추리 소설에 대한 작가의 심정을 담아낸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작가는 과연 흔해빠진 트릭으로 추리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만을 하고 있는 것일까? 두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는 독자들에 대한 야유도 함께 담겨져 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네만, ’알리바이 허점 찾기’ 패턴에는 고정 팬이 있어. 작가나 우리 같은 등장인물들은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 (본문 125p)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려는 독자란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대부분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판해 낸다.
"나, 소설을 중간쯤 읽다가 범인이 누군지 알아 버렸어."라고 말하는 독자가 잇다. 하지만 추리를 통해서 알아낸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녀석이야!’라고 적당히 꿰맞췄는데 결과적으로 들어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와 같은 ’꿰맞추기’식의 경우 예측이 한 인물로 모아지지 않는다. 독자의 범인 꿰맞추기는 경마의 우승마 예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본문 58p)

추리 소설의 상투적인 등장인물이나 패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독자들 역시 저자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뿐 아니라 예산과 시청률을 앞세우고 있고, 원작보다 질이 떨어지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담아냈다.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보다는 시청률 때문에 그러겠지. 원작의 복잡한 스토리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보다, 조금 진부하더라도 알기 쉽고 적당히 섹시한 내용을 넣는 편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어."

"요즘 미스터리 소설 부문에서 신인상이 많이 나오는데, 방송국이 스폰서를 맡는 겨우가 늘고 있어. 1000만 엔도 넘는 상금을 펑펑 쏟아 붓고 있지. 결국 드라마 원작을 구하기 위해서야." (본문 156,157p)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같은 패턴으로 추리 소설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 대한 아쉬움 토로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과 예산과 시청률을 앞세워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논리적인 부분을 배제시켜 드라마화 하는 방송매체에 대한 불만이 섞인 저자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이런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미스터리 소설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페이지가 쉴새없이 넘어갈 정도로 어리버리함을 설정해야하는 경감과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탐정이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코믹하고 재미있었다. 기존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통쾌한 비판,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 코믹 요소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비록 식상한 패턴이라고는 하지만 그 식상함이 바로 독자들이 추리 소설을 사랑하게 된 기본적인 요소였을지도 모른다. 그 요소들이 지금의 추리 소설이 사랑받는 하나의 분야로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필요 요소였다는 것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읽고나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식상한 패턴이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미스터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의 작품 세계에 한번 빠져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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