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장하신 꽃양배추님의 '격려'에 힘입어 20대 시절의 시를 한편 더 옮겨놓는다(이런 식이면 겨울내내 우려먹겠다). 제목은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1991)란 영화에서 따온 것인데, 찾아보니 빌 머레이 주연의 코미디 영화였다. 이젠 영화의 줄거리조차 기억에 없지만. 찾아보니, 극도의 결벽증과 폐소공포증만 아니라 괴상한 증상을 두루 가지고 있는 복합적 환자 밥 윌리(빌 머레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고 한다. 아무려나 그 영화와 이 시의 공통점은 그냥 '밥(bob)'이란 소리에만 있을 뿐이다... 

붕어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항 속 금붕어에게 붕어밥 대신에 글자들을 넣어준다
어항 속 금붕어의 큼지막한 눈알에 글자들이 어린다
어항 속 금붕어의 붕어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항 속 금붕어는 눈알이 발개지도록 글자들에 열중한다
어항 속 금붕어는 배알이 뒤틀리며 글자들을 토해낸다
어항 속 금붕어는 빌어먹을 시를 쓴다
어항 속 금붕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붕어밥을 넣어준다    
어항 속 금붕어는 큼지막한 눈알만 자꾸 끔벅거린다 

07.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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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11-1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싱싱한 금붕어 색깔을 보니.. 이 페이퍼를 읽고 선홍색 질투 포스를 뿜어내실 J님이 떠올라요. (J님, 그냥 웃자고요.^^)
다른 때 로쟈님은 비활성기체 아르곤 경Sir 같으신데요.
시를 읽으면 갑자기 실체가 느껴지면서 같이 떡볶이라도 한 접시 먹고 싶어져요.
겨울 내내, 라는 그 다짐! 잊으시면 안 돼요.^^

로쟈 2007-11-11 00:12   좋아요 0 | URL
이거 참 뒤로 빼지도 못하게 생겼네요.^^ 어쨌든 '격려'에는 감사. 꾸벅.

이리스 2007-11-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시를 쓰시다니!! 저는 시인을 존경한단 말입니다아아아아~~~~

로쟈 2007-11-11 00:33   좋아요 0 | URL
등단시인도 아니고 '시인'이란 명함도 없으니까 존경은 접어두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