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17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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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기껏해야 가설에 불과하다.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생가한 이론이다, 내가 도장을 찍듯 복제해 낸 본성의 약한 측면은 조금 전 방기해 버린 선한 자아보다 나약하고 왜소했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라는 게 십중팔구 노력과 미덕과 절제뿐 사악한 자아를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따라서 에드워드 하이드는 헨리 지킬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며 또 젊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헨리 지킬이 선이 빛나는 용모라면 하이드의 얼굴엔 악의 특성이 선명하고도 노골적으로 새겨저 있있다 뿐만 아니라 악은 내 시체의 기형과 타락한 징후를 새겨 놓았다. 하지만 거울이 비친 추악한 외모를 보며 내가 느낀 건 바감이 아니라 밪가움이었다. 그 역시 나 자신이므로 내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기에 하이드는 영혼을 보다 생생하게 영상화 했다. 지금껏 나라고 여겼던 불완전하고 분열된 자아의 모습보다 명확하고 개성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분명 옳았다. 네기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접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안의 기색을 드러내고 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 모두가 선과 악이 혼재된 존재인데 반해 이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에드워드 하이드만이 순수 악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p 85

 

 

그날 밤 나는 운명의 갈람길에 서 있었다, 보다 고귀한 영혼으로 하여금 가설을 담당하게 하고 고겨하고 경건한 열망의 차원의 실험을 이끌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생사의 고통을 통해 악마가 아닌 천사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약물의 작용에는 차별이 없다. 약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다만 내 내면의 감옥 문을 흔들어 필립비의 포로들이 방면된 것처럼 내 안의 죄인을 끄집어 내고만 것이다.

    p 86

 

 

 

예전에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에 대해 술자리 개똥철학을 나눌적에 나는 인간은 악한 존재라고 믿는다고 했었다.  왜냐는 질문에 내가 나쁜 짓을 할 때는 즐거웠고 짜릿했지만 선한 일을 하려고 할 때는 마음을 먹어야 해서였다고 대답했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나는 신호규칙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고 말투도 공손하고 무난하게 살고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불이익이나 비난이 두려워 몸에 익힌 무의식의 습관이라고 생각했었다. 간혹 슬쩍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고 했다고 하거나 하고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일들은 그 크기가 소소하고 별 일 아니더라도 나름 즐겁고 짜릿했다 그리고 나의 어릴적 꿈 중 하나가 스파이가 되거나 멋진 자객이 되는 거였는데 그것도 한편으로는 살인이나 폭력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였다.

은밀하지만 무언가 질서를 흐트러버리는 일은 늘 로망이었고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현실의 나는 소심하고 찌질해서 한번도 그런 일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찌질하고 소심하게 복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한 일들이다.

 

나 역시 약물을 발명하고 내 속의 또다른 인격을 꺼집어 낸다면 천사가 아닌 악마를 꺼집어 낼 확율이 높다. 게다가 현실의 사회에서 정말 미운 사람 죽어 마땅하거나 벌벋아 마땅한 인간들이 정치 경제 언론 문화 교육 다방면에서 굴비처럼 엮여서 줄줄이 등장하고  점점 각박한 살릶살이탓인지 갑질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살다보니 난 분명 악마를 소집했을 것이다. 하이드보다 더 미쳐 날 뛸 수도 있는...

 

살아보니 인간이란 악/ 선 이렇게 딱 잘라 두가지만 존재하지는 않더라

누구나 두 곳에 엉거주춤 다리를 걸치고 있고 다만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더  인내하고 견뎌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딱 잘라 이렇다고 정의 내릴 인간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은데다 성격까지 좋다는 건.. 그가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의 바운더리 안에서 어려움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만하고 모든 걸 누릴 수 있고 인정받는 세상에서 악해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가 자기가 사는 환경에서 조금만 벗어나 조금 더 각박하고 험한 세상을 경험하거나 자기가 가진 달란트중에 하나라도 부족해버린다면 그도 중분히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선한 천사에서 가장 악한 악마의 사이에 점점이 무한대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할 뿐이다,

어디에 더 가까운가의 문제이지 딱 잘라  판단할 수는 없다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자체가 한가지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젊잖은 지킬 박사는 억누룰 수 없는 하이드의 존재에 점점 눌리고 영역을 잃어가면서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어쩌면 지킬이 선한 존재여서 악을 감당할 수 없어  하게된 선택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가 한가지 본성만으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엇을까 생각한다,

 

내 안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본성들 중에

지금 여름을 견디는 동안 나는.. 사소함에도 버럭해버리는 조급하고  속좁은 인격이 가장 큰데... 그 모든 이유가 더위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있는 중이다,

선선해지면 조금 매력있고  교양있는 인격이 나올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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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켈리는 사랑했다,

아니 사랑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안경끼고 키도 크지 않고 근육도 없고 공부 잘하고 글을 잘 쓰지만 남자 답지 못한 그는 절대 고백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사랑한다고 믿는다.

함께 동굴같은 살캥이 편집실에서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것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는 일이 일과처럼 되고

함께 연말 파티에 가고 함께 세상을 돌아보면서

그는 어떤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

켈리와 농염한 사랑을 꿈꾸고 미래에 의사가 된 자신과 의사 부인이 된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꾸지만 결코 표현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가 나를 좋아할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착각하고 믿어버리면서

다른 날 사소한 행동으로 그가 나를 밀어내고 나를 싫어한다고 단정한다,

혼자 믿고 혼자 단정하는 일....

그건 찌질한 일일뿐 아니라 폭력이다.

나 혼자 모래성을 지었다 허물었을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 일방적으로 흐르는 마음은 폭력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다. 상대의 마음이나 감정은 조금도 상관없다.

그냥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한 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모든 것이 서로 간의 관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나의 일방적인 판단일 뿐이다

그 파장이 30년동안 휘몰아쳤고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혼자만의 판단이 몰고 온 비극에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설령 모든 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의 어긋나고 삐뚤어진 마음이 어디서 스파크를 일으켜 불꽃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쿡이 로맨스를 쓰나보다 생각했다.

이렇게 무언가를 감추면서 뭔가 대단한 반전이 있을거라는 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전개된다,

너무너무 속터지게 결과를 까보고 싶지만 문장은 한없이 느리고 한없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면서 흘러간다.

녹색의 여륾날 그 화사한 햇살이 손가락사이에서 흘러내리고 있고

덥고 답답한 공기가 휘몰아쳤다가

춥고 으슬한 공기가 다시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가 사라진다,

문장문장은 한업이 늘어져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한문장 한문장을 건너뛰고 갈 수도 없다. 어디서 어떤 묘사가 어떻게 튀어나울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 한없이 느리고 답답하게 이어지는 벤의 독백과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보나마나 뻔한 결말이 나오겠구나 싶은 순간.....

어떤 한마디의 증오의 씨앗이 30년동안 모두에게 비극을 안겨준다,

누구도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했던 증오의 추문이 결국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갔다.

어디서 멈출 수 있었을까?

누구의 죄가 가장 무거울까?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처음부터 정해진 시간의 질감은 되돌릴 수 없다.

 

그동안 쿡은 불안과 수치심 그리고 의심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칡덩굴에 엉켜 있었다.

느리고 매혹적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적나라하고 무시무시한 본성과 마주한다,

이 책도 결국 예외는 아니었다,

그저 찌질하기만 한 벤만 따라갔는데 벤 혼자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들

질투 탐욕 배신 증오 무고 등등의 저마다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남부 작은 마을에서 뒤섞이면서 사건을 만들어내고 누구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고 누구도 부끄러움과 의심을 풀어버릴 수 없다.

 

별거 아니지만....

별 거 아니라는 것조차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수 있을지///

 

 

나는 부인에게서 눈을 떼고 켈리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나머지 모든 사람을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라일과 실라와 로지 메리와 레이먼드 심지어 토드까지 모두 하나같이 작고 어린아이같은 얼굴이었다. 모두의 눈동자가 마치 그들의 청춘 그들의 희망 그들이 계획했던 미래 저 앞에 보이지 않은 덫이 놓일 줄은 사상도 하지 못하듯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깨달았다. 언젠가 켈리가 묘사한 것처럼 어쩌면 촉토는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걸 모아둔 하나의 온전한 세계였다고 . 그와 똑같이 알 수 없는 세계에 같혀 있었던 게 틀림 없다고 그리고 그것을 엮어내는 어딘가에서 하나의 상처가 다른 상처를 봉합하고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낸다고 그렇게 의지 ㅇ않은 길고 어두운 상처의 핏줄을 만들어내며 흐르는게 틀림없다고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어두운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평생을 애써왔다.

머구름과 폭풍우가 어울리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진흙탕을 달리는 그녀의 발이 생각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은 햇빛 쨍쨍한 한 낮에 일어났으며 그녀의 다리는 그해 유독 길었던 봄날의 끝 무렵에 훌쩍 자란 짙푸른 칡덩굴에 엉켜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문 디에 숨어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시퍼렇게 번득이는 칼날로 서늘하고 냉정한 총구로 본다. 뾰족한 모퉁이 뒤에서 또는 밤을 삼킨 짗은 안개에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서성거리다가 위협하며 다가오는 검은 형체  골목길 끝에서 작고 사악한 눈을 번득이며 점점 다가오는 것으로 종종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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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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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다.

누군가 타인과 관계를 맻는다는 것은 입고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기본 욕구가 충족된 다음 사람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인정받고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싶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관계를 통한 인정받음이고 그 방식은 상대가 보여주는 감정반응일 것이다,

웃어주고 울어주고 화도 냈다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괜찮다고  힘내라고 하는 말과 행동과 표정들   그런 하나하나의 몸짓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같다.

내가 웃으면 함께 웃고 울면 함께 울어주고 어깨를 다독여주고 무서울 땐 안아주고 힘들 땐 가만히 기다려주고 하는 감정표현들이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다.

 

다만 그 감정의 표현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바가 늘 있다,

내가 깨닫지 못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

나는 지금 화내지만 그냥 다독여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화를 내지만 사실은 그냥 울고 싶은 걸 참는 거예요

웃고 있지만 지금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요.

울고 있지만 사실 개운하기도 해요....

어쩌면 사람마다 가지는 감정의 패턴은 조금씩 다르다,

 

아니 우리는 모두 우리감정조차 모르기때문에 타인의 감정은 더더구나 알지 못한다.

내가 가진 감정조차 그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 남의 욕구나 감정을 어떻게 알까

그냥 알아주길 바라지만 사실 서로 오해하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잘 안다고  니마음은 내가 잘 안다고 너말고 누가 날 알아주겠냐고

그렇게 조금씩 어긋나고 조금씩 오해하고 오해받으면서도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건

모두에게 통용되고 인정받는 방식과 함께 사회마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각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공통으로 통하는 무언가를 가지는 것 그것이 사람들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들의 질서다.

그래서 누구나 알기도 쉽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감정이고 표현이고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것이 타인과 관계하는 일이다,

 

선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은  감정이므로 타인의 감정도 알지 못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선재는 일일이 상황마다 경우마다 그때의 감정들을 배우고 외울 뿐이다, 쉽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데 사람ㄷ과 상황이 뒤섞이면 그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뿐이다,

다만 선재는 내 감정도 모르고 타인의 감정도 모르기에 솔직하다,

나는 모른다, 나는 다르다, 나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엄마라는 울타리가 없어진 이후 어쩌면 선재에게 솔직함만이 살아가는 무기가 될수 있겠다,

그리고 곤이를 만난다,

전재와는 정반대에 있는 곤이

아무것도 모르고 무심한 선재와 달리 가장 에민하고 가장 민감하고 가장 약한 곤이가 만난다,

서로는 서로를 알 수 없다,

복잡한 수학공식보다 더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서로에게

그리고 소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윤재는 윤재의 방식으로 그리고 곤이는 곤이의 방식으로  나중에 등장하는 도라 역시 그만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각각이고 그래서 아름답고  세상은 괴롭고 동시에 즐겁다.

 

 

소설은 조금은 독특한 선재의 성장담이며 동시에 선재가 만나고 관게맻는 사람들과 나누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관계 맺음은 세가지로 나뉜다,

나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

사람들은 나와 다른 타인과의 관계맺음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쩌면 그건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그저 맞는 척 연기할 수도 있고 조금 양보하면 그만이거나 무대뽀로 밀고 나갈 수도 있다. 연기할 수도 있고 그래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없이 살기는 쉽지 않기때문에 누구나 어쨌든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누군가 타인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면 사회와의 관계도 맺어 나가기 어렵지 않다,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자기와의 관계 맺기다,

사람들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어서 가장 무심하게 대하는 존재가 바로 자신이다,

곤이는 스스로 곤이를 모른다, 이수였던 곤이 그리고 댱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곤이이전의 이후의 이름들의 그 존재를 스스로 잘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그토록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아니 어쩌면 그 감정들이 두렵고 낯설어서 더 설쳐대고 더 강한 척하고 더 거칠게 군다,

윤재도 윤재자신을 모른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 무엇이 꿈틀거리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감정을 알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을 모른다고 여긴다,  윤재와 곤이의 다른점은 여기서 시작한다,

윤재는 자기를 모른다는 걸 알고 있고 곤이는 그것조차 모른다,

윤재는 그저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낼 뿐이다, 상처를 입거나 상처를 주거나 정직하게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학습한다

곤이는 피하고 무시하고 도망칠뿐이다, 더럽고 치사하고 싫고 두려워서..

 

성장을 말하고 있을지 모를 이야기에서 나는 관계맺음을 찾는다,

나와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래서 내 삶이 해피앤딩이 되는 것인지 새드 앤딩이 되는 것인지는 다 살기전에 알 수 없다.

다 살고 나서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삶은 그냥 그대로의 삶이지 그게 행복이든 불행이든 의미가 없을것이다,

그건 다만 나중에 관계 없는 타인들이 붙이는 이름이다,

 

다행히 이야기 말미에 모두기 조금씩은 더 행복해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나가지만

그래도 삶이 끝나지 않은 한 또 다른 모퉁이가 나오고 또다른 복병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살만한지도 모르겠다.

 

 

사족  요즘 보는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황시목이라는 인물이 윤재의 20년 쯤 후의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선적인 인물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아몬드의 윤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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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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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

독일의 어느 학교 교실에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이 동급생이 되었고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친구가 될 수도 ... 라는 예감에 서로 친구가 된다.

 

작가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연과 계절과 성과 시내 곳곳을 묘사하고 있지만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넘기면서

언제 뇌관이 뽑힌 폭탄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더 친하기 전에

더 상처받기 전에

이 우정을 멈추는 것이 낫지 않을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기적인 마음은 두 소년의 우정이 기쁘지만은 않았다,

 

저자는 노골적으로 나치즘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언뜻 보이는 히틀러의 초상화 나치의 문양을 스치듯 표현하고 말지만 그 은밀하고 습습하고 불길한 냄새는 자꾸 책장밖으로 넘어나왔다,

이제 그만.... 더 상처 입기 전에 이 우정을 멈추기를...'

 

결국 갈등이 일어나고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전쟁의 기운이 드리워진 후

한스는 미국으로 떠나고 콘라드는 독일에 남는다, 당연하게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둘은 이미 잊었다고 여겼고 삶은 절대 어느 지점에서도 만날일이 없는 긴 선을 만들어 갔지만  우연히도 날아온 동창명부에서 한스는 콘라드를 발견한다,

단 한문장이 그렇게 중격적인 반전을 만들었다.

 

단 한문장이 주는 반전  이라는 광고가 과장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뭐 다 아는 역사. 다 아는 상황

누구나 아는 결말이지만

어떤 피도 전쟁도 갈등도 다루지 않으면서 서로 어긋나야하는 친구관계만으로도 이렇게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다 알아서 더 불안하고 두근거렸다,

다 알아서 무섭고 한장 한장 줄어드는게 가슴을 조이더니

결국 마지막에  불협화음같은 대단원이 나타났다.

 

다 읽고 나면 아름다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것이다,

두 소년의 우정도 작가의 문장들도...

 

그는 1932년 내 삶으로 둘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은 9천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 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

내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의 원천이 될 그 소년에게 처음 눈길이 멈췄던 것이 어느 날 어느 때였는지를 나는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그것은 내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나서 이틀 뒤 하늘이 잿빛으로 흐리고 어두컴컴했던 독일의 겨울날 오후 3시 였다.

 

 

어떤 작품도 이처럼 아름답지 않고 이 두 소년처럼 순수하지 않다,

이 소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의 이야기일 것이다,

저 첫 도입부에서 느껴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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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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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대하는 송시우 작가의 단편집이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있는 불안이나 분노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오는 순간 그건 섬뜩한 공포가 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범죄가 되기도 한다,

각 단편의 미스테리는 대단하지 않다,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현실에서의 사건이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을 통해 더 풍부하게 펼쳐진다,

 

이번 단편집에서도 < 5층 여자>와 <원주행>에 등장하는 기숙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어설프고 불쑥 떠오르는대로 말을 뱉어버리는 습관을 가진 소심한 여자가 그런 소심하고 (세심하고) 일상을 허투로 보지 않은 시선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다, 뭐 대단한 탐정이라기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조금 더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과 약간의 운까지 더해진 평범함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첫 번째 작품인 < 아이의 뼈>도 충분히 유추 가능한 전개지면 그래도 설마 내가 생각하는대로일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내 에상대로 전개되도 그게 시시하다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럴 수 밖에 없던 마음이 이해가 가는 이상한 경험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사건보다는 인물 인물의  보여지는 성격보다 그 이면에 숨은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일상성 그리고 평범성 자체가 반전이 되고 어떤 짠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사회에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되고  사람을 사람이 하찮게 생각하거나 이용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하거나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마음들

누구나 한번씩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먹어봤던 마음들이 그려진다,

그래서 시시하지만 왠지 마음이 덜컥거리고 움찔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전 작품들 보다는 조금 실망이지만

어쩌면 더 작고 소소한 사건이어서 더 현실적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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