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살인 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1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읽은 츠츠이 야스다카의 <<인구조절구역>>은 실버배틀을 통해서 노인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으로 고령화에 따른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을 했다. <<맛있는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이 책을 떠오른 것은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의 잘못된 편견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일 듯 싶다. 흔히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인생은 70세부터다 라는 말이 있듯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70세에도 건강하게 활동하고, 늦었지만 자신의 꿈을 되찾아보려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KBS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춘합창단'을 보면서 70세에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희노애락은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 충분히 노래할 수 있고 충분히 범인도(?) 잡을 수 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는 긴장감과 암울한 분위기가 압권인데, <<맛있는 살인사건>>은 살인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맛있는'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유쾌함과 코믹함이 어우려져있다. 그 속에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작가가 굉장한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캐릭터의 묘사가 굉장히 탁월했는데, 할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들의 특징이 너무도 잘 표현되고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라나이 가든에는 주로 노인들만 모여살고 있는데, 그들은 개성이 강한 할머니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할머니들이 한명, 두명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70세가 넘는 할머니들의 죽음은 고령에 따른 심장마비로 판명이 났지만,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75세의 글래디는 이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글래디와 그녀의 동생 에비는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지만 무시되어 글래디는 그녀의 친구 71세의 골집불통인 아이다, 굼뜬 83세의 벨라, 공주병인 80세의 소피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형사는 내가 늙은이였기 때문에 내 말을 무시한 것이다.

본때를 보여주마, 이 버릇없는 애송이 녀석아! (본문 155p)

 

이들은 범인이 남겨놓은 단서를 쫓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비열한 중개업자인 리오 슬레작, 미친 듯 보이는 그레타 크롱크, 아파트의 유지 보수와 정원 손질을 담당하는 착한 성품으로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대니가 용의자로 뽑히게 된다.

이들이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은 코믹과 로맨스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과 삶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연륜을 엿볼 수 있다.

 

세상아, 기다려라. 여기 사립탕정 글래디 골드가 나가신다.

마침내 감 잡았단 말이다! (본문 359p)

 

할머니들의 뒤죽박죽 좌충우돌 소란스러운 해결과정이었지만, 글래디는 놀라운 추리력과 용감무쌍함으로 범인을 찾아냈고, 버릇없는 애송이 녀석인 젊은 형사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다. 그러나 범인의 범행 사유는 너무도 슬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 인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고 할까? 아니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처단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 사회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것들이 아직도 살아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야. 누가 너희들처럼 불쌍하고 망령 든 패배자들을 원하겠어. 아무 쓸모도 없는 쭈그렁바가지에 휠체어와 보행보조기가 없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너희들! 가족조차 내팽개치잖아. 가족도 너희들이 죽기만을 바란다고!" (본문 414p)

 

추리소설에서 주는 고정관념이 있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기 마련인데 <<맛있는 살인사건>>에서는 이 두가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타파해주는 매력있는 작품이다. 홈즈와 같은 멋드러진 추리가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좌충우돌 추리과정은 충분히 멋있고 재미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한 축을 그은 그들은 이제 삶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할 설레이는 심장도 있다.

이 책은 코믹을 가미한 추리 소설 속에서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그들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잘못된 선입견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개성 강한 다섯 할머니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모처럼 재미있는 독서를 한 듯한 기분이다.

 

(사진출처: '맛있는 살인사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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