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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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를 졸업하는 나는 어디에도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딱 한군데

무라이 건축선계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용기를 내어 졸업작품으로 했던 휠체어가 들어가는 주택에 대한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된다, 외외의 일이다,

알고 보내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인원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 사무소는 여름에는 여름별장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최소한의 직원만 도쿄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짐을 싸들고 기타아사마에 있는 통칭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별장으로 옮겨간다,

첫 출근한 나도 함께 여름별장에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 모두가 제각각 맡은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 프로젝트 일에 참여한다,

 

건축뿐 아니라 요리 새 식물 등등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등장한다,

어떤 날선 대립이나 갈등은 없다,

모두가 힘을 모아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

처음 입사한 내가 사람들속에 무리없이 섞여들어가고 다양하면서 동시에 비슷하기도 한 사무실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름동안 펼쳐진다,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숲속 여름별장이다

이야기가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집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이 서술되어서일까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시간과 인물들

그 모든것을 아우르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인공으로 도드라진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게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주인공의 사수이면서 여름별장에서 요리도 담당하는 우치다의 말이 훅하고 들어오는 건 공간에 대한 나의 생각과 비슷해서였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지 아름다워야 하는 공간은 아니다,

난 요리책이나 인테리어책을 보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고 감탄하는 데 사실 그 공간에 누군가가 살아가고 생활의 흔적을 묻힌다고 상상하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보기엔 아름다운데 삶이 들어가도 과연 아름다울까?

식구끼리 밥을 먹고 냄새를 풍기고 조금은 느긋하게 며칠 청소를 안해서 먼지도 보이고 구석구석 묵은 떄도 보이는 것 그러다 마음먹고 팔을 걷어서 닦아낼때의 뿌듯함도 있지만 이정도로 지저분하다고 죽지는 않아 하는 마음에 모른 척 넘어가는 부분도 많은게 우리 살림 아닐까 (나만 ?)

그렇게 살고 자고 먹는 공간은 사실 아름답지는 않다,

한 번도 요리를 한 적없어 보이는 주방이나  울타리를 치고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붙여야 할것 같은 거실이나 침실보다는 흐트러지고 그저 늘어져도 편한 공간... 그게 내가 원하는 공간이다,

 

누구라도 알 수 있고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단하고 간결하다는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건축에서 사소한 장치를 생각할 때도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그 장치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거야 취급 설명서 따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우위라고

 

 

우리 집같은 전통 화과자점은 십 년을 하루같이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게 일이야 똑같다는 데 가치가 있어 새로운 작품을 몇 년에 한 번 어쩌다 만들어도 손님들이 신기해하는 잠깐 동안만 팔리고 손님들은 결국 늘 먹던 것을 원하더라고 장인기라고 하면 숙련이라든가 세련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인내력과 지구력이야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사실 아버지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부러울거야,

 

 

큰 집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밝고 넓으며 공걱인 공간으로 하지 않은 것도 선생님이 만드시는 주택답다, 열린 곳은 마음껏 열고 닫을 곳은 닫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 주절주절 말할 때와 멍하니 혼자 있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릴 때 여러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방도 거기에 맞춰 역할 을 분담하는 게 좋다고

 

 

고객이 시키는 대로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 일하라는 건 물론 아닐세 만일 고객이 불평하거나 변경해달라고 했을 때 마감이 임박할 때까지 주물럭거리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 자네가 잘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그런 만일의 경울르 위해서라도 늘 시간은 봐둬야 하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예술이 아니야 현실 그 자체지   (중략)

설계 사무소가 있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사람 수로 늘리기 위해서이기도 해 혼자 하면 하루 걸릴 일이 둘이 하면 반나절이면 끙나지 도서관 설계 같은 것은 나 혼자 하다가는 오년이 지나도 안 끝나 내가 자네들한테 맡기는 것도 자네들이 나한테 맡기는 것도 협동이라는 거지 제자니 보스니 하는 상하관계하고는 별개야. 신뢰지 그렇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어

 

주로 우치다나 선생님이 말들

어느 순간 요리가  집이 예술이 되어버렸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공간 누구에게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팅이 주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본질로 돌아가면 음식은 먹고살기 위한 것이고 집은 그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해야하는 곳이다,

아름다울수록 좋고 멋질 수록 좋지만 살아가는 일상에서 늘 잊기 쉬운게 살기 쉽고 만들기 쉬워서 누구나 편안해야한다는 것

알지만 잊고 있는 기본을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소설 내내 나오는 공간에 대한 서로의 토론이나 음식을 만드는 묘사 그리고 여름별장 주위의 사람들과 자연들을 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일 수 있겠구나 생각케한다,

 

 

소설은 몇년 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의 여담도 나오지만

주된 시간과 공간은 내가 입사하고 처음 맞은 그 여름   여름별장에서의 일들이다,

그 곳에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연애를 시작했다,

모든 게 여륾이라는게 당연하다,

여름은 싱싱한 청춘의 계절이니까

 

여름은 지내는 동안은 더워서 습해서 미칠것 같아도 그 순간이 지나면 묘하게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렇게 더웠는데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몹시 그립다,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고 봄이 오면 먀냥 오는 봄이 좋았지만

여름을 견딘 후에 가을이 오면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왜 그럴까?

주인공에게도 그 여름은 그냥 지나가는 여느 다름 여름과 다르지 않ㅇ다,

첫 사회생활 첫 사랑이 있었던 여름이라는 의미는 되겠지만 대단한 다이나믹이 있던 것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래오래 그 여름이 그곳에 남아 있는 건

결국 여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누군가의 연애담을 보는 게 참 재미있다,

누구도 몰래 하는 사내연애.. 아주 짜릿하진 않아도 그렇게 마리코와 연애하는 여름날과

아직도 진행중인 선생님의 그녀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만나는 그 훔쳐보는 간질거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결국 어떤 연애는 여름날의 추억일 뿐이고 어떤 연애는 긴시간 덤덤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어기기도 하고 그렇다,

여름과 연애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의 배경들을 생각해본다,

찬은 없지만 여름 잘 지은 쌀밥을 물말아 오이지를 얹어 먹는 소박하고 덤덤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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