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안드레아 게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책 읽는 사람 syo의 솔직한 탄생 설화

 

syo는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능 본 지 한 달이 더 지났지만 syo가 갈 곳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사가 죄 의미 없었다. 수능 다음 날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했더니 어느덧 <수학의 정석 실력편> 안에 못 푸는 문제가 없어진 시점이기도 했다. 뭔가 사건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일탈! 일탈이다! 하지만 일탈이란? 그건 뭐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다시 말해, 내가 이제부터 그걸 할 거라고 공지하면 온누리가 , 네가 그걸 한다고? syo 네가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다른 무엇도 아닌 그것을?” 이라며 화들짝 놀랄 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정석을 탁 덮고 syo는 곰곰 생각했다. 기왕이면 공부에 엄청 방해되는 걸 하는 게 좋겠어. 뭐가 있을까. 게임? 질렸어. 만화? 질렸어. ? 맛없어. 담배? 맛없어. 운동? , 생각만 해도 입에서 쇠맛 난다. 연애? 맛없……?

 

연애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호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연애는 잘 모르겠고, 섹스는 해봤거든? 좌중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 syo : 뭐 이 새끼야? 니가 뭘 해봤다고?

- : 지금 니 입에서 나온 그 ㅅ…… ㅅ 그거 우리가 아는 그 ㅅ…… ㅅ 그거 맞냐?

- 박곰돌 : 취소해. 취소하라고! 내 나이 스물하나, 나도 아직 못 해봤는데……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해 임마, 제발…….

- 호밀 : , 왜 재작년까지 우리 윗집에 XX여고 다니는 누나 혼자 살았잖아. 가족들 다 이사 가고.

- 좌중 : 그래, 그 누나! 돈가스 잘 튀겨주는 그 누나!

- 호밀 : 그 누나가 충남댄가 충북댄가 거기 갔댔잖아.

- 좌중 : 그래, 그 누나! 충남댄가 충북댄가 거기 간 그 누나!

- 호밀 : 그때, 대학 붙어서 충청도로 간다면서 그 누나가, 우리 집에 와서 마지막 돈가스 튀겨줬거든? 근데, 그때…….

- 좌중 : 근데! 근데, 그때! 근데, 그때?

- 호밀 : (말없이 얼굴을 붉히더니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 좌중 : (말없이 얼굴을 붉히더니 일어나서 호밀을 밟는다.)

- 호밀 : (실컷 밟혔으나 하나도 아파 보이지 않는다. 계속 웃는다.) 하여튼, 나는 그래서 연애는 잘 모르겠다 무슨 맛인지. 내가 아는 맛은 ㅅ……

- 좌중 : (지극히 분개하며 다시 일어나서 호밀을 밟는다.) , 터뜨려! 터뜨려 버려! 어차피 이 새끼는 맛을 봤다니까 미련이 없겠지. 이 배신자 놈아, 플리즈 고 투 헬…….

 

syo에게는 돈가스 잘 튀겨주는 윗집 누나 같은 게 없었고, 호밀의 말에 따르면 그런 누나가 있어도 연애의 맛을 알 수 있는 건 또 아닌 듯했다. 그러나 때마침 박곰돌 또한 연애중이었다.

 

- 호밀 : 아 근데, 형은 랭이누나도 있으면서 왜 아직 못해봤냐 ㅅ…….

- 三 : , 둘이 있겠다고 날 그렇게 집에서 내쫓드만. 내실 없다 내실 없어 우리 형.

- 박곰돌 : 야 씨, 아픈 데 찌르지 마라…….

- syo : 그러니까, 연애의 맛이 어떤 맛이냐고. 그건 말해줄 수 있을 거 아니냐.

- 박곰돌 : 그건 말해줄 수 없다.

- syo : 밟아라. (좌중 일어선다. 호밀의 눈에는 복수의 핏발이 섰다.)

- 박곰돌 : (손사래를 치며) 아니아니. 말을 안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말로 못 하는 거라니까? 해 봐야 알지 그게 말로 되는 게 아니라고.

- syo : 형은 랭이누나 어떻게 만난 건데?

- 박곰돌 : 나야 대학 가서 만난 거지. 그러니까……(사랑에 빠진 과정과 서투른 고백과 얼떨결에 사귀게 된 정황들을 신나서 이야기해주었는데 재미가 없었고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연애의 맛이란 대학생이 되어 줘야 알 수 있는 듯한데, syo는 대학생이 아니었고 비참하게도 다음 해 역시 대학생이 아닐 예정이었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연애, 너란 대체 무엇이건대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하느뇨…… 하던 찰나 이 입을 열었다.

 

- 三 : 내가 형한테 쫓겨나서 갈 데가 없어 가지고 도서관 가잖아. 거기 가면, 책 많다? 연애 책.

- syo : 진짜?

- 三 : , 특히 일본 소설들. 걔넨 겁나 연애만 해!

- syo : 혼또니?

- 三 : , 스고이데스…….

 

우리는 크게 혹은 작게 망할 때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연애를 글로 배워서……. 그건 망할지언정 연애를 글로 배울 수는 있다는 말이렸다. 그래서 윗집 누나도 없고 대학생도 아닌 syo는 정석을 책상 서랍 속 깊은 곳에 봉인하고 과 함께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다. 특히 일본 소설 서가를 닳도록 드나드는데……. 오늘날 알라딘에서 철학 개론서에 미친 자로 활동하는 syo의 본령은 바로 일본 연애소설이었다는 사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요시다 슈이치,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독서의 기원이 불온합니까? 사실, 하기 전이건 하는 중이건 혹은 하고 난 후이건, 연애는 독서의 시발점으로 너무도 절실하고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독서의 쾌락적 요소가 독서의 진짜 핵심이자 원동력이 아닐까신경생물학자 게랄트 휘터는 기쁘게 배운 것(읽은 것)만이 정말로 주입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휘터는 베를린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중국 여자를 사랑하게 된 80세의 남자는 비교적 쉽게 중국어 기본 단어들을 배운다고 발표했다. "감탄은 쉽게 말해서 뇌에 거름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무언가를 기억하려면 언제나 감탄이 필요하다.“ (155) 

 

 


책 읽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

 

진정 연애를 글로 배울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소설로 배우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특히 무라카미 류가 그랬다. 이젠 이 바닥을 떠나야 할 땐가 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대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독서의 물길이 나쓰메 소세키에 1차 종착점을 찍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중이었으므로, 책은 연애의 지침으로써 효능을 잃었다.

 

그럼에도 책이 연애에 하등 쓸모가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책을 읽는공대남이라는 특성(‘많이 읽는아니고 그냥 읽는입니다)은 적용 범위가 마이너하긴 하지만 일단 먹히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였음이 밝혀졌고, 대충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쯤은 그런 남자에 취향이 있는 듯했다. 5:5 미팅을 나갔고, 당연하게도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려들었다. , 이건 싸이언스야. syo는 생각했다. 그때는 브라이언 그린과 리처드 파인만을 읽는 시기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저는 책을 읽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높은 기본점수를 깔고 시작한다. 그 이유가 오래 궁금했다. 책 읽는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아낀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은 자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말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대목에 밑줄을 그은 사람은 사랑할 수조차 있다. 그것은 일종의 동류의식일까?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는 말을 부끄러이 하는 사람들 역시 책 읽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호감을 장착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읽지 않은 책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책 많이 읽는 이가 좋은 평을 하면 신나 한다. 다음에 읽을 좋은 책을 소개받으면 저 말씀하신 책 지금 바로 사려구요,’ 하면서 즉시 주문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사람의 감정이나 지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지간한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책 많이 읽는 이들이 지닌 아우라가 일종의 수동적 호감으로 작용하는 걸까?

 

반면에 이런 사건도 있다. 우리는 책을 많이 읽은 이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성, 편협하지 않은 마음,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을 기대한다. 책이 그저 지식의 뭉텅이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읽든 그렇지 않든, 읽다 보면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책의 효용을 어느 정도씩은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면 훨씬 더 큰 폭으로 실망하게 되기도 한다. 헤어져 돌아오는 발걸음에, 역시 책 많이 읽는다고 다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씁쓸한 마음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런 판단 자체가 나의 오만이거나 내 좁은 소견으로 인한 오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마음이 낙차를 실감하는 것이다.

 

책 읽는 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호감과 기대감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솔직함일지도

 

무슈크의 친구가 홍콩에서 중국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이상하게도 의사는 친구의 병에 관해 묻지 않고 대신 직업이루지 못한 옛사랑습관 등을 물었다그리고 끝으로 친구에게 차를 한 잔 주고 조용히 창밖을 내다봤다친구가 진료는 언제 할 거냐고 묻자 의사는 찻잔을 넌지시 가리키며 아까부터 진료 중이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겸허히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걸음걸이를 살피고 앉은 자세동작손톱을 관찰했노라 말했습니다그런 다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친구의 등 두 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물었습니다여기와 여기가 아프지 않나요?" (30)

 

이 책의 원제는 독일어 ”Lesen als Medizin“. 모르긴 몰라도 치유로서의 읽기’, ‘나으려면 읽어요뭐 이런 느낌인 듯하다. 한국어 제목인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는 원제로부터 멀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정도의 거리감이 있음에도 확실히 매혹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솔직함에 대해 생각하게 할 만큼 막강하다.

 

위에 늘어놓은 다양하고도 비슷한 질문들을 관통하는 원리가 어쩌면 이 한국어 제목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맞다. 나는 책 앞에서 늘 솔직해진다. 솔직한 나는 아무런 가식도 없이 오직 나로서 책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다.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말이 아니라,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 안에 들어 있는 선입견, 온갖 잡스러운 감정, 이상적 자아상, 가끔은 나조차 이해할 수가 없는 주관적인 호오의 기준 같은 것들을 오롯이 품고 책과 맞부딪힌다는 뜻 이다. 그렇게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뱉는다. 그렇게 독서를 마치면 다시 또 어떤 내가 되어 있다. 이것은 내가 책을 솔직하게 대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르고 읽은 책은 피부가 아니라 그런 외피들에 붙는다. 그리하여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거울을 보면, 그 안에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얼굴의 내가 들어있다. 그렇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책으로 자기를 빚어 여기에 왔다면 그는 최소한 책 앞에서만큼은 충분히 솔직한 사람인 셈이다. 책 앞에서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사람들. 우리는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이 그런 이들이기를 알게 모르게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앞에 앉은 독서가들이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운 대로, 실망스러우면 실망스러운 대로, 그것이 그들이 가진 그들로서의 모습임을 더 선명하게 직감하게 된다.

 

솔직함, 그리고 솔직함을 향한 기대. 읽는 사람이 겪고 겪어내야 할 이런 감정들은 어쩌면 치유로서의 읽기에도 전제조건은 아닐까. 중국 의사가 등을 눌러 아픈 곳을 짚어낼 수 있도록, 우리는 더함도 뺌도 없는 우리로서 책 앞에(그리고 가끔은 사람 앞에도) 나서야 한다.

 



하여 결국 우리는

  

어떤 책은 사람을 다정하게 만든다. 또 어떤 책은 사람을 선명하게 만든다. 또 어떤 책은…… 이 모든 게 책이 혼자 하는 일이라면 책만큼 위대한 것이 없었을 텐데. 그러나 책은 사실 우리 앞에서 우리를 솔직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솔직하게 다정해지고 선명해지고 그런다. 같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책도 우리도 완벽하게 위대하지 않다.

 

뻔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겐 항상 울림을 주는 두 개의 구절로 마무리하자.

 


제인 데이비스가 내게 설명한 것처럼 문학에는 실질적인 효용이 있다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세계가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그녀는 확고하게 믿는다책을 읽는 사람은 상호 간에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더 공감하는 삶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92)

 

그러나 문학의 세계는 작가의 창의성과 상상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고다음 단계로서 독자의 내면에서 재생될 때 마침내 완성된다. "잘 읽으려면 잘 지어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미국 철학자 랄프 월도 에머슨이 말한다그러므로 작가와 독자 모두 창의적이어야 한다작가는 허구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독자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그러니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거나 더 생생하게 재생하기 위해. (147)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9-12-29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글도 책도 찐이다... ㄷ ㄷ .....

syo 2019-12-31 08: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언제나 먹히는 친구팔이

반유행열반인 2019-12-29 1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달의 우수 리뷰 당선입니다. 내 마음대로ㅎㅎㅎ. 책 읽는 사람도 그 사람의 솔직함도 이 책도 참 좋은 것 같아요.

syo 2019-12-31 08:47   좋아요 1 | URL
반님 시상 이달의 우수리뷰, 배부릅니다 제맘대로요 ㅎㅎㅎ

stella.K 2019-12-29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갠적으로 책 제목이 좋긴한데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책을 너무 믿도록 만드는 것 같아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나 할까?
독서 에세이는 이제 너무 많이 나왔고.
물론 또 이렇게 말은 하지만 누가 이 책을 선물해 주거나 중고샵에서 싸게 살 수 있다면 분명 혹하간 하겠죠.
책 읽는 사람이 호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런가 보다해요.
말처럼 책 많이 읽는다고 인격이 좋은 건 아니니까.

앜, 뭐야? 내가 왜 이러지...? 막 삐대고 있잖아요.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스요님 리뷰를 넘 잘 써서 질투하고 있나 봐요. 내가.ㅎㅎㅎㅎ

syo 2019-12-31 08:52   좋아요 0 | URL
세상엔 읽을 책이 잔뜩잔뜩 있으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만 읽어도 어쩜 충분할지도 모르겠어요.
스텔라님은 늘 스텔라님께 맞는 책을 잘 찾고 잘 읽으시니까 ㅎㅎㅎㅎ
칭찬 말씀만 접수하는 것으로. 으하하하

붕붕툐툐 2019-12-3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보는 책인데 리뷰를 읽고 책이 읽어지고 싶다니..글의 힘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syo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리뷰 많이 많이 써주세요!!:)

syo 2019-12-31 08:52   좋아요 0 | URL
붕붕툐툐님 올해도 이래저래 감사했습니다. 남은 연말 잘 보내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비종 2019-12-31 0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리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몰입감으로 정독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사설같은 느낌도 들구요. syo님의 글은 읽는 이를 기분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찾고 댓글을 남기게 되나 봅니다. 울적했는데 한결 나아졌습니다. 솔직한 글 앞이라 솔직해지나 봅니다. .

syo 2019-12-31 08:54   좋아요 0 | URL
나비종님이 달아주시는 찌이인한 댓글을 앞에 두면 몸둘 바를 모르겠고 그렇습니다 ㅎㅎㅎㅎ 올 한해 고생많으셨습니다. 모쪼록 내년에도 좋은 시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나무처럼 2019-12-3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쇼님 때문에(덕분에) 산 책이 몇 권이더라?
쇼님 정말 나빠요.ㅋ

syo 2019-12-31 12: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유 참, 장바구니에 담으시는 분들께 죄송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이러이러하게 읽었단 말씀까지만 드리고 싶습니다. 책 자체가 엄청 훌륭하다, 후회 없으실 거다, 이런 말씀을 드릴 만한 정도는 또 아니지 않을까 해요 ㅎㅎㅎ

monicalim75 2020-01-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후기네요. 책도 궁금하지만 후기를 쓰신 분이 더 궁금해지는 솔직하고 멋진 후기에요. ^^

syo 2020-01-06 22:57   좋아요 0 | URL
과찬이세요. 책에 대한 정보보다 개인정보를 더 많이 실어야 겨우 한 바닥의 글을 쓰는 정도입니다. 읽는 분들이 좋게 봐 주시는 거지요^-^ 감사합니다, monicalim75님.

2020-01-0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2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intin2506 2020-01-08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공대생 출신이셨어요? 인문대생 출신은 막연히 부럽네요 가보지 못한 길 ㅋㅋ

syo 2020-01-12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가봤으나 이미 다 잊어버린 길이랍니다. 뭐 하나 기억이 안 나네요.
 


연말자아파티

 

 

 

콜레스테롤이 있었고 혈당도 안전하지는 않다. 간 수치는 20년째 주의를 받는다. 혈압과 혈당은 모계, 간은 부계의 내력이다. 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사연이다. 준비할 따름이다.

 

거의 달리지 않았다. 달리지도 않으면서 몸을 위해 다른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옳다. 달려야 달린다. 달리지 않으면 달리지 않는다. 달리자.

 

배가 나오는데 눈에 띄는 체중 변화는 없다. 내게 어떤 틈이 있어 그 사이로 건강이 새고 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누수탐지와 개선을 새로운 한해살이의 큰 틀로 삼아야겠다.

 

 

 

 

400권 언저리에서 마무리되겠다. 재작년 700, 작년 500권이 기록되어 있다. 좋다. 일이 시작되면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실망하지 말자. 한 줄, 한 쪽을 오래 읽자. 베껴 쓰고 되새김하는 한 해, 읽은 것을 잃은 것으로 쉽게 바꿔먹지 않는 한 해를 목표하자. 100권도 좋고 50권도 좋다. 다만 12권이라도 좋다. 좋을 것이다.

 


 

사랑

 

다 마음의 문제였다고 속이지 말자. 자본을 적으로 놓는 것과 자본의 위력을 무시하는 것은 다르다. 자본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이 곧 어려운 사랑이 되는 세상에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따위 것에 지지 않았다고 자기를 최면하지 말자. 속물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속물이 되지 말자.

 

아무것도 필요 없는 순간은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순간이라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옷을 주워입고 방문을 열고 나가 먹고 마셔야만 한다. 영원한 사랑이 있다면 먹고 입을 것이 갖춰진 집에 놓인 침대 위에 있을 것이다. 영원한 사랑이 없다면 주리고 헐벗은 이에겐 더욱더 없을 것이다.

 

상대의 모든 시간을 움켜쥐고 싶은 욕심은 사랑을 더 빠르게 키우고 더 빠르게 소모하는 센 불이다. 불과 불이 만나면 불같이 서로를 핥다가 서로를 삼키고 서로의 잿더미 위에서 잿더미가 된다. 맞불이다. 그러나 물과 물이 만나면 물이다. 물은 물들이 되지 않고 물이 된다. 우리는 물을 세지 않는다.

 

 

 

사랑 +

 

기회가 닿지 않았고 마음이 닿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닿았는데 닿지 않은 척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괜찮다고 말하며 부족한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었겠다. 오랜 부담이었겠다. 욕망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에 시작한 사랑이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이 당황한 두 사람이 있었다. 부수고 부서져 가며 맞추었으나 맞지 않고 맞추어야 했다는 사실은 소각되지 않는 미안함으로 남았다.

 

괜찮을 줄 알았고 그 안에서는 영영 괜찮을 것이었으나 밖에 나오고 나니 더는 괜찮고 싶지 않아졌다. 괜찮음을 넘어서 즐겁고 싶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더 즐겁고 싶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 예단하기 섣부르고 몸과 마음의 일이라 예측하기 미묘하다. 한해살이의 깃발로 세우기에는 이미 지나친 감이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정한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까지 어딘가로 가는 삶, 정해놓은 일을 마치고 나면 조금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할지 정해야 하는 삶이 새로 와 눈앞에 섰다. 버려야 할 것들의 목록을 들고서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고 있다. 충분히 비우고, 정돈하고, 청소하고 맞이할 일이다. 나는 문제없다. 주어진 것들 안에서 최대한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투르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보아야 할 것들을 빠뜨리지도 들어야 할 것들을 무시하지도 않고, 작고 귀엽고 무해하게 살 작정이다.

 

 

 

--- 읽은 ---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안드레아 게르크 : 185 ~ 275

: 좋은 책을 만나면, 책이 있고 인간이 있어서 세상은 완전해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저 솔직할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한주먹은 밝아지는 기적, 그거 어떤 기분인지 우리 다들 조금씩은 알잖아요? , 진부한 말이지만 역시 인간에겐 책이 필요하고 책에겐 인간이 필요하다.

 



금융 지식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김현섭 외 : 223 ~ 326

: 돈 공부는 돈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었을 때 비로소 효과가 있다. 아직은 그저 많으면 좋겠다 하는 뜬구름 잡는 애기 마음뿐이라, 나는 곧 이 책 속에 든 것들을 모두 잊을 것이다.

 

 

--- 읽는 ---

시민의 교양 과학 / 홍성욱 외 : ~ 93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김재인 : 106 ~ 161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 ~ 102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 임경선 : ~ 143

소문들 / 권혁웅 : 58 ~ 92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9-12-2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고 귀엽고 무해하게_ 저도 2020년 그렇게 살아볼래요.

syo 2019-12-28 13:39   좋아요 0 | URL
2020은 더 작고 귀엽고 무해한 한 해가 되겠군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12-2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어진 것들 안에서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삽시다. 저도 자아파티 해야할 것 같아요. ㅎㅎㅎ

syo 2019-12-28 13:40   좋아요 2 | URL
네. 우리 모두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구요.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많이 생각하고, 결론이 나면 놓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합시다 ㅎ

페넬로페 2019-12-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아파티‘ 좋네요^^
syo님!
이제 책 그렇게 많이 읽지 마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래요^^
새출발하실 syo님께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9-12-28 13: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페넬로페님께도 좋은 연말, 더 좋은 새해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프레이야 2019-12-2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아파티가 뭔가 했어요 ㅎㅎ 유쾌한 쇼님
한해 정리를 좀 해봐야하는데 아직 오래 컴에 앉아 있는 게 몸이 좀 힘드네요. 몸에 대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몸의 계절이 또 한 번 바뀌는 시점 같구요.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오셨으니 새해에도 또 화이팅. 요조의 저 책도 당기네요. 다정한 침범이라는 모순형용 같은 말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9-12-29 18:19   좋아요 1 | URL
알라딘 마을 여기저기에 프레이야님의 새 책에 대한 이야기가 꽃피는 연말입니다. 좋은 연말이네요.
건강이란 무엇일까요. 건강을 제일 중요한 것으로 꼽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텐데도 정말 건강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서 알쏭달쏭합니다. 어쨌든 건강은 정말 중요한 거잖아요. 신년에는 프레이야님에게 건강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stella.K 2019-12-2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어디를 다녀오고 남는 시간에 뭘 해야하는지
저에겐 정말 끔찍한 일이죠. 사실 어디만 안 갔다뿐이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뭔가를 꼼지락거리긴 하는데 말입니다.ㅎ
스요님 그리 쓰시니 어쩌면 저랑 비슷한 인간형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잘 해 내실겁니다. 홧팅!!
이사는 하셨나요? 암튼 연말이라 어수선한데 더 어수선하겠어요.
새해 힘차게 시작하십시오.^^

syo 2019-12-29 18: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우리가 비슷한 인간형일수도 있겠군요. 꼼지락형이요.
늘 화이팅 감사합니다. 잘 해내야지요. 다른 방법이 뭐 있겠어요 ㅠㅠ
이사는 아직 전입니다. 대출 관련한 일을 대충 했더니 일정이 후달리네요.....

스텔라님도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목 많이 받으셔요^-^

겨울호랑이 2019-12-2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에서 보다 안정적인 내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yo 2019-12-29 18:21   좋아요 1 | URL
언제나 든든한 이웃 호랑이님,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지요. 내년에도 올해처럼, 양질의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moonnight 2019-12-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한 해 여러모로 수고많으셨습니다. 안드레아 게르크의 책은 제목부터 와 닿아요.저도 읽고 싶네요. 새해엔, 작고 귀엽고 는 안 될 것 같지만=_= 무해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해피 뉴 이어^^

syo 2019-12-29 18:24   좋아요 0 | URL
실은 저 책의 원제는 열라 딱딱하고 진부한 편입니다. 한국어 제목이 사람 참 설레게 해요.
내년에는 세상에 무해한 moonnight님과 moonnight님께 무해한 세상이 서로 만나, 되도록 작고나 귀엽고까지 이뤄질 수 있는 행복한 한 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공쟝쟝 2019-12-29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해놓은 일을 마친 그 에게 시간은 남을 것인가? 부디, 새해에는 건투를 빕니다.

syo 2019-12-31 09:27   좋아요 1 | URL
건투를 비는 의미에서 쟝쟝님께서 제게 해 주실 수 있는 일이 있사온데 그것은 5만원과 관련된 것이온데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일이온데.....

공쟝쟝 2019-12-31 22:21   좋아요 0 | URL
졌다... ㅠㅠㅠ 쇼님말 들을걸.... 그 번역 내다 버릴걸..
 


크리스마스야 메리 하니? 너라도 메리 하면 나는 됐단다 허허허

 

 

1

 

설날에는 윷놀이, 추석에는 강강술래, 단오에는 쥐불놀이,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연등 날리고.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에는? 단연 공기놀이다.

 

크리스마스 세시풍속으로서 공기놀이는 유서가 깊다. 그러니까 때는 지난 세기, 노스트라다무스가 어쨌다더라 밀레니엄 버그가 저쨌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던 흉흉한 시절이었는데, 때마침 중2병을 대차게 앓던 syo와 그의 친구 일당들은 죄다 솔로였으니, , 연애 같은 거 우린 몰라요 컨셉이라 평소에는 게임에 노래방에 행복하기만 했던 그들도 들은 풍월은 있는지라 크리스마스만 되면 마음이 참을 수 없이 흉흉해졌다. 모처럼의 휴일인데 시내는 미친 캐롤의 파도와 그 위를 서핑하는 커플과 커플과 커플과 커플들이 점거하여 우리 같은 아이들은 죄도 없이 죄지은 모양으로 방구석에 숨어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syo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 이누, 호밀 등등은 syo의 집에 모여 치킨 다리를 죽창처럼 허공에 찔러가며 크리스마스를 탄핵하고 혁명을 도모했다. 그래봐야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올해는 지구가 멸망한다 그래가지고 크리스마스 이런 거 안 올 줄. 왜 안 해, 멸망?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오지 않고 지나간 멸망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두 마리 치킨을 조졌으니 묻고 다시 피자 더블로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직 미취학 아동이었던 동생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사뿐사뿐 제 책상으로 다가가 그즈음 한참 버닝하던 공기, 공깃돌을 챙겨 들었다. 역시 그즈음 내 동생이 한참 귀여워 어쩔 줄 모르던 이누가 자기 몫의 닭다리를 동생에게 주었는데, 얘가 꽤 감동을 받은 눈치로 닭다리를 받더니 대신해서 공깃돌을 이누의 손에 건네놓고 후다닥 방 밖으로 나갔다. 모든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부터 해서 syo가 솔로로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였던 2005년까지, 크리스마스만 되면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다들 내일 뭔 날인지 알지?), 웬만한 약속은 취소하면서까지(엄마 미안, 연말 가족여행도 좋지만 나는 공기놀이를 해야 돼서요), 어딘가에 모여 치킨 두 마리 피자 두 판을 시켜놓고 1000점 내기 공기 필리버스터를 벌여왔던 것이다.

 


 

2

 

2015년에는 이 풍속을 각색하여 아래와 같은 짧은 글을 썼고, 5만 원인가에 팔아먹었다(문 작가님 눈 먼 돈을 인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 보니, 써선 안 될 단어들이 몇 개 보이지만 그게 다 syo의 후진 인성이 지나온 궤적이므로 이번에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올리는 것으로.

 

 

공기 삼각지대

 

시커먼 남자 셋이서 크리스마스면 골방에 모여 앉아 공깃돌을 놀리는 이 패색 짙은 연례행사가 어느덧 15년째로, 세 친구는 무사히 서른이 되었다. 지나치게 무사히. 기를 쓰고 열심히 살았건만, 손닿는 데까지 여기저기 껄떡거려도 보았건만, 돌아온 것은 소소한 쌍욕들이고 남은 것은 개도 안 핥을 지저분한 평판뿐. 결국 올해도 이 자리까지 오고야 말다니, 그야말로 코끝이 찡하다. 도대체 무슨 문제로, 내리 15년을?


결국 남자는 돈이라니까. 두 알 잡기를 성공한 A가 세 알 잡기를 위해 공깃돌을 뿌리며 말했다. 드문드문 몇 번의 짧은 연애를 겪은 A는 연말만 되면 산란기 연어처럼 솔로 부대로 복귀하는 자신의 희한한 팔자를 한탄하며 이 시대 여성들에게 만연한 물신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그는 여자들이 자신을 돈 없는 놈으로만 볼 뿐, 진정한 가치를 몰라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여자들은 그를 돈 없는 고릴라로 보고 있다는 지점이 문제적이다.


그러니까. 여자들 마인드가 구리다니까, 오 년. 채어 잡기를 무난하게 성공하는 A의 손등을 보며 B가 점수를 일러준다. 그러나 사실 B는 구애 활동을 활발히 펼치지 않은 지가 꽤 되었는데, 이는 몇 해 전 오늘, 손등에 올린 공기 다섯 알을 강하게 채어 잡는 A의 굵은 손목과 그 손등에 난 검은 터럭들이 문득 섹시해 보이고부터였다. 미친 게 분명하다며 스스로를 강하게 꾸짖던 시간도 있었으나, 이틀에 한 번 꼴로 꿈에 등장해 묵묵히 공기알을 잡아채는 A의 우직한 공세에 B가 어느덧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상태라는 것이 문제적이다.


난 이제 인생에 여자가 꼭 필요한 건가 싶다? 좋은 친구만 있어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 아니냐? 말을 마친 C는 그러거나 말거나 A만 보고 있는 B를 본다. C에게 이제 여자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C는 요즘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이 병신 같은 이 두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매년 자기 방에서 열리는 이 병신같이 안정적인 공기판이 주는 말 못할 소속감은 또 어떻고.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 이 병신들과 병신 같은 시공간을. 그러나 얼마 전부터 A를 보는 B의 눈빛이 사뭇 달라진 것이 C의 고민이다. 긴 세월 정삼각형이었던 그들의 앉은 꼴이 요즘 들어 자꾸 심각하게 이등변삼각형으로 변형되는 것이 불안하다. 게다가 B, 저 병신이 아무래도 오늘에야말로 뭔가를 고백하리라 마음먹은 것 같다! A에게 다가앉으면 다가앉을수록 뭔가 그 사이로 터져 나올 것처럼 달싹거리는 B의 저 주둥이야말로 문제적이다.


A가 저 혼자서 30년의 점수를 쌓아올린 시점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우와, 발 꼬랑내 작렬, 창문 좀 열고 하지? 추워, 이년아. 오빠들, 올해도 또한 열라 한심하거든요? , 닥치고 치킨이나 내려놓고 꺼지지? , 저 되바라진 년. 저러니 시집을 가나. 자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소리 나게 문을 닫고 나가는 동생의 행태에 C가 혀를 찬다. , 니 동생 머리 길렀냐? A가 묻는다. 십 년째 저 머린데? C가 대답한다. 그래? 그랬나? 그렇구만, , 근데 니 동생 올해 몇 살이었더라? A가 또 묻는다. 100년이고 200년이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A의 공기놀음이 놀랍게도 한 알 잡기에서 실패로 끝나자 B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깃돌을 쥔 손을 흔든다.


B의 섬섬옥수가 공깃돌과 함께 허공을 노닌다. 그러나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는 B의 눈빛이 자꾸만 A를 향하는 건 뭔가를 말하려는 게 아닐까? 그런 B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C, B의 입이 열리기 전에 B에게 뭔가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C 여동생의 등장 이후부터 괜히 다리를 달달 떨고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A 또한 C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치킨은 저 혼자 서서히 식어가고, 서로의 눈치만 볼 뿐, 세 친구는 아직 말이 없다.


아슬아슬 30년째를 채어 잡은 B가 공깃돌을 올려놓은 손등을 바들바들 떨다가, 아차, 툭 하고 공깃돌은 바닥에 떨어지고, 그 순간 세 친구가 동시에 입을 여는데,

 

, 과연 내년에도 이 공기판은 열릴 것인가?

 

 

 

3

 

공기판은 2005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2006 크리스마스부터는 syo가 늘 연애 상태였기 때문인데, , 2019는 다시 공기판을 오픈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이누는 장가를 갔고 이누의 아이는 이누에게 닭다리를 받던 당시의 내 동생과 나이가 얼추 비슷하다. 호밀이는 비싸고 바쁜 몸이 되어 정신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1도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그리고 앞으로도 어쩐지 변함없이 지켜줄 것만 같은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 이여, 내가 다시 돌아왔다. 너 있는 이곳으로. 언제나 이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던 나의 친구여, 공깃돌을 들고서 내가 간다네.

 

 

 

--- 읽은 ---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156 ~ 234

: 어제 모 신문사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그런 글을 읽었다. 이번에 지원한 소설들 거의 대부분은 세 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에 분류할 수 있는데, 그게 퀴어’, ‘SF’, 그리고 이라고. 최근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기에 생각해 보니 답이 선명했다. 박상영, 김초엽, 그리고 장류진. 그러니까 2019 문청들의 가슴을 들끓게 만들었다는 3대장 중 한 분이시다……. 개인적으로는 박 > > .


라디오 데이즈 / 하재연 : 54 ~ 122

: 닮은 데를 찾거나, 인과적으로 이어 붙이거나, 느낌과 인접한 느낌 사이에 가상의 선을 그어 별자리를 만드는 일 속에 오만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하재연이 끊고 자르고 떼어놓은 연결들, 각자의 시공간으로 돌려세운 저 많은 각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글쓰기가 무서워진다.


 

한권으로 끝내는 경제학 명저 50 / 가게야마 가츠히데 : 209 ~ 322

: 한 권으로 어찌저찌 하겠다는 책을 이제 읽지 않겠다고, 특히 그게 일본에서 건너온 책이면 그냥 거르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는데, 왜 이렇게 맨날 걸려들까? 뭐 엄청 쓰레기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제목의 책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이 책보다는 내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일의 기본기 / 강재상, 이복연 : 210 ~ 326

: 이제 곧 일이다. 기본기라기에 읽었는데, 읽는 도중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훨씬 더 생생하고 현장에 가까운 기본기들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책 표지가 어쩐지 풀이 잔뜩 죽은 표정으로…….

 


 

--- 읽는 ---

금융 지식이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 김현섭 외 : 111 ~ 223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105 ~ 209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김재인 : ~ 106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19-12-2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부터 공기놀이 할 새 없던 게 더 놀라운데...올해는 공깃돌 들고 보신각 종 땡땡 치는 거 보시나요? 손등 손바닥 훽훽 뒤집으며? ㅎㅎ 장에 대한 혹평만 보다 쟝쟝님이랑 syo님이 읽을만 하다-는 시그널을 주시니 믿고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메리크리스마스!

반유행열반인 2019-12-25 15:29   좋아요 0 | URL
아이참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 선정도 진심 축하드립니다. 핵인싸 syo님!!!

syo 2019-12-26 19:08   좋아요 1 | URL
인간의 앞날이란 정말 변화무쌍한 것이죠? 으하하하 내년 크리스마스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메리크리스마스는 이미 늦었지만 반님도 행복한 연말 뜨거운 연초 만드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당.

추풍오장원 2019-12-2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시 공무원이시면 선 보실 준비부터 하고 있으셔야죠^^ 기득권층(?)진입을 축하(?)드립니다 ㅎㅎ
금융지식 전 쥐뿔도 없는데 읽어보면 좋을까요?
해피할러데이입니다^^

syo 2019-12-26 19:10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하 최말단에 나이까지 많은데 선이 들어올까요?
결혼은 없지만 시끌벅적하게 늙어가는 미래의 syo가 그려집니다.
Comandante님의 독서력/학습력이라면 뭐 금융지식 회계 이런 거 그냥 후딱 씹어드시지 않겠습니까?
좋은 연말 보내시구요 ^-^

다락방 2019-12-2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공기놀이 재미지네요 ^^

syo 2019-12-26 19:12   좋아요 0 | URL
무려 5만원짜리입니다. 하하하.
5만원 하니까 생각나지만, 이제 제 5만원은 그냥 안전하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9-12-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서재의 달인에 s를 빛냈던 분이 두 분 계시더군요.
그중 한 분이 syo님이더군요.
저도 됐더라면 3s가 됐을 텐데 저는 올해 미끄덩입니다.
그래도 두 분이 되셔주셨으니 s가문의 명맥은 유지했다고나 할까요? 허허허
암튼 축해요.^^

syo 2019-12-26 19:13   좋아요 0 | URL
내년에도 열심히 활동하여 3s의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만,
직장인 + 게으름뱅이 콤비네이션에 아무래도 내년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스텔라님이 활약하셔서 2s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ㅎ

암튼 감사합니다^-^

2019-12-2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6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운 2019-12-27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고료 10만원이었어요 선생님. 공기도 즐겁고 크리스마스도 메리했고 참 좋았네.

syo 2019-12-28 12:54   좋아요 0 | URL
두 배로 감사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글팔이였어요.
 

 

말을 말에게 물을 물에게

 

 

1

 

말로써 말을 마주하여 마음을 키우는 일과 마음으로써 마음을 마주하여 말을 키우는 일이 나선을 이루며 서로를 감아올리다 보면 사랑에 도달하기도 한다. 나의 말이 강낭콩 줄기라면 너의 말이 지지대가 되고, 너의 말에게 나의 말도 그렇다. 마음 또한 그렇다. 그리고 말과 마음이 서로에게 역시 그렇다. 그렇다.

 

그런 사랑은 쉽고 비싸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내가 언어에 예민할수록 다치지 않게 나를 부드럽게 보듬는 말을 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네가 언어를 잘 다룰수록 내 말이 너를 충만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서로의 언어가 서로에게 한껏 가지런한 데 놀라고 뿌듯해하는 두 사람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어느 한 사람이(더 유려하거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맞춰주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객관성을 잃거나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허용하기 전에, 그러니까 마음이 생기기 전에 먼저 그가 가진 말과 글을 높이 평가하고, 주파수의 공명 상태를 확인하고, 그 후에 어떤 마음이 생겼다면 그제야 가능할 수도 있는, 어렵고 드문 형태의 사랑일 것이다.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살기로 선택한 것인지 지금에 와서 짚어내기는 어렵다.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니까 그런 사랑을 생각한다. 내 말에 물러서지도 움츠러들지도 않고 선연히 그리고 선선히 자신의 말을 건네 나를 물러서지도 움츠러들지도 않게 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생각한다. 말이 마음을 만들고 마음이 말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뭐가 뭐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진실을 신봉하는 사람. 말을 업신여기지 않고 마음의 출신을 남루하다 비난하지 않는 사람. 지나친 아름다움도 지나치지 않은 진실로 묶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면 더 바라지 않을 것 같다.

 

 

 

2

 

한동안 바다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쩌면 여행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 읽은 ---

다 이아리 / 이아리 : 197 ~ 439

: 이렇게 가벼운 종이 한 장 한 장이 너무 무거워 넘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진부한 말이 되겠지만, 이 책이 그냥 무겁기만 하다는 건, 무섭지 않다는 건, 내가 물고 태어난 거대한 특권일 것이다.

 

우리는 폴리아모리라 한다 / 심기용, 정윤아 : 155 ~ 250

: 더 좋은 책일 수 있었고, 어쩌면 더 좋은 책이어야 했다. 첫발을 내디딘 저자들이 사랑과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 점점 더 좋은 책을 만들어 주시기를.

 


--- 읽는 ---

라디오 데이즈 / 하재연 : ~ 54

일의 기본기 / 강재상, 이복연 : 100 ~ 210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63 ~ 156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안드레아 게르크 : 95 ~ 185

금융 지식이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 김현섭 외 : ~ 111

한 권으로 끝내는 경제학 명저 50 / 가게야마 가츠히데 : 113 ~ 209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 105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6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19-12-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과 마음의 힘을 믿어요. syo님도 그런 분이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지가...이 년 됐네요. 임용 전에 연수가시면 막 바다 앞에서 청춘을 불태우시는 거 아닐까요 ㅎㅎㅎ

syo 2019-12-24 21:04   좋아요 1 | URL
불태울 청춘이라는 게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거 있다면 언젠가 집중적으로 태우기 위해 고이 모아놓고만 싶습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12-24 21:43   좋아요 0 | URL
남은 거 없어요??!!!

syo 2019-12-25 14:36   좋아요 1 | URL
찾아볼게요. 있어도 쥐뿔 있을것 같긴 하다.

추풍오장원 2019-12-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 아모르? 그래서 폴리아모리로군요 ㅎㅎ syo님 덕분에 평생 모를뻔한 책들 많이 알게되는 것 같습니다. 정규발령이 언제신가요? 편한데 가셔야 하는데..

syo 2019-12-24 21:05   좋아요 1 | URL
제가 또 그런 역할을 하였다니 뿌듯합니다 ㅎㅎㅎㅎ 워낙 잡스럽게 읽어대다보니....
아, 발령은 1월이라고 합니다.

공쟝쟝 2019-12-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의 힘을 믿는 사람에게는 정말 이상적인 관계로군요.
폴리아모리 책은 저도 읽었는 데, 예전에는 둔탁하게 인식되었던 그 사랑의 모양이 요즘들어서는 조금씩 더 다양한 각주들을 많이 달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syo 2019-12-24 21:06   좋아요 0 | URL
아직은 일종의 메니페스토에 그치는 것 같이 아쉬운 데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뭐 제가 아는 게 쥐똥이라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요 ㅎㅎㅎㅎ 그렇다고 두 번 읽을 책은 또 아닌 것 같고 ㅎㅎ

서니데이 2019-12-24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syo 2019-12-24 21: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올해는 좀 격조했군요.
서니데이님도 늘 그자리에 꾸준하게 계셔주셔서 올해도 참 든든했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초딩 2019-12-24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 님 서재의 달인 선정 축하드려요~
메리 크리스마스요~

반유행열반인 2019-12-24 21:44   좋아요 1 | URL
초딩님 서재의 달인 북플 매니아 축하드립니다. 막 엉뚱한 데서 축하함...

syo 2019-12-25 14:3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초딩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달인이 되었군요 제가 또 과분하게스리 ㅎㅎ
기분은 좋네요^-^ 초딩님도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발령 나고 싶다, 발정 아니고 발령

 

 

1

 

서른여섯이 다가오는데, 어쩐지 스물여섯을 앞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돌이켜보면 스물여섯 이후로 10, 뭐 한 게 하나도 없다. 10년이면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짚어보면, 누구는 애를 둘 낳았고, 누구는 내가 꿈처럼 여겼으나 언감생심 이름 한 번 내뱉어 보지 못한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박사를 따가지고 왔고, 누구는 작은 로펌 대표가, 누구는 치과 원장님이 되었으며, 누구는 좋은 기회에 사 놓은 집이 승천하여 17억짜리가 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월급(하다못해 알바비)이라는 것조차 한 번을 받아본 적이 없고(아 맞다, 군대에서……), 이력서 서식의 거대한 공백에 압도되어 뭐 한줄 찌그려볼 만한 사소한 업적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사람 사랑해서 행복하긴 했으니까 행복하게 잃어버린 10년쯤 되겠다. 그러니 그냥 10년 제끼고 스물여섯 하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마음은 스물여섯 같은 서른여섯. 그러나 사지육신관절연골은 마흔여섯 같은 서른여섯…….

 

그러니까 대체로 스물여섯쯤이면 다들 서른여섯의 syo처럼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나. 그러니 10년 노안인 사회초년생인 척, 빠릿빠릿 돌아다니는 늙은 막내가 되어야겠다. 후후후.



거북이알은 육교의 중간쯤에서 난간 쪽으로 다가가더니 거기에 양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나도 그녀 옆에 다가가서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표면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빌딩들이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다. '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너무나 의식한 탓에 지나치게 미래적으로 지어지 건물들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SF영화에서 본 비정한 우주도시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테크노밸리에도 겨울이 지나면 물이 흐르고봄이 오고벚꽃이 예쁘게 피고또 여름이 올 것이다.

장류진일의 기쁨과 슬픔


어느 날에는 방송에 말하는 앵무새가 필요했다. "안녕하세요"였던가, "반갑습니다"였던가아무튼 다섯 마디 남짓 할 줄 아는 앵무새를 두 시간 정도 섭외했고 그날 앵무새는 80만 원을 벌어 갔다그 사실을 안 뒤로 나와 동기들의 목표는 '앵무새만큼 벌자'가 되었다앵무새이고 싶었다나는 30일을 밤낮없이 일해도 96만 7,000원을 버는데 앵무새는 시급이 40만 원이라니우리 엄마 아빠가 나 대신 새를 낳았더라면…… 그래이건 아니다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

강이슬안 느끼한 산문집


행실은 언제나 상층을 밟을 것을 생각해야 한다거주와 생활은 언제나 하층에 처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만약 이미 평범한 사람이라면 힘껏 나아가 선한 사람이 될 것을 생각해야 하고이미 선한 사람이라면 역시 힘껏 나아가 군자나 대현이 되어 성인에 도달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이러한 일은 끊임없이 굳세게 나아가는 데 달려 있다만약 크고 넓은 집에 살고 쌀밥과 고기반찬을 먹고 지낸다면 "초가집에 살면서 나물밥을 먹는다 해도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해야 한다또한 초가집에 살고 나물밥을 먹고 지낸다면 "흙집에 살면서 굶주린다 해도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해야 된다이러한 일은 끊임없이 겸허하게 행하는 데 달려 있다대체로 이와 같다면 어디에 간들 편안하고 태평하지 않겠는가.

이덕무이목구심서 3

  


2



소유욕에 기반한 낭만적 사랑은 너무나 불안정하다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이 많은 현대인들이 원하는 사랑의 패턴이다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서로 인생에서 최고라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심지어 자신조차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그래서 가는 사랑과 오는 사랑은 결코 동일할 수 없다때문에 결국은 트러블이 생기고많은 경우 이별하게 되며특히 승연의 경우에 사랑은 그저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남아 버리게 되었다.

심기용정윤아우리는 폴리아모리라 한다

 

사랑을 하는 건 나인데 그걸 이유로 그녀가 나를 획득하고, 또 사랑을 하는 건 그녀인데 그걸 이유로 내가 그녀를 가지는 이 교환구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희한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종종 쓰이는 밈인 <날 가져요, 엉엉>은 웃으며 데굴데굴 구르자고 굴림체로 던져지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궁서체급 진지한 진리의 말씀인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을 소유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사랑은 소유됨이나 소유되고 싶음에 가까운 것이다. ‘내가 노동력을 투여하여 사랑을 생산하면 당신은 그 대가로 나를 가지세요.’ 그 자체로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혁명적 선언이 아닌지?

 

그런데 이런 위대한 반자본주의적 정신을 그야말로 자본주의적인 욕심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도 나를 사랑해야지요.’와 버무리는 바람에 만사가 틀어지는 것 같다. 운 좋게 답례품 사랑을 받아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에 하다못해 화폐 같은 가치측정단위라도 있었다면 좀 상황이 나았겠으나, 사랑은 재는 저울이 저마다의 것이다 보니 이건 뭐 십만 사랑을 줬더니만 십 사랑을 돌려 주네 저 십 새가- 하는 식의 분노가 끊일 날이 없다. 이렇게나 사랑이 자본주의 궁합이 별로다…….



현실에서 면포 한 필을 생산하는 데 정확히 10시간의 노동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10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9시간 반이 걸리기도 한다그럼에도 시장에서 면포 한 필의 가치는 10만원으로 책정된다그 이야기는 서로 상이한 상황에 일정한 속성을 부여했다는 말이다그 속성은 면포에서 나오는 가치의 속성이 아니라 면포를 10만 원이라고 부르는 화폐의 힘을 가리킨다그것을 물신숭배라고 한다그리고 여기서 개별 생산이 어떻게 '사회적 생산'에 속에 놓이고 노동의 사회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기된다.

  절대 권력을 부여받은 화폐는 이제부터 모든 것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한다공장에서 시계를 만드는 노동을 10만 원으로 부르고집에서 빨래하고 음식 만드는 가사 노동은 0원으로 부르는 등자본주의에서 값어치가 없다무가치하다는 말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그리고 그 인정의 주체는 자본이고기준은 자본을 위한 잉여가치의 생산이며구체적으로 그 가치의 크기를 불러주는 것은 화폐이다

백승욱생각하는 마르크스

 

 

 

3

 

최근에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읽었는데, 거기 나온 애들 이름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무의미하기 짝이 없다. 늘 이런 식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일이 왕왕 있는데, 대체로 그 사람들보다 syo가 더 많은 양의 책을 먹지만 막상 남는 건 적다. 소화를 못시키고 바로 싸나본데, 맨날 아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아 뭔가 기억날 것 같았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뭐 이따위 청문회 스타일 멘트나 실컷 치다가 집에 돌아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운다. 야이 등신아 등신아 책등신아, 너는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적어도 세 번이나 읽었지만 기억에 남은 건 희미한 몇 조각뿐이다그러나 이 책에 푹 빠져있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그때 나는 나의 불안정한 내면을 책 속에서 두려움 없이 대면할 수 있었다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 '독서 기억상실증'문학을 완벽하게 모두 전달할 수 없고 예술은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그러나 이런 '문학적 치매'에는 틀림없이 또 다른 원인이 있다그리고 그것은 분명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고내 기억력이 나쁘기 때문도 아니다.

  이 검은 구멍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어째서 우리는 특별한 독서 경험을 강렬하게 떠올리면서도 그때 읽은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할까강렬한 독서 경험이 지적 경험이 아니라 감정 경험이기 때문일까우리는 책을 읽을 때 보이지 않는 통로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때론 피신시키고 치유할까그리고 왜 이 경험의 일부는 다시프로이트가 '무의식'이라고 불렀던 영역으로 가라앉을까?

안드레아 게르크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이렇게 묻기만 하지 왜 그런지 딱히 말해주진 않는다. 어쨌든 나만 이런 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 읽은 ---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 김수헌, 이재홍 : 212 ~ 375

: 패기 있게도 초심자와 실무자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며 내놓은 전작이것이 실전회계다가 초심자들의 눈물로 바다를 이루어내자, 저자들이 이를 갈며 오로지 뉴비를 위한 회계입문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syo가 바로 그 망테크를 타고 여기까지 흘러온 불쌍한 회계 잣밥인데…… 밥에서 잣을 건져낼 수 있었다. 난 이제 회계 밥이다.

: 아니아니, 회계가 제 밥이라는 게 아니라 제가 회계 밥이라구요.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 / 허재삼 : 167 ~ 287

: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쓸모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수월하게(?) 끝나버려서 이 책을 펼쳐 임대인이나 중개사 코끝에 갖다붙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김에 한번 후루룩 읽고 반납. 집주인의 가세가 기울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2년을 가서 성남을 넘으면, 그때 또 읽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읽는 ---

다 이아리 / 이아리 : ~ 197

우리는 폴리아모리라 한다 / 심기용, 정윤아 : 68 ~ 155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 63

일의 기본기 / 강재상, 이복연 : ~ 100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안드레아 게르크 : ~ 95

한 권으로 끝내는 경제학 명저 50 / 가게야마 가츠히대 : ~ 113

심슨 가족이 사는 법 / 윌리엄 어윈 외 : ~ 69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7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19-12-2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의미의 축제 리뷰까지 열심히 써 놓고도 애들 이름 기억 안 나요...아, 캘리반? 칼리방! 파키스탄인인 척 하는 인종차별개그하는 놈만 기억남. 강렬한 기억의 검은 구멍들 왠지 제 증상 같아 많이 찔리네요. 화폐로만 교환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어느 정도 치러야만 화폐로 교환할 수 없는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척박한 자본주의 토양에 빌붙어 사는 입장에서, 천천히 느릿느릿 고고한 시간 보내시다 이제 그 교환의 세상에 한 걸음 딛어 사랑할 기반 마련하실 syo님께 힘찬 응원 보냅니다. 오늘 무플방지위원회 횡설수설 길었습니다. ㅋㅋㅋ

syo 2019-12-20 21:13   좋아요 1 | URL
무플방지위원장님의 초심을 오랜만에 다시 목도하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요즘 서재는 뜸하신 것 같던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 무플방지활동 해주시면 마치 알라딘에 글 올리러 오는 게 아니라 댓글 달러 오시는 것 같잖아요 ㅎㅎㅎㅎㅎ 각골난망 감사하다는 말씀입니닿ㅎ

반유행열반인 2019-12-20 21:18   좋아요 1 | URL
저 언제 장으로 승진? ㅋㅋㅋsyo님 글 읽는 맛으로 사는 독자가 이 주위에 한 50명은 있다는 게 학계정설입니다. 뭘 읽어야 서재도 채우는데 마냥 헤롱대는 요즘입니다. 저도 정신을 차리고 남은 열흘이나마 바짝 읽자, 하는 각오중입니다.

2019-12-20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0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12-2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것은 지난 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돌아보면 의미 투성이인 인생임을 10년후면 더 느낄수 있겠죠 ~ 다 흘러내린 듯한, 다 휘발되어져버린 듯한 책에대한 기억도 내 두뇌의 어느 구석에서 쳐박혀 언제 나를 도발할지도 모를 일이니 너무 낙심마시고 나도 10년전에 쇼군처럼 책읽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는 1인이니 너무 상심마시고~너무 상심되면 치킨 쏴 뿝니다!!! ㅋ

syo 2019-12-21 01: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카알님 덕분에 현웃 터지면서 상심이고 자시고 다 날라갔어요. 역시 알라딘의 엔돌핀 댓글러 카알님!!

추풍오장원 2019-12-21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계 책 관심이 갑니다. 현금주의 발생주의니 하는 것밖에 모르는데 뭘 알아야 결재할때 물어보기라도 하니까요...

syo 2019-12-23 08:25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장르에 대해 1도 모르는 게 진짜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와구와구 읽다보니 조금씩 감이 생기는 것도 같습니다 ㅎㅎ

stella.K 2019-12-21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 살아보십쇼. 마흔 여섯도 젊구나 할 때가 돌아 옵니다.
요즘엔 현 나이에서 10년을 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5, 60이 한계수명 이었던 때를 생각하면.
이젠 60세까지를 청년으로 보자는 움직임이 나오는데 뭘.
그러니 스요님 스물여섯으로 알아도 틀리지 않습니다.

syo 2019-12-23 08: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서른여섯도 감지덕지로구만, 하는 마음으로 착실하게 살아 보겠습니다.
꼴랑 서른여섯 처먹고 늙었니 말았니 하는 게 얼마나 고깝게 보이시겠어요.... 죄송합니다 ㅎㅎ

수이 2019-12-23 12:43   좋아요 1 | URL
그럼 저는 서른셋이에요 스텔라 케이님 급조증 모드로 전환이 되는!! 이제 겨우 서른넷이 되다니 2020년에!!

stella.K 2019-12-23 17:57   좋아요 1 | URL
아, 저의 댓글이 두 분께 희망이 될 줄이야.ㅎㅎㅎㅎㅎ

라로 2019-12-2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여섯의 사지육신관절연골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ㅎㅎㅎ
저 쉰셋의 사지육신관절연골이지만 아직 쓸만하답니다.
뭐 젊음이 안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고 매일 생각하며 사는 일인입니당~.ㅎㅎㅎ
그리고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스물셋인 남자의 육신이 예순셋보다 못한 경우도 봤어요.
글구 서른여섯 아주 좋은 나이에요. 지나보니까. 스물여섯보다 더 좋은!!^^
그러니까 우리 나이탓 하지 말고 우리 몸에 충실해 보아요. 응?
이제 이사도 가시고 일도 시작하시고 그럼 마음에 여유가 있을 거예요.
근데 저처럼 책 많이 살 수 없는, 아니 5권의 책만 살 수 있는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려줘요.
너무 어려운 부탁인가요???ㅎㅎㅎㅎㅎ 그럼 취소.ㅎㅎㅎㅎㅎㅎㅎ


syo 2019-12-24 21: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정말 말씀대로 사지육신관절연골이란 모름지기 관리의 산물인 것 같습니다... 워낙 몸뚱아리를 방치하고 살았더니 이제 몸뚱이가 저를 방치하네요ㅜㅠ 내년에는 미안해서라도 이놈의 사지육신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습니다만, 매년 이런 결심을 해도 늘 이모양 이꼴이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

아, 정말 어떤 책이 좋을까요..... 5권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니 권하기가 더 어렵고 조심스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