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한편을 옮긴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6).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호세이니 원작의 <연을 쫓는 아이>. 개봉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리뷰를 읽으니 꼭 챙겨보아야 할 영화의 하나다. 짧은 리뷰라서 이럴 땐 더 유익하기도 하고(작가 호세이니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1718531 참조).

시사인(08. 03. 01) 우정과 용기의 놀라운 치유력

영화 번역가 이미도의 산문집을 읽다가 탐나는 문장을 발견했다.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이 그 사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영화 <스탠 바이 미>의 원작 소설 <시체>에 나오는 첫 문장이라는데, 영화 <연을 쫓는 아이>를 소개하는 이 글에 꼭 빌려 쓰고 싶은 문장이다. 이 영화는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을 용기 있게 털어놓은 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옛 소련이 침공하기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 사건’이 일어났다. 수도 카불에 사는 부잣집 아들 아미르와 하인 아들 하산. 아미르는 글을 모르는 하산의 머리가 되어주고 하산은 싸움 못하는 아미르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나란히 열두 살 되던 해 겨울, 카불 시내를 들썩이게 만든 대규모 연싸움 대회가 열리고, 아미르와 하산이 힘을 합쳐 우승을 차지한 기쁜 순간이 잔인한 운명의 시작이다. “네가 원하면 1000번이라도 연을 찾아올 수 있다”라며 떨어진 연을 찾아 골목길을 달려나간 하산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뒤늦게 친구를 찾아 나선 아미르는 하산이 불량배들에게 겁탈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겁에 질려 숨어 있는다. 그 후 친구 얼굴을 볼 때마다 치밀어오르는 죄책감이 불편했던 아미르는 엉뚱한 거짓말로 누명을 씌워 하산 가족을 내쫓아버린다. 참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미르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하산의 소식을 듣는다. 뒤늦게 반성한다. 속죄한다. 그리고… 참 많이 운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가 2003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이다. 38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800만 부가 팔린 이 베스트셀러의 매력은 우리가 늘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두 가지 덕목, ‘우정’과 ‘용기’의 기운 센 치유력을 증명해 보인 데 있다.

‘실용’보다 ‘관용’이 먼저이기에…
<몬스터 볼>과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만든 감독 마크 포스터가 연출을 맡은 건 원작자에게 큰 행운이다. 오직 코끝 찡한 이야기의 힘에 감동해 28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스태프와 배우가 모여든 건 감독에게 큰 행운이다. 그렇다면 실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찾아낸 평범한 아이들이 주연을 맡은 건 관객에게 가장 큰 행운일 것이다. 그 맑은 눈동자가 없었더라면, 그 순박한 미소가 없었더라면, 보는 이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뒤흔들어놓지는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강간 장면 촬영 뒤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는 보도를 접한 후에는 마치 내 아이들인 양 안부를 궁금해하게 됐다.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잘 지낸다니 안심이다.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이 그 사람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맞는 말이다. <연을 쫓는 아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가장 실천하기 힘든 행동을 정말 실천에 옮길 때, 그 사람 인생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우리 인생까지도 아주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용’보다 ‘관용’이며 ‘경기 회복’보다 ‘용기 회복’이 먼저라고 귀띔해주는 이 기특한 영화를 보고 <뉴스위크>의 평론가 데이비드 앤슨이 이렇게 썼다. ‘이 영화에 감동받지 못하면 가슴이 딱딱한 사람이다.’ 정확한 표현이다. 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영화의 찡하고 짠한 라스트 신을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딱딱한 가슴이라면 그 양반, 참 불행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김세윤_영화 에세이스트)

08. 03. 14.

P.S.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 혹은 '현실' 이야기는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2009&article_id=5045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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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1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원작 책과 함께 주목하고 있었는데 개봉관은 그리 많이 잡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로쟈 2008-03-14 09:35   좋아요 0 | URL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도 그랬었지요...

순오기 2008-03-1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하고 기다리는 영화입니다.

로쟈 2008-03-14 09:35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함께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섬나무 2008-03-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광주에서 이런 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행운입니다. 이런 순간마다 광주극장 운영자님께 절로 감사합니다.

로쟈 2008-03-14 09:34   좋아요 0 | URL
머지않아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광주'에서 '광주라서'로 토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팀전 2008-03-1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영화에 대해 <씨네 21>은 비판적 의견을 냅니다.물론 전쟁 전의 아프간을 볼 수 있고 우정을 이야기하지만....미국은 빠져있는 아프간...또는 알고 봤더니 그 둘이 그랬다더라..라는 아침 드라마 같은 통속적인 설정...마지막부분 갑자기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출 등등....앞에까지만 좋았다라는 평가들도 있더군요.부분 동의!!

로쟈 2008-03-14 09:33   좋아요 0 | URL
원작 소설이나 영화나 미국인들의 '아프간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효과'와 더불어 '부작용(side effect)'도 있는 거구요...

섬나무 2008-03-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작정하고 구입한 건 이번에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처음이었어요. 어떤 영화 평론가의-로쟈님이 올린 기사-맥카시 평가가 대단해서리...결론적으론 이 책은 '정말 원작'으로 읽어야 그 맛이 나는 걸까? 싶었습니다. 아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나 봅니다. '롤리타'는 정말 원작이 아니어도 나를 완전히 매수했었으니까요.
나보코프의 언어유희와 그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져서 책을 읽는 내내 황홀지경이었거든요.
하여간 책을 읽고 났더니 영화가 궁금하지 않아졌지요. 피 냄새를 충분히 맡았어요.

로쟈 2008-03-14 23:37   좋아요 0 | URL
해럴드 블룸 같은 비평가가 맥카시를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고 있습니다. 피냄새보다는 소녀의 향기가 사실 더 낫긴 하죠.^^;

다락방 2008-03-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시사인에서 이 리뷰 읽었어요. 그전부터 보고싶었던 차에 리뷰읽고 나니 더 보고싶어지더라구요. 그런데 개봉관도 별로 없을뿐더러, 그 개봉관에서 조차 상영일이 길지 않더군요. 오늘이라도 달려가서 보아야 할까봐요. 영화 한편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로쟈 2008-03-14 23:38   좋아요 0 | URL
리뷰는 여기저기 실려 있는데, 개봉관은 정말 드문 모양이군요...

L.SHIN 2008-03-14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연을 날리는 꿈을 꾸었는데... 나는 무엇을 날리고 싶었던 걸까요.

로쟈 2008-03-14 23:39   좋아요 0 | URL
저는 꿈에서 연을 본 게 몇 십년 되는 거 같습니다.^^;

L.SHIN 2008-03-15 14:12   좋아요 0 | URL
전 꿈에 연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원래 그런 꿈은 자주 꾸는 종류인가 보죠?

2008-03-15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