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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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사람들이 더 소설을 좋아한다

이건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을 수도 있다,

내가 세상의 모든 내성적인 사람을 다 만난것도 아니고 내 주변의 내성적인 사람들 중에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불론 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세상에 호기심은 많으나 내성적인 사람은 소설을 좋아한다,

이건 참일까 거짓일까

적어도 내 경우는 참이다,

나는 내가 내성적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사람들틈에 있는 것보다는 혼자가 더 편하긴 하지만 의외로 모임에 나가면 분위기를 잘 맞출 줄도 알고 농담도 할 줄 알고 받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지 않다 서너 시간만 지나도 피곤해서 집으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다,

그냥 고요하고 조용한 내 집에서 혼자 빈둥거리며 책 속에 이야기속에 빠져들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나는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물론 소설이 아닌 글도 읽기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재미가 있든 의미가 있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그저 누군가가 나오고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무조건 좋아한다,

너무 긴 이야기든 너무 지루한 이야기든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름의 이야기가 다 제각각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좋은 소설도 없고 나쁜 소설도 없다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내가 싫어하는 소설이 있고

지금 이순간 내게 닿은 소설이 있고 지금은 맞지 않은 소설이 있고

내개 오래 입은 늘어난 셔츠처럼 편한 소설이 있고 깃이 빳빳해서 어딘가 불편한 소설이 있을 뿐이다

소설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결정된다,

적어도 내가 내리는 결정은 그렇다,

누구나 좋다고 해도 나는 싫을 수 있고 모두가 싫다고 해도 나는 좋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믿는다,

내가 너무너무 싫어도 누군가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좋은 걸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없는 만큼 타인이 좋아아흔 걸 내가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모두가 제각각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여기기로 한다,

 

이 소설집속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떠오르는 문장은   "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라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은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어떤 삶의 한토막을 들려준다,

그것이 그 주인공의 삶에 어떤 혁명적인 모퉁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며 그저 스쳐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겨우겨우 짜내서 셍각난 어떤 토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순간 주인공들은 그 이야기의 과정을 겪으면서 너무너무 혼란스러웠으나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빙빙돌리거나 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이상 배경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막상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하는 어떤 사건은 짧게 언급하고 지나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걸 길고 지루한 설명속에 꽁꽁 숨겨두지만 결국 둑자가 그걸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런게 읽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끄내고 그게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어떤 작아보이는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는지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 매번 짧은 단편속에서 느껴진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 아니 나도 그렇다,

별 일 아닌척 툭툭 내뱉으며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 숨은 윌리처럼 헷갈리고 뚜렷하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달라고 끊밍없이 누군가를 시험에 들게 한다,

알아 듣는다면 내편 알아듣지 못하면 남의 편

그렇게 딱딱 금을 그어가며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무렇지 않음을 보이며 그 속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복잡하고 나도 잘 모르기 시작한 내마음이

소설집  여기저기 숨어있었다,

 

각각의 단편속의 인물들은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단막의 공통 배경인 타운속에서 스윽 지나가도 아무도 눈치치재 못할것이다

누구의 기억에도 오래 남지 않을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별할 것도 대단한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속에 인물들은 제각각의 의미를 숨겨놓는다,

절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속내를 그저 무심하게 툭 아무렇지 않은 척 내어 놓는 바람에 누구도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주인공은 가장 은밀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던지고 만다

그래서 한편 두편 읽다보면 이 사람이 저사람 같고 너무 비슷비슷해보이지만

그렇게 모든 인물을 '비슷하다'는 말로 표현해버리면 그들에게  예의가 아닐것이다,

오히려 가장  모욕적이고 상처를 주는 말이 될지 모른다,

그들은 같지 않다,

타인의 눈에는 비슷해보이는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특징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은 제각각의 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그걸 알아보는 건 어쩌면 그들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동시에 집요한 강박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활발하고 명랑한 이들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미묘함을 은밀하게 보여준다,

 

일본에 가 닿기를

아문센

에어빌리를 떠나며

자갈

안식처

자존심

모리

기차...

 

그리고 마지막 디어라이프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서서히 지쳐갔다,

아무렇지않게 던지는 별 거 아닌 이야기들을 들을 수록  그냥 무심하게 듣고 넘기기 힘들었다,

그러면 안될 거 같은 내속의 강박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진이 다 빠진다,

 

어쩌면 이 인물을 만들어 낸 작가가 그렇게 내성적이고 집요하고 세밀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마냥 좋아보이는 책날개의 작가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본다,

밝게 웃고 있는데

어쩌면 글들은 모두가 집요할까,,,

누가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너희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가지도 않을것이다,

그러나 나를 봐준다면... 거부하지는 않을거다,

소설들은 그렇게 말하는 거 같다,

그래서 에이 치사하다 싶어 모른 척 할까 하다가도 그냥 내가 먼저 끌려서 다가가게된다,

이것마나 보고 그만 읽어야지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마지막 작품까지 같다,

단편수도 맣고 두께도 왠만하긴 했지만

이렇게 단편집을 읽고 기가 빨리는 기분은 처음이다,

내성적이고 집요한 작가에게 쓸데없이 호기심만 많은 내성적인 독자가 그대로 말려들었구나

이렇게 책을 만날 수도 있구나... 첫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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