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 수거"
2달 전 까지만 해도 나랑 별 상관 없는 말이었다.
지금은? 쓰레기를 버리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오피스텔은 창문이 하나만 있다 보니 환기가 잘 안된다.
아파트처럼 다용도실이 따로 있지도 않고,
워낙 작다 보니 쓰레기를 자주 버리지 않으면 공기 전체가 나빠진다.
쓰레기 봉투 10리터 짜리 하나가 170원.
채 반도 못 채우고 버리면....물론 돈 아깝다!
하지만... 버리는 쓰레기가 많지도 않은데
꽉 찰때 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오피스텔의 다른 싱글들도 다들 비슷한지
반도 안 찼거나, 헐렁헐렁한 쓰레기 봉투가
쓰레기 수거함에 가득하다.
며칠 전,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놀라운 현장을 목격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뚱뚱한 아줌마가
까만 비닐 봉다리를 몇개씩 주렁주렁 들고
쓰레기 수거함으로 다가왔다.
때는 캄캄한 밤이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하려나?
불법 투기를 하려면 그냥 골목에 몰래 버리지
왜 쓰레기 수거함에 까만 봉다리를 들고 나타났지?
난 의혹에 가득 찬 눈길로 그 아줌마를 쳐다 봤다.
나의 빈약한 추리력은 그 아줌마의 태연한 행동에
즉각 KO패를 당하고 말했다.
글쎄...그 아줌마는....
헐렁헐렁한, 널널한 쓰레기 봉투들에
까만 봉다리를 쑤셔 넣는 것이었다!
용의주도하게도 까만 봉다리들의 크기는
딱 10리터 쓰레기 봉투의 1/3 정도였다.
그 아줌마는 나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까만 봉다리들을 하나씩 (여유 있게!)
헐렁한 쓰레기 봉투들에 쑤셔 넣었다.
난 너무 놀라 잠시 입을 벌리고 쳐다 보다가
오피스텔 입구로 행했다.
그러다..아줌마가 작업을 다 마치셨는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 봤을 때...
내가 버린 쓰레기 봉투에 까만 봉다리를 쑤셔 넣는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헉!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까지 해야할까?
뭐...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싱글들이 낭비하는 쓰레기 봉투를 활용해 주셔서 다행(?)이다.
5리터 짜리 쓰레기 봉투는 없나?
싱글들을 위한 5리터 짜리 봉투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