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과 여자2가 우연히 만나게 됐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으며 그렇게 사랑하게 됐다. 여자2는 친구에게 '이제야 (사랑이) 어떤건지 좀 알 것 같다'며 시종일관 설레임과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2의 사랑은 이성애가 아니었으므로, 오래 함께 지낸 룸메이트로부터 '난 불편해'란 말을 듣게됐다. 실질적으로 여자2가 룸메이트한테 어떠한 피해를 입힌 게 없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불편해'란 말을 듣게 되다니, 여자2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여자2는 가끔 이성의애인을 데려오는 룸메이트에게 불편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인상적인 건 여자1이었다. 여자1을 보는 건 곧 나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녀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도 그렇지만(응?), 그녀가 자신의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는 보란듯이 연인과 스킨쉽을 하는 과감한 사람인 것에 비해, 자신의 가족이 있고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가서는 자신의 연인과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외국에 여행가는 나를 닮아 있었다. 이곳에서의 나는 행동에 제약을 느끼는데 반해, 외국에서의 나는 헐벗고 다니고 노브라로 다니고.....킁킁.


여자1은, 여자2와 사랑했고 연인이었고, 그래서 붙어다니면서 다정함과 달콤함을 공유했지만, '여기서 어떻게 이러냐'고 했는데도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키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니 여자2로서도 당황한다. 이건 뭐지, 얘는 왜 나에게 거리를 두지...


여자1에게 내가 닮은 점을 느꼈던 건, 자신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거였다. 말없이 찾아오는 여자2가 싫고, 차 끊기기 전에 가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졌는데, '차 끊겼어' 하면서 집앞이라고 말하는 여자2를 도무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와, 이런 건 진짜 나같아서... 그때의 불편함과 빡침이 확- 다가오더라. 결국 여자1은 굳은 표정으로 여자2를 데리고 모텔로 가서는 '문단속 잘하고 자' 라고 하고는 자신의 연인을 혼자 두고 가버린다. 다음날 혼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여자2는, 자신들의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그날 술에 취해 운다.



둘이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너무 설레어서, 아아, 맞아,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지, 진짜 좋지, 나조차도 히죽 웃었더랬다.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과 관계가 너무 벅차고 행복했던 여자2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친한 남자사람친구에게 말할 때는,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랑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뿌듯해서 막 말하고 싶어지니까.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도 한때 사랑을 했을 때, 가만 있으려고 했지만, 조용하고 싶었지만, 종일, 내내 세상을 향해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근사하다고, 수시로 외쳐대고 싶기도 했던 거였다. 크-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 결국 이 둘에게도 다른 연인들처럼 관계가 식어가고 헤어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온도차는 역시 대단한 것이어서, 한 쪽은 굳어버렸는데 한쪽은 여전히 뜨겁고, 한쪽은 돌아서버렸는데 한쪽은 되돌리고 싶은 순간순간들을 보는 것은 굉장히 서늘한 일이었다. 차라리 시작이나 하지 말것을. 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어찌나 서늘하던지.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어보는 게 낫다는 오래된 격언이, 나는 늘상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나 서늘하고 가슴이 아플라치면, 정말 그런가...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경험론자이고, 그게 무엇이든 내가 경험해보고 판단해보자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나중에 이별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뛰어들고 말았을 것이다. 



설레이고 서늘한 영화였는데, 와, 여기에서 여자1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진짜 내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이 여자, 뭐가 이렇게 매력적이지? 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게 가물가물하다. 필모그라피 보니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던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뭘까.... 근데 진짜 초매력적임. 친구랑 극장을 나서면서 '와 이 여자 매력이 대단하다' 했다. 








와, 이 영화 진짜 재미있는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극중에서 '홀츠먼' 역을 맡은 '케이트 맥키넌'이 너무 멋있었는데, 영화 끝무렵에 유령들한테 총을 쏴대고나서 총을 핥는 장면은 진짜 짜릿한거다. 등장부터 멋지더니 끝까지 매력폭발.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홀츠먼! 너무 멋있어서 나중엔 홀랑 반해버렸다. 


이 멋진 영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그동안 이 멋진 걸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구나. 영화에서 영웅을 그리는 이상, 그 영웅은 대체적으로 멋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그동안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은연중에 남자들은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이며 멋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구나... 나만해도 배트맨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오, 마이클 키튼! 게다가 남자 혼잣몸으로 지구를 구해내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이 멋진 영웅 역할을 지들이 다 해쳐먹고 있었군.....



어제 여동생하고 통화하면서 이 영화 조카 보여주라고 막 흥분했는데, 칠 살 조카가 자막을 읽을 수 없을텐데...하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음...... 자막 따라가기 벅찰텐데....... 음....... 어쩌지...............


아무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주말에 주문한 책들이 배송되었는데, 여동생은 이 사진을 보고 '그걸 언제 다읽누...' 했다. ㅎㅎㅎㅎ 그러게나 말이다 동생아. 대체 이걸 언제 다 읽을까?





아 맞다. 나 알라딘 이벤트 당첨돼서 내일 영화 시사회 보러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꺄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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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1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래 책이라는 게 언제 읽을 지는 모르면서 일단 사놓고 보는 게 어쩔 수 없는 속성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게 자랑도 아니고 ; 저도 책 그만 사고 좀 읽어야지 ㅜㅜ 읽으려고 샀으면서 왜 안 읽고 또 사는지 영원한 미스테리에요. 대체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의 애인이 멋있어 보이고 안 산 책이 더 재밌을 것 같은 건 왜때문인지 ㅋㅋㅋ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로 남겨두고,, 그저 부지런히 읽읍시다 다락방님. 부지런히부지런히. ^^

다락방 2016-11-21 13:28   좋아요 0 | URL
저는 남의 애인이 더 멋있어 보인 적은 거의 없는데요, 캐나다 총리는...많이 부러워요. 저런 남자는 대체 어떤 여자랑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안되겠지... 저런 남자는 저 남자 밖에 없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저 책들 언제 다 읽냐고 했을때, 그러게...싶더라고요. 저거 언제 다 읽죠? 저것들만이라면 도전!! 할텐데, 집에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아- 저는 왜 사는 걸까요, 건조기후님? 인생은 뭘까요? 뭐죠? 네? 대답해봐욧! ㅎㅎㅎㅎㅎ

책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책 살 돈은 책 판 돈으로!

유월 2016-11-22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취미가 ‘책구매‘입니다. 어디가서도 독서라고는 하지 않아요 ㅋㅋㅋ ㅠㅠ

다락방 2016-11-23 08:2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취미를 책구매로 해야겠네요. 아니, 특기를 책구매..로 해야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