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는 사람,
자신이 매력적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표정이 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자신들이 가장 매력적인지!

그들은 알고 있다.
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남들의 칭찬에 뻘쭘해 하지 않는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응답한다. 연예인처럼!

이 얘기를 J PD에게 했더니 크게 공감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축구선수는 연습할 때,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도 멋들어진 포즈가 나오고,
어떤 축구선수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도 뭔가 주눅든 듯한, 불쌍해 보이는 표정만 잡힌다고.

자신이 매력적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스쳐 가는 시선도, 아무리 멀리 있는 시선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듯이
머리를 쓸어 넘긴다거나, 한 번 웃어 준다거나 한다.
가끔 오버하는 경우에는 윙크를 하기도 한다. 하하!

이런 현상은 귀엽게 생긴 어린 애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예쁘게 생긴 5~6살 여자애들에게서 특히!
페밀리 레스토랑에서나 지하철에서나
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느끼면
더더욱 오버를 해서 이쁜 짓을 한다.

며칠 전, 이런 남자를 만났다.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감이 넘쳐 났다.

명함을 교환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 남자는 잠시의 주저함이나 멈칫거림도 없이
내 눈을 내내 정면으로 쳐다 보며 말했다. 눈 한 번 깜박거리지 않고!

잠시 일 때문에 만난 건데, 단도직입적으로 내 신상을 물어 보기도 했다.
"전공이 뭐죠?"
난 뻘쭘해 하며 말했다.
"...독문학요."
"어디서 공부했죠?"
순간... 당황했다. 한국이라고 대답해야 하나, 학교 이름을 말해야 하나.
(이상하게...난 교포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난 취조를 받는 어리부리한 피고인처럼 학교이름까지 말해 버렸다.

자신이 매력적인지 스스로 아는 사람들은 매사에 당당하다.
그들은 절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Straightforward!

자신감은 매력도를 상승시키고,
상승된 매력은 또 다시 자신감을 상승시킨다.
컴플렉스와 동일한 작용기제로 자라난다. 쑥쑥!
빈익빈 부익부, 세계의 양극화 현상은 재화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피곤할까?
이럴 때 한큐 잘못하면 우울해 진다. 경계주의보!

할 일은 많고,
머릿속은 촘촘한 계획 대신 뒤죽박죽.
자다가도 몇 번씩 깬다.
어제는 12시에 잤는데 자다 깨 시계를 보니 1시였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오늘은 푹~ 잘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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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께와 오늘 큰아이 데리고 피부과에 아이 진료 받으러 갔는데
간호사가 저를 내내 뚫어져라 보는 거에요. 가까이서 그렇게 눈 안 떼면
너무 황당하잖아요. 그 간호사 그 태도 뭔지 모르겠어요. 3일후에 또 가야
하는데 그때도 그러면 같이 쏘아봐줘야겠어요. 근데 전 그거 잘 못하거든요.
눈 마주치면 바로 눈 깔아버리는데요.ㅎㅎ 자신감 부족으로 판정되는거죠...
수선님, 독문학 하셨군요.^^

이게다예요 2007-06-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버스를 탔는데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좀 잘난 남자가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얼결에 뒤돌아 봤는데 완전 노골적으로 확 윙크를 날리는 거예요. 맞아요. 그들은 절대 에두르지 않죠. ㅋ 전 그 자신감에 엄청 놀라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도착할 동안 뒤통수가 따가워 잠도 못잤다는... ㅋ

stella.K 2007-06-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문학 전공하셨군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매력적이긴 하죠. 혹시 선 보셨나요? ㅎㅎ

드팀전 2007-06-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에 대한 20대적 감성이네요..^^
전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에게 한편으로는 회의적입니다.제 자신을 볼 때 그럴때도 있구요.

비로그인 2007-06-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여자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가 알게 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무기가 되지요.

icaru 2007-06-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 선수가 아닌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근데 악순환 같아요~ 자신감 없는 사람은 아무리 유리한 상황에서 득의만만하게 개가를 올릴 수 있음에도.. 쉽게 자신감이 들지 않거든요. 아 제가 그렇다는 >.<

kleinsusun 2007-06-2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혜경님이 그 간호사의 옛날 친구랑 넘 닮았던 게 아닐까요?^^
저도 가끔 사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때 있어요. ㅋㅋ

이게 다예요님, 맞아요! 그런 남자들 있어요. 윙크하는 남자들. ㅋㅋㅋ
나름 귀엽잖아요.ㅎㅎ 이게 다예요님한테 윙크하고 하루 종일 기분 좋았을 꺼예요.^^

stella님, 아뇨, 선을 본게 아니라 일 때문에 잠깐 만났는데 막 제 신상정보를...ㅋㅋ

드팀전님, 나이는 들어가는데... 매력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20대적 감상을 못 벗어나고 있어요. 어쩌죠? ㅋㅋ

Jude님, 그렇죠! 글쿠 그 무기를 평~생 우려먹죠.ㅋㅋ

icaru님, 전 남들이 보기엔... 자신감 만땅으로 보인데요. 근데 실은...ㅋㅋ
우리 둘다 축구선수가 아니라 다행이예요.헤헤
 

지난주 금요일, 한겨레 문화센터 강유원 샘 강의.

사람들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자주 묻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계획을 잘 세우는 거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도
목차를 보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서사가 있는 소설은 해당되지 않는다.
강유원 샘은 박경리의 <토지> 같은 스토리를 따라 가야 하는
장편소설은 읽을 수 없다고 했다.)

목차를 펴놓고
챕터별 중요성과 필요성에 따라

여기는 먼저 읽어야지,
여기는 건너 뛰어야지,
여기는 꼼꼼하게 읽어야지,
여기는 여러번 읽어야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부분은 5~6번 반복해서도 읽고
요약해야 한다고 하셨다.

계획은 잘게잘게,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책을 읽겠다고 결정했으면,
읽는데 몇일, 정리하는데 몇일
이렇게 기한을 정하고 시간 단위로 쪼개서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글을 쓸 때도 세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아......충격을 받았다.
나는 왜 이렇게 무대뽀, 무계획, 무대책일까?

독립하고 나서 전자렌지를 살까 말까 망설였다.(아직도 고민중!)
없으니까 불편하고, 막상 있으면 또 안쓸 것 같고.
그냥 하나 사서 쓰다가....결혼할 때 들고 갈까?
그런데... 언제 결혼을 하지?.... No idea!

후배 N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N이 진지하게 말했다.

"언니, 결혼도 계획을 세워야 돼.
상대가 있고 없고를 떠나
언제 까지는 결혼을 하겠다...이런 계획이 있어야
계획에 따라 생활할 수 있어."

후배 얘기를 듣고 나니 더 헛갈렸다.
"그래서 전자렌지는 사라는 거야? 마라는 거야? "

나도....계획이랑 쩜 친하게 지내봐야 겠다.
그래서....계획에 따라 일찍 자야 겠다.
내일 아침의 뽀사시한 피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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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6-1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로 보이는 강유원 님도 잘 못 읽는 소설 분야가 있군요. 저도 2권 넘어가는 소설은 잘...

클리오 2007-06-1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처음 독립할 때 어떤 물건을 살까말까, 허름한걸 사서 결혼전까지만 쓸까 좋은걸 사서 결혼할 때까지 쓸까 그런 고민 많이 했었답니다. 그런데 결론은 그냥 미래의 결혼따위 고민말고, 지금 현재 가장 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사면 된다..더라구요. 그때 좋은 걸 사놓은 것은 예상결혼나이를 훨씬 넘은 나이에 결혼한 지금에 와서도 잘 쓰니까요. ㅎㅎ

moonnight 2007-06-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획이랑 영 안 친해서 누가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거나. 올해 꼭 이룰 꿈이 뭐냐는 질문 받으면 화나요. -_-;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하는 건 역시 자기위안이겠죠. ;; 전자렌지는 하나 있으면 편하긴 하잖아요. 자주 쓰게 되진 않더라도. 쓰시다가 결혼하면 들고 가면 되죠 뭘. ^^

kleinsusun 2007-06-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오랜만!^^ 강유원 샘 소설은 거의 안 읽어요. 목차를 보고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소설도 싫고, 반전으로 깜짝 놀래키는 영화도 싫데요.ㅋㅋ

클리오님, 아....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려요.^^ 그럼...전자렌지는 그냥 좋은걸로 살까요? ㅋㅋ

달밤님, 음...전자렌지를 사야겠군요. 근데...TV도 없어요. 어떤 걸 먼저 사죠? ㅋㅋ

클리오 2007-06-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렌지에 한표.. ㅋㅋ 사실 바쁘신 수선님, 티비 볼 시간도 잘 없지 않나요? 비디오를 한번씩 보고 싶으실라나요? ^^

kleinsusun 2007-06-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TV 볼 시간은 사실 거의 없는데...아침에 출근 준비할 때나, 빈집에 들어 왔을 때 넘 적막해서...ㅋㅋ
아직 없는 게 넘 많아요. 헤헤
 

하루에서 가장 바쁜 일과 시간은 4시에서 6시 사이다.

주로 유럽 회사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유럽의 아침이 되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독일에서, 이탈리아에서, 네덜란드에서 전화가 온다.
회사전화가 통화 중이면 성격 급한 바이어들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정신이.....없다. 헉헉!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6시 30분에 퇴근, 한겨레 문화센터로 달려 갔다.
강유원의 강의 <서구 고전 읽기 : 정치사상편>.

현충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신문을 보다가
강유원의 강의가 있다는 한겨레 문화센터 광고에 제대로 "필" 받아
"충동적"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그 자리에서 한겨레 문화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온라인 결제까지 해 버렸다.

커리큘럼은
플라톤 <<국가>> (박종현 옮김, 서광사)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이병길 옮김, 박영사)
마키아벨리 <<군주론>> (강정인 옮김, 까치)
로크 <<통치론>> (강정인 옮김, 까치)

내친 김에 책까지 한꺼번에 다 주문했다.

그런데... 성격상 일은 저질렀으나...
700 페이지 넘는 플라톤의 <국가>를 읽다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안 그래도 저질러 놓은 일이 많은데
이 수업까지 들을 수 있을까?
이 텍스트들을 제대로 읽을 수나 있을까?

그래도 어쩌랴...
벌써 저지른 일인데...

한편으로는 궁금함과 기대로 설레이기도 했다.
강유원은 어떤 사람일까?
강유원의 강의는 어떨까?

어제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앞에 서서 수강생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 강유원 선생님(이제 저자가 아니라 나의 선생님이다!) 을 처음 봤을 때,
난 너무 놀라 쌩뚱 맞은 질문을 해 버렸다.

"선생님..... 강유원 맞아요?"
( 강유원 선생님 맞으세요? 라고 했어야 했는데,
당황한 나머지 질문이 꼬였다. ㅠㅠ)

선생님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학교 청소부 아줌마들도 내가 선생 아닌지 아는데....하하."

질끈 묶은 긴 파마 머리,
더 이상 편할 수 없을 것 같은 티셔츠와 볼링화 같이 생긴 운동화,
사람 좋아 보이는 쾌활한 말투와 웃음소리...

"회사원 철학자"라고 해서 "회사원" 스러운 이미지를 상상했었는데
기억 속의 록 밴드 같기도 하고,
사주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도인 같기도 했다.

무엇 보다도...
"시니컬"해 보일 꺼라고 생각했는데
농담 따먹기도 너무 잘하고
능글능글하게 말도 잘해서 굉장히 놀랐다.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앞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끊임 없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지금 외출을 해야 해서 글을 마쳐야 한다. 강의후기는 다음에 써야지.)

끊임 없는, 지치지도 않는 나의 삽질에 스스로 경의를 표하며.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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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6-1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배워서 남주세요...^^ 꼭이요.
어제 글샘,달팽이님하고 술먹어서 힘들어 죽겟네..헤

마법천자문 2007-06-1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질' 이란 두 글자를 보니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군요. 강유원씨는 토속에로영화에 나오는 마당쇠 같은 분입니다.

그나저나 저는 저런 강의에 돈 받으면서 다니라고 해도 못 다닙니다. 책 제목들만 봐도 골이 빠개지려고 하는군요. ㅎㅎ

2007-06-1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7-06-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오!!! 부산 모임이 있었나봐요? 잼 있었겠당^^
저도 어제 과음으로 숙취가...ㅋㅋ

분노의 삽질님, 마당쇠 보다는 변강쇠 같아요. ㅋㅋ
강의 재미있어요.^^ 숙제도 있어요. 해야 되는데..언제 할지 모르겠어요. ㅎㅎ

속삭이신님, 학구열이 아니라 삽질이예요. ㅋㅋ
일은 쉽게 저지르는데 수습을 잘 못해요. 돈키호테 스타일 이랄까요? 음하하하
 



<밀양>을 보면 생각이 넘 많아질 것 같아서
머릿 속이 복잡해 지는 게 살짝꿍 두려워서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였었다.

결국... <밀양>에 대한 욕망은 두려움을 이겼고
현충일 오후에 <밀양>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술이 땡겼고,
극장에서 나와 허름한 술집으로 직행했다.
그리고는....마셔 버렸다.

( 그래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또는 죄책감으로
안주는 손두부를 시켰다. )

<밀양>은 정말...파괴력이 큰 영화다.
영화일기를 쓰려고 했으나,
머리를 빙빙 도는 생각들과 이미지가 넘 많아 포기해 버렸다.

<씨네21>에서 평론가 허문영과 이창동의 두번째 대담을 읽었다.

이창동이 한 말을 읽을 때 마다 소름이 돋게 공감을 했고,
허문영이 한 말을 읽을 때 마다 짜증이 났다.

가끔 평론가들을 보면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영화를 재미 없게 보려고 환장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릿 속에 있는 이론을 어떻게든 다 써먹어 보려고 들이 미는 것 같기도 하고,
쌩뚱 맞은 이데올로기 얘기를 할 때는 무섭기도 하다.

허문영이 말했다.

이 영화는 가부장의 부재와 그 복원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밀양이 죽은 남편의 고향이라는 것도 그렇고.
종찬이 가부장의 자리를 원하지만, 그 역할 수행에는 실패한다.
신애가 찾는 하나님은 또 다른 가부장일 수도 있다.


가부장의 부재와 복원이라.... 헉!
허문영은 마초일까?
아니면 텍스트가 해석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얘기하는 걸까?
아니면 이창동의 "아니다"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소크라테스처럼 산파술을 쓴걸까?

신애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간 건
가부장의 부재를 복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 속 대사
"난 여기가 좋아. 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여기가." 대로
남편의 배신, 주위 사람들의 동정,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리모델링"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남편을 사랑해서 남편의 고향에 살러온 순애보적인 여자로,
(동생에게 조차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은행 이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좋은 땅 사서 집이나 지으려는 돈 많은 여자로,
그 누구에게도 불쌍해 보이지 않는
사랑했던 기억과 놀고 있는 돈이 넘쳐나는 행복한 여자로.

그런 신애의 발버둥치는 모습에 안스러움을 느꼈고,
그런 신애의 자기방어에 어지러울 만큼 감정이입이 됐고,
그런 신애의 모습에 너무나 술이 땡겼고,
그래서......마셨다.

다이어트가 끝날 때까지는 코미디만 봐야 겠다.

p.s) 영화를 보면서.....종찬 같은 남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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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6-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종찬같은 남친이 있음 좋겠단 생각 했어요. 울 신랑은 결혼하고 나더니 확 돌변했습니다. 뭐 낚은 고기에는 미끼를 던지지 않는다나요. 쳇.
신애에게서 동질감도 느꼈습니다. 왜 약간의 허영심은 부리고 싶잖아요~~
제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아이에게서 전화오자 '엄마 금방 갈께~' 하던 거짓말)
자칫 무거움 일색으로 흐를뻔 했던 영화가 송강호로 인해 한결 가벼워 졌지요~~

다락방 2007-06-1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구요, 앞으로 봐야할지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조금 더 고민해야겠어요.

수선님의 말씀처럼, 왜 죄다 재미없게 보려고 환장한듯 한걸까요? 느끼는대로 얘기해줘도 좋을텐데. 그나저나 이왕 드시는거, 맛있는거 드시지 그러셨어요. 헷.

hnine 2007-06-12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문영 이라는 분의 말씀을 비롯해서, 저건 아닌데 하는 말을 듣거나 읽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답답하긴 하지만, 누구나 알고 보면,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의 감정 이입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는 것 같아 그냥 이해해주기로 합니다.
저 지금, 일어나서 사과 먹고 있는데, 밀양에서 전 도연이 사과를 베어먹다가 눈물을 지금지금 흘리고 말던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마늘빵 2007-06-12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찬 같은 남친이라면 전 아니군요. 크크.

저도 밀양 보고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내가 뭘 느낀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더군요.

프레이야 2007-06-1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외연을 확대하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개인의 스키마와 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는 게 당연하겠지만 허문영 평론가라는 사람의
확대해석은 영화의 의도와는 너무 멀어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전문평론가
들의 글을 안 읽지요.. 그나저나 수선님 다요트 계속 성공길로 가시기 바래요^^

2007-06-1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6-1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텍스트를 해석하는 눈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고 봐요....창작자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어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고봐요.물론 과도한 해석의 가능성도 있지만요.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굳이 남편의 고향으로 간 상황이 그런 해석을 가능케하지 않았을까요....'난 여기가 좋아'면 더 이상 해석의 여지가 없는건가요? 그렇진 않겠지요^^...

kleinsusun 2007-06-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정말 송강호랑 양장점 아줌마 및 그의 친구들이 없었으면 영화가 너무 무거울 뻔 했어요. ㅋㅋ 외국어 자막으로는 사투리가 주는 어감을 전달할 수 없으니 넘 안타까워요. 송강호의 느글느글한 대사들 정말 압권이었는데....^^

다락방님,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부쩍 짜증이 심해진 것 같아요.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밀양>은 후유증이 심하긴 하지만.....그래도......안보면 후회할 거 같아요.^^

hnine님, 아.......그 사과 깍는 장면!
뜬금 없는 소리지만... 과도 좋은 걸로 샀는데 한번도 안 썼어요.ㅋㅋ

아프님, 네...정말 후유증이 큰 영화예요. 님 같은 꽃미남은 종찬 캐릭터와 안어울려요.ㅋㅋ

혜경님, 네...넘 비약이 심한 해석이죠? 무엇보다...가부장의 부재와 복원이라는 건 가부장의 권위가 인정될 때 가능한 일인데...왠 뜬금 없이 가부장이 나오는지... 신애의 주체적 캐릭터를 부정하는 것 같아요.

속삭이신님, 항상 님은......쵝오!^^

드팀전님, 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간 건... 그만큼 사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그러니까 남편이 바람 피다 교통사고 나서 죽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부정할 뿐만 아니라 남편의 고향으로 살러 갈 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걸 보여 주려는 발버둥 같은 거 같아요. 텍스트는 당연히 천길 만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가부장은 정말.....아닌 것 같아요. (아님.....저한테 가부장 알레르기가 있나봐요.ㅋㅋ)

글샘 2007-06-1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부장적이라고 한 건, 오버같네요.^^
남편 고향과 아들은 '상처받은 영혼'에게 '갈 곳' '아는 사람 없는 곳' '피안'의 세상이었겠지요. 비록 그곳이 가봤자 거기서 거기인... 송강호 말대로 거기가 거기인 곳이었지만요.
 

며칠 전, 출근 길에 신문을 읽다가
전도연이 칸 여우 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니
가슴이 짜~안 한 것이 울컥하기 까지 했다.
전도연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그러니까 97년,
전도연은 <접속>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그 때는 PC 통신이 한참 인기였고,
전도연과 한석규 주연의 <접속>은
주제가였던 Sarah Vaughan의 [Lover's concerto]가
서울의 모든 카페와 길거리 리어카에서 울러 퍼질 만큼 인기였다.

그 후 <약속>, <해피 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등 쉬지 않고, 꾸준히 영화를 해 왔다.

<약속> 같이 "이래도 안 울래?"하는 신파의 극치, 허접한 영화도 있었고
<해피 엔드> 같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영화도 있었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잔잔한 소품 같은 영화도 있었다.

어쨌거나 전도연은 재벌 또는 재벌의 방계와 결혼해서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혼 후 컴백을 한다거나,
쌩뚱 맞게 가수로 데뷔한다거나,
쇼 오락프로 패널로 출연한다거나 하지 않고
쉬지 않고, 꾸.준.히 영화를 해 왔다.

10년간 꾸준히 성장해가는 동갑내기 전도연을 지켜보면서
웬지...동지의식(?) 같은 걸 느꼈다.
지치지 않고, 외도하지 않고 꿋꿋하게 한 길을 파는 그녀에게!

2007년, 97년 <접속>으로 데뷔한지 10년만에
전도연은 10번째 영화 <밀양>을 찍었고,
10번째 영화는 그녀에게 칸 여우 주연상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줬다.

칸 트로피를 거머쥔 전도연의 모습에 그토록 가슴이 뻐근했던 건
언제나 품고 있었던 나의 믿음, 꾸준함은 힘이 세다! 를 그녀가 보여 줬기 때문이다.

꾸준함은 재능 보다 힘이 세다...고 나는 믿는다.
작년에 알게 된 노동자 화가 S는
자신이 매일 아침 외우는 말을 전시회 도록과 함께 메일로 보내 줬다.
"재능이란 자기 자신과 자기의 힘을 믿는 것" (화가 고르키가 한 말이란다.)

꾸준함을 이기는 자산은 없다.(그렇게 믿는다.)
그 어떤 재능도, 그 아무리 대단한 부모의 빽도...

힘들다고 투덜대지 말고,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남들과 비교하며 안달하지 말고,
꾸준히....꾸준히 가야지.
때로 힘들 때는 버티기 전략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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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6-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 go~~~ 전도연 참 멋진 배우임을 새삼 느낍니다. 진정한 배우지요~
저 다요트 시작했구 3킬로그램 감량했습니다. go go!

글샘 2007-06-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재능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늘 불만이고, 불안해하기 쉬운 것이 재능없는 사람들의 특성이죠.
자기를 믿는 것,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매진하는 것. 그것이 정말 큰 재능 중의 하나 아닐까요? 99%의 노력을 할 수 있는 독한 뚝심같은 것. 세실님은 그 뚝심을 가지신 분이군요. ㅎㅎㅎ 모두모두 고고 합시다.!!

프레이야 2007-06-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함을 이기는 자산은 없다. 저를 위한 경구로 알고 기분 좋은 하루 시작할게요.
수선님도 좋은 하루! 님, 스킨이 참 멋져요. 우아한 포인트벽지 같아요. ^^

사마천 2007-06-0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한 노동자 화가라고 하니 고흐가 떠오르네요 ^^

blowup 2007-06-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이 고작 책을 읽으며 남의 인생을 더듬어 보는 동안,
배우들은 빙의처럼 남의 인생을 살아 보니.
성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죠?
네이버에서 본 이동진의 전도연 인터뷰가 꽤 재미있었습니다.
전도연 씨의 대답들이 참 영리하면서도 깊더군요.
꾸준함은 없던 재능도 만들고, 게으름은 있던 재능도 갉아먹는 것 같아요.

혜덕화 2007-06-0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혼자 말했습니다. 어찌 전도연 뿐이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싱글들도 씩씩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오지랖 넓은 아줌마의 생각이랍니다. ^^

2007-06-07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