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피천득은 수필에서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은 아니만남만 못하였다고 하였다.

간혹 그림자가 희미하고 길어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안나와 미하엘도 어쩌면 아니 만났더라면 그저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지 않았을까

첫 만남의 강렬한 끌림과 두번째  스치듯 만나서 알게된 모든 진실들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나는 미하엘에게 자신이 문맹임을 끝내 들키고 싶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미하엘은 안나가 영원한 문맹이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과 바뀌어서는 안되는 사실이 들켰고 바뀌었다.

그래서 애틋함은 끝이 났다.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 했고 누군가의 남은 생은 쓸쓸하고 고독할 것이다.

계속 추억할 수도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뒷맛은 쓰고 시다,

 

서른 다섯과 열다섯의 불꽃같은 사랑은 누구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누군가에게 틀어놓고 싶은 충동만큼 말 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둘 만 있어도 좋았고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몸을 씻고 사랑을 나누는 작은 공간마저 아름다웠을 것이다.

함께 읽었던 책들 함께 씻은 욕조와 사랑한 침대. 그땐 그곳이 작고 초라하고 남루하다는 생각을 누구도 못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 속에 빠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거나 부끄럽다거나 비도덕적이라거나 하는 것은 개나 먹어라하고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방을 나오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머리를 때리면서  아무곳에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에 비틀거릴지라도 그 방안에서 두사람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이고 절대적인 존재다.

그 사랑이 끝이 났다.

한 사람은 그 사랑을 미쳐 생각할 겨를 없이 도망치듯 떠났고 한 사람은 어떤 이유도 모른 채 버려졌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두번째 만남

이제 미하엘은 안나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처음 든 감정은 배신감 그리고 동정심 연민 그 사이사이 정의감과 도덕심이 끼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안나를 돕고 싶은 마음 크기만큼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미하엘의 아버지가 말했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발설하지 마라. 그리고 말하려면 본인에게 직접 말하라...

하지만 미하엘은 안나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돌린다.

아직 자신이 없던 걸까.. 아니면 이제 와서... 라고 생각했을까

안나는 감옥으로 갔고 미하엘은  법학자가 되었다.

안나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미하엘은 그 이후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다.

무거운 비밀은 그를 짓누른다. 한때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믿었던 그 비밀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무게를 가지고 미하엘의 모든 삶의 기준이 된다. 모든 여자는 안나와 비교되고 삶은 그때의 눈먼 열정과 비교당한다.

안나는  공간의 감옥에 갇혔고 미하엘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미하엘은 왜 안나에게 책을 다시 읽어주게 되었을까

어쩌면 안나를 마주 하지 않고서는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느꼈던 걸까

단단하고 자존심이 강한 안나의 단하나의 약점인 문맹의 틈을 미하엘은 노렸을까

누구도 모르는 그 비밀을 나는 알고 있고 그 비밀로 인해 우리는 다시 이어진다고 생각했을까

그때의 사랑과는 빛깔도 의미도 달라진 어떤 감정으로 미하엘은 책을 읽고 녹음한다.

그때 미하엘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와 닿아있다는 것. 그 비밀과 닿아있다는 것이 그를 살게 한다.

녹음을 받은 안나도 변한다. 내 속에 갖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 이제 그 비밀을 비밀이 아니게 만들기로 한다.  내가 문맹이 아니게 된다면 나를 누르는 비밀의 무게는 사라진다

안나는 그렇게 믿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책을 듣고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글을 익혔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꼬마야....

미하엘에게 그 편지는 ... 내가 보기엔 절망이다.

글을 알게된 안나에게 미하엘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파고들 비밀같은 건 없어져버렸다. 우리가 함께 공유한 시간이 이젠 의미가 없다.

그래도 모른 척 계속 녹음하고 읽는다. 이제 그건 삶이고 습관이고 의미다.

 

안나의 석방을 앞두고 둘은 비로소 마주한다.

간수의 오지랍이 개입된 만남이지만 조금은 설레고 긴장된다.

이때 어쩌면...

안나는 자신이 문맹임을 끝나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미하엘은 그래도 그녀가 문맹이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비밀이 바램이 어긋났다고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은 막을 내린다.

 

사랑이 절망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가능하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절망일 수 밖에 없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말하지 못한 내사랑  울어보지 못한 내 사랑은  그렇게 무너져버린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사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막상 해버리면 별거 아닌 것이 되지만 그 마주하고 눈을 뜨기까지는 정말 두렵고 고통스럽다.

내 마음의 괴물이 커나가는 순간이 그 망설이는 순간이고

내가 마음의 감옥에 갖혀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날들이 그 망설이는 날들이다.

뻔히 답을 알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결국 미하엘은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떠났다.

좀 더 나이 먹으면 그 때 사랑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물론 그러기에도 충분히 나이를 먹었지만....

지우고 싶고 아픈 사랑도 결국은 마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할 날이 오긴 하더라..

그때도 아프긴 하더라..

좀 더 일찍 마주 보았다면 절망하고 아플 시간이 줄었을 것을 다 겪고 당해봐야  끝이 오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하세요, 민음인입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프랑스 대표 정신과 전문의 이자 심리 치료사인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신간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서평단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학교, 직장, 데이트에서


완벽해 보이느라 지친 당신을 위한 책!



발표 차례가 다가올 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야 할 때,

형편없는 서비스에 항의하고 싶을 때, 말도 못하고 심장 박동만 빨라지지는 않는가?

많은 이들이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남을 의식하고 눈치만 살핀다.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20년간 불안 장애를 치료해 온 두 저자는 무

대 공포증부터 수줍음, 사회 공포증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의 정체를

파헤치고, 당당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백만 프랑스인의 마음 주치의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전하는 두려움 없이 관계 맺는 법!


“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마라.”


“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나를 보여줘라.”



프랑스 대표 마음 주치의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신간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서평단 모집 신청


서둘러주세요!



▶줄거리_ 


“당신 차례입니다.”

그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손이 축축해져 반들거리는 회의 테이블 위로 땀자국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이 그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아챘을까? 그렇다, 방금 정면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를 쳐다보다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는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몇 분만 지나면 그의 차례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매우 선명했던 생각들이 지금은 불분명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몸을 떨고 말을 더듬으며 발표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목이 메고 입이 점점 말라 왔다. 회의실에는 물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어쨌든 무언가를 잡으려 시도하면 그의 떨리는 손을 남들이 보게 될 것이다. 더욱이 그가 불편해 하는 것을 모두가 보았을 게 틀림없다. “내가 이런 상태가 되다니 어처구니없군. 아무리 그래 봤자 사람들이 날 잡아먹진 않을 거야. 난 그저 연말 보고만 하면 돼.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빌어먹을.”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기침했을 때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몇몇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척하려 애썼다. “당신 차례입니다. 뒤보아 씨” 하고 총책임자가 그에게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힘이 빠졌다.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언젠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언하거나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 사랑을 고백할 때, 더 흔하게는 누군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러 갈 때 누구나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그 모든 불안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 의 동류인 인간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1) 이 두려움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그룹의 시선, 평가에 노출될 때 생겨난다. 그 형태는 다양하다. 그룹 앞에서 말하거나 손님들이 꽉 들어찬 카페 테라스 앞을 지나갈 때, 혹은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를 바꾸기 위해 종업원을 부를 때와 같은 평범한 사회적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의사와 심리학자는 타인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을 두고 ‘사회 불안’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때로 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거나 고통스러운 형태를 띠기도 한다. ‘사회 공포증 ’이 그런 경우다. 사회 공포증 환자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공포를 느낀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먹고 있을 때 남이 쳐다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차라리 먹지 않는 쪽을 택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회피성 인격장애’라고 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회피하거나 몸을 도사리고 접촉을 피한다.



왜 우리는 남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 출현에 책임 있는 기제들은 다양하고 흥미롭다. 유전 요인, 생물학적 과정, 교육 방식, 문화적 압력, 개인적인 삶의 조건 등 많은 요소가 사회 불안의 발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관계나 상호 작용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상세히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사회적 두려움이라는 흥미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회 불안의 원인과 구조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모든 개인이 타인과 잘 어울리고 잘 살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_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4.03.06 ~2014.03.16 (11일간)
★ 추첨 인원: 20명
★ 서평단 발표: 2014.03.19(금) 오후
★ 서평 기간: 2014.03.21~2014.03.31 (11일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영하의 단편들은 재미있다. 읽는 동안 딴 생각이 들지도 않고 거창하게 문장을 배배 꼬지도 않고 심리는 묘하게 늘어놓지도 않는다. 문장은 단순하고 때때로 킬킬거릴만큼 유머가 있고 정확하게 상황은 정확하게 표현된다.

미사여구나 장황설도 없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내용도 간결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하지만 불편하다.

말랑말랑한 이야기도 뒤가 계속 남아있고 어딘가 살벌하고 누군가 나를 주시하는 눈동자가 자꾸 따라오는 듯한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무심하게 넘겼던 상황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면서 그때 내가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세삼 느껴지면서 움찔 움찔하기도 한다.

나도 "이사"를 했고  누군가의 어두운 그림자를 부러워도 해봤고 그래서 혼자 화를 내고 뒷감당을 하기도 했었다(그림자를 판 사나이) 거지같고 모조리 없어졌으면 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지만 "오빠가 돌아왔다"는 가족만큼 막장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설레게 좋아하고 설레발을 쳤던 적은 있지만 그 대상은 "마코토'는 아니었고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어도 고객센타에 전화할 일은 없었다.

가족이 몰살되는 악몽같은 순간은 없었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살해되어 누군가를 의심하고 두려워한 기억도 다행히도 없다.

김영하의 단편들은 내가 경험했던것들 혹은 하지 않았던 것들이 혼합되어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모든 이야기들이 익숙함과 동시에 몹시도 낯설다.

 

늦은 시각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그 시간 어느 술자리에서 알고는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조금은 어려운 그렇지만 무시해도 괜찮을 선배가 툭툭 뱉어 내면서 하는 말같았다.

"그런데 말이지.. 이런 일이 있었는데 혹시 알아?  " 혹은 "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 내 친구의 선배 사촌 이야긴데 말이야"

하면서 무심하게 꺼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끌려서 빠져드는.. 하지만 이야기에 빠지면서도 자꾸 시계를 힐끔거리고 어디쯤에서 끊고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닐까  더 듣고 있으면 안될거같은 불안감도 들지만 이렇게 앉아서 끝까지 듣는다고 뭐 별일이 있겠어 싶기도 하고 왠지 더 있으면 안될거같기도 하고 뭐 그런 복잡한 마음이 드는데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 뭐 그런 상황같은 이야기들이다.

누군가가 이런 일이 있었대 하면 얼마나 한심하면 그런 일을 겪냐? 사람이 너무 질질 끌려가도 안돼. 맺고 끊는 건 확실해야지  하고 목청을 올리다가도 막상 내가 당하면 순간 어어..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변명하고 혼자 아악... 소리치고 반항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그래서 결국 홀로 모든 뒷감당을 쓸쓸하게 하게 되는 일

김영하의 단편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그랬다.

 

예전에 친구들 혹은 아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면 누구나 꼭 한명쯤은 자기의 은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너무너무 힘들다. 내게 왜 이런 시련이... 하는 나만 가지고 있는 시련 같은 거.. 하지만 뒤집어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이야기.. 사실 별거 아닌 이야기

하지만 그런 고민이 알콜과 섞이면 꽤나 낭만적이 되고 그 고민을 짊어진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뭔가 비련의 주인공같기도 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런거 없는게 낫지 하는 조금은 쓸쓸한 자기위안이 되는 이야기들  "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으면 그때의  생각이 났다.

나도 늘 그랬던 어디선가 본듯한 들은 듯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 나는 어디가 모자라서 저런 경험이 없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 .. 뭐 별것도 아닌걸 혼자 소설쓰네 하기도 했다. 내가 갖지 못한 그림자를 갈망하던 풋내기 시절이기도 하고 어쪄면 가장 편한 시기이기도 했었다.

 

누군가의 작은 위안에도 쉽게 무너지고 감사해하면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배신이나 이별을 애써 혼자 변명하고 마무리한다. "로봇"의 그녀처럼 

 

한편한편이 잘 만들어진 단편영화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조금 더 다듬고 늘여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그만일거같다는 느낌도 든다. 짧은 글속에 확 사람을 잡아끄는 이야기를 뿌려놓고 그걸 상대가 어어 하는 동안 맛깔나게 버무리고 마무리해서 어. 하면 이미 이야기 하나가 끝나있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누군가를 욕하고 헤어지고  질척거리고 비루하게 구는 모양새를 따라가 다 보면 그렇게 킬킬거리고 웃거나 얼굴을 찌푸리고 불안하고 불쾌하는 동안 이야기는 막바지가 되고 깔끔하게 끝나버렸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뒷이야기를 더 해도 될거같은 아쉬움이 남는  모양새는 드라마나 다름없다.

 

 

두권의 단편들을 읽고 든  아무 상관없는 생각

만약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 암튼 잘 쓰게 된다면

나는 김연수보다는 김영하처럼 쓰고 싶다.

아무렇지 않게 의뭉스럽게 툭툭 이야기를 내뱉지만 듣는 사람은 괜히 모른척 하며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 뭔가 찝찝하고 불안하고 불쾌하지만 그래서 그만 일고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은 이야기 ..

그게 더 재미있고 통속적인 이야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게 있어서 책읽기는 현실도피의 의미가 컸다.

뭔가 현실에서 부딪치는 일들에 자신이 없어질때 누군가에게 뭐라고 맞받아치고 싶은데 말이 목구멍에서만 맴돌뿐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을때 세상을 향해 뭐라고 바락바락 대들고 싶은데 마땅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때. 그래서 나에 대한 오해가 쌓여가고 그게 내가 아닌데 엉뚱한 걸 두고 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지도 못할때 나는 책을 읽는다

책에서는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특히 이야기는 언제나 내편이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실을 현실을 눈앞에 들이미는 책들도 있다.

그 책들을 읽고 지식이 쌓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책들은 나의 약한 부분을 긁어대고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건데.. 하고 자꾸 다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너눈 외면할래? 이제 뭔가 행동이 필요한거 알지? 이제 책장을 덮으면 무얼 할거니?

그렇게 나를 다그치는 진실이 아니라 그저 달콤하고 씁쓸하고 때로는 시고 떫은 이야기들은 나를 그저 덮어지고 안아주고 가만히 지켜본다.

그래서 나는 점점 이야기에 빠지고 그 속에 길이 있을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야기를 찾아 읽는다.

때로는 이야기들이 더 큰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능청스럽게 멀리 에둘러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중심은 아프고 쓰라린 경우도 있다. 어뗜 신문기사나 칼럼 르포보다 더 강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 주변의 진실들이 사실들이 이야기라는 껍데기를 쓰고 다가와서 어떤 선입견도 없는 내게 어떤 방어막도 치지 않은 내안으로 쑥 들어와서 소금을 뿌려대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속에서 나와 닮은 누군가도 찾아내고 나를 위로해주는 누군가도 발견하고 내가 가만히 기대고 싶은 공간을 구절을 발견한다.그렇게 이야기는 내게 어떤 사람보다 위로가 되어준 적이 많았다.

막상 이야기를 덮고 현실로 나가면 변한건 하나도 없고 내가 해야할 일들은 쌓여만 가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을거 같은 막연한 기대감같은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벼텨가는 것도 이야기의 힘이었다.

책을 읽으며 대단한 성찰을 하고 성큼 성장하는 경우는 절대 없었지만 그래도 꼬물꼬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얻을 수 있었고 그 비슷비슷하고 구질구질한 하루라도 차곡차곡 쌓여서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두드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아한 뼈다귀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예요. .......p 14

 

이 부분만으로도 이책은 충분했다.

우리를.. 아니 적어도 나를 위로하는 건 거짓말일지라도 이야기였으니까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니까.

 

 

내용이 진부하다고 해도 책 속에는 항상 나를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쨌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누군가에게 그것은 책으로 쓸만큼 심각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웃음 숨결과 온기 살과 뼈도 함께 사라진다. 살아있는 그들의 기억도 거기에서 멈춘다. 슬프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멸에는 예의가 있다. 그들이 남겨놓은 책 속에서 그들은 영원히 존재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유머 문체 기분까지도 그들은 책을 통해 독자를 화나게 할 수도 있고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위안을 줄 수도  있다.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호박속 파리처럼 얼음 속에 묻힌 시신처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졌어야 마땅할 것들이 종이 위에 적힌 잉크의 기적으로 보존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p 30

 

세상에는 쓸모없는 이야기는 없다.쓸데없는 소설나부랭이만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뭘 모르는 사람들이다. 소설같은 이야기라거나 그런 소설 쓰지 말라거나  소설쓰고 있네,, 하는 말들은 이야기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말들이다. 세상에 하찮은 이야기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절절한 바램이 있었을 것이고 심각한 무엇이었을 것을 아무 상관없는 타인이 뭐라고 폄하하는 건 안될 일이다. 그것이 비록 한때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신세라고 하더라고 이야기 그자체는 진실되고 심각하고 중요하다.

 

마가렛은 이야기속으로 숨어버린 인물이라면 비다 윈터는 이야기의 힘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둘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힘을 알고 있었다.

비다는 유명하지 않은 마가렛의 저서를 통해 이야기의 힘을 알고 있는 마가렛을 알아보았고 그를 선택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그녀에게 남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라는 것으로 그녀에게 남긴다. 그것이 진실인지 혹은 그녀가 만든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마지막 반전이 나오지만 그것이 진실의 힘인지 이야기의 힘인지도 알 수 없다. 진실이든 이야기이든 비다윈터는 그녀속에 있는 모든 걸 털어내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제 3의 소녀로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유령처럼 살았던 소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늘 그림자처럼 유령처럼 사람들 사이를 서성이며 들었던 것들 보았던 것들이 그녀의 속에 차곡차곡 이야기로 쌓여갔다. 그 많은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던 그녀가 작가가 된건 당연한 일이었다. 끝없이 펼쳐나오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진실 스스로도 마주보기 두려운 진실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것이다.

그녀가 자신이 이야기하는 동안 차례대로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떤 질문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그 이야기 사이에 진실이 얼굴을 내밀까 두려워했던것이 아니었을까 진실을 진실이 아닌것처럼 이야기로 풀어내야하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과제였을것이다.

마가렛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헷갈려 한다. 누구에게나 진실인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냈던 그녀가 자신에게 과연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하지만 마가렛은 비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진실을 알기가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멀리하고 미워했던 그녀가 자신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비다를 통해 얻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비다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놓고 마가렛은 그 이야기 속의 진실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이야기가 진실이고 진실자체도 매혹적인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책속으로만 파고 들면서 현실을 두려워했던 마가렛도 이제 자기의 반쪽 영혼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이해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의 힘을 믿을 것이고 그녀의 독서취향도 조금 더 넓어졌을 것이다.

 

 

우리 두사람은 한가지에 대해서만은 완전히 의견이 일치했다. 그것은 바로 한 번뿐인 인생에서 다 읽어내기에는 이 세상에 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디에서건 선을 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p 47

 

세상에 있는 모든 책들 내가 읽지 못한 모든 책들은 모두 유혹적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들려줄 준비를 마치고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다.

어떤 책을 선택해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어떤 진실을 알게 될지는 모두 내 선택에 달려있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에 빠진 소녀가 있다. 이비읍

아빠없이 엄마랑 단둘이 대도시 변두리에 사는 소녀는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덕분에 삐삐를 알게 되고 그 영화가 원래는 이야기였고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책으로 빠지고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빠지고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이야기에 빠져서 위로받고 성장하는 가장 좋은 예가 되는  동화이기도 하다.

나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위로해주는 무언가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 그것이 사람이 아니었고 살아있어 마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위로의 대상이 되어준 이야기가 나의 세상을 다시 넓혀주는 건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가렛이 비고의 이야기에 빠져서 진실에 다가가고 세상을 넓혀가고 소통을 시작했듯이 비읍이도 린드그렌 선생님을 알게 되고 이야기를 모으고  이야기에 위로받으며 그러게 언니를 알게된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던 관게망(지혜와 엄마)마저 더 넓게 확장한다.

이야기는 그런게 아닐까

좋은 이야기만 그렇다고 하지만 어쩌면 내게 위로를 해주었기에 그게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 아이들을 충동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그 이야기의 존재이유가 있다는 걸 책에서는 잘 보여준다. 가출하는 이야기 아픈 이야기 무서운 현실을 보면서  내가 직접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간접경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고 옳고 그름을 알게 하는 힘을 주는 건 어떤 도덕교과서보다도 이야기의 힘을 더 필요로 할테니까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는다.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고 잠시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비록 바뀌지 않은 현실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진실로 다가가려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재촉하지 않고 보여주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나는 아직도 몹시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한해 그리고 올 초  참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다른 장르에 비해 내용에 몰입하거나 읽어내는 속도감이 더 좋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신문이나 인터넷에 오르는 여러가지 청소년문제들 사고들을 구체적인 인물의 이야기로 보게 되면서 마음아프고 미안하고 짠하고 결심하고 그랬었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내 아이랑 함께 읽고 싶어서 권하기도 하고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골라 함께 읽기도 했지만 의외로 아이는 나보다는 덤덤하게 내용을 읽고 넘기는 모양이었다.

원체 덤덤한 성격이니 좋았다고 호들갑떨지는 않고 그냥 괜찮아.. 정도면 다행이지만 내가 함께 읽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그냥 듣는게 전부이고 좀처럼 자기 표현은 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하면 .. 아하.. 그런 의미일 수도 있구나 .. 하는게 고작이라

이 녀석이 제대로 읽는 건지  너무 감정이 매말랐는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 어쩌면 아직 오지않은 여러가지를 미리 책을 통해 경험하면서 지레 겁을 먹거나 질린건 아닌지  혹은 어쩌면 현실의 수위는 이보다 더 쎄서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건지도 알 수 없었다.

아이에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선생님이나 친구들 학교생활 학원생활 과제 시험 등등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다른 무언가를 보고 감동할 여유가 없는건지도 모ㅇ르겠다.

 

결국 청소년 소설을 읽고 동동거리고 걱정하는 건 엄마들 몫이 아닌가 싶었다.

엄마들끼리 함께 책을 읽고 여러가지 문제들로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세상에나 세상에나... 설마 이런 일까지... 하면서 걱정하고 모의하고 어떡해야하는가 하고 머리를 맞대는 동안 아이들은 그냥 그런 일처럼 무심하게 넘기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청소년 문학이라는 건 그 또래 아이를 둔 부모에게 아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청소년을 위한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 함꼐 살아가기에 도움을 주는  다큰 자식을 위한 육아서의 또다른 이름이란 생각도 했다.

내가 청소년 소설을 읽고 푹 빠진 것도  아이가 내게는 말하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를 훔쳐보고 알고 싶어서일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함꼐 읽기를 원하면서도 사실은 나만 읽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거 같다. 엄마가 이런것도 안다는 걸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 기분 같은 거

아이에게 직접 대화를 하려니 방법을 모르겠고 막막하고 아이가 대화를 거부해서 받을 상처가 두려워서 책을 읽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이 어렵고 힘들때 내가 상처받는 것도 싫을때 소셜을 읽으면서  난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세상에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위안하고 싶어서 읽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결국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내 아이는 또다른 현실이고 그 또래들 역시 그러하지만 아이에게 직접 다가가기에 소심하고 두려운 부모는 지금도 청소년 소설을 아이몰래 읽으면서 내 아이를 간접적으로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