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니물라
바른번역(왓북)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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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사키(Saki, 1870~1916). 이 세 사람 모두 ‘공포소설’을 써본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한창 활동해야 할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적지 않은 단편소설들을 남겼다. 세 작가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포의 죽음은 기이하다. 그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나갔고,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여전히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모파상은 정신 착란 증세로 고생했다. 그는 자살 기도를 한 후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애국심이 강했던 사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공포 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이 작가’를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극찬했다. 지금부터 작가를 소개하면 이런 작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 작가'가 누구냐면 아일랜드 출신의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Fitz James O’Brien, 1828~1862)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오브라이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기괴함과 공포를 다룬 걸작들을 감상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오브라이언의 천재성이 포의 수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띄워주지 말던가.

 

오브라이언의 대표작 『그것은 무엇이었을까?(What was it?)』는 모파상의 공포 단편소설『오를라(La Horla)』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1852년에 오브라이언은 미국으로 귀화하여 남북 전쟁에 참전했고, 전쟁터 한가운데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일찍 마감했다. 생전에 오브라이언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의 수는 60여 편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오브라이언도 '수명이 짧은 다작 작가'인 셈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후 선집 형태로 출간되었다.

 

오브라이언의 또 다른 대표작 『다이아몬드 렌즈(The Diamond Lens)』는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지만, 이 작품 속에 있는 초자연적 현상, 자기파괴에 이르는 인간의 기이한 집착 등의 소재는 공포소설에 나오는 문학적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린리(Linley)는 ‘현미경 덕후’이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일. 그는 아주 미세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궁극의 렌즈’를 가지고 싶어 한다. 린리는 친구 시몬(Simon)의 주선으로 영혼과 대화하는 영매로 활동하는 울프스 부인을 만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최초로 현미경을 발명하여 미생물을 관찰한 네덜란드의 과학자 레벤후크(Leeuwenhoek,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레이우엔훅’이라고 해야 한다)의 영혼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린리는 레벤후크의 영혼으로부터 ‘궁극의 렌즈’를 제조하는 비법을 얻는다. 린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현미경 생각뿐이다. 그는 기어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렌즈로 현미경을 완성하여 미세한 자연의 세계를 마음껏 탐닉한다. 그가 현미경으로 물방울을 관찰하다가 그 속에 여성의 외형을 닮은 조그마한 존재를 발견한다.

 

자꾸 분열하는 이 새로운 세상을 한마디 말로 성급히 정의하는 동안, 무지갯빛 숲 속 공터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형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좀 더 유심히 관찰했고 분명 내 눈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 신비로운 존재가 더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며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중략]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루엣만 인간과 닮았고 그 외는 도저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인간 세상의 어떤 미인보다 아름다웠고, 미의 기준을 뛰어넘은 모습에 절로 숭배할 정도였다.

 

(24쪽)

 

린리는 물방울 속에 사는 작은 여인을 ‘작은 영혼’을 뜻하는 ‘아니물라(Animula)’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아니물라의 신비스러운 매력에 이끌리게 되고, 오로지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 한시라도 눈에 렌즈를 떼어내지 못한다. 『다이아몬드 렌즈』는 관음증, 중독, 집착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모두 담아낸 독특한 작품이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을 훔쳐보는 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렌즈 너머로 아니물라를 은밀히 관찰하는 린리의 관음증은 중독과 집착이 만들어낸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다. 오브라이언은 독자에게 자신의 렌즈를 건네준다. 독자는 이 렌즈를 통해서 작가가 적나라하게 파고든 인간 내면의 본성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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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3:48   좋아요 1 | URL
사진기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착한 사진기’와 ‘나쁜 사진기’로 나뉩니다. yureka01님의 사진은 일반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대상이나 세상의 풍경을 포착한 것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저장하면 그동안 살면서 지나쳤던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진으로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yureka01님의 사진기를 ‘착한 사진기’로 선정합니다. ^^

반면 ‘나쁜 사진기’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들만 찍습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려는 파파라치나 여성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에서 도촬하는 사진기자들이 ‘나쁜 사진기’를 가지고 다닙니다.
 

 

 

 

※ 인용문에 이야기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원문 :

 

“What is your theory, then, as to those footmarks?” I asked, eagerly, when we had regained the lower room once more.

“My dear Watson, try a little analysis yourself,” said he, with a touch of impatience. “You know my methods. Apply them, and it will be instructive to compare results.”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68쪽) :

“그래서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의 생각은 어떤 건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을 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왓슨, 자네 스스로 분석해 보게.” 그는 조금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내 방법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걸 한번 적용해 보게.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테니까.”

 

 

* 현대문학 (주석판, 329쪽) :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 이론을 듣고 싶어.” 다시 내려온 후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친애하는 왓슨 선생, 스스로 분석을 좀 해보게. 내가 어떤 방법으로 추리해내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적용해보라구. 나중에 결과를 보고 자네가 추리한 것과 비교해보면 좋은 공부가 될 거야.”

 

 

* 동서문화사 (225~226쪽) :

“그렇다면 자네 생각으로는 그 발자국이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왓슨, 조금은 스스로 분석을 해보지 그러나. 내 방법은 알고 있을 게 아닌가? 응용해 보게나,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공부가 될 테니까.” 그는 조금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 엘릭시르 (82쪽) :

“자네는 저게 누구 발자국인지 알고 있단 말인가?”

“친애하는 왓슨, 자네가 한번 분석해보는 게 어떤가. 내가 추리하는 방식을 알고 있지 않나. 그 방식을 적용해보게. 그리고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보면 유익할 거야.”

 

 

* 문예춘추사 :

“자네는 저 발자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방으로 내려오자마자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왓슨, 자네 스스로 분석해 보게나. 내가 어떤 방법을 쓰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 방법대로 한번 해 보게. 그러면 서로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을 테니 좋지 않은가?”

 

 

* 코너스톤 (개정판) :

“자네는 저 발자국들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가 다시 방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친애하는 왓슨 선생, 자네도 한번 혼자 분석해봐.” 홈즈가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내 방법 알잖아. 그걸 적용해보라고. 그런 다음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보면 뭔가 배울 게 있을 거야.”

 

 

* 더클래식 (구판) :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사다리에서 내려오자마자 물었다.

“왓슨, 한 번 스스로 추리해 보게. 내 추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나.”

 

 

* 더클래식 (개정판, 76쪽) :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 설명은 뭔가?”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온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보게 왓슨, 자네 스스로 한번 추리해 보게.” 그는 내 성화를 견디다 못해 말했다.

“내 추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나. 그걸 적용해 봐. 그리고 결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할 거야.”

 

 

 

※ Comment :

왓슨은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수사 진척 과정이 궁금해서 홈즈에게 물어보지만, 그걸 쉽게 알려주는 홈즈가 아니다. 더클래식 구판에는 ‘Apply them, and it will be instructive to compare results(“그걸 적용해 봐. 그리고 결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할 거야.”)’ 번역이 생략되었으나 개정판에는 사라진 문장이 있다. 이야기 전개에 상관없는 사소한 문장이라고 해도 그걸 빼먹는 것은 성의 없는 번역이다.

 

 

 

 

 

* 원문 :

 

“What then?” I asked.

“Why, we have got him, that’s all,” said he. “I know a dog that would follow that scent to the world’s end. If a pack can track a trailed herring across a shire, how far can a specially-trained hound follow so pungent a smell as this? It sounds like a sum in the rule of three. The answer should give us the—But halloo! here are the accredited representatives of the law.”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69쪽)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이제 녀석은 잡힌 거나 다름없네. 이 정도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는 개를 알고 있거든. 사냥개 무리가 미끼의 흔적을 쫓아 하나의 주(州)를 가로지를 수 있다면, 특수 훈련을 받은 사냥개는 어떻겠나. 게다가 이렇게 자극이 강한 냄새라면 절대 놓칠 리 없네. 이제 우리는…‥. 저런, 법의 수호자들께서 납시셨군.”

 

 

* 황금가지 (2판, 79쪽) :

“어떻게 되는 거냐고? 녀석은 꼼짝없이 우리 수중에 떨어진 거야.” 그는 말했다. “나는 저 냄새를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지. 특수훈련을 받은 사냥개가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쫓아서 어딘들 못 가겠는가? 결과는 불 보듯 뻔해. 이제 우리는…‥. 허허, 저런! 법의 대표들께서 행차하시는군.”

 

 

* 현대문학 (주석판, 331쪽) :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는 물었다.

“몰라서 묻는 거야? 우리는 놈을 잡은 거나 다름없어.” 그가 대답했다. “이 정도 냄새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비범한 개를 알고 있거든. 특수 훈련까지 받은 개가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쫓아 어딘들 못 가겠어? 결과는 비례법 계산만큼이나 뻔하지. 그렇다면 이제…‥.” [중략] “아! 드디어 법의 대리인들께서 오시는군.”

 

 

* 동서문화사 (226~227쪽) :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나는 물었다.

“모르겠나? 이제 녀석은 잡힌 거나 다름없네. 이 정도의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뒤따라갈 수 있는 개를 나는 알고 있어. 사냥개 무리들이 미끼의 냄새를 쫓아 주(州)의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면, 특별한 훈련을 받은 어떤 사냥개가 이 자극이 강한 냄새를 따라 얼마나 먼 거리까지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비례의 계산에서 세 개의 기지수(旣知數)로부터 한 개의 미지수를 구하는 정도의 일에 불과하다네. 그 해답은 즉―저런, 법의 대표자들이 왔군그래.”

 

 

* 엘릭시르 (84쪽) :

“그자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지.” 홈스가 대답했다.

“세상 끝까지라도 이 냄새를 쫓아갈 개를 알고 있네. 개들은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도 쫓아갈 수 있다는데, 특별히 훈련받은 사냥개가 이런 지독한 냄새를 쫓아가지 못하겠나? 이건 아주 당연한 추론일세. 그 대답은…‥ 이런! 법의 대리인들이 나타나신 모양이군.”

 

 

* 문예춘추사 :

“정말 모르겠나? 녀석을 잡았다는 말일세. 이 정도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어. 평범한 사냥개도 청어 냄새를 맡으면 그걸 따라서 주(州) 하나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네. 이렇게 냄새가 지독하니 특별한 훈련을 받은 개라면 제아무리 먼 곳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지. 이건 마치 비례식을 푸는 기분이군. 답은 이미 주어진 거나 다름없네. 이런, 형사 나리들께서 오셨나 보군.”

 

 

* 코너스톤 (개정판) :

“모르겠어? 우리는 그자를 잡은 거나 다름없어. 그게 다야.” 홈즈가 말했다. “나는 저 냄새를 쫓아 지구 끝까지라도 갈 수 있는 개를 알고 있어. 개 떼가 주 전체를 뒤져 흔적을 남긴 청어 한 마리를 찾아내기도 하는데, 특별히 훈련된 사냥개라면 이 지독한 냄새를 좇아 얼마나 멀리 갈 수 있겠어? 마치 비례 공식처럼 들리는군. 그 답은 말이야…‥. 쉿! 공인받은 법의 대리인이 오셨군.”

 

 

* 더클래식 (구판) :

“그는 이미 잡힌 거나 다름없어. 특수 훈련견을 이용하면 이런 냄새는 단박에 잡아낼 수 있지.”

 

 

* 더클래식 (개정판, 77쪽) :

“그러면 어찌되는 건가?”

“그는 이미 잡힌 거나 다름없어.” 그가 말했다.

“나는 이 냄새를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지. 특별히 훈련된 개가 이런 자극적인 냄새를 쫓아 어디든 못 가겠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허허, 법의 대표자들이 행차하셨군.”

 

 

 

※ Comment :

 

 

 

 

 

 

 

 

 

 

 

 

 

 

‘Herring’은 ‘청어’를 뜻하는 단어이다. 청어가 죽으면 독특한(지독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긴다.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여서 만들어진 훈제 청어는 불그스름한 색깔을 띤다. 그래서 훈제 청어를 의미하는 ‘red herring’‘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사람을 꾀어내는 미끼)’이라는 뜻의 관용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청어는 영국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였다. 사냥꾼들은 사냥개를 훈련하기 위해 훈제 청어를 이용했다. 이 사냥개는 훈제 청어 냄새와 사냥할 동물(여우)의 냄새를 구분하는 훈련을 받았다.

 

더클래식 구판의 번역문은 정전의 긴 문장을 짧게 우리말로 옮겨진(의역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문에 있던 단어 한두 개가 생략된 번역문이 나온다. 직역을 선호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엘릭시르 판의 번역문은 “개들은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도 쫓아갈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청어는 뭍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는데, 청어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사냥개의 후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해도,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까? (참고문헌 :《교양영어사전 1》,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2) 

 

‘the rule of three’는 ‘비례법’을 뜻한다. 방정식에서 이미 그 값이 알려진 수를 '기지수'라고 한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에 '비레법'을 설명한 클링거의 주석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 원문 :

 

“He can find something,” remarked Holmes, shrugging his shoulders.

“He has occasional glimmerings of reason. Il n’y a pas des sots si incommodes que ceux qui ont de l’esprit!”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74쪽) :

“저 남자도 뭔가를 찾아낼 때가 있군.”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끔은 이성의 약한 빛이 비쳐들 테니까. 재치 있는 바보만큼 처치 곤란한 존재도 없다!”

 

 

* 현대문학 (주석판, 335쪽) :

“저 사람도 뭔가를 찾아낼 수 있군. 그래, 가끔은 그의 이성도 빛을 발할 때가 있어야겠지. 뭔가 조금 아는 바보만큼 까다로운 골칫거리는 없다!”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동서문화사 (230쪽) :

“저 사나이도 무언가 찾을 때가 있군.” 홈즈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때로는 이성의 약한 빛이 비쳐드는 모양이지. 재기를 자랑하는 어리석은 사람만큼 처치곤란한 존재도 없어(이것은 프랑스 말이었다).”

 

 

* 엘릭시르 (89쪽) :

“저자도 뭔가를 찾을 때가 있군.” 홈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덧붙였다.

“가끔은 저 사람의 이성도 빛을 봐야겠지. ‘약간의 지혜를 가진 바보만큼 골치 아픈 존재는 없’지만.”

 

 

* 문예춘추사 :

홈즈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말했다.

“저 사람이 뭔가를 발견할 때도 있군. 때로는 머리를 살짝 쓰기도 한다는 뜻이지. 프랑스 속담 중에 ‘잘난 척하는 바보만큼 다루기 힘든 녀석도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코너스톤 (개정판) :

“뭔가 찾아냈나 보군.” 홈즈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자의 이성은 어쩌다 한 번씩 반짝반짝 한다니까. 그런 사람만큼 성가신 바보도 없지!”

 

 

* 더클래식 (구판) :

문장 생략 

 

 

* 더클래식 (개정판, 81쪽) :

“저 사람이 뭔가 찾아낼 수도 있어.” 홈즈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가끔은 번뜩이는 이성을 보이니까. ‘재치 있는 사람만큼 그렇게 까다로운 바보는 없다!’는 말이 있지.”

 

 

 

※ Comment :

홈즈는 종종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하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가 인용한 프랑스 속담은 프랑스의 작가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의 <잠언집>에 있는 말이다. ‘어깨를 으쓱하다 또는 들썩이다(shrugging)’와 ‘어깨를 움츠리다’는 전혀 다른 의미의 표현이다. 사람이 우쭐한 기분이 들거나 기쁜 감정에 이를 때 어깨가 으쓱하는(들썩거리는)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반면에 공포감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기세에 눌릴 때 우리의 어깨는 움츠러든다. 홈즈은 늘 자신만만하다. 그런 그가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하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 원문 :

 

“The third house on the right-hand side is a bird-stuffer's: Sherman is the name. You will see a weasel holding a young rabbit in the window. Knock old Sherman up, and tell him, with my compliments, that I want Toby at onc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77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 박제한 새를 파는 집에 들어가서 셔먼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되네. 창가에 토끼 새끼를 입에 문 족제비가 세워져 있을 거야. 아무튼 셔먼 노인을 깨워서 내 안부를 전하고 지금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게.”

 

 

* 황금가지 (2판, 86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에 있는 박제사의 집을 찾게. 집주인은 셔먼이라는 영감인데, 창가에 토끼 새끼를 붙잡고 있는 족제비 박제를 세워놓았네. 셔먼 영감을 두들겨 깨워서 내 안부를 전해 주고 당장 토비를 달라고 하게.”

 

 

* 현대문학 (주석판, 338쪽) :

“오른쪽에서 새 번째 집이야. 셔먼 영감이 박제한 새를 파는 가게인데 창문에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가 보일 거야. 가게 문을 두드려 셔먼 영감을 깨우고 내 안부를 전해줘. 그리고 지금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영감이 녀석을 내줄 거야.”

 

 

* 동서문화사 (232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에 새의 박제품을 파는 집이 있는데, 셔먼이라는 이름일세. 쇼윈도에 아기토끼를 입에 문 족제비가 있지. 셔먼 할아범을 깨워서 나의 안부를 전하고 지금 곧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게.”

 

 

* 엘릭시르 (92쪽) :

“길에 들어서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있는 박제 가게야. 주인 이름은 셔먼이고 창문으로 토끼 새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가 보일 걸세. 문을 두드려서 셔먼 노인이 나오면 내 안부와 함께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전해주게.”

 

 

* 문예춘추사 :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이 새를 박제하는 집인데 들어가서 셔먼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되네. 창가에 작은 토끼를 물고 있는 박제 족제비가 있으니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걸세. 셔먼 노인을 깨워서 내 이름을 대고 지금 바로 토비가 필요하니 좀 빌려 달라고 하게.”

 

 

* 코너스톤 (개정판) :

“오른쪽 세 번째 집에 새를 박제하는 셔먼 영감이 살고 있어. 창문에 어린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가 보일 거야. 문을 두드려 셔먼 영감이 나오면 안부를 전하고, 내가 급하게 토비를 필요로 한다고 말해.”

 

 

* 더클래식 (구판)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에 박제 새를 파는 가게가 있어. 거기서 셔먼을 찾으면 돼. 그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토비를 데려오게.”

 

 

* 더클래식 (개정판, 84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에 박제 새를 파는 가게가 있어. 거기서 셔먼을 찾으면 돼. 창가에 토끼 새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가 있을 거야. 셔먼 영감을 깨워 그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당장 토비를 달라고 하게.”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홈즈는 왓슨에게 박제 가게의 위치를 대충 알려준다. 아마도 왓슨은 박제 가게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입에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는 셔먼 노인이 운영하는 박제 가게의 상징적 표식이다.  

 

 

 

 

 

* 원문 :

 

“Well, I gave my mind a thorough rest by plunging into a chemical analysis. One of our greatest statesmen has said that a change of work is the best rest. So it is.”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31쪽) :

“그래서 난 화학 실험에 매달려 머리를 깨끗이 비웠지. 어떤 위대한 정치가가 ‘기분전환은 최고의 휴식이다.’라고 말했거든. 그 말이 맞아.”

 

 

* 황금가지 (2판, 144쪽) :

“그래, 나는 화학 분석에 몰두하면서 마음을 깡그리 비웠지. 어느 위대한 정치인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최고의 휴식은 다른 일을 하는 거라고 말일세. 그건 사실이네.”

 

 

* 현대문학 (주석판, 398쪽) :

“그런데 화학 실험에 몰두한 덕분에 정신적으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어. 위대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지. ‘최고의 휴식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 동서문화사 (279쪽) :

“그래서 나는 화학 분석을 열심히 하면서 머리를 깨끗이 식혔네.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 한 사람이 ‘일을 전환시키는 것은 최선의 휴식이다’라고 말했거든. 그 말이 맞아.”

 

 

* 엘릭시르 (153쪽) :

“그때 화학 실험에 몰두했더니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네. 위대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지. 최고의 휴식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정말 그렇더군.

 

 

* 문예춘추사 :

“그래서 나는 화학 실험을 하며 머리를 완전히 식혔지. 어떤 위대한 정치가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다.’라고 했거든. 정말 옳은 말일세.”

 

 

* 코너스톤 (개정판) :

“그러다 화학 실험에 몰두한 덕분에 정신적으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어. ‘최고의 휴식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위대한 정치가가 한 말인데, 정말 그래.”

 

 

* 더클래식 (구판) :

홈즈가 인용한 ‘정치가의 격언’ 생략

 

 

* 더클래식 (개정판, 30쪽) :

“그래. 나는 그날 밤 화학 실험에 몰두하면서 평정심을 되찾았어.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이 말했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휴식이라고. 그건 사실이라네.”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 특히 《네 개의 서명》은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최악이다. 홈즈는 자신의 유식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한다. 인용문을 생략하면서 말하는 홈즈는 ‘겨자가 빠진 냉면’을 먹는 것과 같다. 생략된 문장이 많은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 때문에 써야 할 내용이 늘어났다. 사소한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느 주석가는 ‘정치가의 격언’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아마도 ‘정치가’가 글래드스턴(Gladstone, 총 네 차례나 수상을 역임한 영국의 자유당 소속 정치가)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가 언제 어디서 이런 말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가? 인용의 출처를 밝혀줄 수는 없는가?” (현대문학 주석판 398쪽)

 

 

 

 

* 원문 :

 

“What a pretty box!” she said, stooping over it. “This is Indian work, I suppose?”

“Yes; it is Benares metal-work.”

“And so heavy!” she exclaimed, trying to raise it. “The box alone must be of some value. Where is the key?”

“Small threw it into the Thames,” I answered. “I must borrow Mrs. Forrester’s poker.”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1쪽) :

“상자가 참 예쁘네요.” 모스탄은 상자 위로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든 건가 봐요?”

“그렇습니다.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이지요.”

“굉장히 무거워요!” 모스탄은 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상자만 해도 값이 꽤 나가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포레스터 부인의 부젓가락을 좀 빌려야겠군요.

 

 

* 황금가지 (2판, 165쪽) :

“상자가 참 예쁘군요!” 모스턴 양은 감탄하며 상자를 들어보려고 했다.

“상자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지요?”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빌려야겠어요.”

 

 

* 현대문학 (주석판, 421쪽) :

그녀는 상자를 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상자가 참 예쁘네요! 인도에서 만든 것 같은데, 맞나요?”

“네, 바라나시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지요.”

“상당히 무거워요!” 그녀가 상자를 들어 올리며 놀란 듯 크게 말했다. “이 상자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그런데 열쇠는 어디 있지요?”

“스몰이 템스 강에 버렸다더군요. 포리스터 부인의 부지깽이 좀 빌리겠습니다.

 

 

* 동서문화사 (295쪽) :

그녀는 상자 위에 몸을 굽히며 말했다. “예쁜 상자로군요. 인도의 세공이군요.”

“그렇습니다. 바라나시의 금속 세공입니다.”

“어머나, 굉장히 무거운데요! 상자만 해도 값이 무척 나가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어요?” 그녀는 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하며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스몰이 템즈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폴레스터 부인의 부젓가락을 빌려야겠습니다.

 

 

* 엘릭시르 (175~176쪽) :

“정말 예쁜 상자네요!” 모스턴 양이 몸을 숙여 상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든 건가 봐요, 그렇죠?”

“네. 베나레스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죠.”

“정말 무거워요! 상자 자체도 귀한 물건일 거예요. 그런데 열쇠는 어디 있나요?”

그녀가 상자를 들어보며 감탄했다.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포레스터 부인댁의 부지깽이를 빌려야겠군요.

 

 

* 문예춘추사 :

“정말 아름다운 상자예요! 인도에서 만들 걸까요? 그녀가 상자 위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인도 동부 갠지스 강변에 있는 힌두교의 성지, 베나레스에서 만든 금속 세공입니다.”

상자를 들어 보려던 그녀가 커다란 소리로 말했다.

“무게도 상당하네요. 상자만 해도 가치가 대단하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 버렸답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불쏘시개라도 좀 빌려야겠는데요.

 

 

* 코너스톤 (개정판) :

“상자가 참 예쁘네요!” 모스턴 양이 보물 상자에 몸을 숙여 말했다. “인도에서 만들었겠죠?”

“맞아요. 베나레스(인도 동부에 있는 힌두교 성지로 지금의 바라나시-옮긴이)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에요.”

“아주 무겁군요.” 모스턴 양이 들어보려고 힘을 주며 말했다. “상자만 해도 값어치가 상당하겠는데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대요.” 내가 대답했다. “포리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좀 빌려야겠군요.”

 

 

* 더클래식 (구판) :

“상자가 무척 아름답군요.”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입니다.”

“정말 묵직하군요. 열쇠는 없나요?”

“템스 강물에 가라앉았습니다.”

모스턴이 꼬챙이를 내왔다.

 

 

* 더클래식 (개정판, 161쪽) :

“상자가 무척 아름답군요.” 그녀는 허리를 굽혀 살펴보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맞아요, 힌두교 성지인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품입니다.”

“정말 묵직하군요.” 그녀가 들어 보려고 시도하며 외쳤다. “상자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나요?”

“스몰이 템즈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좀 빌려야겠네요.”

 

 

 

※ Comment :

‘Benares(베나레스)’는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다. 베나레스는 구칭이고, 현재는 ‘Varanasi(바라나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가끔 사람들이 인도의 도시 ‘Mumbai(뭄바이)’를 ‘Bombay(봄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봄베이는 뭄바이의 옛 명칭이다. 1995년 5월 1일에 봄베이에서 뭄바이로 개명했다.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은 힌디어(인도의 주어)로 된 지명의 발음을 알파벳 형태로 고쳐서 사용했다. 봄베이와 베나레스는 인도 현지어를 무시한 발음이다. 그래서 1995년에 본격적으로 인도 지명이 개명되기 시작했다. 코난 도일이 이 작품을 집필한 시기에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당연히 정전에는 ‘Benares’로 되어 있다. 현대문학 주석판과 동서문화사 판은 개명된 지명이 적혀 있다. “참 잘 했어요!”

 

황금가지 판은 왓슨과 모스턴의 대화 문장(모스턴: This is Indian work, I suppose?, 왓슨 : Yes; it is Benares metal-work)이 생략되어 있다. 문예춘추사 판은 “인도에서 만들 걸까요?”로 되어 있는데, 어법에 맞게 고쳐 쓰면 “인도에서 만든 걸까요?”라고 해야 된다.

 

왓슨은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서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부젓가락)를 사용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 많은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문장을 보라. "모스턴이 꼬챙이를 내왔다"라고 옮겼다. 모스턴은 상자 속에 든 보물에 관심이 없다면서 뭣이 급한지 자신이 직접 ‘꼬챙이’를 들고 온다. 이건 정말 심각한 오역이다.

 

 

 

 

 

* 원문 :

 

A very patient man was that inspector in the cab, for it was a weary time before I rejoined him. His face clouded over when I showed him the empty box.

“There goes the reward!” said he, gloomily. “Where there is no money there is no pay. This night's work would have been worth a tenner each to Sam Brown and me if the treasure had been ther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3쪽) :

내가 한참 후에 나왔는데도, 마차 안의 형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사례금도 없겠군요.!”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돈이 없는데 사례금이 있을 리가 없지요. 보물이 들어 있기만 했어도 오늘 밤 일로 나도 샘 브라운도 10파운드짜리 지폐 한 장쯤은 받을 수 있었을 텐데요.”

 

 

* 황금가지 (2판, 168쪽) :

마차에서 기다리던 경사는 굉장히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주었다.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급을 받기로 했는데!” 경사는 탄식조로 말했다. “돈이 없으니 상금도 없겠군요. 만약 보물이 나온다면 오늘 밤에 수고한 대가로 샘 브라운과 나는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했지요.”

 

 

* 현대문학 (주석판, 424쪽) :

경위는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한참 뒤에 마차로 돌아왔지만 별다른 볼멘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빈 보물 상자를 보여주자 그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제 상여금은 날아간 거군요.” 그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물이 없으니, 상여금도 없겠지요. 보물이 있었다면 샘 브라운과 나는 야간작업에 대한 상여금으로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 동서문화사 (297쪽) :

좀처럼 나오지 않는 나를 참고 기다리고 있던 마차 안의 순경은 매우 참을성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빈 상자를 보이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상금은 허사로군요! 돈 없는 곳에 보수가 있을 리가 없지요. 보물이 들어 있기만 했다면 오늘 밤 일로 해서 나도, 샘 브라운도 10파운드 지폐 한 장쯤은 받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는 처량하게 말했다.

 

 

* 엘릭시르 (179쪽) :

마차에서 기다린 경위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기다리기 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돌아갔는데도 별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여금이 날아갔네요! 보물이 없으니 상여금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샘 브라운과 나는 보물이 있을 경우 야간 근무의 대가로 십 파운드씩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 문예춘추사 :

마차에서 날 기다리던 경관은 아주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도 그는 마차 안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포상금이고 뭐고 다 끝이로군요. 돈이 없으니 포상금이 나오지도 않겠죠. 보물만 있었다면 나도 샘 브라운도 적어도 10파운드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 코너스톤 (개정판) :

내가 다시 마치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도 경위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텅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위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포상금이 날아갔군요!” 경위가 맥빠진 얼굴로 말했다. “보물이 없으면 포상금도 없죠. 보물이 들어 있었다면 오늘 밤 근무로 샘 브라운과 제가 10파운드씩은 받았을 텐데 말입니다.”

 

 

* 더클래식 (구판) :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경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사례금도 없겠군요. 보물이 있었다면 나도 10파운드짜리 한 장쯤 가질 수 있었을 테지만요.

 

 

* 더클래식 (개정판, 164쪽) :

마차에서 기다리는 경관은 참을성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다시 돌아와 합류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경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보상금은 없어졌네요.”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보물이 없다면 보상금도 없겠죠. 만약 보물이 나온다면 오늘 밤 수고의 대가로 샘 브라운과 나는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했거든요.”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경관은 이기적이다. 자신과 함께 야간 근무한 동료 샘 브라운을 빼놓고, 자기 혼자 사례금을 차지하려고 한다. 오역은 인물의 대사를 바꿀 뿐만 아니라 인물의 품행마저 바꾼다.

 

 

 

 

 

* 원문 :

 

“A crocodile took me, just as I was half-way across, and nipped off my right leg as clean as a surgeon could have done it, just above the kne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7쪽) :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갔는데, 악어가 달려들어 오른쪽 다리의 무릎 위쪽을 마치 외과의사가 잘라 내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하게 물어뜯어 버렸소.”

 

 

* 황금가지 (2판, 172~173쪽) :

“내가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다가와 내 오른쪽 다리를 외과 의사처럼 깨끗한 솜씨로 물어뜯어버렸소. 무릎 위에서 말이오.”

 

 

* 현대문학 (주석판, 428쪽) :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달려들었는데 순식간에 내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었어요. 마치 외과 의사가 자른 것처럼 무릎 바로 위까지 말끔하게 떼어냈더군요.”

 

 

* 동서문화사 (300쪽) :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갔을 때 악어가 달려들어 오른쪽 다리의 무릎 윗부분을 마치 외과의사가 잘라 내기라도 하듯 물어뜯었던 겁니다.”

 

 

* 엘릭시르 (184쪽) :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나타나더니 외과의사가 잘라낸 것처럼 말끔하게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더군. 무릎 바로 위까지 말이야.”

 

 

* 문예춘추사 :

“나는 헤엄을 쳐서 강 한가운데까지 갔는데 그때 악어가 달려들었소. 그러고는 내 오른쪽 다리 무릎 위쪽을 마치 외과 의사처럼 깨끗하게 물어뜯어 버렸소.”

 

 

* 코너스톤 (개정판) :

“내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그만 악어가 내 다리를 물었어요. 오른쪽 무릎 위까지 마치 외과 의사가 잘라낸 것처럼 싹둑 뜯어가 버렸죠.”

 

 

* 더클래식 (구판) :

“악어에 물려 오른쪽 발목을 잃었지.”

 

 

* 더클래식 (개정판, 168쪽) :

“내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다가와 내 오른쪽 다리를 외과 의사가 수술하듯 깔끔하게 물어뜯었죠. 무릎 윗부분을 말이오.”

 

 

 

※ Comment :

마지막 내용이다. 글을 길게 쓴 글쓴이를 원망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내용을 쪼개서 쓰고 싶지 않다. 하루에 공개된 게시물이 두 개 이상이 ‘화제의 서재글’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복수의 게시물 때문에 나와 같은 시간대에 작성된 상대방의 게시물이 ’화제의 서재글‘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지금 당장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홈즈 번역본을 고를 때 내 글을 참고하면 되고,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면됩니다. 아무튼, 내 글이 길어지게 된 원인은 더 클래식 구판을 번역한 ‘베스트트랜스’이다. ‘베스트트랜스(Best trans)’의 최악의 번역(worst trans)을 알리고 싶어서 다른 번역본들의 문장도 함께 공개했다.

 

조나단 스몰은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는 부상을 겪었다. 정전에 ‘above the knee(무릎 위)’라고 되어 있으니 발목과 종아리를 포함한 부위가 잘려나간 것이다. 그런데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대로 사나이가 ‘발목’을 잃었다면, 무릎 부위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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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5-2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걸 언제 다 살펴보셨습니까? 대단한 작업을 하셨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는 책, 몽테뉴의 수상록이 글자가 작아서 다른 출판사의 것으로 새로 구입했는데
번역을 비교해 보니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대목이 있어서 놀랐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지요.

cyrus 2017-05-28 17:17   좋아요 1 | URL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하는 일이 번역본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 주말이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 원문의 단어 하나만 빠져도 번역문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소한 오역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2017-05-2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17:20   좋아요 1 | URL
제가 번역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독자라서 어느 번역이 잘 됐는지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워요. 홈즈 번역본을 고르려는 독자들의 판단이 제일 중요합니다. 직역을 선호하면 직역본을 선택하면 되고, 의역이 좋으면 의역본을 선택하면 됩니다. ^^

AgalmA 2017-05-28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분석에 따르면 더 클래식 문제가 많네요ㅎ;;

cyrus 2017-05-29 06:12   좋아요 1 | URL
더클래식 출판사 ‘구판‘이 문제가 많아요. 요즘에 홈즈 번역본이 워낙 많이 나와서 중고서점에 가면 낱권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중고책 가격이 싸다고 사는 건 손해입니다. 출판사, 번역가 이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

yamoo 2017-05-2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사이러스 님!^^

cyrus 2017-05-30 08:57   좋아요 0 | URL
이제 고작 홈즈 전집의 두 권 읽고, 글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글로 정리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완독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
 

 

 

 

 

 

 

 

 

 

 

 

 

 

 

 

 

 

 

* 데이비드 호크니 《명화의 비밀》 (한길아트, 2003)

*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2005)

 

 

 

영국의 팝 아트(Pop Art)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15세기 유럽 화가들이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는 주장을 제기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페르메이르(Vermeer)앵그르(Ingres)의 극사실적 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어떻게 해서 ‘사진과 같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호크니는 화가의 옛 거장들의 비법을 알아내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그는 광학 장치(거울, 렌즈, 카메라 옵스쿠라)에 능숙한 화가들은 사실적이며 섬세한 묘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한다. 화가는 빛이 차단된 어두컴컴한 방 안에 들어가 눈으로 보기 힘든 내밀한 세상을 바라봤다. 빛이 차단된 커다란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바깥의 상이 상자 반대편 벽면에 거꾸로 맺혀진다. 화가는 구멍 안으로 들어온 빛이 만든 형상을 베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이곳저것 떠돌아다니면서 그리고 싶은 대상 또는 장소를 물색한다. 그런데 거대한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리저리 옮길 수 없다. 화가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이다. 거울과 프리즘을 이용해 물체의 상을 화면에 비추게 하는 장치이다. 화가는 렌즈에 보이는 형상을 종이 위에 그릴 수 있었다.

 

 

 

 

 

 

 

 

 

 

 

 

 

 

 

 

 

 

* 장 뤽 다발 《사진예술의 역사》 (미진사, 1991)

* 윌리엄 A. 유잉 《몸》 (까치, 1996)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는 1859년에 발표한 평론 글에 사진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이 글의 요지는 이렇다.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보들레르는 회화란 자연을 완벽히 복사할 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이지만, 사진이 자연을 복사하는 것은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엥? 그림은 자연 모방이 되고, 사진은 안 된다? 보들레르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논리이다. 보들레르는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닌 ‘공업의 한 분야’라고 봤다. 사진의 등장으로 예술이 파멸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한다. 장 뤽 다발은 보들레르의 글을 인용하면서 그를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고 꼬집어 말한다. (《사진예술의 역사》 104쪽)

 

 

 

 

 

보들레르의 전망은 틀렸다. 사진의 등장으로 인상주의 미술이 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자연을 완벽히 모방하는 사진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을 자신의 경쟁자로 생각했고,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은 변화의 흐름을 예술의 위기가 아닌 새로운 예술로 지향할 수 있는 돌파구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연의 모방이 아닌 조형적 입장에서 형태나 색채의 자유로움을 구현하였다. 에드가 드가(Edgar De Gas)는 말년에 조각 제작과 사진 촬영을 병행했다.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는 친구 보들레르의 초상 사진을 남겼으며 1874년에 열린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의 장소는 나다르의 개인 작업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사진기가 없었던 시절에 귀족들은 화가에게 초상화 제작을 의뢰했다. 그런데 그림값을 내는 능력이 없는 중산층 사람들은 사진가에게 초상 사진을 의뢰했다. 초상 사진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커질수록 화가들은 미래에 불안을 느꼈고, 생계유지를 위해 사진 찍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화가에서 사진가로 직업을 바꾼 사람들은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회화의 고전적 주제를 모방한 사진 작품을 남겼다.

 

 

 

 

 

영국 출신의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Oscar Gustave Rejlander)는 회화주의 사진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그는 원래 화가였다. 레일랜더의 사진 작품 『화가에게 붓 한 자루를 더 주는 아기』는 고전 회화의 양식과 흡사하다. 화가들은 종종 뮤즈(Muse)가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는 장면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 화가의 손에 붓을 건네주는 아기는 ‘어린 뮤즈’이다. 하지만 이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람객들은 레일랜더의 의도를 거부한다. 사진 작품을 고전 회화를 어설프게 흉내 낸 복제품으로 생각한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실제 인간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거부했고, 화가나 조각가가 묘사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선호했다. 하여튼, 이 시대 사람들의 이상한 편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 아서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 (황금가지, 2002)

 

 

 

시대가 변하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인물 사진의 수요가 증가했다. 유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사진 모델이 될 수 있었다. 이때 ‘직업 미인(professional beauties)’으로 알려진 여성들이 등장했다. '직업 미인'의 사진은 남자들이 선호했고, 남자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담뱃갑 표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직업 미인’을 언급하거나 상세한 소개를 한 책이 많지 않다. 윌리엄 A. 유잉의 《몸》 282쪽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홈즈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직접 이 단어를 언급한다. (참고 : [질투심 많은 직업여성] 2017년 5월 2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58530)

 

‘직업 미인’이 등장한 사진들이 예술적인 감각을 반영했어도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특히 포르노 사진의 등장은 누드화를 그린 화가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들레르는 포르노 사진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포르노 사진이 사람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외설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 눈길로, 무한으로 열린 다락방의 창밖을 내다보듯이 만화경의 구멍 위에 몸을 굽히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자신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들의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사랑은 자기만족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포르노그래피에 넋을 빼앗겼다.

 

(보들레르의 「현대의 대중과 사진」 중에서, 윌리엄 A. 유잉 인용, 《몸》 206쪽)

 

 

사진은 탄생일이 분명한 예술 분야이다. 다게르(Daguerre)가 만든 은판사진술이 1839년에 발명품으로 공식 인정받은 뒤 사진은 화가들의 습작 활동을 돕는 역할을 했다. 화가들은 사진이 혁신적인 발명품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사진을 회화의 한 단계 아래로 봤다. 보들레르처럼 자연을 완벽히 모방하는 사진기술을 인정하지 못했다. 사진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사진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전문 사진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사진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았다. 일상의 소품은 예술 작품의 재료로, 평범한 사람은 예술 창조의 주체가 된다. 이처럼 오늘날의 예술은 '고급스러운 품격'과 거리가 멀다. 예술가와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상예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예술에 가장 근접한 분야가 사진이다. 사진이 너무 친숙한 탓일까, 아니면 사진을 가볍게 보는 인식이 문제일까. 프로와 아마추어 불문하고 사진가의 작품을 도용하고, 허락 없이 공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진 도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진을 '사진가의 노력과 열정이 스며든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진 한 장 조차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도 함부로 도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이 찍은 사진 한 장 달랑 올려놓고 자신의 게시물인 척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사진에 무지한 나도 화가 난다. 알라딘 서재에도 그런 사람이 있던데…‥ 매일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사진을 출처 없이 올리니까 마음이 뿌듯하십니까? 하긴 몇 시간 투자해서 글 쓰는 것보다 남의 사진 한 장 몇 분 만에 올리는 것이 더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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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5-27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요즘 cyrus님 글은 ‘기-승-전- 홈즈‘입니다. 2017년을 ‘홈즈의 해‘로 보내실 기세군요.^^:

cyrus 2017-05-28 01:29   좋아요 3 | URL
제가 한 작가의 전작 읽기를 달성한 일이 잘 없어요. 초반에 열심히 읽기 시작해요. 여기까진 좋아요. 전작 읽기를 시도한지 3주 지나면 슬슬 흥미가 떨어져요. 한 작가의 책만 계속 읽는 일이 쉽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지겹습니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dellarosa 2017-05-27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더니스트 보들레르가 사진예술을 폄훼하는 모습이 흥미롭네요. ^^

cyrus 2017-05-28 01:35   좋아요 2 | URL
저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1859년에 발표된 평론’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번역문은 찾지 못했어요. 보들레르의 미술 평론이 번역되긴 했는데, 사진을 부정하는 글이 그 평론의 일부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2017-05-28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03:02   좋아요 3 | URL
북플의 댓글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님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님이 댓글에 첨가된 내용도 확인했습니다. 제가 원래 심야시간에는 서재 접속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님의 댓글을 여러 번 읽으니까 생각이 많아졌어요. 답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혹시 제 답글의 문장에 비문이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비밀 댓글의 답글은 ‘공개 상태‘로 하겠습니다. 답글을 공개한 이유는 제가 저지른 실수나 문제점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 실수를 공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님의 댓글을 보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qualia님은 가끔 제 글에 있는 어색한 문장 한두 가지 알려주는 분입니다. 그 분은 공개 댓글을 남기는데, 기분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분의 지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qualia님을 여기서 잠깐 언급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상대방의 글이나 댓글을 꼼꼼하게 보는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qualia님을 포함한 총 다섯 분입니다. 이 다섯 분에 당연히 ***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독까지는 아니지만, 평소에 ***님의 글을 보면서 ***님도 글을 꼼꼼하게 읽는 성격일 것이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했었는데, 다행히 제 생각이 맞았군요.

글 한 편을 완성하면 항상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를 합니다. 절대로 한두 번만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 때까지 열 번 이상은 검사합니다. 그래도 끝내 고치지 못한 문법이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다음 날에 어제 쓴 글을 다시 읽습니다. 어제 보지 못했던 비문이 보여요.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저는 이 과정이 한 편의 글을 남기기 위한 루틴(routine)으로 생각합니다.

***님이 지적한 비문은 ‘문법 검사기’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입니다. 정확히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답글을 다 쓰고 난 뒤에 수정하겠습니다. 허술한 제 글을 오랜 기간 동안 참고 읽으셨다는 말씀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글을 계속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면 조금이라도 잘못된 문법을 사용하는 악습이 고쳐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님의 의견을 듣고 보니 제가 착각했습니다.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바른 문장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인데 제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글 쓸 때 나타나는 악습이 금방 고쳐질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퇴고할 때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제 글을 애독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애독’의 의미는 ‘정독’입니다. 제 글은 북플의 기능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북플로 짧은 글을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제 글의 분량이 길어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기 불편해요.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으면 시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저는 제 글을 좋게 보는 분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미없고 긴 글을 읽지 말아 달라고요. 정말로 정독을 하는 분이라면 ***님처럼 쓴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쓴소리하는 분도 있어요. 처음에 제가 언급한 다섯 분 모두 좋은 의도로 제게 쓴소리를 합니다. 저는 잊을 만하면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다음에 제가 또 실수를 하면 참지 말고 알려주세요. 제 답글을 인용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인용문은 셜록 홈즈의 말입니다.


“왓슨, 만일 내가 능력을 과신한다거나, 최선을 다해야 마땅한 사건을 건성으로 다루려고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 부디 내 귓전에 ‘노버리’라고 속삭여줘. 그래 주면 정말 고맙겠어.” (《셜록 홈즈의 회고록》의 단편 ‘노란 얼굴’ 마지막 문장, 현대문학 121쪽)

2017-05-28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11:24   좋아요 1 | URL
이 글의 결말이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님도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

AgalmA 2017-05-28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샤를 페로는 『예술의 종류』에서 여덟가지 ‘순수예술‘로 웅변술, 시, 음악, 건축, 그림, 조각, 광학, 기계공학을 꼽았다. 프랑스에서는 17세기 말까지 광학과 기계학은 회화 및 조각과 같은 범주로 여겨졌다.
1746년에 아베 바퇴가 자신의 영향력 있는 논문 『하나의 원리로 통일된 순수예술』을 출판하면서 순수예술 - 음악과 시, 그림, 조각, 무용 -을 일상기술과 분리했다. 바퇴의 체계는 18세기말 유럽 사회에 널리 퍼졌다. 유명한 1751년의 『백과전서』와 그 후에 나온 재판再版들에서 바퇴와 순수예술 체계는 명시적으로 승인되었다.˝
ㅡ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중.

위 인용을 보듯이 예술의 정의는 특정 시대의 분류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유동적이죠. 보들레르 경우 예술은 ‘천재가 만든 창작‘이라는 당시 낭만주의 풍조 때문에 더 저렇죠^^

cyrus 2017-05-29 06:29   좋아요 1 | URL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순수예술‘의 의미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들레르는 사진을 ‘순수예술‘에서 분리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의 안목이 짧았어요. 사진이 회화에 영향을 준 것을 생각하면 사진도 ‘예술‘의 범주가 될 수 있는데, 사진과 회화를 별개의 분야로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부 미술 연구가들은 호크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호크니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회화를 ‘천재(거장)이 만든 창작‘이 탄생되는 분야로 생각했을 겁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에 두 명의 런던 경시청 소속 경감이 등장한다. 토비아스 그렉슨(Tobias Gregson)레스트레이드(Lestrade). 이들은 홈즈의 수사 능력과 추리 실력을 돋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 캐릭터이다. 그렉슨이 등장하는 사건은 《주홍색 연구》 가 유일하다. 레스트레이드는 단편에서도 계속 등장한다. 결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거나 범인의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해 사건 해결에 쩔쩔맨다. 홈즈는 허점 많은 레스트레이드의 수사 방식을 대놓고 깐다.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는 서로 라이벌로 의식하는 사이다. 웃긴 점은 홈즈는 두 사람을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2% 부족한 인재라고 평가한다. 홈즈의 눈에는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의 관계는 ‘도토리 키 재기’일 뿐이다. 그래서 홈즈는 왓슨(Watson)에게 능력이 고만고만한 경감들끼리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일이 재미있을 거라고 말한다.

 

 

 

* 원문 :

 

“he and Lestrade are the pick of a bad lot. They are both quick and energetic, but conventional—shockingly so. They have their knives into one another, too. They are as jealous as a pair of professional beauties. There will be some fun over this case if they are both put upon the scent.”

 

 

* 황금가지 (2판, 44쪽) :

“그렉슨하고 레스트레이드는 형편없는 집단에서 그나마 나은 인재들입니다. 둘 다 민첩하고 의욕이 넘치지만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건 정말 놀랄 정도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서로를 미워하지요. 직업여성들처럼 질투심이 많거든요. 만약 둘 다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면 일이 꽤 재미있어질 겁니다.”

 

* 현대문학 (주석판, 59쪽) :

“그레그슨과 레스트레이드는 형편없는 패거리 가운데서 그나마 발군이야. 둘 다 민첩하고 열정적인데, 생각은 틀에 박혔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말이야. 게다가 그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직업여성처럼 질투가 심하거든. 둘 다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일이 꽤 재밌어질 거야.”

 

* 엘릭시르 (50~51쪽) :

“아름다움을 다투는 사교계의 숙녀들처럼 서로를 질투하죠.

 

* 동서문화사 (37쪽) :

“게다가 둘이 서로 질투하는 걸 보면 꼭 장사꾼 여자 같단 말이야.”

 

* 코너스톤 (개정판) :

“게다가 그 둘은 여성들처럼 질투가 심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 펭귄클래식코리아 (45쪽) :

“마치 창녀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질투를 하죠. 두 사람 모두 이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다면 제법 재미가 있을 겁니다.”

 

* 문예춘추사 :

매춘부처럼 서로를 질투하고 있거든. 만약 두 사람이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걸세.”

 

 

 

‘beauties’는 ‘beauty’의 복수형이다. 이 문장에 사용된 ‘beauties’는 명사로 ‘여자’로 해석한다. 단어 앞에 있는 ‘professional’을 결합하면 ‘(전문)직업을 가진 여자’가 된다. 홈즈가 언급한 ‘professional beauties’는 구체적으로 어떤 여자를 말하는 것일까? 수많은 주석가들은 ‘직업여성’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는가 보다. 특히 정전에 나오는 사소한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주석을 단 레슬리 S. 클링거(Leslie S. Klinger)도 ‘professional beauties’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역을 선택한 번역가들은 ‘professional beauties’를 원문 그대로의 의미를 살려 ‘직업여성’으로 옮겼다. 반면 의역을 선택한 번역가들은 그냥 ‘여성(여자)’로 번역했다. 엘릭시르 판은 ‘사교계의 숙녀들’로, 펭귄클래식코리아 판과 문예춘추사 판에는 각각 ‘창녀’와 ‘매춘부’로 되어 있다. ‘professional beauties’를 ‘창녀’와 ‘매춘부’로 번역하게 된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홈즈 시리즈는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처음 발표되고, 잡지에 연재된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발행되었는데 이 세 가지 텍스트마다 조금씩 단어의 차이가 있다. 클링거는 잡지에 연재된 텍스트와 단행본 텍스트를 포함한 영국 판본과 미국 판본을 비교하면서 미국 판본에 누락되거나 새로 추가된 단어와 문장을 주석으로 소개했다. 미국 판본이 나왔을 때 ‘professional beauties’를 ‘prostitutes(매춘부들)’로 인쇄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클링거가 그 점을 언급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미국판에서 단어가 수정된 일은 없는 것 같다. 

 

 

 



 

 

 

 

 

 

 

 

 

* 이케가미 료타 《도해 메이드》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professional beauties’를 이해하려면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의 사회를 파악해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은 1837년부터 시작해서 1901년까지다. 정확히 총 63년 7개월 2일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의 고조모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고조모의 통치 기록을 깼고, 아흔을 넘은 그녀는 여전히 정정하다) 이 길고 긴 시기를 빅토리아 시대라고 말한다.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화려한 시절이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시절이었다. 도덕관이 엄격했고,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를 유지 · 보존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진출의 기회는 여전히 제한되었다. 특히 중류 계층의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았다. 1880년대에 이르러 여성의 교육열이 높아지고, 남성의 경제력에 얽매인 여성들의 숨통이 서서히 트이기 시작했다.

 

 

 

 

 

 

 

 

 

 

 

 

 

*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현대문학, 2013)

*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현대문학, 2013)

 

 

 

중류 계층 여성이 가장 많이 선호한 직업은 가정교사(governess)였다. 학교를 다닌 여성이라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직업이었다.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Four)의 사건 의뢰인이자 왓슨의 아내가 된 메리 모스턴(Mary Morstan)는 포레스터 부인(Mrs. Forrester) 댁의 가정교사였다.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 마지막에 수록된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의 사건 의뢰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의 직업도 가정교사다. 실제로 작가 코난 도일(Conan Doyle)의 누이도 가정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교사의 급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바이올렛 헌터는 가난한 가정교사로 등장하는데, 어려운 자신의 경제 사정을 견딜 수 없어 고심 끝에 고용인 루캐슬(Rucastle)의 이상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바이올렛 헌터처럼 고용인을 찾지 못하면 쫄쫄 굶어야 하는 생계형 가정교사가 상당히 많았다. 중류 계층의 여성은 유복한 가정의 자녀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상류 계층으로 상승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정교사가 처한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가정교사가 되려는 여성들이 점점 급증했고, 취업 문턱은 좁아졌다. 경제적 독립을 꿈꾸기 시작한 상류 계층의 여성들도 가정교사를 선호했다. 이렇다 보니 한때 존경의 대상이었던 가정교사는 하녀와 동급으로 대우받는 직업이 되었고, 졸지에 ‘불쌍한 선생’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하녀들은 가정교사를 대놓고 무시했다. 가정교사 입장에서는 하류 계층 출신 여성 노동자인 하녀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이 굴욕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홈즈가 말한 ‘질투심 많은 직업여성’은 서로 미워하는 가정교사와 하녀를 의미할 수 있다.

 

 

 

 

 

 

 

 

 

 

 

 

 

 

* 번 벌로, 보니 벌로 《매춘의 역사》 (까치, 1992)

 

 

흔히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말한다. ‘신사’라 하면 예의범절을 지키는 올바른 성품의 남성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빅토리아 시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규범 및 금욕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성적 문란이 팽배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들은 은밀한 곳에서 매춘을 즐겼다. 그들은 여성은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가부장제의 못을 참 열심히 박았다. 빅토리아 시대에 매춘사업을 규제하는 법이 시행되었지만, 허영의 시대에 당연히 매춘이 근절될 리가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는 원인 중 하나가 ‘열악한 경제 사정’이었다. 시원치 않은 봉급을 받고 공장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 또는 취업이 불리한 하류 계층 여성 등이 매춘부가 되었다. 결혼 상대 혹은 결혼 자금이 없는 여성은 ‘동거 매춘부(cohabitant prostitutes)’가 되어 상류 계층의 남자를 만났다. 남자들은 동거 매춘부를 아내가 아닌 ‘섹스 파트너’로 대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낳은 사생아는 ‘매춘부의 자식’으로 취급했다.

 

 

 

 

 

 

 

 

 

 

 

 

 

* 이주은《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이봄, 2016) 

 

 

과연 홈즈는 한 번이라도 매음굴에 가봤을까? 홈즈의 좋은 점만 보고 싶은 셜록키언(Sherlockian)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궁금증이다. 그래도 홈즈 정전을 연구하는 주석가들에게는 그냥 넘어갈 리 없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매춘은 ‘욕정이 일으키는 도시의 죄악’으로 여겼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매춘부를 ‘타락한 여성’으로 취급했고, 그들을 경멸했다. 신사들은 풍기문란과 성병의 주범을 매춘부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들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고,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다섯 명의 매춘부를 동물 죽이듯이 잔인하게 살해했다. 런더너(Londoners)들은 매춘부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정체 모를 살인자들의 공포에 벌벌 떨었다. 홈즈의 ‘professional beauties’에 매춘부는 확실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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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5-25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으로는 충분히 창녀나 매춘부로 옮길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cyrus님의 분석에서는 방점이 프로페셔널에만 찍혀 있지만, ˝뷰티˝에 비하나 비꼬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아름다움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의 창녀나 매춘부들에게 비꼬는 표현으로 뷰티라고 부르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제 정말 친한 친구 한 놈은 별명이 장동건이에요. 너무 못생겨서요. 이런 식의 역호칭은 꽤나 횡행하잖아요?

그 ˝프로페셔널˝과 ˝뷰티˝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서 창녀나 매춘부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생겨나는게 아닐까요?

cyrus 2017-05-25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professional beauties‘를 비꼬는 의미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syo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충분히 ‘매춘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종종 예술가들은 매춘부를 ‘자신이 아름답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여성‘의 상징으로 그리곤 했습니다. 이게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지만, 평소에 여성을 싫어하는 홈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직업 여성‘을 매춘부를 비꼬는 표현으로 쓸 수 있겠어요. 정말 예리한 분석입니다. ^^

cyrus 2017-05-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수정 및 추가할 내용

제가 ‘professional beauties‘를 가정부와 하녀로 해석하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알라디너 모 님(비밀댓글을 남기셔서 닉네임을 밝히지 않겠습니다)이 알려주신 정보에 따르면 ‘professional beauties‘은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여성 사진 모델을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professional beauties‘을 ‘직업여성‘, ‘사교계의 숙녀‘, ‘매춘부‘로 번역한 것은 ‘오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원 글에서 professional beauties의 의미를 주장한 내용은 틀린 해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25 14:58   좋아요 1 | URL
제가 알기로는 그때에는 그림 모델이 직업여성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진의 역사를 봐도 빅토리아 시대 때 누드 사진이 꽤 팔렸습니다. 누드 사진은 그당시 대중의 사치품이었죠. 또한 초창기 영화를 보면 포르노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을 직업여성이라거나 매춘부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cyrus 2017-05-25 15:50   좋아요 0 | URL
매춘부가 누드 모델을 한 적이 있으니까 곰발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겠어요. ^^

레삭매냐 2017-05-2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양한 버전의 책들이 있군요. 아마 저작권 시효가 만료가 되서 그런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신사의 나라가 진정한 황금기였다는 빅토리아 시대에도 역시나 사회의 어두운 면은 존재하고 있었군요. 금욕적인 시대 조류가 역설적으로 어둠의 원인 중의 하나였다니...

cyrus 2017-05-25 20:28   좋아요 0 | URL
홈즈 시리즈도 저작권 시효가 만료돼서 다양한 번역본들이 많이 나와요. 전자책까지 포함하면 번역본 수가 꽤 많을 겁니다.

찰스 디킨스,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새커리 같은 영국의 작가들의 소설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반영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 흥미로워요. 그때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어요.

yureka01 2017-05-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러다 셜록 논문한편 나올 기세 ㅎㅎㅎㅎ^^..좋습니다!~

cyrus 2017-05-25 21:45   좋아요 1 | URL
위의 댓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실패한 글입니다. ㅎㅎㅎ

홈즈 시리즈가 생각보다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지금도 셜록키언들은 홈즈를 읽고 분석해요. 정말 놀라운 분석이 있는 반면에 저처럼 어설픈 분석도 있습니다.

돌궐 2017-05-26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책 연구과제는 실패를 했어도 성실한 연구노트를 작성했다면 사업비를 환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사업은 과학 기술 분야가 대부분이지만 인문학에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이 글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cyrus 2017-05-26 14:25   좋아요 0 | URL
인문학 연구 자료는 과학 연구 자료와 비교하면 오류를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역사 분야라면 돌궐님의 말씀처럼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학자들의 텃세부심을 줄인다면 실패를 해도 연구 활동이 이루어질 겁니다. ^^
 
통섭적 인생의 권유 - 최재천 교수가 제안하는 희망 어젠다 최재천 스타일 2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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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과 과학자,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길옆에는 풀을 뜯는 염소 떼들이 ‘음매~’하며 울었다. 시인은 “저 풀밭에 새끼 염소가 엄마를 찾느라 구슬프게 울어대고 있어”라고 말했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과학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염소라고? 자네, 지금 CI를 말했는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상하게 느껴졌는가? 시인은 가축 동물인 염소를 말한 건데, 과학자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과학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CI는 염소의 원소 기호이다. 과학자가 언급한 염소는 가축 동물이 아니라 살균제의 주성분이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은 CI를 염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학에서의 CI는 ‘Corporate Identity’의 준말, 즉 기업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염소’라는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시인과 과학자, 그리고 경영자는 ‘염소’와 ‘CI’를 다르게 바라본다. 문학, 과학, 경영 이 세 가지 분야가 서로 만나면 ‘융합(convergence)’을 시도할 수 있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학문 분야들이 뭉치면 창의적인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도 학자와 경영자 들은 어떻게 하면 융합을 이룰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 융합사회에 어울리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한다.

 

융합이라는 개념은 처음에 ‘통섭(consilience)’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통섭’은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이 제시했다. 윌슨은 통섭을 통해 서로 다른 학문 간의 경계를 제거하려 했다. 그러면 학자 간의 단절된 관계를 극복하여 지식의 대통합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융합과 통섭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는 데는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명실상부한 학문적 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융합과 통섭을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으로 생각하는 학자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통섭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융합과 통섭, 한 번 들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단어를 접한 사람이라면 학자들이 시도해야 할 과업이 우리 삶과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 교수는 융합과 통섭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글 잘 쓰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의 의미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최 교수가 펴낸 《통섭적 인생의 권유》는 융합과 통섭의 문화에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가 말하는 ‘통섭적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최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통섭적 인생이 대체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삶의 태도입니다. 첫째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법칙대로 사는 태도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속내에는 바로 이러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도 결국 지구 위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다른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입니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습니다. 이를테면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외의 말이다. 최 교수는 통섭의 삶을 살아가려는 방법으로 인문학과 과학을 공부하라는 뻔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 최 교수가 애초에 다양한 학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양을 늘리는 공부를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면, 우리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 자연의 이치를 모르면 자연 앞에 겸손할 줄 모른다. 우리의 이기심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자연을 파괴한다. 겸손과 배려가 묻어난 융합 문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형성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만드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 겸손한 자세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삶의 연장선이다.

 

통섭적 인생은 ‘천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삶의 길이 아니다. 피카소는 노력파다. 그것도 즐기는 노력파다. 그는 익숙한 것과 결별을 시도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에 두려워하지 않았고, 실패를 겪어도 붓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실패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의 수명은 길어져 이제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저곳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충분히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전반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반전이 부진하더라도 후반전에 충분히 만회하면 된다. 전반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낸다면 인생 전체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진정한 삶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그 일이 예전에 내가 알지 못했던 낯선 분야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고의 경계를 제거해야 한다. 이 칸막이를 제거하는 순간, 여러분은 융합과 통섭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통섭적 인생의 권유》를 읽는 시간이 바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하프타임(half ti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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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4 20:00   좋아요 1 | URL
오타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 한글 전환이 안 된 상태에서 글을 고치면 영자가 나옵니다. 글을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오자를 찾지 못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

syo 2017-05-24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cyrus님, 경상도 사람은 염소와 염소를 억양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잖습니까? 유명한 ˝이의 이승˝처럼요.

cyrus 2017-05-24 20:02   좋아요 0 | URL
‘염소‘를 부를 때도 억양이 있었군요. 경상도 사투리로 염소를 ‘얌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얌세이가 얍삽한 사람을 부르는 사투리인 줄 알았어요. 경상도 토박이인데 정말 모르는 사투리와 억양이 많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5-25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섭/융합이 한때 정말 화두이자 대세였죠. 근데 어느 누구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최재천 교수가 이쪽에서 먼저 시작한 분이긴 한데, 이분의 책도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경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산업혁명이래 주구장창 한 가지만 할 줄 아는 인간=전문가의 시대를 주장하고 교육해왔다면 (사실 이것도 소위 지도층이 나머지를 사용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미래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두루 알고 두루 공부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통섭/융합의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cyrus 2017-05-25 07:20   좋아요 1 | URL
요즘은 통섭보다는 융합으로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통섭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에요. 제가 이 책의 별점을 많이 주지 못한 이유가 예전에 강연이나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어서 높이 평가하지 않았어요.

transient-guest 2017-05-25 07:24   좋아요 0 | URL
저는 전체적으로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있고, 제가 표현하기 힘들지만 조금 불편하고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down-to-earth과는 다른... 예전에 잠깐 좋아했지만, 지금은 굳이 읽으려고 하지는 않는 저자입니다.

2017-05-25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7-05-2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장수 시대가 되고 보니 ‘아직 늦지 않았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위안이 되네요.

cyrus 2017-05-26 14:29   좋아요 0 | URL
돈이 있어야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은퇴 연령까지 일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독서와 글짓기라고 생각해요. 경북 칠곡에 사시는 할머니들은 시를 씁니다. 그분들이 쓴 시는 시집으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