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도서관에서 열린 벤야민 심포지엄에 들렀다 귀가하는 길에 집어든 주말판 경향신문에서 목수정 작가의 '해외 책' 란을 읽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81935545&code=900308). 국내엔 <부자들의 대통령>(프리뷰, 2012)이 번역돼 있는 사회학자 팽숑 부부의 신작 <돈, 양심도 법도 없는>(2012)을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로울 뿐더러 필독할 만한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언젠가 언급한 바로우파키스의 <글로벌 미노타우로스>(2013)와 함께 번역되면 좋겠다...

 

 

며칠 전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 최고 거부들 리스트를 발표했다. 10억달러 이상을 소유한 갑부들의 수는 27년 전 리스트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였다. 1426명. 지난해에 비해 200명이 늘었다. 이 1426명의 거부들은 5조4000억달러를 소유하고 있다. 27년 전 거부 숫자는 140명이었고 이들이 소유한 재산은 2950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세계 인구의 20%는 여전히 하루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아간다. 분명 상황은 더 악화되어 간다. 지구촌 거의 모든 곳에서.

 

 

<부자들의 대통령>의 저자이자 부자 전문연구자로 유명한 사회학자 커플인 모니카 팽송과 미셸 팽송은 “과연 돈이 언제부터 이렇게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는가”를 새 책 <돈, 양심도 법도 없는>(L‘argent sans foi ni loi·2012)에서 묻고 답한다. 돈은 분명 인간사회를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물물교환 대신, 그리고 조개껍데기 대신 생겨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돈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저자는 돈이 언제부터 유용한 도구의 위치를 넘어 한줌도 안되는 인간들이 나머지 모든 인간들을 지배하는 데 사용하는 ‘무기’가 돼 버렸는지를 쉽고 명확한 언어로 설명한다.

 

(...)

프랑스에서의 최근 상황 악화는 부자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혜택을 베풀며 계급전쟁을 지배계급의 완전한 승리로 이끈 사르코지의 영향이 크다. 덕분에 프랑스 부자들이 스위스 계좌에 예치하고 있는 자산은 800억유로에 이르는 반면 이틀에 한 번 이상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할 수 없는 프랑스 아이들의 숫자는 8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

 

불행하게도 상황은 지구촌 어디나 비슷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해법도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금융 천국 스위스에서 기업 간부들이 고액 연봉을 나눠 갖는 것에 제동을 거는 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킨 것처럼. 우선 도구여야 할 돈이 도끼가 되어 우리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것을 저자들은 요구한다. 대화로 풀어낸 가벼운 책 속에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타락한 돈의 민낯이 담겨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주눅들었던 마음이 왠지 상쾌해진다.

13.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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