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퓨처클래식 4
세라 워터스 지음, 김지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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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는데 느닷없이 이 책이 떠오르는 거다,

아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구입할까 말까를 망설이며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보관함으로 옮겼다가 다시 장바구니로 옮겼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비치된걸 알고 예약하고 기다리고.,...

보통 에약 2순위래도  4주 정도면 받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계속 연체에 걸렸는지 두달이 지나고 거의 잊을 무렵 내 손에 들어왔다,

핑거스미스의 두께를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했지만,,그 묵직함이라니,,,

그러도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두께에 그리고 미리 지레 겁을 먹고 있던 내용에 그냥 저냥 다른 책을 읽다가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뉴스에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이 화두로 떠올랐고

프랜시스와 릴리안의 사랑과 우정보다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애증관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현실이 상상이상이라서였을까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사이 그리고 사랑이 자꾸 겉돌았다,

그래서 뭐?

그래 알았다니까 알았어, 니네들도 영혼의 반쪽이었구나

뭐 그렇다고 살인이 등장할 건 뭐람?

뭐 그렇게 반쯤은 딴데 넋이 빠져서 두 사람을 조금 소홀했고 그렇게 책장을 덮었다,

초반에 비해 조금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했던 후반이 가까스로 끝났구나 하고 잊었다,

 

그런데 어젯밤 문득 떠오르는 거였다,

이건 이렇게 지나가면 안되는거였구나

 

전쟁이 지나고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일상들

이미 세상은 전쟁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거리에는 상의군인 퇴역장교가 넘쳐나고 여자들의 사회활동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그런 모습은 눈에 두드러지는 거였고 니네들은 우리덕에 전쟁에서도 편하게 잘 살아오지 않았느냐는 증오가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상황

무언가 지루하고 갑갑한 현실이 바뀌기를 바랬지만 그건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란것과는 다르다,

변화가 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몰락한 상류계급 

전사해버린 두 남자 형제

무기력하게 죽어버린 아버지

투자실패로 이어진 가난 가난

결국 아직 채 서른도 되기 전에 노처녀가 되어버린 프랜시스는 무능력한 상류 마나님이었던 어머니와 이제 여기저기 삐걱거리기만 하는 낡고 큰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숙을 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프랜시스앞에 나타난 릴리안과  레너드

 

세간의 눈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들인 이층 세입자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삶은 달라지고 틈이 생기고 균열한다,

세상은 조금씩 아니 퓍퓍 바뀌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걸 모른 척 하던 모녀에게 구체적인 변화의 증거가 나타난 셈이다,

어머니 이외 아무런 관계망이 없던 프랜시스에게 릴리안은 인간과 인간의관계를 다시 자극한다

함께 소풍을 나가고  찝적거리는 남자를 쫓아내고 함께 뒷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살림을 조언하면서 우정이 생기고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작은 관계가 급박한 삶에 작은 휴식이 된다,

어쩌면 두 사람의 동성애라는 거대한 담론보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관계가 이 책의 중심이 아니었을까 ,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이제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프랜시즈

변화에 대해 느끼지 못하다가 프랜시스를 만나고  자기를 돌아보며 주저하다주저하다 변하기로 마음먹은 릴리안

그들이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디딘 새로운 세상은 그녀들에게 가혹했다,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의 조사가 이어지고 이상한 방향으로 탐문과 수사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변하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냥 그대로 살아온 방식대로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미 한발을 내디딘 후였다,

되돌아 가기엔 모든 것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책이 끊이 나도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이젠 이전의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대로 발을 디딘 두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현실에서 우리도 칼을 뽑았고 시작을 해버렸다,

파도파도 끝이없고 상상이상의 막장이 계속되어서

우리가 이런 치사하고 저급한 스캔들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지만

이미 발을 디뎠고 여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두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이제 우리도 발을 디뎠구나

되돌릴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고 그래서는 안되는 시점을 지나고 있다,

그녀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

그리고 우리 앞날에도  정의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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