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햐~!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처음 한 말은 탄식이었다. 정말 완벽하게 속고야 말았다는 작은 탄식과 기발한 트릭을 사용한 저자에 대한 감탄이 합쳐진 말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놀라운 트릭을 밝혀낼 수 있는 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저자의 트릭은 놀라웠다.

 

로트레크는 프랑스의 화가로 유명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의자에서 떨어져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고, 그다음 해에는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져버려 그의 다리는 더는 자라지 않았고, 결국 그는 15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짧은 난쟁이 형상으로 살아가야했다. 로트레크의 그림은 웃음 뒤에 가려진 인간의 비애를 누구보다 절묘하게 잘 잡아내었다고 하는데,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에서는 로트레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시게키를 통해서 로트레크가 가졌을 아픔과 고뇌를 담아낸 듯 보인다.

 

나와 시게키가 여덞 살을 맞이한 해 여름, 다리를 쭉 뻗은 채 엄청난 기세로 미끄럼틀을 내려가던 나는 미끄럼틀 중간에 멈춰버린 시게키를 걷어찼고, 시게키는 약 2미터 반 정도의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높이 10센티미터짜리 미끄럼틀 받침에 모퉁이에 척추를 부딪치게 되었고, 하반신이 더이상 성장하지 않게된 시게키를 옆에서 돌보고 헌신했다. 그 관계가 20년동안 이어졌고, 스물여덞 살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초대를 받아 구도 다다아키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휴가를 가게되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로트레크 저택의 주인인 기우치 씨의 딸 노리코와 동갑이자 동창인 마키노 히로코와 다치하라 에리가 두 발의 총상에 의해 순차적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처음 히로코가 죽은 후 경찰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리코와 에리의 살인사건이 또 일어난 대담한 사건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된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보다는 이 곳에 숨은 트릭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범인이 밝혀진 후 저자는 65페이지에 해당하는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트릭의 내용을 밝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내가 속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신선한 트릭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라는 표현이 전부이다. 이 굉장한 반전에 책을 다시 읽어봐야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싫다기보다는 유쾌한 느낌이었다.

트릭을 알고 다시 읽어본 내용 역시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 느낌은 책을 읽어봐야 알 것이다. 이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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