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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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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은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이라는 책이에요. 전영애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 '괴테할머니 TV'를 촬영하고 있는 최경은 님이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해서 엮은 책이지요.


한 1년 전쯤 선생님의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접하고 선생님이 나오는 다큐 영상을 봤어요. 보고 나니 여백서원이 너무 가고 싶었는데 감사히도 얼마 전에 다녀올 수 있었지요. 눈이 소복이 싸인 여백서원에서 전영애 선생님은 손님을 맞고 계셨는데요. 커다란 탁자에 둘러앉아 여백서원과 괴테의 집 그리고 괴테마을이 어떤 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또 선생님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셨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러면서 곧 희한한 책이 한 권 나오는데 내가 쓴 건 아닌데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은 말이 없다며 오늘의 책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에 대해 말씀해 주셨답니다. 근데 마침 제 눈에 이 책의 서평단 모집글이 딱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서평단 신청으로 이 귀한 책을 운 좋게도 받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이 책에는 괴테가 삶의 문제를 넘어서는 방법, 선생님이 번역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와 괴테마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천사들의 이야기, 바이마르와 이탈리아에서 괴테의 족적을 따라 여행하며 괴테의 작품을 번역하시던 이야기들이 실려있어요. 읽으면서 몇 번 울컥했고 담아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답니다. 그중 몇 구절을 적어봅니다.


1장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 하라."


평소에 선생 티 안 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요. 제가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선생 티를 한 번 크게 냈습니다. 글 배워 책 읽었거든 바르게 살라고 했거든요. p.16


"내 작품이 이렇게까지 비판을 받은 이유가 뭐지?"라고 궁금해하며 그 비판의 기준을 알기 위해서 독일문학을 있는 대로 다 읽습니다. 그러고는 아예 독일문학사를 써버립니다. 언제나 극복 방식이 그랬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입니다. p.26


괴테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라고요. 속에 든 것을 꺼내야죠. 누구에게나 공평한 스물네 시간, 버릴 건 버리고, 조금 손해도 보면서, 조금은 바보같이, 자신의 뜻을 바르게 세워보고 그에 따라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꾸준히 가다 보면 그 길의 끝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한, 나다운 나를 만납니다. 나라는 존재는 남이 키워줄 수 없으니까요. p.41


2장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그림 형제나 괴테와 같은 사람들이 혁명 투사로 나섰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러나 아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동화나 민요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철저하게 수집하고, 연구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토록 귀중한 인류의 보물들이 간직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이들이 자국의 민족문학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고요. 삶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p.86


장렬하게 전사한 영웅들만 받아들여지는 천국 문앞에서 시인은 "나 인간이었으니까,/ 그건 전사라는 뜻이오"라고 대답합니다. (중략) 삶이 얼마나 힘든지, 전쟁 같은지, 그리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온갖 간계를 부리며 사는지, 실없는 욕망에 허덕이는지를 길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중 누군들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하는 노시인의 말에서, 산다는 것 자체로 천국에 갈 만한 용감한 전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 어떤 힘내라는 말보다 여운이 길고 강렬하지요. p.101


3장 "그대 나만큼 오래 떠돌았거든, 나처럼 인생을 사랑하려 해보라."


바로, '믿음'인데요. 당신은 그렇게 배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런데 딸은 공부를 해요. 공부를 한 딸이 틀린 일을 할 리 없다는 거죠. 이토록 철석같이 믿어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나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에게는 배우는, 배운 '딸이 뭘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건강 상태에 비해서는 고령에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고 나니까 이제 그처럼 나를 믿어주시는 분이 세상에 없어, 나이가 제법 들었지만 '고아'처럼 느껴졌어요. p. 109


내가 상처받고 아프다는 것은, 상처받고 아픈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는 것입니다. 그 앎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을 내가 굉장한 사람이 돼서, 굉장한 지위에 있어서, 굉장한 힘이 있어서 재력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시골에 사는 어린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p.152


일단 죽음 자체를 잘 떠올리지 않습니다. 일부러 회피하는 것이 아니고, 굳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들꽃이 시들지 않겠다고, 혹은 시들면 어쩌나 부들부들 떤다면 참 우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우리도 대자연의 생물 중 하나라 그냥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이니까요. p.157


4장 괴테를 찾아 떠난 여행


...코르크나무 같은 처음 보는 나무도 심겨 있습니다. 그걸 보고 관장님께 괴테의 말 하나를 가르쳐드렸지요. 본말의 전도, 유용성으로만 고착된 사고에 대한 경계를 말입니다. "코르크나무는 병마개가 되려고 있는 게 아니다." 저는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지혜의 말이 좋습니다. p.190


후기

최경은

이 책을 위해 그동안 촬영했던 영상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꽤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괴테 할머니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가 본 전영애라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요령 없이 단거리 선수처럼 뛰면서 힘들게 마라톤을 하는 것 같아요. 쉴 법도 한데, 바보처럼 달리기만 합니다(실제로 걸음도 엄청 빠르고, 자꾸 뜁니다). 왜 저렇게 사는지 좀처럼 이해가 안 되어 조금 편하게 사시라고 설득도 해보고, 모진 말로 협박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설득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 속에 솟아나오고 있는 것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p.225


추천의 말

유튜브의 입말을 옮겨놓아서 그런지 선생님을 뵙고 와서 그런지 읽는 내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조곤조곤 차분하지만 설렘이 있는 소녀 같은 목소리요. 근래 들어 만난 진짜 어른 전영애 선생님의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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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독서습관 - 삶의 지갑을 바꾸는 1장 독서, 한국출판평론상 평론 부문 우수상 글 비행학교 시리즈 7
정석헌 지음 / 씽크스마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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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고 싶은데 습관 만들기가 쉽지 않은 분들 혹은 읽긴 읽는데 자꾸 잊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 독서가 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팁들을 간결하고 쉽게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네요.

제법 책을 좋아하고 습관도 들어있지만 아래 문장이 제 틀을 다시 깨줘서 옮겨봐요.

ㅡㅡㅡㅡㅡㅡ

끝까지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책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책과 친구가 되어 문장으로 이루어진 숲을 천천히 산책하듯 느리게 걸어보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 관광객처럼 남들 다 찍는 유명 명소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독서가 아니라, 잠시라도 그곳에 머물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골목길에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아름다운 장면을, 아름다운 꽃을, 아름다운 보물 같은 문장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길 바란다.
p.99

ㅡㅡㅡㅡㅡㅡ

책이 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그런데 각각의 책과의 '관계맺음'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어린왕자와 장미 혹은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책과의 관계에서 길들여지는 시간... 서로 깊어지고 농익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아름다운 문장들로 깨달음을 주셔서 석헌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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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one of those pictures which are so contrived that the eyes follow you about when you move. BIG BROTHER IS WATCHING YOU, the caption beneath it ran. p.9

WAR IS PEACE
FREEC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
...
He had set his features into the expression of quiet optimism which it was advisable to wear when facing the telescreen. p.11

* 오랜만에 참여하는 성장판 매력독서 원서읽기
집에 있으나 읽지 않은 조지 오웰의 <1984>가 10월의 책이어서 신청.. 완독하면 좋겠지만..욕심을 내려놓고...

감시사회... 내 행동과 말이 늘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있는 사회... 오래전 쓰인 책인데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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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리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믿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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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최면인가요?ㅎㅎ
 

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리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믿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서양 사람들은 본인은 변할 수 없으니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양 사람들은 본인이 세상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세상이 본인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문화 차이가 어디 있겠는가.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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