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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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동네 서점을 열고 운영해 가는동안 일기로 쓴 글이다,

일기라 개인적인 감상도 있고 서점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엿볼 수도 있었다.

이제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서점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고집도 있고 그럼에도 이것이 삶을 지탱하는 일이므로 영업과 매출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서점이 마을문화사업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어진다,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 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서점을 열고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을 달고

오래 살았던 동네에서 서점을 열면서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되고

내가 읽었던 책을 선택하는 누군가와의 인연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들 ....

현실인 동시에 낭만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나도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나름 중형서점이 두개 있는 동네지만 왠만하면 알라딘에서 구입하게 되고

아이들 참고서나 문제집 간혹 사는 주간지 정도만 구입할 뿐이다,

동네 서점을 이용해야지 하는 마음은 먹지만 10퍼센트 할인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중고책을 사고 팔아도 조금은 삭막하고 간편한 알라딘 중고서점이 더 편하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도 가까이 있다)

하나 둘 문을 닫는 서점이 늘어나면서

간혹  낯선 동네를 걷다가 서점이 보이면 반갑기도 하고 왠지 애틋하고 짠한 마음도 든다,

영업은 잘 되려나  뭐가 잘 팔리나....

 

한때 철없이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세상 가장 한가로워보이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고

적어도 책을 사러 오는 고객이라면 예의와 상식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만은 아니다,

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만남의 장이 되고 문화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숨기좋은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나중에 내가 내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온다면 온라인 중고매장말고 여기에 내 책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고

나도 일기를 써서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저렇게 작고 가까운 서점에서 조금은 낯설고 다정한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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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3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그만 동네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정말 책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적 드문 서점이 마음에 들거예요. ^^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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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이 책을 다시 들었다,

미국에 사는 이름없는 작가가 영국의 채링크로스 84번가의 서점으로 책을 주문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시작된다,

전후 삭막하고 외로운 시간  책이 주는 위로를 아는 작가는 책을 찾아서 영국으로 서신을 보낸다

그리고 편지가 오고가고 책을 주문하고 선물을 주고 인간관계가 커져간다,

 

어쩌면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지금  한파가 떨어진 먼 한국의 겨울과도 닮아서

책속의 따뜻한 관계에 빠져든다,

처음 읽었을 때도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따뜻함이 책을 매개로 오가고 있다는 것도 좋았다.

누군가가 간절이 원하는 것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찾아내고 보내주는 일

작은 정성을 잊지 않고  전후 물품 구입이 어려운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마음

그리고 오가는 서로의 편지들

 

 

내가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쓴게 언제 였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엄마에게 보내야 했을 때

덜렁 서류만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뭣해서

우체국 한 구석에 앉아 가지고 있던 노트에 편지를 썼던게 마직막이었다,

그냥 순간적인 충동으로 썼던 편지였는데

쓴다는 행동이 의외로 솔직햇고 대담했다,

말로는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감정과 표현이 그리고 내 마음이 그냥 흘러나왔다,

미안하고 고맙고 나도 힘들다는 말들

그렇게 노트 두장을 썼던 편지를 다시 읽지 않고 서류들과 함께 보냈던게 마지막 누군가에게 쓴 손편지였다, 그 편지를 받았던 엄마는 편지 고맙다는 말 이외엔 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톡이나 문자를 많이 쓰는 시대지만

말이 주는 억양이나 말투가 드러나지 않아서 이게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까 걱정하거나 했던 적인 누구나 있

의도는 그게 아닌데 딱딱하게 보이거나 너무 장난스럽게 보일까봐

이모티콘을 써야할지 쓴다면 어느정도 써야하는지

예의를 지켜야 하는 관계라 그런 기호를 쓰지 않아야 하지만 다 쓰고 보면 너무 딱딱하고 투박한 느낌도 들고..정적선이라는 것이 어디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같은 글로 보내는 마음이지만 손으로 쓴 글은 그게 좀 덜하지 않을까

 

매번 가족의 생일에 이번엔 편지를 써야지 하지만

늘 선물이 전부다,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에 그게 오글오글하게 느껴지고

늘 보는 얼굴에 새삼 무슨 편지 하는 마음도 들고

결국 가장 편한 돈을 쓰는 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여기게 된다,

그냥 서재에 올리는 글은 쓰지만

누군가 특별한 대상을 향한 글은 쓰기가 쉽지 않다, 점점점.......

 

내가 헬렌과 서점직원들간의 편지를 좋아한 것은

그것이 마음이 오가는 손편지였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작이  딱딱하고 공식적인 주문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었다,

감정이 배재되어도 상관없고 그게 오히려 당연한 사이에서 점점 빈번해지는 교류로 정을 느끼고

감정을 주고받는 사이로 변해간다는 것

그런 조금은 간격을 가진 관계라는 것이 좋았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사적인 영영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드러내고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내게

이렇게도 편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던 모양이다,

얇은 책

짧은 편지글들

결국 헬렌은 영국에 가지 못했고   프랭크는 사망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서로 애틋하지만 적정의 그리움을 가질 수 있는 거리감

그런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쓰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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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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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를 졸업하는 나는 어디에도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딱 한군데

무라이 건축선계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용기를 내어 졸업작품으로 했던 휠체어가 들어가는 주택에 대한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된다, 외외의 일이다,

알고 보내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인원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 사무소는 여름에는 여름별장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최소한의 직원만 도쿄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짐을 싸들고 기타아사마에 있는 통칭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별장으로 옮겨간다,

첫 출근한 나도 함께 여름별장에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 모두가 제각각 맡은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 프로젝트 일에 참여한다,

 

건축뿐 아니라 요리 새 식물 등등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등장한다,

어떤 날선 대립이나 갈등은 없다,

모두가 힘을 모아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

처음 입사한 내가 사람들속에 무리없이 섞여들어가고 다양하면서 동시에 비슷하기도 한 사무실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름동안 펼쳐진다,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숲속 여름별장이다

이야기가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집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이 서술되어서일까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시간과 인물들

그 모든것을 아우르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인공으로 도드라진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게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주인공의 사수이면서 여름별장에서 요리도 담당하는 우치다의 말이 훅하고 들어오는 건 공간에 대한 나의 생각과 비슷해서였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지 아름다워야 하는 공간은 아니다,

난 요리책이나 인테리어책을 보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고 감탄하는 데 사실 그 공간에 누군가가 살아가고 생활의 흔적을 묻힌다고 상상하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보기엔 아름다운데 삶이 들어가도 과연 아름다울까?

식구끼리 밥을 먹고 냄새를 풍기고 조금은 느긋하게 며칠 청소를 안해서 먼지도 보이고 구석구석 묵은 떄도 보이는 것 그러다 마음먹고 팔을 걷어서 닦아낼때의 뿌듯함도 있지만 이정도로 지저분하다고 죽지는 않아 하는 마음에 모른 척 넘어가는 부분도 많은게 우리 살림 아닐까 (나만 ?)

그렇게 살고 자고 먹는 공간은 사실 아름답지는 않다,

한 번도 요리를 한 적없어 보이는 주방이나  울타리를 치고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붙여야 할것 같은 거실이나 침실보다는 흐트러지고 그저 늘어져도 편한 공간... 그게 내가 원하는 공간이다,

 

누구라도 알 수 있고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단하고 간결하다는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건축에서 사소한 장치를 생각할 때도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그 장치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거야 취급 설명서 따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우위라고

 

 

우리 집같은 전통 화과자점은 십 년을 하루같이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게 일이야 똑같다는 데 가치가 있어 새로운 작품을 몇 년에 한 번 어쩌다 만들어도 손님들이 신기해하는 잠깐 동안만 팔리고 손님들은 결국 늘 먹던 것을 원하더라고 장인기라고 하면 숙련이라든가 세련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인내력과 지구력이야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사실 아버지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부러울거야,

 

 

큰 집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밝고 넓으며 공걱인 공간으로 하지 않은 것도 선생님이 만드시는 주택답다, 열린 곳은 마음껏 열고 닫을 곳은 닫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 주절주절 말할 때와 멍하니 혼자 있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릴 때 여러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방도 거기에 맞춰 역할 을 분담하는 게 좋다고

 

 

고객이 시키는 대로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 일하라는 건 물론 아닐세 만일 고객이 불평하거나 변경해달라고 했을 때 마감이 임박할 때까지 주물럭거리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 자네가 잘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그런 만일의 경울르 위해서라도 늘 시간은 봐둬야 하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예술이 아니야 현실 그 자체지   (중략)

설계 사무소가 있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사람 수로 늘리기 위해서이기도 해 혼자 하면 하루 걸릴 일이 둘이 하면 반나절이면 끙나지 도서관 설계 같은 것은 나 혼자 하다가는 오년이 지나도 안 끝나 내가 자네들한테 맡기는 것도 자네들이 나한테 맡기는 것도 협동이라는 거지 제자니 보스니 하는 상하관계하고는 별개야. 신뢰지 그렇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어

 

주로 우치다나 선생님이 말들

어느 순간 요리가  집이 예술이 되어버렸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공간 누구에게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팅이 주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본질로 돌아가면 음식은 먹고살기 위한 것이고 집은 그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해야하는 곳이다,

아름다울수록 좋고 멋질 수록 좋지만 살아가는 일상에서 늘 잊기 쉬운게 살기 쉽고 만들기 쉬워서 누구나 편안해야한다는 것

알지만 잊고 있는 기본을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소설 내내 나오는 공간에 대한 서로의 토론이나 음식을 만드는 묘사 그리고 여름별장 주위의 사람들과 자연들을 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일 수 있겠구나 생각케한다,

 

 

소설은 몇년 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의 여담도 나오지만

주된 시간과 공간은 내가 입사하고 처음 맞은 그 여름   여름별장에서의 일들이다,

그 곳에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연애를 시작했다,

모든 게 여륾이라는게 당연하다,

여름은 싱싱한 청춘의 계절이니까

 

여름은 지내는 동안은 더워서 습해서 미칠것 같아도 그 순간이 지나면 묘하게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렇게 더웠는데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몹시 그립다,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고 봄이 오면 먀냥 오는 봄이 좋았지만

여름을 견딘 후에 가을이 오면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왜 그럴까?

주인공에게도 그 여름은 그냥 지나가는 여느 다름 여름과 다르지 않ㅇ다,

첫 사회생활 첫 사랑이 있었던 여름이라는 의미는 되겠지만 대단한 다이나믹이 있던 것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래오래 그 여름이 그곳에 남아 있는 건

결국 여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누군가의 연애담을 보는 게 참 재미있다,

누구도 몰래 하는 사내연애.. 아주 짜릿하진 않아도 그렇게 마리코와 연애하는 여름날과

아직도 진행중인 선생님의 그녀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만나는 그 훔쳐보는 간질거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결국 어떤 연애는 여름날의 추억일 뿐이고 어떤 연애는 긴시간 덤덤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어기기도 하고 그렇다,

여름과 연애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의 배경들을 생각해본다,

찬은 없지만 여름 잘 지은 쌀밥을 물말아 오이지를 얹어 먹는 소박하고 덤덤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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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퓨처클래식 4
세라 워터스 지음, 김지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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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는데 느닷없이 이 책이 떠오르는 거다,

아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구입할까 말까를 망설이며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보관함으로 옮겼다가 다시 장바구니로 옮겼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비치된걸 알고 예약하고 기다리고.,...

보통 에약 2순위래도  4주 정도면 받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계속 연체에 걸렸는지 두달이 지나고 거의 잊을 무렵 내 손에 들어왔다,

핑거스미스의 두께를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했지만,,그 묵직함이라니,,,

그러도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두께에 그리고 미리 지레 겁을 먹고 있던 내용에 그냥 저냥 다른 책을 읽다가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뉴스에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이 화두로 떠올랐고

프랜시스와 릴리안의 사랑과 우정보다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애증관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현실이 상상이상이라서였을까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사이 그리고 사랑이 자꾸 겉돌았다,

그래서 뭐?

그래 알았다니까 알았어, 니네들도 영혼의 반쪽이었구나

뭐 그렇다고 살인이 등장할 건 뭐람?

뭐 그렇게 반쯤은 딴데 넋이 빠져서 두 사람을 조금 소홀했고 그렇게 책장을 덮었다,

초반에 비해 조금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했던 후반이 가까스로 끝났구나 하고 잊었다,

 

그런데 어젯밤 문득 떠오르는 거였다,

이건 이렇게 지나가면 안되는거였구나

 

전쟁이 지나고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일상들

이미 세상은 전쟁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거리에는 상의군인 퇴역장교가 넘쳐나고 여자들의 사회활동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그런 모습은 눈에 두드러지는 거였고 니네들은 우리덕에 전쟁에서도 편하게 잘 살아오지 않았느냐는 증오가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상황

무언가 지루하고 갑갑한 현실이 바뀌기를 바랬지만 그건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란것과는 다르다,

변화가 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몰락한 상류계급 

전사해버린 두 남자 형제

무기력하게 죽어버린 아버지

투자실패로 이어진 가난 가난

결국 아직 채 서른도 되기 전에 노처녀가 되어버린 프랜시스는 무능력한 상류 마나님이었던 어머니와 이제 여기저기 삐걱거리기만 하는 낡고 큰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숙을 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프랜시스앞에 나타난 릴리안과  레너드

 

세간의 눈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들인 이층 세입자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삶은 달라지고 틈이 생기고 균열한다,

세상은 조금씩 아니 퓍퓍 바뀌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걸 모른 척 하던 모녀에게 구체적인 변화의 증거가 나타난 셈이다,

어머니 이외 아무런 관계망이 없던 프랜시스에게 릴리안은 인간과 인간의관계를 다시 자극한다

함께 소풍을 나가고  찝적거리는 남자를 쫓아내고 함께 뒷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살림을 조언하면서 우정이 생기고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작은 관계가 급박한 삶에 작은 휴식이 된다,

어쩌면 두 사람의 동성애라는 거대한 담론보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관계가 이 책의 중심이 아니었을까 ,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이제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프랜시즈

변화에 대해 느끼지 못하다가 프랜시스를 만나고  자기를 돌아보며 주저하다주저하다 변하기로 마음먹은 릴리안

그들이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디딘 새로운 세상은 그녀들에게 가혹했다,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의 조사가 이어지고 이상한 방향으로 탐문과 수사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변하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냥 그대로 살아온 방식대로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미 한발을 내디딘 후였다,

되돌아 가기엔 모든 것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책이 끊이 나도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이젠 이전의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대로 발을 디딘 두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현실에서 우리도 칼을 뽑았고 시작을 해버렸다,

파도파도 끝이없고 상상이상의 막장이 계속되어서

우리가 이런 치사하고 저급한 스캔들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지만

이미 발을 디뎠고 여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두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이제 우리도 발을 디뎠구나

되돌릴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고 그래서는 안되는 시점을 지나고 있다,

그녀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

그리고 우리 앞날에도  정의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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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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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독서....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은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뮤진에 명산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해 보이지 않은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늦게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는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닷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해처버릴 수가 없었다,  (중략)

 

눈으로 뒤덮힌 온천마을과

안개가 마을 휘감아 무엇이든 뿌옇게 존재를 삼켜버리는 안개

그리고 고향 (정서적 고향일 수도)에서 만나는 낯선 여인

그 여인에게서 얻는 구원 사랑 허무함

남자는 한량이거나 어떤 생활의 고민따위는 없는 참으로 안개같고 눈같은  비현실적인 환타지스러운 존재

 

삶에 지치거나 삶에 권태를 느끼는 남자가 먼 타지 혹은 마음의 고향에서 여자를 만나 구원을 얻는 이야기 그러나 허무하고 덧없는 이야기

나이 40을 넘으면 이해하고 동감하게 된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나이를 더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눈 질척이며 들러붙는 눈 사이를 막아버리는 눈 떄로는 그대로 고립시키는 눈

그낯설과 환상적인 온천 마을에서 시마무라는   코마코와 요코를 만난다

 

안개처럼 뿌옆고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무진행에서 나는 미친 여자를 만나고 죽은 작부를 보고 인숙을 만난다

 

그리고 일어나는 혹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들

마을과 자연과 눈과 안개와 마음 마음 마음

그럼에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 불쑥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읽으면 또다른 것들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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