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날씨만큼이나 울적한 김에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올려둔다. 미겔 에르난데스(1910-1942)의 '비행'. 시집 <양파의 자장가>(솔출판사, 1995)에 실려 있다. 10년도 더 전에 좋아하던 시이긴 한데, 나는 아침마다 일어나서 이 시를 중얼거리곤 했다. "쏠로 끼엔 아마 부엘라. 뻬로 끼엔 아마 딴또. 께 쎄아 꼬모 엘 빠하로 마쓰 레베 아 푸히띠보?" 스페인시는 낭송하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경쾌하다. 무슨 뜻이냐고? 아래에 영역과 우리말 번역도 같이 옮겨놓았지만,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그토록 사랑하는가?"

Vuelo
de Miguel Hernandez

Sólo quien ama vuela. Pero ¿quién ama tanto
que sea como el pájaro más leve y fugitivo?
Hundiendo va este odio reinante todo cuanto
quisiera remontarse directamente vivo.

Amar... Pero ¿quién ama? Volar... Pero ¿quién vuela?
Conquistaré el azul ávido de plumaje,
pero el amor, abajo siempre, se desconsuela
de no encontrar las alas que da cierto coraje.

Un ser ardiente, claro de deseos, alado,
quiso ascender, tener la libertad por nido.
Quiso olvidar que el hombre se aleja encadenado.
Donde faltaban plumas puso valor y olvido.

Iba tan alto a veces, que le resplandecía
sobre la piel el cielo, bajo la piel el ave.
Ser que te confundiste con una alondra un día,
te desplomaste otros como el granizo grave.

Ya sabes que las vidas de los demás son losas
con que tapiarte: cárceles con que tragar la tuya.
Pasa, vida, entre cuerpos, entre rejas hermosas.
A través de las rejas, libre la sangre afluya.

Triste instrumento alegre de vestir: apremiante
tubo de apetecer y respirar el fuego.
Espada devorada por el uso constante.
Cuerpo en cuyo horizonte cerrado me despliego.

No volarás. No puedes volar, cuerpo que vagas
por estas galerías donde el aire es mi nudo.
Por más que te debatas en ascender, naufragas.
No clamarás. El campo sigue desierto y mudo.

Los brazos no aletean. Son acaso una cola
que el corazón quisiera lanzar al firmamento.
La sangre se entristece de batirse sola.
Los ojos vuelven tristes de mal conocimiento.

Cada ciudad, dormida, despierta loca, exhala
un silencio de cárcel, de sueño que arde y llueve
como un élitro ronco de no poder ser ala.
El hombre yace. El cielo se eleva. El aire mueve. 
 


Flight

(CXXXV: From ‘Cancionero Y Romancero De Ausencias’)

 

Only he who loves, flies. But who loves enough

to be like the slightest and most fugitive bird?

It goes eastwards sinking, commanding hatred, all that

might have wanted to rise again, direct and alive.


To love... But who loves? To fly... But who flies?

I will conquer the blue, eager for plumage,

but love, always beneath, is saddened

at not finding the wings that sure courage gives.


An ardent being, clear of desires, winged,

wanted to ascend, to have freedom in which to nest.

He wanted to forget that men move away in chains.

Where they lacked feathers put valour and oblivion.


Sometimes he flew so high, that the sky shone

over his skin, under his skin, the bird.

Being, you who were once confused with a lark,

others, like weights of hail, brought you down.


You know already the lives of the rest are flagstones

to cover you: prisons to swallow what’s yours.

It passes, life, among bodies, behind bars of beauty.

Through the bars, the blood flows free.


Sad instrument happy to be worn: urgent

tube for desiring and breathing fire.

Sword devoured by constant use.

Body in whose closed horizon I unfold.


You will not fly. You cannot fly, body that wanders

through these corridors where the air is my knot.

No matter how hard you struggle in ascending, you are wrecked.

You will not cry out. The field is what follows, deserted and mute.


The arms do not flutter. Perhaps they are tail-feathers

that the heart wanted to launch into the firmament.

The blood is saddened at fighting on alone.

The eyes turn saddened from knowledge of evil.


Each city, sleeping, waking crazy, exhales

the silence of prison, of sleep that burns and rains down,

like a hoarse insect having no power to take wing.

The man lies down. The sky lifts itself. The air moves. 

 

 

비행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그토록 사랑하는가?
가장 가볍고 날쌘 새처럼 될 만큼 사랑하는가?
곧바로 살아서 날아오르고 싶어하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에 퍼진 이 증오가 가라앉아간다

사랑한다... 그렇지만 누가 사랑하는가?
난다..... 그렇지만 누가 나는가?
깃털에 목마른 푸르름을 나는 정복하리라
그러나, 확실한 용기 주는 날개가 없음을
사랑은 언제나 아래에서 슬퍼한다

불타는, 욕망으로 빛나는 날개 달린 존재는
오르고 싶어했다. 둥지에 자유를 갖고 싶어했다
사람이 줄줄이 멀어져감을 잊고 싶어했다.
깃털이 필요한 곳에 용기와 망각을 놓아주었다

이따금 너무 높이 날아
그 가죽 위로 하늘이, 아래로 새가 반짝이곤 했다
언젠가 네가 종달새와 혼동했던 존재
때로는 거친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던 존재.

타인들의 삶이 너를 가둘 무덤임을 너는 안다
너의 삶을 삼켜버릴 감옥임을 너는 안다
삶이여, 육체들 사이로 아름다운 철책들 사이로 지나가라
철책들을 통해, 마음껏 흘러들어라

즐겁게 치장하는 슬픈 기구
불을 탐내고 호흡하는 성급한 管
계속되는 사용으로 부서진 칼
육체, 그 세계 속에서 꼭 닫힌 채 내가 펼쳐쳐있는 육체

너는 날 수 없으리라, 너는 날 수 없다
나를 속박하는 대기의 회랑 사이로 방랑하는 육체여
네가 아무리 기를 쓰고 올라가도 너는 조난당하고 말리라
너는 외치지 못하리라. 평원은 계속해 황량하고 말이 없다

팔은 펄럭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가슴이 창공에 던지고픈 꼬리이리라
피는 홀로 몸부림침에 슬퍼진다.
눈은 불행한 인식으로 슬퍼진다

잠든, 깨어있는 미친 도시들은 저마다 감옥의 침묵을,
날개가 될 수 없는 거친 초시류의 날개처럼 불타고
비 내리는 꿈의 침묵을 발산한다
사람이 누워있다 하늘이 올라간다 대기가 움직인다.

 

 

07. 01. 17.

 

P.S. 가끔은 이 시가 사랑에 인색한 내게 변명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나도 사랑을 해봐서 아는데, '날아갈 듯한' 기분까지는 비교적 쉽게 도달하지만, 정작 날아가는 건 정말 어렵다. 두 발이 땅에서 떼지지를 않는 것이다(해서 주변의 사랑타령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엄청난 분발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덧붙이는 약간의 변주. "아마르... 뻬로 끼엔 아마?"("사랑해, 아니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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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겔 에르난데스의 시와 명예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0-12 08:36 
    스페인 시인 미겔 에르난데스(1910-1942)에 관한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번역된 시집 <양파의 자장가>(솔, 1995)가 절판된 지 오래인데, 나는 거기 실린 '비행'이란 시를 꽤나 좋아했었다(예전에 만든 페이퍼를 링크로 걸어둔다). 기사 덕분에 상기하게 된 사실인데, 에르난데스는 프랑코 독재시절에 탄압을 받고 31살에 요절했다. 올해, 그리고 이번달이 그의 탄생 100주년이라 한다. 그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마음
 
 
나비80 2007-01-1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죠. 사랑.

아놔키스트 2007-01-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았다가 가볍게 착륙할 수만 있다면야.. 근데 대개는 날다가 추락하지요.. 떨어지는 충격이 무서워서리... 암튼, 시 좋군요.. 퍼가도 될까요?(허락은 나중에 받고 일단 퍼갑니다.. 안 된다 하시면 다시 갖다 놓을게요..^^)

연우주 2007-01-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가도 될까요? 라고 말씀드리고 저는 퍼갈래요. ^^ 시도 멋지고 아래 로쟈님의 글도 멋지네요.

로쟈 2007-01-1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셔도 저는 축나지 않는답니다.^^

라로 2007-01-18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st fugitive bird....안타까와요,,,,공기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만큼일까요~. 딸꾹

로쟈 2007-01-1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날쌘 새'로 번역돼 있는데, 그 정도로 재빠르지 않으면 중력에 덜미를 잡히는 탓이겠죠(그러고 보니 nabi님도 날아다니시는 종류네요). 공기가 부족하신가요?^^

로쟈 2007-01-1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폐활량이 적어서 공기를 덜 축내긴 합니다.^^

mini74 2020-01-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이 같이 올려주신 샤갈그림이랑 어울리는 시네요 참 좋아요. 마티스의 이카루스 그림도 생각나네요. 항상 좋은 글 잘 보고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