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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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어떤 감정도 없이 담담하게 혹은 냉정하게 혹은 무심하게

대상을 묘사하거나 일상을 따박따박 순서대로 나열하는 글쓰기

그런 글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을 흐르게 하고 감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관심을 가질까 싶은 소소한 일상에 대해

내가 겪은 시시한 일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사건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그런 사건의 흐름을 짚어내는 글을 쓰면서 스윽 알게 모르게 긴 여운을 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결론적으로

글은 안쓰고 있고

써도 늘 읽어보면 감정과잉에 내 마음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며 징징대거나  쿨한척 하거나 그런 글만 쓰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서 다시 살폈다, 뭔가 약점을 잡야내겠다는 삐뚤어진 신념으로 문장들을 다시 홇어도  그녀의 문장들은 모든게 묘사고 담담한 서술이었다, 슬프다 기쁘다 아팠다 우울하다 괴롭다는 말이 없었다,  내가 졌다,,,

 

 

요새 고기가 땡기지 않는다,

사실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릴 때 고기반찬만큼 편한게 없다,

볶아먹든 구워먹든 삶아먹든 고기란 그 자체로 밥상의 모든 걸 커버한다,

딱하나 커다란 접시에 상가운데를 차지하고 나면  나머지는 뭘로 채우든 상관이 없다,

반면 나물찬은 너무 힘들다.

씻고 다듬고 삶고  데치고 혹은 생채로 양념을 만들어 무치고 그 타이밍도 딱 들어맞지 않으면

물이 흥건히 생겨서 금방 숨이 팍 죽어버리거나 너무 펄펄  살아서 금방이라도 밭으로 뛰어갈 기세거나,, 그렇게 차려도 뭔가 초라하고 티도 안나는...

그런데 자꾸 요새 그런 찬이 땡긴다는 거다,

그냥 뚝딱 콩나물무침을 하고 취나물을 데쳐 무치고  무 생채를 서걱서걱 비벼내는 그런 찬

그냥 찬밥에 그런것들을 척척 올려 한그릇을 들고 앉아 소박하게 때로는 청승맞게 먹고 말고 싶은 ...

책읽기도 뭔가 휘몰아치는 갈등과 구조대신 심심하고 밋밋한 이야기가 끌렸을까

이 소설집은 그냥 가정식 백반같았다,

주인공은 없이 그저 조연들 아니 엑스트라 찬들이 모여서 그럭저럭 먹을만해지는 ...

딱히 끌리진 않지만 질릴 일도 없고 어제처럼 먹고 내일도 또 먹어도 그만일거 같은

그런 단편 10개가 비슷한 맛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맛을 내면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낙엽이나 동전을 아래 놓고 그 위에 흰종이를 올린후 뭉툭하게 깍은 연필을 옆으로 비스듬하게 들고 힘을 빼고 살살 칠해주면 연필 칠 앙래로 희미하게 동전이나 낙엽의 문양이 서서히 드러난다, 낙엽의 임맥이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평소에 무심했던 동전속의 다보탑이나 이순신장군의 얼굴  때로는 학 한마리가 나 여기 있소.. 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그저 검은 칠처럼 보이는 아무것도 아닌 색 위로 존재가 서서히 드러난다,

별일 아닌 일상들

하나도 특별할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사람들의 시시하기까지 한 삶들의 한 단편에서 우리는 서서히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럼에도 그 나름의 독특한 무늬를 가진 삶들이 드러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소설이 되지?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야기는 시작될 듯 시작될듯 주춤주춤거리다가 어느 순간 툭하고 끝이 난다,

우리 할머니가 뭘 잘하는지 물어보면서

베개에 묻은 침자국을 보면서

12살 차이가 나는 친구의 수술실 앞에서

와인잔에 막걸리는 마시다가

군복을 입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첫차시간에 집에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제멋대로  시작을 했다가 제멋대로 끝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어느 한토막을 툭 잘라서 보여준다면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

나에게는 의미있는 순간이고 시간이었던 그 마다마다의  시간이 타인에게는 무심하고 쓸데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룬다는 것

필부필부의 삶들이  자고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쉬고 싸우고 한숨쉬고 놀고 위안되던 거 시간들이 차곡차곡 묘여 삶이고 역사가 된다,

긴 역사의 사간이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던 전쟁 변혁  문화융성기  왕위 찬탈 외교 진군 정벌  그런시간으로만 채워지는 건 아닐것이다,

그런 일들은 일상적이지 않아서 너무나 크고 버라이어티한 상황이라 기록되고 보존되겠지만 한사람한사람의 일상 그 사람들의 삶이 그 사이사이 빈틈을 매우면서 우리가 살아내고 살아온 역사를 완성시키는게 아닐까

 

이 소설집의 열가지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들

절대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못할 한 순간의 이야기들

그럼에도 무의미하게 버려질 수 없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보여준다,

어떤 감정의 묘사도 없이 인물의 감정을 알 수 있고

어떤 대단한 사건도 없으면서 대단한 삶의 다이나믹을 보여준다,

별일 아니라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별일 아니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소함이 주는 가치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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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희망님이 쓰시고 싶은 글의 장르가 에세이에 가깝군요. 푸른희망님이라면 잘 쓰실 겁니다. ^^

푸른희망 2016-12-21 23:16   좋아요 0 | URL
아뇨 제가 쓰고싶은건~~~피칠갑도 목잘린 시체도 없지만 뒷 목이 서늘한 미스테리입니당=3=3=3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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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가 따뜻해졌다.

그 이전 작품이 따뜻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각성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마냥 흐물흐물 풀어지면서 행복하게 읽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고 그리고 사실 빨간구두당은 개인적으로 읽다 말았다,

고병권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그 책이 내게 왔을 때 내가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고 우리의 만남 사이에 어떤 적절한 상황이 없어서 그냥 꺼끌거렸다고 할까,,,

이전 '파과"는 당시 그다지 호평은 아니었던 거 같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의 문체가 이렇게 길고 장황했던가 해서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읽혔고 아마 그때도 따뜻함을 느꼈던 거 같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위로받는 느낌이랄까,,,나는 그랬다,

 

낡은 동네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명정

그에게는 낯선 나라에서 얼굴을 모르는 며느리와 살고 있는 아들이 있고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황망하게 떠나버린 아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오래동안 떨어졌던 아들은 시신을 찾을 수 조차 없는 사고로 먼저 갔고 그렇게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그에게 묵직한 택배상자가 배달되었다,

17살의 소년 모습을 한 로봇...

어쩌면 그 소년의 얼굴에서 인간보다 로봇보다 시체를 먼저 읽은 명정에게 삶은 살아 숨쉬고 있지만 죽은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일거다.

이웃의 도움으로 로봇을 작동하고 함꼐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명정은 그 로봇에서 만약 둘째를 낳았다면 붙였을 이름 "은결"을 준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이제 우리는 타자가 아니라는 것

이제 너는 나에게 의미가 되었다는 것

나는 너를 알고 너도 이제 나를 알거라는 믿음 그것이다,

로봇은 숫자와 영문으로 조합된 낯선  번호로 불리는게 아니라 살과 땀과 온도를 가진 은결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명정의 삶에 스며들었다,

은결에게 인간의 세상은 언제나 미지의 세상이었다,

로봇의 연산과 정보체계에서 늘 한박자씩 혹은 한 뺨정도 어긋난 존재가 인간이었다

정보를 모으고 인간의 반응을 보고 판단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고 예측을 하지만 그 에측은 번번히 어긋난다,

이렇게 예상하면 저렇게 행동하고 이런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들 만큼이나 다양하다,

화난 표정이 단순하게 화가 났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

눈물이 술프기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웃고 있다는 게 기쁘거나 웃긴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은결은 차곡차곡 데이터를 모으듯 품어가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을 바라본다,

처음엔 수줍게 다가와 오빠라고 부르던 소녀가 어느 순간 너라고 하고 그리고 그 다음엔 나를 내려다 보게 되도록 자라는 시간동안 은결은 여전히 소년의 말간 얼굴을 하고 그자리에 계속 있었다.

은결을 움직이게 했던 여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멍한 눈빛으로 다시 골목 빌라로 돌아고고  또래보다 먼저 세상을 알아버리고 적응해버린  소녀는 자라서  숙녀가 되지만 삶이 만만치 않다, 골목에서 공부를 잘 했을 소년은 세상은 넓고 세상엔 저같은 아이들이 무수하게 많고 더 나아가 더 뛰어난 녀석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한두가지 표정을 가졌던 아이들은 다양한 표정과 걸맞는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여러갈래로 너무 많이 나뉘어져 있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배워가고 어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본능적인 반응과 표정 감정을 이어나간다,

 은결에게는 절대 풀리지 않은 공식이 없는 문제처럼 다가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수 만큼의 공식이 제각각 존재하고 그 공식을 모두 입력하려 든다면 은결의 엔진은 터져버릴 것이다, 인간도 모든 인간을 알고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공감할 수 잇는 인간의 범위는 정말 하찮을만큼 적은 부분이다,

은결에게 그런 인간의 변화는 따라잡기 벅차지만 언제난 초기회하지 않고 그대로 데이터로 축적하고 남겨둔다,

그에게 대상의 어떤 감정 어떤 표현 어떤 언어나 비언어 그 모두가 하나의 자료이며 동시에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그냥 당연했었다

희노애락을 느끼는 일.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는 일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 모르고도 아는 척 하는 것 좋으면서 아닌척 하는 것 아니면서 좋은 척 하는 일들이 어쩌면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고 숙자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 모든 과정은 광장히 순간적인 시간이다,

생각하는 순간 행동하고 느끼는 순간 표정이 드러난다,

그게 인간이다,

그러나 은결에게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행동과 표정 모든 인간사의 일들은 언제나 낯설다, 은결의 눈을 통해 보는 인간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존재였나 새삼 놀라게 된다,

저마다의 개성이나 저마다 가지는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이 결국은 어떤 데이터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

제각각의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지만 결국은 그것조차 어떤 경우에는 어떠한 결과라는 공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 공식이 없는 존재를 사랑하게 된 은결

그가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가 만들어진 계기가 무엇이건간에 그의 몸속에 흐르는 것이 피도 아니고 따뜻한 체온도 없지만

그는 그렇게 인간이 되었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사람만도 못한 사람

인간 이하의 인간은 여전히 우리주변에 있고

나도 어느 순간 어느 포인트에서 인간임을 잊거나 저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사람이어서 위대하다

사람이어서  품위있게 살아야한다는 것

사람이어서 아름답게도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람이어서 무의미해보일지라도 해야할 일이 있을거라는 것

로봇 은결을 보면서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워지면서

이제는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해 불가능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구전을 통해 허황되게 부풀려지는 것들, 존재의 진실성 여부가 그것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수긍과 인정에 달려 있는 것들. 잊어버린 채 방기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노크해 오거나 부지불식간에 덜미를 잡아채는 것들 실체를 확인하고 부석하기 위해 과감히 렌즈를 들이대면 사라지는 것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되곤 하는 것들

그러므로 존재하기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해하기를 멈춰야 옳은 것들 은결은 그 가운데 하나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머물러 왔다 

 

차가운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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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12-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가운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라니, 꼭 봐야겠습니다~^^

푸른희망 2016-12-13 17:26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작가를 많이 편애해서 사심가득한 추천이지만 님께도 좋은 독서였으면 바랍니다~^^

cyrus 2016-12-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만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 할 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푸른희망님은 그들보다 훌륭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른희망 2016-12-13 17:27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을~~*^^*
 
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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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사람들이 더 소설을 좋아한다

이건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을 수도 있다,

내가 세상의 모든 내성적인 사람을 다 만난것도 아니고 내 주변의 내성적인 사람들 중에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불론 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세상에 호기심은 많으나 내성적인 사람은 소설을 좋아한다,

이건 참일까 거짓일까

적어도 내 경우는 참이다,

나는 내가 내성적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사람들틈에 있는 것보다는 혼자가 더 편하긴 하지만 의외로 모임에 나가면 분위기를 잘 맞출 줄도 알고 농담도 할 줄 알고 받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지 않다 서너 시간만 지나도 피곤해서 집으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다,

그냥 고요하고 조용한 내 집에서 혼자 빈둥거리며 책 속에 이야기속에 빠져들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나는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물론 소설이 아닌 글도 읽기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재미가 있든 의미가 있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그저 누군가가 나오고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무조건 좋아한다,

너무 긴 이야기든 너무 지루한 이야기든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름의 이야기가 다 제각각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좋은 소설도 없고 나쁜 소설도 없다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내가 싫어하는 소설이 있고

지금 이순간 내게 닿은 소설이 있고 지금은 맞지 않은 소설이 있고

내개 오래 입은 늘어난 셔츠처럼 편한 소설이 있고 깃이 빳빳해서 어딘가 불편한 소설이 있을 뿐이다

소설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결정된다,

적어도 내가 내리는 결정은 그렇다,

누구나 좋다고 해도 나는 싫을 수 있고 모두가 싫다고 해도 나는 좋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믿는다,

내가 너무너무 싫어도 누군가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좋은 걸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없는 만큼 타인이 좋아아흔 걸 내가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모두가 제각각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여기기로 한다,

 

이 소설집속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떠오르는 문장은   "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라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은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어떤 삶의 한토막을 들려준다,

그것이 그 주인공의 삶에 어떤 혁명적인 모퉁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며 그저 스쳐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겨우겨우 짜내서 셍각난 어떤 토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순간 주인공들은 그 이야기의 과정을 겪으면서 너무너무 혼란스러웠으나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빙빙돌리거나 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이상 배경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막상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하는 어떤 사건은 짧게 언급하고 지나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걸 길고 지루한 설명속에 꽁꽁 숨겨두지만 결국 둑자가 그걸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런게 읽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끄내고 그게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어떤 작아보이는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는지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 매번 짧은 단편속에서 느껴진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 아니 나도 그렇다,

별 일 아닌척 툭툭 내뱉으며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 숨은 윌리처럼 헷갈리고 뚜렷하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달라고 끊밍없이 누군가를 시험에 들게 한다,

알아 듣는다면 내편 알아듣지 못하면 남의 편

그렇게 딱딱 금을 그어가며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무렇지 않음을 보이며 그 속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복잡하고 나도 잘 모르기 시작한 내마음이

소설집  여기저기 숨어있었다,

 

각각의 단편속의 인물들은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단막의 공통 배경인 타운속에서 스윽 지나가도 아무도 눈치치재 못할것이다

누구의 기억에도 오래 남지 않을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별할 것도 대단한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속에 인물들은 제각각의 의미를 숨겨놓는다,

절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속내를 그저 무심하게 툭 아무렇지 않은 척 내어 놓는 바람에 누구도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주인공은 가장 은밀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던지고 만다

그래서 한편 두편 읽다보면 이 사람이 저사람 같고 너무 비슷비슷해보이지만

그렇게 모든 인물을 '비슷하다'는 말로 표현해버리면 그들에게  예의가 아닐것이다,

오히려 가장  모욕적이고 상처를 주는 말이 될지 모른다,

그들은 같지 않다,

타인의 눈에는 비슷해보이는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특징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은 제각각의 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그걸 알아보는 건 어쩌면 그들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동시에 집요한 강박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활발하고 명랑한 이들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미묘함을 은밀하게 보여준다,

 

일본에 가 닿기를

아문센

에어빌리를 떠나며

자갈

안식처

자존심

모리

기차...

 

그리고 마지막 디어라이프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서서히 지쳐갔다,

아무렇지않게 던지는 별 거 아닌 이야기들을 들을 수록  그냥 무심하게 듣고 넘기기 힘들었다,

그러면 안될 거 같은 내속의 강박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진이 다 빠진다,

 

어쩌면 이 인물을 만들어 낸 작가가 그렇게 내성적이고 집요하고 세밀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마냥 좋아보이는 책날개의 작가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본다,

밝게 웃고 있는데

어쩌면 글들은 모두가 집요할까,,,

누가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너희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가지도 않을것이다,

그러나 나를 봐준다면... 거부하지는 않을거다,

소설들은 그렇게 말하는 거 같다,

그래서 에이 치사하다 싶어 모른 척 할까 하다가도 그냥 내가 먼저 끌려서 다가가게된다,

이것마나 보고 그만 읽어야지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마지막 작품까지 같다,

단편수도 맣고 두께도 왠만하긴 했지만

이렇게 단편집을 읽고 기가 빨리는 기분은 처음이다,

내성적이고 집요한 작가에게 쓸데없이 호기심만 많은 내성적인 독자가 그대로 말려들었구나

이렇게 책을 만날 수도 있구나... 첫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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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특별판 세트 - 전5권 - 햄릿 + 리어왕 + 오셀로 + 맥베스 +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외 옮김, 스탠리 웰스 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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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딱 손에 잘 잡힌다,

작고  가볍고 막 쥐고 다니기 좋다,

다만 너무 가벼워서 쉽게 구겨지고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더러워질거같다는 게 단점

 

정말 오랜만에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다 읽었다,

고전이라는게 누구나 알고 누구나 읽었다고 착각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네권의 책은 내게 전형적인 고전이다,

사실 읽긴 했다,

대학 때 들었던 연극의 이해 수업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말로만 듣던 오이디푸스부터 베케트까지 그냥 뭐랄까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도 아니고 그저 교양수업의 하나여서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지적 허영이라고 해야하나 치기라고 해야하는 읽어댔던 기억은 있다,

"읽었다"가 아니라 읽었다는 "기억"이 있다,

 

세익스피어의 비극하면  함께 따라오는 것이 성격적 결함이다,

이전 고전 희곡에서는 신탁에 의한 비극 즉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강한 힘에 의해 내가 비극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인간적인 결함으로 스스로 초래하는 비극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다양하게 가지는 감정중에서 저마다 가지는 약한 부분들이 불쑥 돌출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그 성격적 결함이 나를 몰아대고 격정에 휘말리고 점점 그 결함이 결함인지 모르고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

무엇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것

그게 세익스피어의 비극이다,

 

 

 

 

누구나 알 듯이 오셀로의 성격적 결함은 질투다,

누구보다 용맹하고  재능있던 장군 오셀로는 이아고의 거짓말을 믿는 순간 스스로 질투로 걸어들어간다,

 

이유가 있어서 질투를 품는 게 아니라 질투를 품으니 질투를 하는 것입니다,질투란 괴물입니다

스스로 태어나 스스로 먹이는 괴물

 

이아고의 이야기가 머리에 박힌 이상 오셀로는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이아고라는 필터를 통해 데스데모나를 보고 캐시오를 보고 스스로를 괴물로 만든다,

조금만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면 조금마나 냉정해진다면 진실을 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실은 의외로 여기저기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다만 우리가 쓰고 있는 필터때문에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지나치면서 모른 척하기도 한다 그런 무심함  그 비좁은 틈으로 괴물은 자란다,

스스로의 질투를 질투인지 모르고 오셀로는 파국으로 달려간다,

가장 사랑하는 대상 데스데모나가 죽은 이후 그는 괴물을 마주한다,

그리고 비극은 마무리된다,

나는 어떤 필터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보는가

내가 가진 이 필터를 나만 모른다,

오래 가지게 되면 그것이 나의 맨 눈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여지는 모든 것이 진실이고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나 개인의 문제라도 큰 비극이지만 누군가 권력을 쥔 사람의 문제라면 그건 재앙이다,

 

 

 

 

 

맥베스의 성격적 결함은 어리석음이다,

그 역시 오셀로처럼 용맹한 장군이고 영주였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적의 목을 참수하고 돌아오는 맥베스는 어리석음으로 마녀의 말을 믿는다,

글래미스의 영주  코더의 영주 그리고 뫙이 될 맥베스

어처구니 없을 수도 있는 그 예언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용맹한만큼 어리석었던 맥베스는 그 말을 믿고 싶다,

달콤한 예언을 마다할 이유는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불안하고 소심한 그는 아내에게 그 소식을 알린다,

어쩌면 좋을까  불안하고 어리석은 그는 혼자 판단할 수도 없다,

맥베스보다 더 저돌적이고 강한 아내는 그 예언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손에 피를 묻힌 채 그 예언을  현실로 이룬다,

모든 것을 가졌다면 평안했어야 했다,

이제 더 이상의 불안도 없이 권력을 누리기만 햇어야 했는데

이미 더럽혀진 이후 그는 불안에 시달린다,

백베스를 부추긴 더 용감했고  막무가내였던 그의 아내조차 몽유병으로 잠을 잃어버렸다,

끊임없이 손을 씻고 또 씻으며 죄를 부인하려고 하지만 이미 더렵혀진 손은 되돌릴 수 없다,

피는 또다른 피를 부른다,

살인은 또다른 살인을 부른다,

죽음으로 얻은 자리는 죽음으로 유지된다,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가장 믿고 의지한 아내는 이미 미쳤다,

불안과 어리석음으로 맥베스는 스스로 점점 더 예언에 의지한다,

이 비극에서 그 나마 가질 수 있는 위안은 맥베스가 품었던 죄책감이다.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안다는 것 누구에게 말할 수 없고 드러낼 수 없지만 그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죄책감이 더 큰 죄를 짓게 하지만 그 약한 마음의 틈이 그를 인간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조금더 한 발 내밀었다면 그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만드는 감정은 다른 게 아니라 죄책감이 아닐까

인간은 잘못을 하는 존재다

완벽하지 않고 불안하고 나약하고 비겁하다,

그러나 죄책감이라는 한조각의 틈이 그를 인간을 완성한다,

미안한 마음 불안한 마음 그리고 되돌리고 다시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죄책감  혹은 수치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물론 그 마음이 너무 깊어지면 안되지만 적절한 죄책감과 수치심이 좀 더 인간에게 존엄을 주는 게 아닐까

죄책감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그래서 자기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모르는 것

그것이 최악이다,

 

 

 

 

 

가장 가련한 주인공  왕 리어

한때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신임을 평화롭게 왕을 통치해온 왕은 성급하게 딸들의 사랑을 확인해보다가 큰 봉변을 당한다,

가벼워보이지만 리어왕의 불행은 봉변이다,

너무너무 큰 봉변....

어쩌나,,,

거너릴과 리건의 입에 발린 아첨에 마음을 빼앗기고 코딜리어에게 자꾸만 사랑을 재촉한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사랑한다면 보여다오  들려다오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라

나이탓이었을까 아니면 오랜시간 통치로 인한 스트레스였을까

리어왕은 너무나 성급하고 괴팍해졌다,

자꾸 빨리빨리 더 많이 많이 더 더 더....

결국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 측정가능한 것만 추구하던 급하고 성마른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헤아릴 수 없는 보이지 않은 마음을 그가 잊었던 탓이었을까

책에는 또다른 어리석은 아비가 나온다,

글래스터 백작은 서자 에드먼드의 말에 속아 에드가를 멀리하고 죽이려고 든다,

지금 이순간 내가 듣는 것 보는 것 그것을 믿어버리는 것

성급하고 어리석은 인간은 생각할 틈을 갖지 않는다,

딸들의 탐욕과 욕심도 거들었지만 그의 성급한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가족을 망치고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젊은 햄릿은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하 오래오래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선친의 유령이 나타나 복수를 부탁하지만 쉽게 믿지 못하고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

어쩌면 앞선 주인공들의 어리석음이나 성급함 불안은 갖지 않았지만

정반대의 느긋함  우유부단 깊고 깊은 생각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후 슬픔에 잠기기도 전에 어머니는 삼촌과 결혼식을 올린다,

이런  부조리앞에서도 햄릿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속으로 끓어가는 마음은 누르고 어찌해야할 지 모른다,

아직 젊고 세상의 정의에 고민하는 햄릿은 죽음과 삶의 부조리앞에 갈팡질팡한다,

선친의 유령과의 만남

연극으로 드러난 지금 뫙의 악행 그리고 어머니의 회한

그 모든 것들앞에서 햄릿은 그저 무능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없어 계속 미쳐있다,

그의 미친 짓들은 결국 현실도피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게 도피하고 꾸물거리는 동안 성급한 젊음은 많은 죽음을 부르고 결국은 모두가 죽음에 이르는 파국에 다다른다,

어쩌면 햄릿은 그의 성격적 결함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들 어른들의 부정직함 악행들앞에서 무너지는 젊음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모든 부조리를 결국 비극으로 이끄는 것은 햄릿의 우유부단함속에 불쑥불쑥 드러나는 성급함이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이끌지 않는다,

예상한 우리의 답은 늘 정답을 피해간다,

세상에 답이란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약한자의 이름은 여자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약하고 흔들리는 존재다,

인간은 모든 감정에 자유로운만큼 모든 감정에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어쩌면 그래서 살아갈 이유가 되고 살아갈 맛이 나는 것이다,

 

희곡들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이냐 아니냐는 설들이 분분하다,

떠도는 이야기들 모두가 가져다 쓰는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희곡으로 만들어 낸 이가 세익스피어라는 건 분명하다,

모든 것이 창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표절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단순하고 선명한 선과 악이 있지만 모두가 약하고 어리석고 한계를 가진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앞에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얼마나 어리석고 약한 존재인가를  네편의 비극으로 여과없이 보여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후회와 죄책감 수치감을 안고도 우리는 다시 죄를 저지르고 잘못을 하고 착각을 하고 살것이다,

누군가에게 지배받는 고전적인 인간의 시대는 지났다

스스로 죄를 짓거나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인간

그것이  지금 현재 인간이라면

나는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고 있는가

인간이어서 인간이구나 하고 당연하게 여길것이 아니라,,

인간이어서 고민하고 괴로워할 줄 아는 것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절이어서

결국 모든 책이 그렇게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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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릿>을 다시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 전에 봤을 때 감흥이 없던 인물의 대사나 특정 장면이 다시 읽으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

푸른희망 2016-12-02 11:3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한 5년뒤 다시 읽으면 어떤 문장이 나를 찾을까요?

cyrus 2016-12-02 11:35   좋아요 0 | URL
저는 <햄릿>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최소 1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

수미 2017-02-0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릿 을 다시 보니좋았습니다.그전에 읽었던때가 기억남나다.좋았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6-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펭귄시리즈 클래식 사놓고 감감무소식이네요~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아 엄청 행복하네요 ㅎ
 
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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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책을 읽을 때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 모양이다,

만약 내가 지금 이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불쾌해 했을 수도 있고 읽다가 말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과학문맹이라 우주에 대한 이야기도 낯설고 스텐딩코메디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무한도전이나 일박이일같은 버라이어티 예능은 좋아하지만 개콘이나 코빅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우주와 스텐뎅 코메디가 주된 배경이고 소재이다.

 

김중혁의 책은 한없이 가벼워보였다,

내가 그의 소설은 딱 두권밖에 읽지 않아서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제목들이 주는 느낌이 참 가볍다.. 라는 것이었고

에세이는 좋게 읽었지만 가벼움이 주된 흐름이었다,

가벼워서 나쁘다는 건 아니고 가볍게 툭툭 치고 지나가지만 내가 한번 문득 생각했던 거라든가 스치고 지나는 상념같은 걸 기가막히게 잘 케치해서 슬슬 풀어낸다,

내겐 그런 부분이 참 공감이 갔다,

이거 나도 생각했었는데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되게 재미있고 말 잘하는 친구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툭툭 던지면서 시시껄렁하게 말하는데 그 땐 웃으며 가볍게 넘겼는데 밤에 이불을 덮고 누우면 그 말의 이면이 문뜩 떠오르는 그런 기분 ..

뭐 암튼 그런게 있었다,

 

나는 농담이다도 그렇다,

우주와 스텐딩 코메디도 내 취향은 아니었고

아무래도 코메디 멘트들이 섹스나 배설에 관한 소재가 나오다 보니 영 별로긴 했지만

이상하게 여기서는 딱딱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우주로 날아가 이젠 생사를 알 수 없는 ... 아니 생사가 이제 의미가 없어진 존재가 되어버린 이일영과 낮에는 컴퓨터를 고치고 밤에는 클럽에서 스텐딩 코메디를 하는 송우영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의외로 자꾸 다가가게 만든다,

불쑥 불쑥 치고 나오는 대사에도 생각할게 많아지기도 하고

그냥 스쳐지나는 관계 어쩌면 몰랐을 수 도 있을 남남들이 만나는 관계

가장 밀접한 관계가 오랫동안 소원했던 이유등등을 보면서

세상엔 내가 모른다고 해서 없는 것들이 아니라 내가 몰랐음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쪄면 세상은 우주와 같아서 내가 아는 건 지극히 일부분이고 모르는 그 거대한 세상엔 또 다른 무언가가 함께 지금도 살고 있다는..

우주적인 시점을 순간 가지게도 된다,

일영의 우주와 우영의 코메디는 어쩌면 엄마가 같다는 것만 아니면 접점이 없다,

그러나 일영은 우영을 통해 농담을 알게 되고 우영은 일영을 통해 넓고 넓은 우주를 만난다 비록 두 사람이 마주한 시간은 순간이었고 일방적인 시간이었지만...

 

이야기가 병속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송우영이 일부러 꺼집어내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굳이 꺼낼 필요강 ㅓㅄ는 이야기도 있고 병 속에 들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도 있다, 코미디를 할 때도 그런 혼동이 자주 있었다. 웃긴 이야기들은 이미 그 자체로 웃긴 이야기들인지 아니면 자신이 하면서 웃겨지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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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바보야 당연한거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놈들이 사기꾼이야. 감정은 절대로 전달 못해 누군가 슬프다고 얘기해도 그게 전달 되겠어? 각자 자기 방식대로 그걸 받아들이는거야. 진짜 아픈 사람은 자기가 아픈 걸 10퍼센트도 말 못해 우린 그냥.....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각자 알아서들 버티는 거야 이해 못해준다고 섭섭해할 일도 없어 어짜피 우린 그래 어짜피 우린 이해못하니까 속이지는 말아야지  위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것도 안되고  상처받을까 봐 숨기는 것도 안돼 그건 다 위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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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어쩌면 전체 흐름과 상관없을지도 모를 문장들에 마음이 움직이면서 한권을 다 읽었다, 가볍게

그냥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고 심각해질 필요도 없이

그래도 아까운 시간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이

때로는 이렇게 가볍게 한없이 떠오를 것처럼 가볍게 읽어도 되지 않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소설이 무겁든 가볍든 ...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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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받아 놓고 아직 펼치질 못했는데,,리뷰만 읽어도 우째 다 읽은 기분 들까요 ㅎㅎㅎ

푸른희망 2016-11-01 10:4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냥 편하게 펼치고 읽으시면 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