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만화로 읽다 -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9월
품절



지금 우리는 넘쳐나는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살고 있다. 단순히 이미지의 폭우 속에서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느냐에 관점을 두면서, 이제 그림을 보고 즐기는 것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다양한 구성의 미술 서적이 출간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대한 어려움, 난해함을 호소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그 해답을 풀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하였으며, <<미술, 만화로 읽다>>는 만화라는 구성을 통해서 어렵고 난해해하면서도 왜 미술에 감동받고 싶어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작품 앞으로 이끄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불가해한 매력을 풀기 위해 한 번쯤 미술에 대해 정의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본문 17p)



미술을 이루는 세 가지의 요소는 작품과 작가 그리고 '그림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끝없는 자기 반영이 기록된 예술 작품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보는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와 대화를 한다. 그리고 본다는 이 행위가 작품에 작용하여 비로소 예술의 의미가 생겨난다.'(본문 26p)고 설명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가장 민감하고 극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 즉, 예술가들은 자신들만의 상상력과 방식으로 그것들을 토해내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그들과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도시적이고 규정적인 해석은 그림을 보는데 오리혀 방해가 될 뿐이다.



1장에서 이렇듯 작가가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설명한다면,

2장 캠버스 위의 암호문
3장 미술과 장르
4장 장르를 넘어서

에서는 왜 이해하기 어려운지를 논하기 위한 답을 찾기 위해 작가들이 캠버스 안에 담아두기 위한 다양한 방법, 예술의 변천사 그리고 현대 미술의 이해를 돕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캔버스 위에 환영을 창조하는 것은 자연 세계의 진실을 암호화하는 과정이다. 형태는 무수한 선으로, 빛은 물감을 찍어 바른 붓질로 치환되어 그림은 자연의 진실을 숨긴 암호문이 된다. (본문 72p)

캠버스 위에 작가가 숨겨놓은 암호문을 풀기 위해서 선, 명함, 색, 대칭 등을 알아야 하며, 감상은 바로 그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감상자 역시 작품에 마음을 투사하게 되는데, 결국 '감상하는 모든 일이 심리적 차원, 즉 우리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본문 149p) 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수렵활동을 하던 오래 전부터 예술활동을 해왔고,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미술가들은 장르의 경계를 늘이고 잡아당기면서 그 영역을 넓혀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처럼 작품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본문 304p)

5장 끊없는 이야기에서는 자연의 변화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앞으로의 미술에 관해 수록되어 있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이미지는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많은 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에 저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는데, 고로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다." 라는 말로 정리하고 있는 것인가보다.



<<미술, 만화로 읽다>>는 정말 많은 미술 작품을 인용하고 있어 시대, 장르, 주제 등을 아우르며 감상할 수 있었다. 만화라는 구성답게 많은 글로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그림을 통한 비교와 예시를 통해서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역시, 내게는 아직 미술이 어렵다. 역시 작품과의 소통보다는 '보는 것'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가보다.



여기에 한 점의 그림이 있다. 우리의 가슴에 어떠한 감정이 일기 전까지는 우리의 마음은 암흑이다. 우리는 문맹이다.
가슴이 이야기하는 작은 귓속말이 들려오고 우리의 심장이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비로소 닫혀 있던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앞에서 솔직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본문 62p)



마음으로 보아야 하지만, 여전히 나는 눈으로 아름다움을 쫓기에 급급하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캠버스 위에 그려진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좋겠다. 아직은 미술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갖고 있는 탓에 그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지만, '만화'라는 구성이 주는 짧고 간결한 그리고 강렬한 글귀와 다양한 그림을 통해 보는 시야를 넓혀감으로써 조금씩 미술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봐야겠다. 나 역시도 작가와 교감할 수 있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맛보고 싶다.

(사진출처: '미술, 만화로 읽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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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똑똑한 학교 역사반 1
김경화 글, 구세진 그림 / 살림어린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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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궁궐 문을 열어라!


전통문양이 그려진 궁궐 문이 열리면 바쁘게 궁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 넓은 궁궐에서는 누가 살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사극 드라마의 열풍으로 인해 우리는 궁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대장금을 통해서 의녀들이 하는 일을 엿볼 수 있었고, 이산에서는 궁에서 화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지요. 이렇게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궁궐 사람들이 하는 일을 조금씩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사극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하지요. 그들의 모습이 담겨진 이 책은 바로 그 흥미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줍니다.

나라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면 다들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바삐 움직입니다.
임금님에게는 왕자를 생산해야하는 큰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그런 탓에 왕자가 태어나는 날은 나라의 큰 경사이기도 했지요.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궁궐에 사는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요?
이제 열린 궁궐의 문을 따라 역사 속으로 들어가볼까 합니다.



중전마마가 아기씨를 곧 낳을건가 봅니다. 전연사의 일꾼들은 궁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아기 나인들도 처소를 깨끗이 청소합니다. 궁궐을 오가는 신하들도 매무새를 단정히 하여 좋은 기운이 궁궐에 가득하도록 말과 행동을 살피고 또 살핍니다.
궁궐을 지키는 병사들은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것이 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바짝 긴장합니다.


사옹원의 관리와 환관, 수라간 요리사들도,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화원들도 모두 바쁩니다.
침방 나인들과 수방 나인들은 새로 태어날 아기씨가 덮을 이불을 만들고, 복을 불러오길 바라는 예쁜 수를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놓습니다.



대비마마는 아기씨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돌볼 유모와 보모상궁을 뽑지요. 내의원과 의녀들은 중전마마를 위한 약을 짓고, 중전마마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아기씨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중전마마가 아기씨를 낳을 때가 가까워지면, 좋은 기운이 가득하고 나쁜 기운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중궁전에 모여 기원하지요.



무수리들과 수모, 세수간 나인들이 중궁전에 불을 지피고, 물을 길어 끓이느라 정신이 없는 걸 보면 아기씨가 곧 태어나려나 봅니다. 대전 내시들은 왕께 전할 소식을 기다리고 있네요. 아기씨의 탄생을 기원하며 모두 이렇게 까만 밥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드디어 아기씨가 태어났습니다. 그렇다고 다 끝난 건 아닌가 봅니다.
왕자가 태어나자, 왕은 백성들에게 선물을 내리고 신 나는 축하 마당을 벌이네요. 어진 왕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죠.



나라를 다스릴 어진 왕이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들 분주하게 맡은 바 일을 다하고 있네요. 삽화 하나하나에는 그 날의 긴장감과 아기씨의 탄생에 대한 축복스러움이 담겨져 있는 듯 합니다. 책 속에 수록된 삽화들은 나라의 중요한 의례와 행사 과정을 그려 '의궤'로 남기는 도화서의 화원들이 남겨둔 문화 유산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생생함을 그대로 재현한 삽화들은 마치 아기씨가 태어나는 그 순간으로 데려다 준 듯 합니다.
궁궐과 궁궐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너무도 실감나게 담겨져 있어 그 순간의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네요.



<<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는 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옛스러움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데 제격인 거 같아요. 조선 왕실의 문화를 만든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우리다운' 삽화와 함께 공개됩니다.

(사진출처: '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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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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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던 첫 날을 떠올려본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 후 '엄마, 나 여기 있어요'라는 의사표시를 하듯 꼬물거리는 아이를 위해 동화책을 구입했다. 매일 저녁, 뱃속의 아이를 위해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하루종일 누워 잠자는 아이에게도 나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책을 읽어주었다. 그런 모습이 석연치 않았던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아이는 언어 면에서 뛰어남을 보여주었고, 4세에 한글도 쉽게 떼었다. 그와 더불어 나의 책 읽어주기는 막을 내렸다.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으니 혼자 책을 읽어라, 라는 말과 함께. 간혹 문장이 긴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남편과 나는 서로 미루기에 바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나의 의무가 마치 끝났다는 듯이.

내가 다시 아이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것은 그 뒤로 한참이 지나 큰 아이와 6살 터울이 나는 둘째가 4살이 되었을 때다. 임신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던 큰 아이가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것과 달리, 둘째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책이라도 읽어주려고 하면 제목을 읽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는 아이가 걱정스러워 매일 밤 책 한 권씩을 읽자는 약속을 하게 되었고,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라는 나의 의무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한 권씩 책을 읽어주는 일이 습관화가 되면서 아이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와 함께 또다시 나의 책 읽어주기 의무는 끝났다.

아이가 책을 읽을 줄 안다해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나의 의무(?) 밖 일에 대해서는 어쩐 일인지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리딩 프라미스>>를 읽으면서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다른 아이보다 뛰어난 아이로 기르기 위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시간과 오롯한 관심이다. (중략) 아이들은 쉽게 속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눈치로 알아차린다. (본문 12p)

 

딸에게 책을 읽어준 저자의 아버지 짐 브로지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책을 읽어주기 위한 목적과 그가 딸에게 책을 읽어준 목적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딸에게 책 읽기를 통해서 관심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던 것이며, 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세상을 좀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몸이 아파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에도, 어떤 문제로 딸과 다투어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날에도 책 읽기를 거르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엄마의 부재와 언니의 독립이라는 외로운 시간 속에서도, 일탈을 꿈꾸려는 사춘기에도 그녀는 세상을 좀더 잘 들여다보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즈음 깨닫기 시작한 사실이지만, 허구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도 책에는 늘 아주 훌륭한 지식과 정보가 있었다. 완벽한 진실이든 아니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려주었다. 정말로 유용할 때도 많았다. (본문 65p)

 

책을 읽는동안 나는 아버지 짐과 딸 앨리스가 처음에 그러했듯이 '100일간의 독서마라톤'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였던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에게 오롯한 시간과 관심을 내어주기 위한 책 읽기로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독서 마라톤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약속에 가까웠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희망이 없던 시절에 맺은 희망의 약속이었다. 모든 게 불안하던 시절에 맺은 안정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본문 322p)

 

어느 새 큰 아이가 자라서 사춘기를 맞이했다. 딸아이의 성장통이 내게는 버거울 때가 있었고, 미울 때도 있었다. 저자에게는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딸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책을 읽어주는, 응원해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나 내 아이는 지금 혼자 세상과 소통하기위해,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저자가 독서 마라톤과 함께 했던 3218일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많이 부러웠으며, 또한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도, 딸아이에게도 그리고 작은 아이에게도 수많은 시간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아본다. 부모와 자식은 참 가까운 사이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서로 간의 작은 벽이 생겨난다. 세월에 따라 조금씩 두터워지는 벽으로 나중에는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되는 것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독서 마라톤으로 서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와 아이들간의 소통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 작은 발걸음이 이들 부녀처럼 큰 발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담아서 말이다.

아버지 짐 브로지나는 말한다.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을 몇 번이고 증명해 보인 부모라면 아이들이 살아가며 어떠한 길을 걷게 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아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생산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장애물을 또 하나 극복했다는 기쁨과 자부심. 그때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독서 마라톤이 우리에게 던진 난관을 가볍게 이겨냈다. 우리는 두려울 게 없는 천하무적이었다. 아버지가 힘없는 속삭임으로 읽어준 어린이 책은 가장 맛깔스럽게 읽은 셰익스피어보다 훨씬 더 근사했다. (본문 216p)

 

(사진출처: '리딩 프라미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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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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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말이야, 상상 속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아. 정말 멋지지 않나? 이 지루하고 무능력하고 권태로운 인생 너머에 모든 악과 욕망으로 들끓는 또 다른 판타스틱한 세계가 존재한다면 말이지. (본문 68,69p)

 

레몽뚜 장은 매일매일 햄스터가 쳇바퀴 돌듯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스물네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상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 우리 사회는 상상력이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우리는 상상으로만 꿈꾸었던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행복할까.

영화 <일곱가지 유혹>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얻기 위해 일곱가지 소원을 실현하는 대신 자신의 영혼을 넘긴다는 조건으로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나 역시도 가끔 상상에 빠진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내가 원하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를 읽는동안 나는 자꾸 자문해보게 된다. 상상은 또 다른 자신이 만들어 낸 욕망의 분신이라는 레몽뚜 장의 말처럼 상상이란 내가 가진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이고 결국엔 그 욕망이 나를 옭매게 될 것을 알면서도 나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다. 욕망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흥행 영화감독 B의 영화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홍마리는 바로 뒤 번호인 채수진이라는 여자가 유독 신경쓰였고, 저 여자만 오디션장에서 사라져준다면 그녀가 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당신은 이제 상상의 세계의 문을 열었습니다." (본문 22p) 홍마리의 강렬하고 두려움 없는 열망의 눈빛을 보았던 채수진은 홍마리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낯설고 두려운 느낌을 받았고, 자신이 홍마리와 위험한 거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마리는 영화 조연으로 캐스팅 되었고, 그 순간 홍마리의 오빠는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으며 장기기증 서약서대로 그의 신장은 만성 심부전증 환자였던 채수진에게 이식되었다.

 

"상상은 푸딩처럼 달콤하고 말랑하지만 실체는 모호하고 끔찍한 것이죠."

"인생은 시소와 같아요. 당신이 추락한 만큼 반대편의 누군가는 떠오르죠. 당신이 눈물을 흘릴 때 상대는 웃습니다. 당신이 가장 행복하고 기뻐할 때가 바로 당신 앞에 누군가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순간입니다. 잊지 말아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잔인한 시소게임이라는 걸." (본문 29p)

 

달콤한 상상의 푸딩 맛을 떨쳐내기 힘들었던 홍마리는 나중에 끔찍하게 추락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그 맛을 더 보고 싶었다. 

영등포역에서 뚱뚱한 남자에게 상상발전소 명함을 받게 된 아주 예민한 만성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태수, 잘 나가던 프로그래머에서 새로운 게임의 실패로 사는게 끔찍해져버린 마태수에게 명함을 건네 준 뚱뚱한 남자 조.

이 셋은 이렇게 달콤한 푸딩맛을 맛보기 위해 레몽뚜 장을 찾게 된다.

레몽뚜 장은 이들을 더비 카운티 메디컬센터라는 특수 치료 기관에 6개월 간 무의식의 코마 상태에 빠진 사십 대 전후의 리의 영혼을 찾아오는 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고 한다. 위험하고 뜨거운 숨은 열망, 그 열망을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에 이들은 리의 영혼을 찾기 위해 두렵고 신비롭고 환상적인 다른 세계, 즉 상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상상은 감추고 싶었던, 잊고 싶었던 바로 그들의 현실 자체였다.

 

상상과 현실이 뒤섞여진 공간에서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라는 제목과 괴기스러우면서도 기인한 표지 삽화는 호기심을 자극했고, 흥미로운 전개로 이어질 듯한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초반부 역시 재미를 기대하게 했으나,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현실과 상상이라는 뒤섞인 공간에 대한 이해부족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내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 김하서가 가진 상상력은 굉장히 놀랍다는 점이며, 그 상상력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 역시 정말 대단하다. 다소 묵직한 주제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모호하지만 '김하서'작가 이름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상상해봐.....현실로 만들어줄게.....(본문 282p)

"근데 나를 쫓고 있는 저자는 누구예요?"

"또 다른 네 욕망의 분신이지. 너 자신에게 붙잡혀선 절대 안 돼. 항상 잊지 마. 네 뒤엔 항상 또 다른 네가 쫓고 있다는 걸." (본문 158p)

 

결국 인간의 과욕은 부질없음을 작가는 상상이라는 세계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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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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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삐약이 엄마><어제저녁><달 샤베트>로 백희나 작가는 내게 꼭 기억해야만 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작품마다 늘 새로운 도전과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도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삽화와 이야기로 찾아왔다.
제일 먼저 괴기스러운 표지가 눈길을 끈다. 선녀님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늙은 듯한 주인공의 표정이 참으로 익살스럽다.



우리 동네에는........

으로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옛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지금은 큰 찜질방들이 생겨나면서, 작은 동네 목욕탕들의 입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동네에는 목욕탕들이 참 많았다. 엄마와 목욕탕을 가는 일은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참 싫었다. 뜨겁고 답답한 욕조에 한참이나 들어가 앉아 있어야 하는데다, 힘껏 때를 밀어주는 엄마의 매운 손맛도 싫었고, 넓디넓은 엄마의 등을 밀어야 하는 노동(?)도 내게는 너무 힘겨웠다. 그래도 목욕이 끝나고 나면 병에 든 시원한 오란씨를 먹는 일은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만한 행복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병은 정말 꿀맛이었다.
갑자기 두 녀석을 데리고 동네 어딘가에 있을 작은 목욕탕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나는 순식간에 25~30년 전을 다녀왔다. 이것이 바로 백희나 작가의 힘인가? ^^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덕지를 보면서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너무도 정감이 간다.

덕지네 엄마는 오늘도 덕지 손을 잡고 큰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가 아닌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인 장수탕으로 왔다.
불가마, 얼음방, 게임방도 없는 장수탕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구르크를 사 줄 거라는 기대감이 덕지를 행복하게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냉탕~!!



엄마는 감기 걸린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냉탕에서 발 딛고 개헤엄을 치면서 국가 대표가 된 듯 상상을 하는 것은 정말 신난다.
그런데 오늘은, 냉탕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산 속에 사는 선녀인데, 날개옷을 잃어버려 여태 장수탕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냉탕에서 너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계셨고, 덕지는 할머니와 함께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서 숨 참기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얘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요구르트요."



덕지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 숨이 막히는 걸을 꿈 참으며 때를 불렸고, 엄마가 때를 밀 때도 아픈 걸 꾹꾹 참아 요구르트를 얻어 할머니를 드렸다. 목은 말랐지만 참을 만 했다. 그만큼 할머니와 노는 일이 즐거웠고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냉탕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나보다. 엄마 말대로 감기에 걸리고 만 것이다. 너무 아픈 그 때, 장수탕 선녀 할머니가 나타나 요구룽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며 이마를 짚어주시니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낫는게 아닌가.



<<장수탕 선녀님>>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샘솟게 하는 작품이다. 엄마와 목욕탕을 가면 정말 심심했다. 엄마는 열심히 때를 밀었고, 나는 옆에서 혼자 놀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엄마가 때를 밀어주기를 기다려야했다. 덕지 역시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냉탕에서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그 상상은 엄마가 아프게 때를 미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 다음에 목욕탕을 가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이 그림책은 나에게 더 정감가고 끌리는 작품이다. 덕지와 같았던 나의 어린시절을 되짚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므로.
목욕탕보다는 찜찔방과 스파에 더 친숙한 우리 집 아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지의 즐거운 상상의 세계는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아우르며 공감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백희나 작가의 힘이다.

괴기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삽화와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를 이렇게 탄생시켰다는 것부터가 너무도 기발한 작품이다.
백희나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목욕탕 선녀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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