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시 옮겨놓기다. 그게 또 오래전 시다. 87년 겨울에 쓴 것이니까. 직선제 개헌 이후 첫선거가 있던 바로 그해이다(나는 정당의 선거참관인이란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보았다). 시는 대선 이전에 쓴 것인지 이후에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맘때 썼으니 20년전이고, 체육관에서 낭송까지 했다(마이크 고장으로 알아들은 청중이 별로 없었다). 민주주의에 관해 주절대다보니 생각이 났다. 한 가지, 이 시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지만 그때 돼지값 폭등이 있었다. '돼지값을 인하하라!'란 주장은 그래서 시의성(!)도 갖는 주장이었다...

 

믿을 건 돼지뿐이다

시대가 혼란하면
믿을 건 돼지뿐이다
아는가, 삼겹살의 민주주의
그 비계와 살코기의 절묘한
정의로운 배분이며
연함과 질김의 완벽한 조화
넓적다리에서 등심까지
부지런한 입질 젓갈질이면
두룩두룩 살찌는 인격에
이렇듯 윤기있는 우리의 삶
소주라도 한 잔 걸치면
자못 당당해지는 발걸음 아닌가
너무 질기고 두꺼우면?
물론 위에 부담이 되겠지만
잘근잘근 씹다 보면
또 그것대로 맛이 나는 법
자고로 시대가 혼란하면
기댈 건 돼지뿐이다
우리 믿는 건
돼지뿐이다 

돼지값을 인하하라! 

07.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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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뭐라하지 2007-12-1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밤에... 군침 도는군요 ;;

로쟈 2007-12-18 00:53   좋아요 0 | URL
저는 저녁에 닭을 실컷 먹고왔는데.^^;

가시장미 2007-12-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은 소주에 삼겹살 생각이 절실합니다.
신문이나 뉴스를 봐도 속이 뒤집히는 이야기들 뿐이니...
어디에 의지하여 쓰린 속을 달랠 수 있을까요.
선거는 다가오는데... 정말 답답하네요. ㅠ_ㅠ

로쟈 2007-12-18 00:54   좋아요 0 | URL
네, 삼결살의 민주주의가 그립습니다...

깐따삐야 2007-12-1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쟈님, 반하고 갑니다.(삼겹살에 반한 건 아닙니다. 절대루.-_-)

로쟈 2007-12-18 00:54   좋아요 0 | URL
반하실 것 까지야.^^;

Mephistopheles 2007-12-1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행히 저녁을 쌈밥으로 먹으며 돼지삼겹살을 구워먹었더랬습니다..^^

로쟈 2007-12-18 08:34   좋아요 0 | URL
윤기가 흐르는 저녁시간이었겠습니다.^^

수유 2007-12-1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을건 삼겹살뿐인가요? 삼겹살도 정말 삼겹살 부분은 얼마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오돌뼈가 보여야 국산 삼겹살이라는데...
제 말이 저 시와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요...

로쟈 2007-12-18 14:03   좋아요 0 | URL
저는 국산, 수입산을 따로 가리진 않아서요.^^;

비로그인 2007-12-1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배부른 상태에서 봐서 다행이다. (웃음)
여지껏 음식 페이퍼에 걸릴 때마다 늘 고픈 상태라서 괴로워했거든요.ㅋㅋ

로쟈 2007-12-18 17:22   좋아요 0 | URL
'음식 페이퍼'로 분류되는군요.^^

비로그인 2007-12-18 19: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음식 사진이 있는 페이퍼'를...
줄인말이라는...( -_-)

로쟈 2007-12-18 20:06   좋아요 0 | URL
시나 음식이나 어차피 '양식'이니까요.^^

비로그인 2007-12-19 19:27   좋아요 0 | URL
네,그렇습니다!! (웃음)

순오기 2007-12-2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투표하러 가기 전에 이런 마음이라도 있으면 싶네요.
믿을 건 '너' 뿐이다! 라고 할 수 있는... ㅠㅠ

로쟈 2007-12-19 20:05   좋아요 0 | URL
결과는 예상대로지만 격차는 예상보다 더 벌어졌네요. 민주주의도 '지름길'은 없나 봅니다. 지그재그를 얼마나 더 가야 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