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 비포 유』에서도 그러더니, 왜 조조 모예스는 여자 캐릭터는 작고 가난하고 한 가정을 책임지면서 한없이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놓고, 남자는 상처 입었지만 돈 걱정 없는 캐릭터로 그려놓을까?
그리고 왜 이 여자는 대시보드에 발을 올릴까? 싫어..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1-28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상 최고의 여자 캐릭터는 역시 수키인듯..

보슬비 2016-11-29 01:19   좋아요 0 | URL
수키짱!! 애니타도 짱!!! ㅋㅋ

다락방 2016-11-29 08:12   좋아요 0 | URL
맞죠! 저는 수키랑 애니타가 좋아요. 진짜 캐릭터 오브 캐릭터인듯 ㅋㅋㅋ 언제 날잡고 방안에 수키 시리즈 쌓아두고 한 번씩 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ㅎㅎㅎ

애니타는 세 권밖에 안나와서 슬퍼요 ㅠㅠ 장끌로드 보고 싶은데 ㅠㅠ

유부만두 2016-11-2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읽다 말았...

다락방 2016-11-28 09:23   좋아요 0 | URL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안나오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16-11-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락방 2016-11-28 09:23   좋아요 0 | URL
재미없었어요, 책나무님 ㅎㅎ

비연 2016-11-2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비포 유는 그래도 읽을 만 했는데. 갈수록 떨어지는 모양이네요, 재미가 ㅜ

다락방 2016-11-28 09:48   좋아요 0 | URL
더이상 이 작가의 책은 안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가 미 비포 유랑 별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16-11-2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ㅎ 저는 <미 비포 유>읽고 <원 플러스 원>을 읽을까 하다가 이럴꺼 같아서 안 읽었어요ㅎ
다락방님 평이 안 좋으니 앞으로 조조 모예스씨를 만난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ㅠ 그래도 <미 비포 유>는 읽을만했는데요ㅠ

다락방 2016-11-28 14:52   좋아요 0 | URL
저도 미 비포유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서 쭉쭉 빨아들이겠구나 싶어 이 책을 사놓고 있었던건데 영 별로네요. 미 비포 유 후속편 나왔던데...그걸 읽을까 읽지 말까..고민중입니다.

 

‘다락방님‘ 이라 부르시며 첫 눈 오는데 따뜻하게 마시라고 커피 보내주신 분! 보낸 이 번호나 이름이 전혀 뜨지 않아 제가 누구신지 알 수가 없어요.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이거 보시면 누구신지 문자 하나 넣어주세요. 댓글도 좋고!

고맙습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물선 2016-11-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해도 달달~

다락방 2016-11-26 12:49   좋아요 0 | URL
좋아죽겠지 말입니다 ㅋㅋㅋㅋ

2016-11-26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11-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인기쟁이 다락방님 부러워요♡

다락방 2016-11-27 10:23   좋아요 0 | URL
제가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문나잇님. 히힛 :)

2016-11-26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11-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닙니다 ㅋㅋ첫눈오는날 받으셨네요

다락방 2016-11-28 07:56   좋아요 0 | URL
네, 첫 눈오는 날 커피를 받았습니다. 히힛.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p.185)



이 책, 『여름의 끝』의 원제는 『LOVE AND SUMMER』이다. 번역된 제목은 원제와 좀 다르지만, 그러나 그것이 품고 있는 속뜻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사랑이 언제나 여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사랑이야말로 여름에 제격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여름과 사랑을 떠올리노라면, 가장 근사하면서 끝이 보이는 것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 그러니 여름의 끝, 이라는 제목도 적절하리라. 만약 이 책의 제목이 가을의 끝이었다거나, SUMMER 대신 WINTER 혹은 SPRING 이 들어갔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진 않았을 것 같다.

소설책을 대할 때, 첫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경우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까, 이 책은 분명 사랑 이야기인데, 여기선 누가 누구와 사랑을 하는걸까 궁금해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그러다가 이 책의 엘리가 이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짐작했을 때, 나는 책장을 덮고 말았다. 

세상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여자, 홀아비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그 남자와 결혼한 여자, 단조로운 일상과 평안한 삶을 살고 있던 여자, 이 젊은 여자가 이 뜨거운 여름의 사랑을 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이 새로이 빠질 사랑, 처음 빠지게 될 사랑, 유일하게 빠진 사랑이 떠날 것을 알고 있다면, 이 여자 엘리가 대체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나는 엘리가 들어가버린 그 사랑의 끝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종국엔 펑펑 울어버리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고 한참을 망설였지만, 망설임 끝에는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다시 책을 펼쳤다.


그림을 그리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플로리언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이 없음을 한탄하다가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난 뒤,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다. 그런 그가 이웃 마을로 사진을 찍으러 가고, 거기서 농부의 아내인 엘리를 만난다. 플로리언에게는 잊지 못하는, 계속 기억 속에 함께 하는, 못 다 이룬 사랑의 여자가 있는데, 그러면서 엘리에게 다가간다. 엘리는, 자신과 남편의 부부생활이 평안했고 또 익숙했지만, 그래서 뭔가 이 낯선 기운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속절없이 플로리언에게 빠져든다. 매일 그와의 비밀 만남을 조용히 유지하다가, 그로부터 집을 팔고 떠날 것이란 말을 듣는다. 아, 플로리언, 진작 말했어야지. 매일 '오늘은 말해야지' 하다가도 말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서 엘리의 감정을 크게, 더 크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나는 떠날 거에요, 다른 나라로 갈겁니다, 라고 말을 해버리면, 엘리한테 남아서 뭘 어쩌라는건지... 


이 수줍고 조용한 여자가, 그러나 나보다 낫다. 그녀는 플로리언에게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이런 제안 혹은 부탁-떠나지 말아요-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입밖에 냈을 때, '안돼'라는 부정의 대답을 들을 확률이 큰데, 그 말을 듣고 대체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차마 내가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을, 엘리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떠난다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여자는, 남자의 집이 팔리고 다른 나라로 가는 그 일들이, 어딘가 흐트러지고 잘못되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 모든 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엘리는 속절없이 이제, 이별을 받아 들여야 한다. 

물론 엘리는, 같이 떠나고 싶었다. 같이 떠나기 위해서 새로 캐리어도 장만 했었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 엘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눈을 뜨면 이제 그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녀의 곁에는 늘 일상을 함께 해오던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짧았던 여름을 자꾸 떠올릴텐데, 겨울에도 여름은 떠오를 것이고, 다시 다가오는 여름에도 역시 지난 여름이 떠오를 것이다. 플로리언은 밤에 떠나서, 낮을 지나, 그리고 다른 시간을 지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다다를텐데, 엘리는 이곳에서, 마치 그가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살아야 한다. 그가 존재했음이 자신에게 너무나 선명한데, 그런데 마치 그렇지 않았던것처럼 ....


엘리가 얼마나 아플지 알아서, 그래도 그렇게 사랑을 해보는 게 나았다고는, 차마 말해줄 수가 없다. 평소의 내 신념이 그렇다해도. 그녀에게 남은 건 이제, 다음 여름을 무사히 보내는 것, 그 다음 여름도, 그 다음 여름도.... 그리고 가슴 속엔 계속 그 여름을 간직하는 것, 그것 뿐이다. 


엘리,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판단해줄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 편이 더 나았던 걸수도 있어요. 그게 여름을 여름으로 남겨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엘리 딜러핸에게는 이게 끝이로군, 코널티 양은 혼자 중얼거렸다. 모두 끝난 것이다. (p.288)







"플로리언 킬데리." 그가 말했다. "기억하세요?"
그는 구둣방 옆 폐업한 가게 창문 앞에 자전거를 두고 서 있었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가 엘리에게 미소 지었다. "기억 못하시는군요." 플로리언이 말했다.
엘리는 그때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고 도저히 제 것 같지 않은 비뚤어지고 생소한 생각들이 가득 찼다. 물론 기억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궁금했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커피 한잔하실래요?" 그가 제안했다.
"아뇨." 엘리의 대답은 의도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p.111)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눈을 뜨면 분홍색으로 칠한 벽과 빈 벽난로 위의 성화, 그리고 창가에 놓아둔 자신의 옷이 지금 처럼 보일 것이다. 그는 사라질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부엌에서도, 마당에서도,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 테고, 레이번 스토브에 넣을 무연탄을 부엌으로 옮길 때도, 교유기를 끓일 때도, 암탁에게 모이를 줄 때나 토탄을 쌓을 때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들판에서도, 달걀을 들고 사제관 문이 열리길 기다릴 때도, 코널티 양이 동전을 세는 동안에도, 보천기를 낀 남자가 단열용 전기제품 보호구나 소젖 패드 등을 찾을 때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편 옆에 누워 있을 때도,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빵을 자를 때도, 올드타임 춤곡이 흘러나올 때도.
"떠나고 싶어요?" 엘리가 물었다.
"이제 나한테 아일랜드에 남은 게 없어요."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185-186)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을 놓기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더더욱 놓아야 하고요." (p.205)

"저 사람은 누구지?"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자 딜러핸이 물었다. 엘리는 플로리언 킬데리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고, 지금 리스퀸 저택 뒤편의 관리인 주택으로, 두 사람이 자주 만나던 장소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자신이 남긴 쪽지를 발견할 거라고, 그걸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누군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p.211)

매매가 성사되지 않으면 엘리는 고해성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속죄와 순종을 결심했었다. 일생 동안 하루하루를 순종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결심했었다.
"다음 달 17일에 넘겨요." 그가 말했다.
한세월 걸릴 거다, 그는 전에 그렇게 말했었다. 서류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니까. 아마 10월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엘리는 그가 아직 이곳에 있는 동안 앙상해질 가을 나무와 엷은 11월의 안개를 상상했었다. 9월 17일까지는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p.216-217)

하는 말마다 내뱉는 순간 실수처럼 들렸다. 플로리언은 자신이 스스로 창조한 포식자 세계이ㅡ 일원이 된 것 같다고, 그런 무자비한 포식자의 한 변종 같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취했고, 그렇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유령을 쫓아내려 했다. 비록 다정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애정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서 결국은 그녀에게 지옥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p.219)

"안 먹어도 돼요." 엘리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자른 빵을 그가 잘랐기 때문에 먹었고, 그가 따른 차도 마셨다. (p.221)

코널티 양이 그녀에게 인사했음이 분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으로 보아 무슨 말잉ㄴ가를 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찌된 노릇인지 알 수 없지만, 코널티 양이 갑자기 그녀의 귀에 대고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속삭였다. (p.261)

엘리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은 단지 암탉에게 모이를 주고 토탄 창고 방수포 밑에서 꾸러미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포장지를 벗겨냈고, 강가 들판 근처의 담에서 주운 돌을 여행용 가방에 채운 뒤 가방이 탁한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p.276)

그녀가 이 집에 온 뒤로 모든 게 더 편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은 그렇게 말했다. 그녀와 결혼한 뒤로 모든 게 더 나아졌다.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p.281)

그녀는 플로리언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며 제대로 보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왜 왔는지 다시 묻자 그는 기다렸다고,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했다고 대답했다.
"당신이 준 사랑은 잊지 못할 거예요." 그가 말했다. "날 미워하지 마요, 엘리. 제발 날 미워하지 마요." (p.283)


이기적인 새끼네..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려고 달아나요." 그가 말했다. 혼자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p.283)

"당신을 어떻게 미워하겠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p.284)


미워해, 그냥.

그럼 엘리 딜러핸에게는 이게 끝이로군, 코널티 양은 혼자 중얼거렸다. 모두 끝난 것이다. (p.288)

코널티 양은 침대 맡의 등을 끄고 몇 분 뒤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지는 않았다. 큰 응접실 카펫 위에서 아기가 그녀를 향해 기어왔다. 그곳에는 나무블록도 있었고 구석 벽장에는 인형이나 장난감 병정도 보관되어 있으며 헝겊으로 만든 책과 숫자놀이판도 있었다. 엘리 딜러핸 인생의 은밀한 사랑이 큰 응접실을 뒤덮었고, 나중에는 코널티 양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스냅과 루도 카드게임이나 핀볼게임 등도 나타났다. 불가능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p.289)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1-2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가 보내준 영상에서는 스트레스에 스쿼트가 제격이란다. 자, 스쿼트를 하러 가자꾸나.

blanca 2016-11-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엘리의 앞으로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네요.. 저도 스쿼트 해야 되는데...

다락방 2016-11-25 17:44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엘리가 선택에는 분명 장단점이 있을 거에요. 만약 도피를 선택했다해도 온전히 행복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 선택이 이해가 되면서 또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그 결과에 대한 것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넘치면 넘치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너무 아파요, 블랑카님.
 



'수잔'이 살았던 시대에는 여자가 먹고 살려면 아버지나 남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고나자 수잔은 먹고 살 돈이 없었고 그렇게 이집 저집 옮겨다니며 폐를 끼치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목표로 하는 게 있다면 '돈많고 늙은' 남자를 만나서 여유롭게 사는 거다. 그래서 매력적인 남자를 하나씩 둘씩 사귀면서 둘 다 놓지 않고 있는데, 자신의 외동딸인 '프레데리카'에게도 그래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딸은 엄마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남자가 멍청해서, 정말이지 너무나 멍청해서 싫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매력이 있고, 만약 사촌이었다면 사이좋게 지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평생 함께 살아야하고, 그러므로 나는 저 멍청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 고 한다. 그러나 수잔은 얄짤없이 엄마말 들으라며 딸에게 그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다. 돈이 진짜 많은 남자였으니까.


여자가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그렇게 가족인 남자에게 기대 살아야만 한다면, 나라고 뭐 별 수 있었을까. 물론, 그나마 수잔은 상류계급이라 저런 방법을 택하지, 그 시대에도 노동자들은 일도 하고 집안 살림도 했을 거라는 것을 안다. 또 수잔이 자신 마음대로 매력적인 남자 1과 매력적인 남자 2를 동시에 만나면서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는 것도, 뭐, 수잔 자신의 삶이다. 자신의 매력으로 그들을 구워삶아 자신에게 미치게 했다는데,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연애문제는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진행하고 해결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빡이쳤던 건, 수잔이 자신의 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 것이다. 당연히 돈이 없으면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든다. 여러가지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고 기도 죽는다. 당장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니 딸이 더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누가 봐도 편한 길이긴 하다. 맞다. 그렇지만, 딸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나 멍청한 남자와는 도무지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수잔은, 그 결혼을 딸에게 강요하면 안되는 거다. 그때가 아니라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딸에게 엄마인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거다. 그래서 너무 짜증이 났다.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짜증이 나서, 같이 보는 친구에게 '아 너무 짜증난다' 하고 귓속말도 했더랬다. 자기 삶이야 자기가 사는거니 알아서 할 일이지만, 딸 삶을 이래라 저래라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맞추는 거는 안되는거잖아... 그러지마, 수잔.



그래서 수잔 캐릭터가 굉장히 비호감이었다. 일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읽으면서, 엠마가 다른 사람들 막 엮어주려고 하고 그러는 거 보면서 너무 비호감이라 짜증났었는데, 이 영화속의 수잔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 소설 읽고 싶었다가 안읽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비호감 캐릭터까지 찾아가며 읽고싶진 않아. 아, 정말 비호감이었다. 내가 딱 싫어하는 캐릭터.


영화 카피에는 '제인 오스틴이 만든 유일한 악녀' 인가, 뭐 그렇게 써있던데, 수잔이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악녀는 아니다. 악녀라니, 무슨. 수잔이 강간을 하길 했냐 살인을 했냐 폭행을 하길 했냐. 그냥 부자 늙은 남자 만나기를 바랐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자신의 명이 다해 일찍 죽기를 바란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악녀라니. 그냥 비호감일 뿐. 



어쨌든 영화는 재미없었고 캐릭터는 비호감이었다.



오늘은 이 영화속 수잔이 너무나 생각나고 이해됐는데, 그건 내가 또(!!) 퇴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퇴사 넘나 하고 싶은 것... 퇴사하고 싶다. 돈 벌기 싫다. 돈 버는 거 너무 힘들다. 오늘은 그래서 아침에 멍하니 멍때리면서, 가능하다면 나도 완전 돈 많고 늙은 남자 만나서 돈 그만 벌고 살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섹스는 안해도 사는거니까, 이왕이면 돈은 많고 섹스는 안되는 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냥 나 회사 좀 안다니게 해주는, 나를 먹여살려주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엄마가 먹여살릴테니 언제든 그만두라고 했지만,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할 순 없지. 울엄마가 돈이 어딨다고 ㅠㅠ 내가 엄마한테 빌붙어서 나 먹여살려라, 이럴 순 없지. 나 좀 먹여살려도 재정상태에 별 영향이 없는, 그런 남자 만나서 빌붙어야지... 아아, 나는 수잔이 너무나 이해되는 것. 그래, 수잔, 당신이 뜻하는대로 살아요. 일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안하고 살면 된다!! ㅠㅠ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회사에...어제처럼, 십년전처럼....... 인생................Orz



















이 책을 내가 몇 년전에 읽었다면 엄청 깜짝 놀라며 신선하게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읽으니 딱히 재미는 없더라.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좀 회의적인 생각도 들고.... 어차피 이 책을 읽는다고 남자들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할까? 자기가 지금 기득권의 삶을 누리고 있으며 부당함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갈리아에서는 현재 가부장제에서의 성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쉽게 말해 가모장제인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온갖 직종에 높은 직위는 다 여자들(움)이 차지하고 있고, 남자들(맨움)은 치마를 입고 고추를 받치는 옷을 입고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으며, 집에서 살림과 육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자들이 여자들로부터 '부성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외모가 당연히 유리한데, 그 기준은 고추가 작고 몸은 뚱뚱하고 키가 작은 것이다. 이 책속에서 이런 사회제도에 의문점과 불만을 가지게된 우리의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산책을 나갔다가 여자 세명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데,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얘기하니, 그건 니가 그 야심한 밤에 산책을 나갔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게 밖으로 알려지면 너는 부성보호를 받을 수가 없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신고하지도 말아라, 가 그의 엄마로부터 듣게 되는 말이다.



「보고하지 말자, 페트로니우스. 모두 잊자. 그게 더 나아. 왜냐하면,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겠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이제 더 이상 해 진 다음에 바닷가에 가선 안 돼!」(p.94)



이 책 한 권은 내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링크했던 동영상 <억압당하는 다수>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단편 영화인 <억압당하는 다수>는 이 책의 압축판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페트로니우스, 그러나 그건 정말 생각할 수도 없어! 네가 나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것은 옳아. 그리고 나는 권력 관계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고 싶단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음, 나는 내 자신이 권력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지. 오, 여신이여! 그러나 나는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 자리에 있는 거란다.」(p.347)


347페이지의 위 인용문은, 성추행과 성폭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모든 직장과 학교에서, 알면서도 묵인하는 많은 남자들의 생각을 대변할 것이다. 일전에 영화 『방자전』에서도 변사또가 사또가 되기 위한 것이, 여자들에게 마음껏 변태짓을 할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권력을 가진다는 건 자신이 가진 힘을 자기 멋대로 사용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들은 이미 가진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 위치에 가서, 그걸 휘두르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생각하려 하진 않고, 오히려 자신이 올바르고 냉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참에 이갈리아에서 장관이란 직급을 달고 있는 페트로니우스의 엄마는, 너무도 솔직하게 그 욕망을 대변한다. '내가 권력의 위치에 있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다' 고.





 













신중의 신이라는 제우스 신이 이 여자 저 여자 바람피고 다닌 걸로도 모자라 강간까지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아니, 신중의 신이라는 존재도 강간하고 다녔는데, 남자인간들이 어떻게 각성하고 살겠는가...왜 고추를 달고 있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강간하고 지랄인가.....


'준 조단'의 <여자 그리고 남자의 침묵>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를 참조하여) 이란 시를 옮겨보겠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안다: 그녀의 얼굴을 산산이 부순 거대한 주먹을.
그 위, 하늘은 달의 슬픔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흔적들을 등지고 창문들은 불을 켜고
문들은 닫힌다. 그녀는 여성 파멸의 폭력 안으로 쓰러진다.



그의 성욕의 돌진에 항거하여 어떻게 그녀가 일어나야만 했을까?
그녀는 이빨을 토해낸다.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들을 찢어버렸다.
그의 분노의 털난 토르소는 그녀의 믿음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찢었다. 그녀 가슴을 할퀴고 짓이겼다.


그녀는 수련들과 백조가 있는 습지 연못 안으로 가라앉는다.
그녀는 나무들에서 나오는 음악의 오후 위로 표류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밟고 걸어가는 피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다시 나타난다: 이성이 잡을 수 없는 한 마리의 미친 암캐:
강물과 곡식들을 마르게 하는 고열:
그녀의 잔인한/고열로 빛나는 에너지로 보호받는 사랑스러운 소녀.



이 시에 대해 이 책의 저자 '김승희'는 이런 해설을 덧붙였다.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라는 시를 되받아쳐서 전복시킨 작품. 예이츠는 「레다와 백조」라는 시에서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레다를 겁탈하는 장면을 극화 하면서 그 겁탈의 순간을 '어떻게 그 질려 맥빠진 손가락이/맥풀린 허벅지로부터 그 깃털로 뒤덮인 영광/을 밀어낼 수 있으랴?' 라고 쓰고 있다.
스파르타의 아름다운 여왕 레다는 왕 틴다레우스의 아내로서 아들 카스터와 딸 클리템네스트라를 두었다. 레다는 우연히(항상 지배자-남성의 눈길을 끌게 되는 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우연에 의해서가 아닌가?)올림푸스 신전의 최고 신인 제우스의 눈길을 끌게 되었고 제우스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지상에 내려와 그녀를 강간한다. (p.100)


강간이 얼마나 좋으면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내려와서까지 강간하냐, 제우스여..... 당신들에게 강간은 무엇입니까?




- 어제부터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따뜻한 것을 먹고 싶었다. 집에 가면서 피자를 포장해갈까, 생각하다가 참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양재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서는 스타벅스에 사이렌오더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배도 고프고, 따뜻하고 맛있는 게 간절했던 나는, 준비된 음식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사실, 짐작하다시피, 책은 그저 장식일 뿐. 아침엔 먹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래서 배부르다. ㅎㅎ




- 지난 주말에 여동생네 식구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고 했다. 온가족이 함께 가면서 사야할 것을 칠살 조카에게 메모하게 시켰는데, 칠 살 조카는 '킨더조이'를 사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여동생이 '킨더조이' 맞게 쓸 수 있으면 사줄게, 했는데 조카가 적어놓은 것은 '키더조이' 였단다. 땡~ 틀렸어~ 사줄 수 없어~ 라고 했더니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나 빼빼로는 쓸 수 있어.



그리고 수첩에 빼빼로를 쓰고나서 보여주더니, 빼빼로 맞게 썼으니까 빼빼로 사줘~ 라고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조카야, 너는 누굴 닮았니, 누굴 닮아 그렇게 똑똑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이모를 닮은 게 틀림없구나!!! 그래, 건강하게 자라고, 이모처럼 자라라. 언제나 물어뜯을 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살아!!!




-  어제는 친구로부터 내가 빨래강박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맞다고 수긍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빨래강박만 있는 게 아니라, '잘 지내는 것'에 대한 강박도 있는 것 같다고. 잘 지내고 남들에게 폐 안끼치고 사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줄곧 이것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살아왔는데, 오늘은, 어쩌면, 이 강박이 없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나만의 생각이 아닌가.... 




- 어제는 봄에 헤어진 애인과 오래 통화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내게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말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언급해봤자 부질없지만, 그렇게 지난 시간에 대한 일을 얘기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이것은 마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After Sales Service) 같다, 고 생각했다. 헤어진 당시와 또 헤어진 후에 헤어짐을 받아들이면서 보냈던 그 긴 고통의 시간에 대한 A/S 같다고. 그것이 고장나고 망가진 것을 고쳐주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사람은 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으로 존재하니 모두가 다 나같은 경험을 할 순 없는것이겠지만, 지금 헤어져서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이, 어쨌든 지금을 무사히 이겨내고 난 다음에, 그런 A/S 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살면서, 그렇게 잘 지내면서, 지난 시간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조금쯤 보상이 되지 않을까. 조금쯤 고쳐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릴없이, 했다. 



한 친구는 내게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연애에서 학습된 걸로 나는 현재의 연애를 대할 것이고, 또 현재의 연애가 과거의 연애가 되는 순간, 다시 다가오는 연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연인이 되게 했다고 믿고, 또한 나에게 더 잘맞는 최상의 상대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애를 경험하면서 하나씩 혹은 그 이상으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된다. 스스로의 바닥을 보게 되고,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어하는 것과, 나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게된다. 나를 겪었던 옛 애인들은, 아마도 새로 시작하게 될 연애에서 나보다 더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과거'가 되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과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 나를 겪고 더 나은 사람을 만나라, 고. 나 역시 마찬가지. 그가 나를 스쳐갔다면, 그가 스쳐간 까닭이 있을 것이다.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그런데, 내가 어제 나의 과거의 글을 무슨 이유에선가 찾아 읽다가 깨달았는데, 


나 진짜 글 잘쓰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나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6-11-24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그 문단 너무 좋네요.

저는 연애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이란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경험이고, 그런 사랑의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경험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을 관찰할 줄 아는 사람만, 사랑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사랑할 줄 알고, 받은 사랑을 즐겁게 누릴 줄도 아는 사람이라 다락방님 글을 읽을 때마다 사랑이 하고 싶어져요. ㅎㅎㅎ

어떤 글의 매력이란건 결국 글쓴이의 매력에 근거할 수 밖에 없잖아요.
다락방님의 매력 때문에 이런 멋진 글이 나오네요.
당신에게 이런 훌륭한 글빨을 선물한 당신 자신의 무한한 매력에 감사하시길^^

다락방 2016-11-25 08: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게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라딘에 가입했고 글을 썼고 그래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렇게, 단발머리님처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보아주는 친구를요! 게다가 저에게 있는지도 모르는 제 매력을 일깨워주시니, 정말이지 얼마나 감사한지요.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나쁜 일이 백 개 일어나도, 이렇게 여기 와서 친근한 이들의 댓글을 보면 좀 풀어지고요, 제 스스로 글을 쓰면서도 저를 많이 다독다독합니다. 저는 가끔, 제가 쓸데없이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제가 강한 사람이란 사실이 참 좋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저는 지난 사랑에서 앞으로 더 나은 사랑으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을 그런 찾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저와 연애한 모든 이들은 제게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이들이죠.

암튼 이 댓글의 결론은 단발머리님을 사랑한다는 겁니다, 제가.

LAYLA 2016-11-25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글 보고 레이디 수잔 상영관 찾아보니 서울에 단 2개...엉엉엉 내일 밤 25시 35분에 메가박스 코엑스로 달려가야 할까요? 고민이 됩니다...

다락방 2016-11-25 08:16   좋아요 0 | URL
아니, 시간대가 뭐 그리 메롱입니까. 그러면 누가 보러 온다고...
전 경험주의자라서 자기가 보고, 자기가 읽고, 자기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라일라님, 그 시간에 달려가서 볼 만큼 재미있진 않습니다 ㅠㅠ

cobomi 2016-11-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을 때마다 뭐랄까, 위로, 설렘, 충만, 소소함, 즐거움 느껴요. 혼자 웃을 때도 많고요.(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X인줄...ㅋㅋㅋ) 다락방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제겐 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오고요. 글이 참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댓글에 무척 공감해요. 저도 어떤 ‘좋은‘(완전 제 기준ㅋㅋ) 글을 보면 글쓴이가 궁금하고 좋아지고 설레고(?) 그렇거든요. 다락방님 분명 매력 넘치는 분인 거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1-26 09:18   좋아요 0 | URL
아이코, 칭찬 감사합니다. 저는 글 쓰는 게 너무 좋은데, 제가 제 기분 좋자고 쓰는 글이 이렇듯 다른 분들에게 기쁨을 준다니, 그것도 너무 좋아요. 제가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코보미님도 열심히 와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도 남겨주세요.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나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잖아요. 히힛. 또 만나요!!
 



여자1과 여자2가 우연히 만나게 됐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으며 그렇게 사랑하게 됐다. 여자2는 친구에게 '이제야 (사랑이) 어떤건지 좀 알 것 같다'며 시종일관 설레임과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2의 사랑은 이성애가 아니었으므로, 오래 함께 지낸 룸메이트로부터 '난 불편해'란 말을 듣게됐다. 실질적으로 여자2가 룸메이트한테 어떠한 피해를 입힌 게 없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불편해'란 말을 듣게 되다니, 여자2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여자2는 가끔 이성의애인을 데려오는 룸메이트에게 불편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인상적인 건 여자1이었다. 여자1을 보는 건 곧 나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녀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도 그렇지만(응?), 그녀가 자신의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는 보란듯이 연인과 스킨쉽을 하는 과감한 사람인 것에 비해, 자신의 가족이 있고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가서는 자신의 연인과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외국에 여행가는 나를 닮아 있었다. 이곳에서의 나는 행동에 제약을 느끼는데 반해, 외국에서의 나는 헐벗고 다니고 노브라로 다니고.....킁킁.


여자1은, 여자2와 사랑했고 연인이었고, 그래서 붙어다니면서 다정함과 달콤함을 공유했지만, '여기서 어떻게 이러냐'고 했는데도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키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니 여자2로서도 당황한다. 이건 뭐지, 얘는 왜 나에게 거리를 두지...


여자1에게 내가 닮은 점을 느꼈던 건, 자신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거였다. 말없이 찾아오는 여자2가 싫고, 차 끊기기 전에 가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졌는데, '차 끊겼어' 하면서 집앞이라고 말하는 여자2를 도무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와, 이런 건 진짜 나같아서... 그때의 불편함과 빡침이 확- 다가오더라. 결국 여자1은 굳은 표정으로 여자2를 데리고 모텔로 가서는 '문단속 잘하고 자' 라고 하고는 자신의 연인을 혼자 두고 가버린다. 다음날 혼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여자2는, 자신들의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그날 술에 취해 운다.



둘이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너무 설레어서, 아아, 맞아,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지, 진짜 좋지, 나조차도 히죽 웃었더랬다.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과 관계가 너무 벅차고 행복했던 여자2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친한 남자사람친구에게 말할 때는,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랑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뿌듯해서 막 말하고 싶어지니까.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도 한때 사랑을 했을 때, 가만 있으려고 했지만, 조용하고 싶었지만, 종일, 내내 세상을 향해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근사하다고, 수시로 외쳐대고 싶기도 했던 거였다. 크-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 결국 이 둘에게도 다른 연인들처럼 관계가 식어가고 헤어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온도차는 역시 대단한 것이어서, 한 쪽은 굳어버렸는데 한쪽은 여전히 뜨겁고, 한쪽은 돌아서버렸는데 한쪽은 되돌리고 싶은 순간순간들을 보는 것은 굉장히 서늘한 일이었다. 차라리 시작이나 하지 말것을. 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어찌나 서늘하던지.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어보는 게 낫다는 오래된 격언이, 나는 늘상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나 서늘하고 가슴이 아플라치면, 정말 그런가...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경험론자이고, 그게 무엇이든 내가 경험해보고 판단해보자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나중에 이별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뛰어들고 말았을 것이다. 



설레이고 서늘한 영화였는데, 와, 여기에서 여자1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진짜 내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이 여자, 뭐가 이렇게 매력적이지? 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게 가물가물하다. 필모그라피 보니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던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뭘까.... 근데 진짜 초매력적임. 친구랑 극장을 나서면서 '와 이 여자 매력이 대단하다' 했다. 








와, 이 영화 진짜 재미있는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극중에서 '홀츠먼' 역을 맡은 '케이트 맥키넌'이 너무 멋있었는데, 영화 끝무렵에 유령들한테 총을 쏴대고나서 총을 핥는 장면은 진짜 짜릿한거다. 등장부터 멋지더니 끝까지 매력폭발.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홀츠먼! 너무 멋있어서 나중엔 홀랑 반해버렸다. 


이 멋진 영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그동안 이 멋진 걸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구나. 영화에서 영웅을 그리는 이상, 그 영웅은 대체적으로 멋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그동안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은연중에 남자들은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이며 멋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구나... 나만해도 배트맨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오, 마이클 키튼! 게다가 남자 혼잣몸으로 지구를 구해내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이 멋진 영웅 역할을 지들이 다 해쳐먹고 있었군.....



어제 여동생하고 통화하면서 이 영화 조카 보여주라고 막 흥분했는데, 칠 살 조카가 자막을 읽을 수 없을텐데...하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음...... 자막 따라가기 벅찰텐데....... 음....... 어쩌지...............


아무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주말에 주문한 책들이 배송되었는데, 여동생은 이 사진을 보고 '그걸 언제 다읽누...' 했다. ㅎㅎㅎㅎ 그러게나 말이다 동생아. 대체 이걸 언제 다 읽을까?





아 맞다. 나 알라딘 이벤트 당첨돼서 내일 영화 시사회 보러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꺄울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건조기후 2016-1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래 책이라는 게 언제 읽을 지는 모르면서 일단 사놓고 보는 게 어쩔 수 없는 속성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게 자랑도 아니고 ; 저도 책 그만 사고 좀 읽어야지 ㅜㅜ 읽으려고 샀으면서 왜 안 읽고 또 사는지 영원한 미스테리에요. 대체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의 애인이 멋있어 보이고 안 산 책이 더 재밌을 것 같은 건 왜때문인지 ㅋㅋㅋ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로 남겨두고,, 그저 부지런히 읽읍시다 다락방님. 부지런히부지런히. ^^

다락방 2016-11-21 13:28   좋아요 0 | URL
저는 남의 애인이 더 멋있어 보인 적은 거의 없는데요, 캐나다 총리는...많이 부러워요. 저런 남자는 대체 어떤 여자랑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안되겠지... 저런 남자는 저 남자 밖에 없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저 책들 언제 다 읽냐고 했을때, 그러게...싶더라고요. 저거 언제 다 읽죠? 저것들만이라면 도전!! 할텐데, 집에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아- 저는 왜 사는 걸까요, 건조기후님? 인생은 뭘까요? 뭐죠? 네? 대답해봐욧! ㅎㅎㅎㅎㅎ

책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책 살 돈은 책 판 돈으로!

유월 2016-11-22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취미가 ‘책구매‘입니다. 어디가서도 독서라고는 하지 않아요 ㅋㅋㅋ ㅠㅠ

다락방 2016-11-23 08:2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취미를 책구매로 해야겠네요. 아니, 특기를 책구매..로 해야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