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한국의 커버스토리로 '작가들의 음식예찬'을 읽다 보니 체호프가 권장한 코스 메뉴가 나온다(http://weekly.hankooki.com/lpage/coverstory/201003/wk20100309142137105450.htm). 출처는 마크 쿨란스키의 <맛의 유혹>(산해, 2009)이란 책이고, 쿨란스키가 참조한 건 체호프가 스무 살쯤에 쓴 한 단편이다. 보드카에서 시작해서 맥주로 끝내는 메뉴 자체가 주량이 약한 나에게 끌리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식 수프와 어린 돼지고기는 흠, 약간 군침을 돌게 한다. 봄밤에 정신도 멍하던 참이어서 잠시 야참 생각을 해본다. 

체호프가 제안하는 코스 메뉴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 <세 자매>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가 젊은 시절 써놓은 글에 언론인을 위한 8코스 메뉴가 제안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코스 메뉴가 봄날 잃은 입맛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번 시도하면 주당이 될 것 같은 '주류입문 정석'임은 확실해 보인다. 1880년경 쓴 <자명종의 달력 Alarm-clock's Calender>이란 글이다. 



(1) 보드카 한 잔
(2) 양배추 수프와 카샤(메밀 가루로 쑨 죽의 일종)
(3) 보드카 두 잔
(4) 양고추냉이를 곁들인 어린 돼지고기 요리
(5) 보드카 세 잔
(6) 양고추냉이, 고춧가루, 간장
(7) 보드카 네 잔
(8) 맥주 일곱 병 

 

10. 03. 13. 

P.S. 러시아식 수프(보르시치)와 흑빵을 곁들인 야참은 아래와 같이 구성될 수 있다(실상은 한 끼 식사다). 조촐한 러시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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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1-21 11:38 
    한겨레21의 '예술가가 사랑한 술' 코너에서 '체호프의 보드카'가 다뤄졌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봄에 주가한국의 기사에서 다뤄진 것과 같은 아이템이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한겨레21(10. 11. 19)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춥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올가을은 남다르게 춥다. 옷장 구석에 묻혀 있던 코트는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
 
 
비로그인 2010-03-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드카는 주량이 바닥인 관계로 저도 썩 내키지 않지만, 햐 저 맥주랑 식탁에 차려진 수프며 빵은 정말 군침 돌게 만드네요 ㅋㅋ 그런데 체호프가 권하는 코스대로 마시는 게 러시아에선 보통 반주 수준인가 보죠? ㅋㅋ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이런 호사를 다 누리게 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로쟈 2010-03-14 00:36   좋아요 0 | URL
차게 마시는 보드카는 소주보다도 넘기기가 쉽습니다.^^ 원래 바쁠 때 딴짓도 많이 하지요.^^;

카스피 2010-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러시아 흑빵은 겉이 단단해서 러시아 사람도 빵 안쪽만 먹고 먹다가 남은 것은 벼계로 이용한 정도라고 하더군요^^

로쟈 2010-03-14 16:18   좋아요 0 | URL
아마 한국전때 전해져내려온 얘기일 거예요. 실제로 소련군들이 그랬다는군요...

L.SHIN 2010-03-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드카는, 레몬맛과 복숭아맛이 제일 좋은데..ㅎㅎ
아니면 오리지널 보드카에 오렌지 쥬스나 크랜베리 쥬스 혼합해서 먹는 것도..ㅎㅎ
아~ 술 고프다...

로쟈 2010-03-14 16:19   좋아요 0 | URL
폭탄주로도 많이 쓰이죠.^^

comorin 2010-03-1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런 소설가분 덕분에 인류가 술을 끊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코스를 언젠가 따라하곤 싶지만, 그대로 따라했다간 바로 집에서 쫒겨날 것 같네요..마지막에 맥주 일곱병이 인상깊습니다. 독한 증류주를 마시고 나면, 그 갈증을 풀고 입가심을 하기엔 맥주가 최고라는 제 생각이 체호프와 같다니..^^

로쟈 2010-03-19 10:46   좋아요 0 | URL
그 비율이 4:7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