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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16호)에 실은 주제별 도서 소개를 옮겨놓는다. 주제는 '협동조합'으로 골랐다(지면에 소개된 책에 몇 권 더 얹었다). 관련서들이 많이 나와서 고른 것인데, 작년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다는 건 책을 펼쳐보고서야 알았다. 주변에서 성공사례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책과 관련한 협동조합은 어떤 게 가능할까...

 

  

 

책&(13년 3월호) 사람 더하기 사람! 협동조합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다. 그에 부응하여 국내에서도 작년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금융‧보험업을 제외하면 5인 이상의 구성원으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란 말을 주변에서 부쩍 자주 듣게 되는 배경인데, 협동조합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점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것일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궁금한 자가 책을 펼치는 법이다. 이달에는 협동조합에 관한 책들을 몇 권 둘러보기로 한다. 


김기섭의 <깨어나라! 협동조합>(들녘, 2012)이 출발점으로 적당해 보이는 책이다. “21세기는 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라는 시대인식 하에 저자는 오늘날 협동조합이 왜 주목받고 있으며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 안내한다. 이 협동조합의 기원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도 두레와 계 같은 전통이 있었듯이 사회적 협동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왔다. 협동조합의 역사를 살필 때는 영국의 로치데일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맨체스터 인근의 작은 마을인 로치데일에서 1844년 세계 최초로 ‘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조합’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혁명의 절정기였던 영국에서는 소규모 작업장 대신에 대규모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생산력이 급속도로 발달했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하루 평균 17시간씩 일하고, 아이들과 여성은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19시간을 일해야 했다. 대부분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멸시했고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로치데일의 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자구책으로 만들어졌다. 1인당 1파운드씩의 출자금을 걷어서 조합의 점포 문을 열었지만 처음엔 너무 형편없어서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신뢰와 노력 덕분에 설립 10년 후에는 조합이 50배로 늘어났고 출자금도 400배로 불어났다. 그 이전에도 협동조합은 많이 있었지만 로치데일만큼 성공을 거둔 곳은 없었다. 로치데일 모델의 성공 비결을 저자는 “노동자들이 생산과 분배와 교육의 영역에서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제공하는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했다는 사실”에서 찾는다.


사례가 있으니 협동조합의 정의에 대한 이해도 보다 용이하겠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은 이렇게 정의한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이다.” 저자는 이 정의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 존엄한 인간의 상호자조에 대한 신뢰, 그리고 상호자조에 의해 형성되는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에 그 철학적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역사와 정의, 그리고 철학에 대해 일별했다면 바로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현직 언론인 3인이 쓴 <협동조합, 참 좋다>(푸른지식, 2012)가 가장 유익한 현장 안내서다. 이탈리아와 덴마크, 뉴질랜드 등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나라들의 협동조합 현장을 직접 찾아서 그들의 경험담과 성공비결을 전해 듣고, 한국의 협동조합 현주소를 점검해본 다음, 협동조합의 대가들과 가진 인터뷰도 보탰다. 게다가 협동조합기본법의 내용과 의미도 부록으로 실었으니 협동조합 가이드북으로는 최적이다. 저자들은 비영리기업임에도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를 조합원의 충성심과 공동 행동, 그리고 원가 경영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흔히 세계 협동조합의 메카로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의 몬드라곤 등을 꼽는데, 한국에도 내세울 만한 곳이 있을까. 저자들은 한국의 협동조합 메카로 강원도 원주를 지목한다. 원주에서는 2003년에 원주협동조합협의회가 조직됐고 2009년에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이 네트워크에 소속된 회원이 무려 3만 5천여 명으로 원주 인구의 11퍼센트에 이른다. 협동조합원이 되면 먹을거리를 사고 아플 때 치료받고 필요한 돈을 빌리는 일을 모두 이 네트워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직 그 규모가 지역 총생산의 0.36퍼센트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의 꿈은 원주를 언젠가는 한국의 몬드라곤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의 소도시 몬드라곤의 협동조합 복합체는 스페인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성장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협동조합의 성패는 조합원들의 열의와 실천에 달려 있는 만큼 협동조합 운영 지침과 실무에 관한 책들도 나와 있다. 에드가 파넬의 <협동조합, 그 아름다운 구상>(그물코, 2012)은 협동조합과 관계된 일을 일생 동안 해온 저자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운영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김용한, 하재은의 <새로운 대안경제, 협동조합 시대>(지식공감, 2012)는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관한 실무를 담고 있는, 말 그대로 ‘실무서’다. 학술적인 성격의 책으로는 존스턴 버챌의 <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한울, 2012)이 있는데,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우리말로 옮겼다. 대학 교재용 책으로, 협동조합을 ‘조합원소유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13.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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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이 좀 세긴 하지만 지난주에 나온 한국문학 관련서로 가장 탐나는 책은 이상문학회에서 기획한 <오감도> 전작 해석집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수류산방, 2013)다. 소개는 이렇다.

이상문학회가 기획하고 수류산방이 펴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이상의 <오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는 이상 시의 핵심으로 지목되지만 한국 문학사상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오감도> 연작 15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전작 해석집이다. 이를 위해 이상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대표적 현역 문학평론가와 한국 문학 연구자 17명이 한 책에 모였다.

 

필진은 김인환, 황현산 등 원로로부터 신형철, 조연정, 함돈균 등 소장 평론가/연구자까지 두루 망라돼 있다. 이 중 함돈균, 신형철 평론가의 박사학위논문이 이상 연구인 것으로 아는데, 함돈균의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 - 이상 시적 주체의 윤리학>(수류산방, 2012)가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이상 연구도 기대가 된다. 소장 연구자들의 논문모음으로는 <이상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역락, 2006)이 있었다.

 

 

 

이상 연구와 관련하여 내가 처음 읽은 책은 고은의 <이상 평전>(청하, 1992; 향연, 2003)과 함께 김윤식 교수의 책들인 듯싶은데, <이상 연구>(문학사상사, 1987), <이상문학 텍스트 연구>(서울대출판부, 1998), <이상의 글쓰기론>(역락, 2010) 등이 거기에 속한다(<이상 연구>가 절판된 건 유감이다). 김윤식 교수가 엮은 문학사상사판 이상문학전집(전5권)이 내가 처음 구비한 전집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절판된 듯싶다.  

 

 

이후에 나온 전집으론 김주현, 권영민 교수가 각각 엮은 전집판이 있다. 각각 <정본 이상 문학전집>(소명출판, 2009, 전3권)과 <이상 전집>(뿔, 2009, 전5권)이다(뿔에서 나온 전집은 일부 품절 상태다).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판본이건 전집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이상적인 이상 독자에 대열에 들어가볼 수 있겠다. 소설에 한정하면 권영민 교수가 엮은 <이상 소설 전집>(민음사, 2012)이 요긴하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권영민 교수의 <이상 문학의 비밀 13>(민음사, 2012), 김민수 교수의 <이상 평전>(그린비, 2012), 그리고 신범순 교수의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나비>(현암사, 2007)까지 꼽아볼 수 있다. <13인이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란 제목에 괜히 마음이 들떠 생각나는 책들을 적어보았다...

 

13.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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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이라 하면 무슨 별종 같지만 암튼 책을 좋아하는 독서인들이라면 빙긋이 미소를 지을 만한 책이 출간됐다. 정수복의 <책인시공>(문학동네, 2013). 사회학자이면서 한때 방송인이었던 저자는 '걷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보태자면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의 부제는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다. '책 읽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제목의 '책인'인 것(조어 자체는 '책 만드는 사람'을 뜻할 수도 있다). 

 

 

 

저자가 서두에 '독자 권리 장전'을 붙인 게 눈에 띄면서 재미있는데, 나도 언젠가 읽은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문학과지성사, 2004)에 나오는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을 보완한 것이다. 좀 밋밋한 제목을 베르나르 베르베르 버전으로 바꾸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독자 권리 장전'쯤 되겠다. 그 권리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책 제목은 <책을 읽을 권리>라고 해도 무방했겠다. 언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저자는 17가지의 권리를 나열한다. 설명은 생략하고 항목만 나열하면 이렇다.

 

1. 책을 읽을 권리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3.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7. 다시 읽을 권리

8.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0.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11.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12.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13. 반짝 독서를 할 권리

14. 소리내서 읽을 권리

15. 다른 일을 하면서 읽을 권리

16.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17. 책을 쓸 권리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시안'이다. 그래서 '상대적이며'란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사실 이런 권리라면 남못지 않게 누리고 있는 터여서(남용 수준이라고 할까) 마치 '나의 권리'를 읽는 듯하다. 이 가운데 <책인시공>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주로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와 '언제라도 책을 읽을 권리'다. 제1부 '책을 읽는 시간'이 후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제2부 '집 안에서 책을 읽다'와 제3부 '집 밖에서 책을 읽다'는 모두 전자와 관련된 것이다. 개인적으는 '집 밖에서 책을 읽다'에 한몫 거들고 있어서 반가운데 저자가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의 한 대목을 인용해서다. 

 

김훈의 책을 읽는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내 경험에 의하면 저녁시간에 좀 한산한 시내버스이다. 나는 십년도 더 전에, <풍경과 상처>에 맨처음 실린 글이 책으로 묶이기 전에 바로 그 저녁 버스 안에서 읽었고, 읽으면서 황홀했다. 지방 소도시에서 방위생활을 하다가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서 산 책의 말미에 그 글이 붙어 있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인지. 나는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부분을 에어콘이 고장 나 창문을 열어 놓고 달리는 저녁 버스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읽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책장을 넘기며 그의 글들을 읽을 때, 나는 이 세상에 그만 안 있어도 좋을 듯했다. 

 

요즘 버스 안 조명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지만, 여하튼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으로 책장을 넘기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 정도 행복은 누릴 권리가 우리에겐 있다...

 

13.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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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0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의차 오랜만에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포가 건드린 다양한 형태의 미스터리물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럴 땐 일차적으로 관련서를 모두 모아놓는 게 상투적으로 하는 일인데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으로 돼 있는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모비딕, 2013)도 관련서의 하나다. 아직 '미스터리 걸작선'들에까지 손을 댄 건 아니지만 경험상 '작법'은 언제나 '독법'으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곧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은 거꾸로 <미스터리를 읽는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급수를 맞춘다고 할까. 추리소설 작가에게는 <현대범죄수사> 같은 범죄 수사 교과서나 <법의학, 병리학, 독극물학> 같은 법의학 교과서, 그리고 <범죄학 개론> 같은 경찰학 교과서들이 그것도 최신판으로 필요하다고 하는 대목에선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검색은 해봤다.

 

 

 

'교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한국의 연쇄살인>(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한국의 CSI>(북라이프, 2011)가 많이 팔린 책이고, 전대양의 <범죄수사>(21세기사, 2013)는 거의 안 팔리는 책이지만 두툼한 대학 교재다. 경찰행정학과 같은 곳에서 교과서로 쓰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추리소설 작가들도 이런 류의 책들을 여럿 구비하고 있을 터이다.

 

 

 

검색하다가 알게 된 저자는 독일의 법의곤충학자이자 과학수사 전문가 마크 베네케인데, 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알마, 2008), <연쇄살인범의 고백>(알마, 2008), <살인본능>(알마, 2009) 등의 책이 눈에 띈다. 이 정도면 추리소설 작가뿐 아니라 독자들도 눈여겨볼 만한 것 같다.

 

 

국내 법의학자가 쓴 책으론 이윤성의 <법의학의 세계>(살림, 2003)이 소개서이고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의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죽을 뻔했다>(알마, 2011), <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글로세움, 2012) 등이 읽어볼 만하겠다. 이 역시 독자들에게도.

 

 

범죄학 개론서는 국내서도 좀 나와 있는데, 번역서 가운데서는 Larry J. Siegel의 <범죄학>(Cengage Learning Korea, 2012)이 최신판이다. (그린, 2012)도 무게감이 있는 책인데, 책에 관한 정보는 올라와 있지 않다. 앨런 군의 <범죄수사를 위한 필수 법생물학>(월드사이언스, 2011)도 2판인 걸로 보아 이 분야에서는 읽히는 책인 모양이다. 

 

물론 미스터리를 위해서라면 그밖에 많은 미스터리물에 대한 독서도 필수이겠지만 이런 류의 참고도서도 기본적으로 소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 <미스터리 쓰는 방법>은 이런 충고까지 보탠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법률, 법의학, 탄도학, 지문과 음성인식 등 범죄와 관련된 분야를 다루는 정보가 엄청나게 많으며, 새로운 과학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항상 가까운 도서관에 가 필요한 책을 찾아보길 권한다.(10쪽)

우리의 '가까운 도서관'에 '필요한 책'이 꽂혀 있을지는 심히 의문스럽지만, 여하튼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위해서도, 그리고 읽기 위해서도 우리는 항상 도서관을 애용하도록 해야겠다. 아, '범죄도서관'이라는 게 있다면 딱 좋을 듯하군...

 

13.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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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에서 열린 벤야민 심포지엄에 들렀다 귀가하는 길에 집어든 주말판 경향신문에서 목수정 작가의 '해외 책' 란을 읽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81935545&code=900308). 국내엔 <부자들의 대통령>(프리뷰, 2012)이 번역돼 있는 사회학자 팽숑 부부의 신작 <돈, 양심도 법도 없는>(2012)을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로울 뿐더러 필독할 만한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언젠가 언급한 바로우파키스의 <글로벌 미노타우로스>(2013)와 함께 번역되면 좋겠다...

 

 

며칠 전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 최고 거부들 리스트를 발표했다. 10억달러 이상을 소유한 갑부들의 수는 27년 전 리스트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였다. 1426명. 지난해에 비해 200명이 늘었다. 이 1426명의 거부들은 5조4000억달러를 소유하고 있다. 27년 전 거부 숫자는 140명이었고 이들이 소유한 재산은 2950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세계 인구의 20%는 여전히 하루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아간다. 분명 상황은 더 악화되어 간다. 지구촌 거의 모든 곳에서.

 

 

<부자들의 대통령>의 저자이자 부자 전문연구자로 유명한 사회학자 커플인 모니카 팽송과 미셸 팽송은 “과연 돈이 언제부터 이렇게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는가”를 새 책 <돈, 양심도 법도 없는>(L‘argent sans foi ni loi·2012)에서 묻고 답한다. 돈은 분명 인간사회를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물물교환 대신, 그리고 조개껍데기 대신 생겨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돈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저자는 돈이 언제부터 유용한 도구의 위치를 넘어 한줌도 안되는 인간들이 나머지 모든 인간들을 지배하는 데 사용하는 ‘무기’가 돼 버렸는지를 쉽고 명확한 언어로 설명한다.

 

(...)

프랑스에서의 최근 상황 악화는 부자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혜택을 베풀며 계급전쟁을 지배계급의 완전한 승리로 이끈 사르코지의 영향이 크다. 덕분에 프랑스 부자들이 스위스 계좌에 예치하고 있는 자산은 800억유로에 이르는 반면 이틀에 한 번 이상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할 수 없는 프랑스 아이들의 숫자는 8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

 

불행하게도 상황은 지구촌 어디나 비슷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해법도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금융 천국 스위스에서 기업 간부들이 고액 연봉을 나눠 갖는 것에 제동을 거는 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킨 것처럼. 우선 도구여야 할 돈이 도끼가 되어 우리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것을 저자들은 요구한다. 대화로 풀어낸 가벼운 책 속에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타락한 돈의 민낯이 담겨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주눅들었던 마음이 왠지 상쾌해진다.

13.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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