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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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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가 사춘기를 시작한 모양이다. 

얼굴이 미워지고 말투가 귀에 거슬리고 발소리 몸동작 손끝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않는다. 

아니 내가 아이가 미워지는 것과 동시에 아이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미워지고  맘에 들지  

않고 불만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사춘기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조언을 들었음에도 막상 내 아이의 변화를 보면 당황스럽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고 쉽고 편안한 상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내 속에 사리가 쌓여가더라도 아이가 이렇게 내게 투정하고 화내는 걸 하나의 소통방법이라고 이해해야겠지...(사실 힘들고 나도 불쑥 쏫는다..) 

엄마와의 갈등은 어쩌면 사소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맘때 나를 돌아보면 엄마는 그저 밖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상이었고  

그때 나의 가장 큰 문제 어쩌면 전쟁이었던 것들은 친구와의 일이었던거 같다. 

어제까지 함께 속닥거리고 재잘대던 아이들이 오늘 갑자기 낯설어 보이고 내 위치가 어정쩡해지는 느낌.. 낯설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뭔가 몸에 맞지 않는 걸 걸치고 있는 불편함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 내쳐지기 싫어서 그냥 좋은 척 아는 척 그런 척 했던 기분들 

그런걸 이제 서서히 내 아이도 겪게되지 않을까? 

친구가 세상의 전부이고 가장 큰 고민이고 친구와의 사소한 갈등이 전쟁과도 같은 기분 

그걸 아이에게 조언하고 일러주고 학습시킨다고 잘 견뎌지게 될까? 

그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피흘리고 상처받으면서스스로 치유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이 책이 쑤욱 내속으로 들어왔다.

 우아한 거짓말...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천지나 화연이 미라.. 만지도... 모두가 어디선가 본 듯한, 내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녀년전 내 모습과도 비슷했고 그때의 친구들과도 닮은 듯하고 지금 까칠해진 내딸도 언뜻 보였다.  

천지는 화연에 의해 따를 당하고 여러가지로 이용을 당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방어술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이용당하고  고분고분 따르면서도 화연으로서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화연이 원한 건 당하고 속으면서 분해하고 울고 어쩔 줄 몰라하는 천지여야 하는데... 천지는 고스란히 다 당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태연하다. 

남들 보기엔 바보같고 미련하게 당하기만 하는 어리숙한 아이처럼 보일지라도 천지에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욱 딱딱한 자기 껍질로 들어가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미라는 그렇게 천지를 가지고 노는 화연이 밉고 당하는 천지가 안쓰럽지만 결코 어느 선 이상은  다가가지 않는다. 슬쩍 슬쩍 천지에게 힌트를 주지만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천지때문에 어이없고 화가 나면서도 그렇다고 화연아게 당당하게 따져 정의를 내려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름없는 대다수의 친구들도 내가 천지의 상황이 아니니까 안도하면서 조금은 천지와 화연의 관계를 즐기고 동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천지가 죽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아이..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아이들... 알 듯 했지만 굳이 알려고 애쓰지도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굳이 고치고 싶지도 않던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흔들리고 불안해한다. 

그동안 천지가 했던 역활들.. 나 대신 당하고 따를 당하고 조금은 비웃어주고 동정도 해주는 수군가가 없어진 그 자리가 불안하기만 하다. 어쩌면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내차례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아이들은 또다른 대상으로 화연을 겨눈다. 

그간 화연의 행동이 나쁘다는 걸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동조했던 걸 불안해 하면서 

그래도 옳지 않았던 건 내가 아니니깐.. 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한 거 뿐이니까 

그냥 보여서 보았고 들려서 들었고 그러다 이야기 한거 뿐이니까.. 

정말 나쁜 건 화연이니까.... 

그렇게 또다른 희생양이 필요했나보다. 

사실 그 누구도 꼭 집어 나빴다고 할 수도 없다. 

화연은 화연대로 미라는 미라대로 나름의 사연들이 있었고 상처들이 있다. 

그걸 단지 내보이기 싫어서 조금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단지 나보다 잘 나 보이는 게 싫었고 조금만 그러자고  

한 것인데. 그게 쌓이고 쌓여서.. 정말 사소한 한방울의 물때문에 그만 물이 넘쳐흐르만 꼴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한가지가 결국 천지를 죽음으로 몰았고  

남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참 별것도 아닌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죽음을 생각하게도 하고 그랬던거 같다. 

다 지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보다 더 큰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있었는데.. 

그땐 그걸 몰랐다.. 아직 어렸고 딱 그만큼 밖에 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그걸 모두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딸아이의 아픔이나 상처를  사소하게 여기고  무시할 수는 없다.  

그아이는 아직 생을 딱 그만큼밖에 살지 않았기때문에 지금 그 상처와 갈등이 세상이 무너지고  

지구가 폭발해버리는 것과 같은 무게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도 충분히 힘들고 힘들고 힘들것이다. 

책은 내가 잊었던 상처를 들쑤시고 아이의 아픔을 공감하게 하고 사실 그 시절이 아름답고 빛나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준다. 

결국 진주가 되는 건 조개의 상처였듯이.. 

이 상처를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는 가 에 따라 진주가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상처는 아프고 쓰라린 법이다. 

비슷한 책으로 스웨덴의 작가 아니카 토어의 " 싫다고 할 걸 그랬다" 라는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을거 같다. 누군가가 이 두권을 함께 읽어보면 좋다고 권했다 사실은... 

막연하게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아이들도 무지 행복하고 아무런 고통이 없을 거 같은데.. 

거기나 여기나 성장통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사바나를 향한 노라의 짝사랑. 그로안해 이용되는 카린. 우정에 배반당한 아이들 

우정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는 아이들...  

참 소녀들은 무섭다. 차라리 치고 박고 싸우는 사내아이들이라면 소리지르고 윽박지르고  

때리고 패서라도 어떻게 해보겠지만 (어쩌면 그게 더 힘들 수도 있겠다.) 말로써 서로에게 상처주고 교묘하게 이용하고 존재를 드러내고 무리를 만들고.. 소외를 두려워하고...아 어렵다. 

딸아!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너에게 달린 것이다. 

지금 니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먼 훗날 돌아보면 그릇된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먼 훗날을 생각하고 선택을 할 수도 없다. 

단지 지금 니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니 양심에 조금이라도 걸리는 일이라면 

한 번은 망설여 보기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의의 행동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 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도와주는 것, 충고하는 것. 아름다운 것들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지지 않을 때도 있거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단다. 

그것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 건 신의 영역일지 모르겠지만... 좋은 의도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너무 상처받거나 주눅들지 말라는 뜻이야.. 

그렇다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지금부터 니가 겪어야할 전쟁같은 고민과 갈등들이 나중에 너를 훌쩍 커게 하길 바라며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조금씩 위로받고 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아름다워서 아프고 위험한 시기앞에 선 딸에게..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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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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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두번만 나가면 독서지도수업이 끝이다.

4월부터 아홉달을 끌어온 수업....

매번 가기 싫어서 끌려가듯 가지만 자리에 앉아있으면 왠지모를 충만감.. 그리고 얼마나 내가

모르는게 많은가를 느끼는 깨달음(?)  .....

마지막으로 4번에 걸친 독서토론...

다른 사람들은 이번 책이 젤 심심하다고 표현하지만.. 내겐 가장 편안하고 아늑했다.

어딘가 모르게 마음속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듯 서걱거리고 불편했던 책들

종이밥과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그리고 마냥 그림같고 동화같고 환상같은 행복한 청소부...

그래도 이 책은 두발로 땅을 딛고 서서 희망을 보여주는..

건강하고 희망적인 동화라고 느껴졌다.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께"

이 말은 하기도 힘들고 듣기도 힘들다.

내가 좋아한다고 맘에 들었다고 쉽게 다가가서 친구하자~ 하고 하기도 쉽지 않고

누군가가 다가와서 친구하자~ 하고 내민 손을 덥석 잡기도 힘든 요즘

아니 그리고 그런 말을 듣기는 더 힘든 요즘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무녀리로 태어난 윌버를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알았던 샤롯도 남들에게 거부당하고

더럽고 무섭다고 남들이 피하기만 하는 거미였기에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지 않았을까?

친구니까 생명까지 구해주고.. 목숨과 바꾸어서 친구를 살리고...

그런 거창한 건 모르겠지만.. 서로 니맘 내가 안다~ 하는 진정성이 통하는 순간 서로에게 가장 소

한 존재가 되고 의미가 되었다.

윌버는 태어날때는 핀이 내민 손을 잡아서 생명을 구했고

자라면서는 샬롯과 친구가 되면서 자신이 참 소중하고 근사하고 대단한 돼지임을 자각한다.

누구나 눈부시고 근사한 존재인데 정작 자기 자신이 그걸 모르는 것같다.

자기가 자기의 존재를 모르니까 남들도 그냥 그렇게 대하고 그러다 보니 그냥 무의미한 존재로

살아가다가 생을 마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너는 특별하다... 너는 근사해~ 이런 말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괜한 말이 아니다.

말이 존재를 규정하고 의미짓고 그렇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윌버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핀도 엄마가 조바심을 내면서도 기다려주고 믿어주니까.. 동물이 아닌 친구들 사이로 들어갈 수 있

던거였고...

내가 무심코 했던 칭찬..

누군가 내게 어쩌면 무심하게 했을지 모를 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의 너를  있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주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많이 많이 사랑하는 말을 해야겠다.

미운말이 아니라 예쁜말 희망적인 말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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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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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참 단순하다.

나이들고 병든 할아버지와 15세 손녀의 이별이야기다.

그러나 눈물나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표현은 없다.

할아버지는 최후까지 고집세고 괴팍하지만 따뜻하고

손녀는 그냥 묵묵히 지켜보며 안타까워한다.

사실 누군가와 헤어질때 눈물 쏟고 펑펑 울고 감정을 마구마구 짜내기보다는

그렇게 담담한척 아무렇지도 않을척 하면서  자꾸 내가 뭘 잘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무는것... 그런게 아닐까..

리버보이가 뭘까... 궁금해하다가 중반즈음 눈치를 챘다.

다만 그걸 어떻게 연결해나갈까 궁굼하기도 했다.

결국 리버보이는 어려운... 그러나 꼭 하고 싶었던 강의 시작에서 바다까지 헤엄쳐 나간다.

제시도 그걸 해냈다. 어쨌든...

그리고 울고 싶을때는 울음을 참는게 아니라 울고 싶은 만큼 울고 나서 털어내는 법을 알게 된다..

다들 아는 건데.. 하고 싶어하는 건데... 하기 쉽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소녀는 성장했다.

조금은 지루하고 단순하면서 아름답다.

사실 아직 감동까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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