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
정회성 지음, 홍지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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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영어능력평가(NEAT) 정책을 발표한 이후 쓰기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원어민처럼 말하기에 주목했던 영어교육의 중심에서 쓰기에 대한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교육정책의 변화로 인해 영어교육 현장의 교육 방침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 것은 영어교육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은 '영어일기 쓰기'라는 점이다. NEAT로 인해 영어로 글쓰기를 습관화 해야한다고 하니, 이제 영어일기 쓰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주니어김영사 <수학일기 쓰기><역사일기 쓰기>에 이어 출간된 <<혼자서도 술술 열어일기 쓰기>>는 NEAT에 대비한 실전 지침서로서 쓰기에 대한 걱정을 덜어줄 것이다.

사실 나는 영어관련 교재는 그 어떤 분야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다. 바로 큰 아이의 영어교육 때문인데, 지금까지 영어학원 다니지 않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잘 선택하기 위해서다. 다행이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영어 실력이 뒤쳐지지 않아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로 인한 쓰기에 대한 고민은 <<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로 해결할 수 있을 듯 싶다.

 

 

영어일기를 쓰면, 어휘와 문법을 많이 알게 되고, 매일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쓰기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휘와 문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 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레 말하는 능력도 길러지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 글을 구성하는 능력, 사고하는 능력까지 기를 수 있다는 좋은 점(머리말 中)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아이 스스로가 영어일기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터라, 큰 아이 역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학일기 쓰기><역사일기 쓰기>에서 보여준 구성을 보면, 쉬운 설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시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에서 보여주는 구성 역시 가장 많이 쓰는 문장 패턴을 자연스럽게 따라 쓰면서 일기를 완성할 수 이끌어주어 참 마음에 든다.

 

 

 

<<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는 30가지의 주제를 수록하여, 각 주제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장 패턴을 통한 기본적인 영어일기를 보여준다. 영어일기와 해석된 문장을 통해서 필요한 단어와 문법을 알려주는데, 여기에서 ★,★★로 표시된 중요표현은 Keeping My Diary를 통해 익히면서 스스로 한 줄 일기를 완성토록 하였다.

 

 

 

이어 Diary Review에서는 틀린 문장을 맞는 문장으로 고치면서 영어일기 쓰기에 필요한 영문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였으며, Boys and Girls' Diary에서는 앞에서 익힌 문장 패턴 속에 주어진 단어들을 넣어 남자아이와 여아자이와 일기장을 완성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에서는 직접 영어일기를 써 볼 수 있기 때문에 영어일기 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구성들은 영어일기를 쓰면 좋은 점들을 두루두루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어 그동안 접했었던 영어일기 쓰기의 다른 교재보다 월등히 마음에 든다. 책 제목처럼 '따라 쓰기만 해도 영어 쓰기 실력이 향상' 될 수 있는 구성이기에 꾸준히 따라 한다면 영어 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영어일기 쓰기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도 혼자서도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는 국가영어능력평가(NEAT)에 대비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리라.

 

(사진출처: '혼자서도 술술 영어일기 쓰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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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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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랑 오늘 총 다섯 번.....음, 랄라랜드에 갔다. (본문 8p)

 

책 제목을 처음 본 순간부터 랄라랜드가 어딜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음....이 친구가 게임방에 드나드는 게임 중독증인가보군, 이라는 어설픈 상상력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7/9 월요일을 시작으로 9/7금요일까지 주인공 용하의 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열일곱 살의 용하는 '기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이들 가족은 돌아가신 이모할머니가 남겨주신 여관을 개조해서 만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이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삼 년 전 큰외삼촌에게 보증 서 준게 잘 못되면서 순식간에 집을 날리고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아빠는 택시 회사 휴게실이나 택시 안에서 쪽잠을 잤고, 엄마는 그간 연락이 소원했던 이모할머니 여관에서 쥐꼬리 월급을 받으며 겨우 숙식을 해결했으며, 용하는 중학교와 아빠의 택시 회사 사이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홀로 기거하게 되었다. 이모할머니의 지병이 악화되면서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엄마 앞으로 물려준 탓에 몇 달 전에야 함께 살 수 있었다. 용하의 기면증은 엄마 아빠는 아직 모르는 사실, 그러나 장기투숙자인 '망할 고' 할아버지는 용하의 기면증을 눈치채고 일기를 쓰기를 권유한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일기는 첫날 날짜와 날씨를 쓰고 '일기 끝'을 시작되었지만, 점점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비밀노트의 준말인 '비-트'라는 이름으로 용하의 동반자가 된다.

 

그러나 전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면증이 있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서 용하는 족제비턱, 큰바위얼굴, 칼귀 세 아이의 괴롭힘을 감내해야했다. 아이들의 괴롭힘에 발작이 시작되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우스꽝스러운 표정까지 들킬세라, "난 쓰러질 때마다 랄라랜드로 가거든." (본문 25p) 이라고 말해버린 탓에 그들의 괴롭힘은 더욱 커지지만, 같은 반 여학생인 나은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잘못인 것 같다. 애당초 이런 쪽팔리는 병에 걸린 내 잘못이다. 하루하루가 짜증 난다. 인생을 통째로 빨리감기 해서 그냥 결말만 보고 싶다. (본문 31p)

 

용하는 장영주가 연주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비탈리 샤콘느'를 즐겨 듣는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홀로 구덩이에 빠져 절규하는 듯한 비통함은 감정을 무뎌지게 해 주는 일시적인 진통제 같은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용하네 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은새는 '용하네 집'의 손님으로 장기투숙하게 된다. 별 모양 감자로 만들려고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진 틀에 끼워 넣는 가족, 숨이 막히는 집에서 뛰쳐나온 은새는 그렇게 용하와 동거(?)하게 된다.

갑자기 찾아온 이모할머니의 하나뿐인 혈육인 피터 최가 게스트하우스를 되찾겠다고 찾아오고, 설상가상 용하의 기면증까지 알게 된 부모님, 그리고 그동안 용하는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용하네 가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불안한 가족, 자신의 병, 친구의 괴롭힘에 이제 게스트하우스까지 사수해야하는 용하의 삶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기면증을 속이기 위한 '랄라랜드'는 이제 용하가 꿈꾸는 새로운 희망의 장소가 된다. 가족의 모든 고민을 혼자 끌어앉고 어쩌지 못했던 용하, 한없이 착한 탓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말하지 못했던 아빠와 엄마, 짜여진 삶에 진저리를 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부딪쳐 싸울 준비를 하는 은새까지..이제 이들은 자신만의 랄라랜드가 있어 삶이 좀더 행복해지게 되었다.

살아가는 동안 너무도 많은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 희로애락에 폭풍에 떠밀리듯 뒤로 한 발 물러서지도 말고, 벌떡벌떡 널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도 하지 말고, 비트에 몸을 맡기고 오롯이 느낀다면 자신만의 랄라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점점 움츠러드는 아이들, 그들에게 '랄라랜드'를 통해 꿈을 꾸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희망이라는 불빛을 보여준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는 너무도 팍팍해진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즐거운 비트를 선물해 준 작품이 되어주리라.

 

나는 지금 친구들과 함께 랄라랜드에 갈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가슴이 드럼비트를 치는 것처럼 두그두그두그하다. (본문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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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3
이종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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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동화형식을 통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철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이 시리즈를 통해서 벗어버릴 수 있었는데,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었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부족함없는 내용은 나를, 철학으로 이끌게 했다.

그동안은 플라톤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 홉스의 리바이어던 등 서양철학을 주로 접했는데, 이번에 접하게 된 책은 우리나라의 철학을 담은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다.

자전설을 주장하고, 만물은 물질로 되어 있으며 자연을 먼저 이해한 다음 그것을 잘 이용하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그의 철학 사상이 서양 철학사상 못지않았음에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그렇다면 최한기, 그는 누구일까?

최한기는 19세기 초인 조선 시대 후기에 살았던 학자로, 자기 배를 채우는 데 급급했던 관리들의 부패정치에 한탄하면서,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힘썼던 선비다. (본문 38p)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에서는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변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최한기의 사상에 대해 계동이와 소동이 쌍둥이 형제를의 귀신 소동을 시작으로 알아가게 된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일어났다가 귀신을 보게 된 계동이와 소동이는 이튿날 친구들과 함께 귀신을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모여든다. 한밤중에 또다시 나타난 귀신은 결국 쌍둥이 누나의 분장연습을 위한 장난으로 밝혀지고, 철학을 전공한 아빠는 조선의 철학자 최한기의 말씀에 따르면 귀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세상은 오직 기(氣) 즉,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귀신은 없다고 봐야한다.

아이들은 전날 밤 아빠가 내준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경험→추측→검증에 의해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계동이네 반은 반장이 전학 가면서 새로운 반장을 선출하게 되고, 선생님은 '복수나 원한은 한 개인의 사사로운 문제이고, 어진 인재를 추천하는 것은 한 나라를 위한 것'이므로 감정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후보를 추천하라며, 최인기가 쓴 책에 나온 말을 인용한다.

'뽑힌 자들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이 원하는 것에 따라 해야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어기고 마음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백성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관리를 둔 것이지, 그들의 부귀와 향락을 위해서가 아니다.' (본문 85,86p)

 

그러던 중, 학급에서 민지의 머리핀이 도둑맞는 일이 생겨나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배웠던 성악설과 성선설을 들먹이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지만, 선생님은 최인기가 생각한 사람의 성품은 착하고 나쁨이 없다, 즉 사람들이 선하고 혹은 악하다고 하는데 과연 선하고 악한 것이 무엇이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성무선악설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과학의 힘을 빌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어보라고 한다.

 

"인간과 상관없이 스스로 그렇게 있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선하다, 악하다 하는 가치는 사람이 만들어 낸 이치이다. 그러니 공부하는 사람은 자연의 의치로 표준을 삼고, 가치문제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 자연의 이치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나, 가치문제는 인간에 속하여 이것을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다." (본문 118p)

 

일요일 부모님을 졸라 갯벌 탐험을 가게 된 쌍둥이는 '자연을 먼저 이해한 다음 그것을 잘 이용하되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했던 최한기 철학의 핵심을 이해하게 되고, 계동이는 최한기처럼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아빠 말론 세상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철학자란다. 철학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닌가 보다.' (본문 175p)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는 최한기의 기학을 우리 일상의 생활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동화적인 스토리를 가미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며, 철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문이며, 그리 어려운 분야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기학을 통해서 스스로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도 스스로 자문하고, 생각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왜''어떻게'를 저절로 깨닫게 도와주는 이 시리즈의 장점이 이 작품 속에서 잘 드러나 있다.

덧붙히자면,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더욱 단단히 해주는 부분이 될 듯 싶다.

 

 

(사진출처: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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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소녀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2
이경화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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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너무도 무책임한 엄마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아무말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재희에게도 화가 났다. 재희를 이용하기만 하려는 친구들, 조롱하는 친구들에게도 화가 났고, 재희를 좀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선생님에게도 화가 났다. 어쩌면 나는, 성적과 친구 관계, 폭력과 왕따로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이 사회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출판사 서평에 의하면, 청소년 자살의 동기는 가족과 갈등이 36.6%, 친구와의 갈등이 25.6%, 학업문제 등이 12.2%로 나타났으며, 가정불화, 친구와의 관계, 학교폭력 및 집단따돌림 등의 원인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에 선진국들과 같이 죽음교육에 대한 시행이 절실함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영어,수학,국어,과학..등 학업 성적과 대학진학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터라,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청소년들이 서 있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이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인 나는 그들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다.

 

슈베르트이 현악 4중주 14번 D단조, 지금 나한테 어울리는 건 바로 날카로운 현악기의 비장한 D단조다. 열일곱, 나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소멸하고 있는 것 같다. (본문 41p)

 

(이미지출처: '네이버'_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가 1915년에 그린 그림 <죽음과 소녀>는 열일곱 살 소녀가 잔뜩 겁을 먹고 불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안고 있으며, 소녀는 죽음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듯 그려진 그림이다.

또한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는 깊은 우울에 빠져 있던 슈베르트가 자신의 어두운 삶을 반영한 작품으로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을 의미하는 음악이다.

열일곱 살의 재희 역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으로도는 부족한 그래서 마음을 끌어내리는 이 작품들에 빠져있다. 마치 소녀가 된 듯 재희는 그림에 매달렸고,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를 들으면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그림 속 소녀처럼 불안해 보이는 재희는 긴 머리에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긴머리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방어막이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면 머리카락이 내려와 시선이 차단되고, 세상의 모든 그들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친구의 변심과 완벽한 가정을 망가뜨렸다며 망가진 자식 취급을 하는 엄마, 학업 성적으로 선악을 구분하는 사회 속에 다른 사람 눈치 보는 법을 배운 재희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소외되어 위축되어 있다.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에 빗대어진 재희의 모습을 재구성한 작품)

 

엄마의 완벽한 가정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는 순간에만 거론되는 망가진 자식이다.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없도록, 죄인에 대한 낙인은 일 년에 네 번, 일제고사 때마다 정확한 숫자로 포기된다. (본문 23p)

 

하지만 자신만의 태양이 있다고 믿는, 자신만의 창을 열어 주겠다고 말하는 다정한 아빠가 있어 재희는 하루하루를 감내한다. 집안의 냉기 이후 갑작스러운 이사와 전학가게 된 재희는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자신을 피피라고 불러주길 원하는 공필순과 친구가 된다. 피피로 인해 1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세계를 알게 되었고, 피피의 친구들이 모두 피, 돌림이듯이 재희는 재피가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희는 아빠가 바람을 핀 탓에 도망치듯 이사를 하게 된 것임을 알게 되고, 욕실에 붉은 물이 흘러넘치고 눈동자가 허옇게 된 엄마를 발견하면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잊었던 기억, 자신이 그토록 빨강색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비로소 기억하게 된다. 설상가상 피피는 '병신같은 년'이라는 악다구니와 함께 사라지고 재희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이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 힘들어.

나는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 삶의 바람이 내어놓은 구멍에 삼켜지기 전에 말이야. 그건 너무 비참하고 끔찍해.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야. 벗어나고 있어, 벗어나고 있어, 나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삶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베푸는 배려, 나의 고통을 헤아려 너무 원망은 말아줘. (본문 142p)

 

예전에 읽은 자존감에 관한 책을 인용하자면, 자존감은 부모의 양육 태도를 통해 형성되고 기초적인 뿌리가 만들어지며 이후 학교 생활 및 또래 관계 속에서 조금씩 교정되어진다고 한다. 재희의 엄마는 재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쓰레기 취급하였고, 재희를 완벽한 집안을 망치는 존재로 치부하면서 재희의 자존감을 짓밟았다. 이 낮은 자존감은 결국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도 그들에게 내쳐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점점 움츠러 들고 있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더 이상 갑갑해하고 싶지 않다. (본문 181p)

 

그래도 재희를 사랑하는 아빠와 오빠, 미안해하는 엄마 그리고 모두 아닐 것 같았지만 자신을 신경써주었던 친구가 있었기에 재희는 다시 용기를 내본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신기하리만치, 재희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되었고,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보기도 한다. 작가 김연수는 자신의 소설 속에 '1천65억 개 중의 하나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걸 뜻한다.'고 했다. 더이상 아무것도 아니라 특별한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찾아가는 재희의 시작에 희망이라는 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의 조바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조바심은 읽는내내 너무 암울하고 어두운 탓에 재희에게 희망이 존재할 수도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탓이다.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에 빠지게 되지만, 그로인해 잊고 있었던, 아니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가면서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재희를 보면서 긴장을 풀어본다.

 

창문이 닫혀 보이지 않아도 태양은 언제나 환하게 떠 있단다.

알고 있지? 사랑하는 우리 딸,

재희가 자기만의 창을 발견하는 그때 아빠도 힘차게 같이 열어 주마. (본문 21p)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유혹에 빠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어두워보이지만 희망은 늘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창문 너머로 떠 있는 태양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태양을 볼 수 있는 그 마음은 서로간의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됨을 기억해보자.

 

(사진출처: '죽음과 소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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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1 자모사이언스 21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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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과학은 우리 생활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피부에 와닿기에는 좀 어렵다. 생물을 분류하고, 과학의 원리를 알아가는 일들이 과학의 발달로 인해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과 큰 관련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생소한 용어탓에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과 까다롭고 지루할 듯한 법이 만나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가 탄생했다. 과학과 법은 별개의 학문인 듯 싶은데, 과학을 법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구성이 생소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각각의 분야가 모두 어려운 학문인데, 두 학문이 만났으니 얼마나 까다롭고 이해하기 힘들까?

하지만, 자음과모음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시리즈>를 만나 본 터라, 이 시리즈가 어떻게 이 난해함을 풀어냈을지에 대한 기대가 더 컸으며, 역시나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시리즈는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과학이 바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학문을 연구하는 분야라는 것을 정확히 되짚어주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생물의 기초>>부터 시작된다. 과학공화국 국민들의 생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생물에 대한 관한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자, 생물에 의해 판결을 내리는 새로운 법정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생물법정'이 탄생되었다. 초대 생물법정 판사는 생물짱 박사가 맡았으며, 두 명의 변호사는 생물에 대해 그리 깊게 알지 못하는 생치와 생물경시대회에서 항상 대상을 받았던 생물 천재 비오가 선발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 책에서는 총 17건의 생물과 관련된 사건을 집중 조명하게 된다.

우주선에서 지독한 바우기 냄새를 뀐 왕방구씨 탓에 10일동안 힘들었던 이예민은 귀환하자마자 병원에 입원후 왕방구 씨를 고소했다. 참을 수 없는 생리현상에 의한 것으로 왕방구 씨의 책임이 없다는 생치 변호사와 특별한 공간에서 10일 동안 살아가야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비오 변호사는 이가스 변호사의 방귀에 대해 알아가면서 진위를 가리게 된다.

이귀돌 캐스터가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를 듣고 기온을 맞추면서 인기 스타가 되자, 조작이라며 이귀돌 씨를 고소한 기상방송 연합회는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귀뚜라미도 온도가 높아지면 울음소리를 내는 횟수가 많아지고 추워지면 줄어듭니다. 8초 동안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의 수를 헤아리고 그 수에 5를 더하면 바로 그 숫자가 귀뚜라미가 있는 곳의 온도입니다. (본문 47,48p)

 

록 그룹 연습실 옆 농장의 젖소의 우유생산량이 줄어들었고, 발전소 때문에 물고기는 잠수병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으며, 비둘기 사육사는 관리 소홀로 비둘기의 몸이 뚱뚱해져 비둘기 택배를 할 수 없게 되자 고소를 당했다.

두 마리의 코브라를 같이 사육한 동물원은 관리 소홀로 고소를 당하고, 상황버스푸드의 인기로 버섯가공식품의 심사비로 재미를 본 거생물학회는 미생물학회에 고소를 당하고, 놀이동산 옆 논의 쌀 수확량이 줄어들어 놀이동산도 고소를 당했다.

그들이 고소를 당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판결이 났는지를 알아가는 동안 독자는 곤충, 동물, 야생동물, 미생물, 식물, 소화, 호흡, 유전에 관한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연과 인공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자연 파괴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수록됨으로써 자연과 인공과의 만남에서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되짚어 줌으로써 우리가 생물에 대해 배우고,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메시지 또한 전달한다.

 

최근 자연과 인공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자연 파괴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연적인 환경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문명의 발전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과 인공과의 만남에서 자연이 파괴될 소지가 있다면 인공적인 시설물을 세우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본문 81p)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1-생물의 기초>>는 과학을 우리 생활과 접목시켜 우리 생활 속에서 있을법한 재미있는 사건들을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해결한다. 왠지 어려울 듯 싶은 생물, 법정 이야기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재미있게 생물의 기초를 알려주는 구성은 과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끌어준다.

1권을 접하면서 나는 이 시리즈에 무한 애정이 생겼음을 느꼈다. 편독이 심했던 내가 자음과모음의 법정시리즈를 만나면서부터 다방면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너무도 만족스럽다.

아울러, 과학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중학생 큰 아이에게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 작은 아이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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