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굉장히 독특한 제목이라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고양이는 굉장히 영특한 동물이라고 하는데, 길고양이라 불리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사실 한 때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어두운 캄캄한 밤에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반짝이는 눈은 왠지 섬뜩한 느낌마저 주곤했는데, 굉장한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 제목에 쓰여진 '고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나보다.

그 긴장감에 이끌려 받아보게 된 책이었는데, 책 띠지에 쓰여진 '지금 그의 유머가 폭발한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본 표지 삽화 속 고양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게 그려진 것을 보니, 예상과 달리 섬뜩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책 표지를 보고 난 뒤 배가 된 궁금증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428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10년 전, 여름도 저물어가는 무렵. 스시집 경영자인 고도쿠지 도요조의 저택 비닐하우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48세의 야지마 요이치로로 고도쿠지 저택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의원을 하는 의사였으며, 이 병원은 대대로 고도쿠지 씨 가족의 주치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건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마네키네코 마니아이기도 한 고도쿠지는 자칭 '이 도시 최고의 명탐정'이라 불리우는 우카이 모리오에게 삼색털 고양이 미케코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임대료가 밀린 우카이는 고양이를 찾는 일에 터무니없는 거액인 120만 엔을 제시한 고도쿠지의 일을 받아들이고 일에 착수하지만, 의뢰인인 고도쿠지가 자신의 저택 비닐하우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고도쿠지는 딸 마키가 보는 앞에서 살해되었는데, 범인이 고양이 탈을 쓰고 있어 인상착의를 제대로 보지 못한데다, 아버지가 죽으며 첫째 아들인 이름 '미키오'라는 다잉메시지를 남겼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스나가와 경부가 범인을 쫓는데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설상가상 고도쿠지 도요조의 영결식날 '뭐든 대행해주는 사람'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와무라 게이치가 화장실에서 살해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우카이 모리오는 고도쿠지의 의뢰를 완수하여 사례금을 받기 위해, 삼색털 고양이와 범인을 함께 쫓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는데, 탐정과 형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모습이 아웅다웅 재미있게 묘사된다.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고, 저택의 대문 앞에 놓여있던 마네키네코가 사건현장인 비닐하우스에 놓여진 시간에 대한 목격자들의 엇갈린 진술과 사건마다 등장하는 삼색털 고양이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는 알리바이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트릭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를 왜곡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간파한 경부의 노력으로 수사는 점점 활기를 띄게 된다.

 

"바로 '올바른 시곗바늘'과 '올바른 지도'를 찾아내는 거야. 이 두 가지면 사건은 해결돼." (본문 248p)

 

처음 기대와는 달리 '유머의 폭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내용 곳곳에 '이것이 저자의 유머인가?'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발견할 수 있었다. 유머라기보다는 작가가 좀 엉뚱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내용에 이런 유머가 어울리는걸까 싶었다.

그러나 이런 유머와 살해사건의 조합이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주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성넘치는 주인공들 덕분에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조금의 긴장감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애완문화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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