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자이자 번역자, 문학평론가, 그리고 덧붙이자면 산문가 황현산 선생이 타계했다는 부고기사가 뜬다. 암이 재발해 투병중이라는 건 알려졌는데 최근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들었다. 1990년에 세상을 떠난 김현 이후 한국문학은 중요한 문학평론가를 잃었다. 특히 시비평과 번역에서 고인은 탁월한 안목과 언어에 대한 감각, 그리고 깊은 성찰적 사유를 보여주었고 말년에는 <밤이 선생이다> 등의 산문집을 통해 젊은 세대로부터도 존경받았다. 이례적이고 희귀한 사례였다.

모든 저자는 육신의 삶을 마친 이후에 책과 함께 사후의 삶을 살아간다. 결코 욕심에 다 차는 건 아니지만(선생은 결국 보들레르 전집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고인이 남긴 평론집과 산문집, 그리고 번역서가 적지 않다. 이 책들이 모두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황현산이라는 이름은 좀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선생의 엄정한 시선 속 인자한 미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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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8-08-08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물들래 2018-08-08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필사하고 싶었는데 마음을 흔들어댔던 문장부터 적어나가야겠네요.

hope&joy 2018-08-08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분씩 떠나가시는게 너무 안타까워요.
명복을 빕니다.

미국사람 2018-08-09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선생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던 적은 없지만 황선생 동생과 동창이라 한마디 적읍니다.
대학시절 김인환교수가 황선생의 글을 보고 문학에의 뜻을 꺽고 비평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할 정도의 문청이었다 합니다. 아깝게도 선생의 남은 글이 책으로 나온게 몇개 없고 번역도 대부분 초현실주의 계통의 시뿐이어서 아쉽네요. (어린왕자 번역이 있긴합니다만) 좀 더 살아 계셨으면 좋은 글이 많이 남았을텐데.

누군가 선생의 흩어진 글을 모아 전집을 내었으면 하는데 어렵겠지요.

황선생님 극락왕생하시길 빕니다.

미국사람 2018-08-09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2018.5.7 황선생 트위터입니다.

보들레르의 <악의꽃> 초간본(1857)이다. 이 책은 원래 저의 스승 강성욱 교수의 장서 가운데 하나였으나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사모님이 제게 물러주셨다. 나는 적절한 시기에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기로 맘먹었는데 이제 그 적절한 시기가 온 것 같다.

흘려들었는데 진담이 되었네요..

로쟈 2018-08-09 23:49   좋아요 0 | URL
네, <악의 꽃> 초간본 얘기는 저도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들레르 전집은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생전에 보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