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진유정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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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좋을 확률이 적다. 내게는 그렇다. 가고 싶은 곳에 대해 알아볼까 싶어 찾아봤다가는 지루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글과 사진들만 보게 되어서 심드렁해지곤 했다. 그러니 나로서는 도무지 여행기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여행기란

 

1. 가보고 싶게 만들 것

2. 지나치게 자기 감상에 젖어있지 말 것

 

이었는데, 이 두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여행기를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우연히-도무지 내가 이 책을 왜 샀는지 모르겠다 ㅎㅎㅎㅎㅎ- 읽게된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이 두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켜 주었다. 나는 베트남에 대해 그간 관심이 1도 없었는데 베트남에 가고 싶어지는 거다. 게다가 글들이 정갈하고, 저자가 좋아하는 국수에 대해 성심성의껏 적어둔 터라, 아, 나는 면덕후도 아닌데, 심지어 면은 별로 좋아라 하지도 않는데!! 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고 싶어지는 거다. 꺅 >.<

 

책을 읽다 말고 달력을 펼쳐두고서는 언제쯤 가볼까, 가만가만 따져보았다. 비행기 가격이 저렴하다 싶으면 내가 시간이 안되는 때였고, 내가 시간이 되는 때에는 비행기 가격이 높더라. 에헤라디여~ 한 이박삼일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저자는 베트남을 사랑하는데,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수를 찬양한다. 국수 때문에 베트남에 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딱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여행이며, 딱 내가 원하는 바로 그런 여행기가 아닌가. 이 여행기는 자신이 해야할 몫을 충실히 해냈다. 국수 먹으러 베트남에 갈것이다!!

 

먹고 싶은 국수에 대한 글들을 밑줄긋기 해놓고 이 책을 중고샵에 팔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옮겨 적다가 팔 빠질 것 같아 일단 그냥 가지고 있기로 했다. 와, 국수 먹으러 베트남에 가고 싶어지다니. 살면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여행은 결국 먹는 것인가...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
아무도 내가 당도할 것을 모르는 먼 곳으로 떠나는 낯선 정거장에서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그리운 얼굴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도 있겠지만
그런 행운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설사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떠나고 싶은 곳, 닿아야 하는 곳이 있다는 건
틀림없이 멋진 일이다. (p.25)

(분보후에) 살짝 데친 야채를 넣고 맛본 첫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힘줄이 섞여 쫄깃쫄깃한 소고기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 비워버렸다. 학교에 가기 전이라 땀을 그렇게 쏟으면 안 되는데 화장이 지워지는 것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이후로 분보후에를 혼자도 먹고, 학생들과도 먹고, 호찌민에 놀러 온 친구들과도 먹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먹으면서도 질린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p.60)

뭐니 뭐니 해도 분짜의 가장 큰 매력은 직화에서 비롯된다. 불 맛을 풍기는 고기에 달콤한 소스가 살짝 스미면 그야말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동남아시아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한 입만 먹어보면 앉은자리에서 두 그릇도 먹게 되는 음식이 바로 분짜다. 하노이를 여행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분짜 냄새와 연기에 꼼짝없이 이끌리게 될 것이다. 숯불에 굽는 맛있는 냄새와 연기에 사로잡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길모퉁이에 작은 선풍기가 놓여 있다면, 탄을 피우고 있다면, 석쇠에 무언가 굽고 있다면 일단 못 이기는 척 들어가라. 한번 맛보면 뿌리칠 수 없는 맛이 거기에 있다. (p.106)

이별 후에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헤어진 그날에는 아무것도 넘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람이란 존재는 간사해서 곧 허기를 채울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이 진짜 배고픔에서 기인하든 마음의 허기에서 비롯되든 말이다. 바로 그때, 아직은 무언가를 만들어 먹을 힘은 없지만 어김없이 배가 고파와 당혹스러울 때 국수만큼 어울리는 음식은 없을 것이다. (p.120)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동네에 모여 가까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적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들이 나를 위해 모여 살아주겠는가.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겠지만 상상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리고 지금, 허무맹랑한 그 바람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대신 내가 사랑하는 나라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행운을 얻었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테국이 모두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으니 여행자로서 나는 대단한 행운아다. 다정하게 옆에 붙어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웃 나라들로 언제라도 훌쩍 넘나들 수 있으니. (p.187)

손님이 그릇을 비우면 가인항은 의자를 한쪽에 걸고 유유히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눈앞에서 바로 요리해주는 따뜻한 음식이 길거리에 넘치는 나라, 베트남. 멋진 시설을 갖추고 빠르게 달리는 푸드트럭 부럽지 않은 수천 개의 `푸드 가인항`이 여기에 있다. 여행에 지쳐 걷기도 힘들고, 식당을 찾아 헤매기도 싫다면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려보라. 푸드 가인항이 곧 당신에게로 걸어올 것이다. (p.155)

(퍼싸오보) 재빨리 소고기를 볶고, 라우까이라고 불리는 야채를 숨이 죽을 정도로만 살짝 볶고, 거기에 미리 볶아둔 면을 넣어 한 번 더 볶아 수분을 날려준다. 이 과정으로 면발은 더 쫄깃해진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삭힌 고추 소스를 더해주면 금상첨화다.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하고 매콤한 자극에 야채의 신선함까지.

안 되겠다.
아무래도 맥주 한 병 시켜야겠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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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L 2016-02-1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베트남 호치민입니다 ㅋㅋ
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못 먹고 귀국할 것 같지만... 다락방님 글을 보니 반갑네요ㅋㅋㅋ;;

다락방 2016-02-11 12:04   좋아요 0 | URL
아니, 호치민에 계십니까!!
저는 베트남에 다른 음식들은 뭐가 더 있는지 몰라서, 일단 국수 먹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국수를 못 드시고 귀국하신다뇨. ㅎㅎㅎㅎㅎ

반가워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힛.

프레이야 2016-02-1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쌀국수 좋아하는데‥훅 당기네요. ^^ 마음 먹으면 가까운 곳인데 말이죠

다락방 2016-02-11 12:0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우리가 간혹 먹는 그 쌀국수 말고 다른 국수들이 지천인가봐요! 어쩐지 신나요! 꺅 >.<
물론 언제갈지는 알 수 없지만 말예요. ㅎㅎ

단발머리 2016-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 연휴에 아빠랑 단 둘이 만나 베트남 쌀국수를 후르룩 먹었다지요. ㅎㅎㅎ
역시 여행에는 음식이 가장 중요한가요?

다락방 2016-02-11 12:07   좋아요 0 | URL
여행에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다기 보다는... 저는 음식 때문에 여행 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2-1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의 목소리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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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처음부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내가 성경을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어릴적에 교회 다니면서 잠깐 들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한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이미 아는 이야기들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유명한 성경속 이야기들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는 '깐다'. 성경과 여호와에 대한 이 신랄한 비판에 어쩐지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랄까.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을 백쪽쯤인가 읽고 중고샵에 팔아버렸는데, 그 책을 다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히친스'의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와,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까지, 이 책, [카인]과 함께 읽으면 뭔가 풀셋트일 것 같다. 아,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도!!




옮긴이는 이 책을 '구약의 재해석' 으로 평가하던데, '재해석'이란 표현은 너무 얌전한 게 아닌가 싶다. 아하하하. 

'신약의 재해석'인 [예수복음]이란 책도 있다던데 찾아보니 2010년에 국내에 나온 책이더라. 이것도 읽어봐야겠다. 아하하하. 밑줄 그을 부분이 너무나 많았어!






만들어진 신 다시 사야겠다. 하하하하.





둘째로, 여호와가 앞날을 보는 데 개탄할 만큼 둔했다는 것인데, 만일 정말로 그들이 그 열매를 먹는 것을 그가 바라지 않았다면 그냥 그 나무를 심지 않거나 다른 곳에 두거나 철조망으로 둘러싸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p.14)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나는 만물의 주권자인 여호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존재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만, 저와 내 자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죽이는 자유 말이냐.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p.39)

저곳을 덮은 피는 내가 흐르게 한 것이 아니며, 너는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악을 택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카인은 말했다. (p.40)

이삭이 물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의 독자를 죽이고 싶어 하셨나요.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이삭. 그런데 왜 마치 제가 어린 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 목을 따고 싶어 하셨나요, 아들이 물었다, 만일 그 사람, 여호와께서 그 사람을 축복하시기를, 그 사람이 나타나 아버지의 팔을 잡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지금 시체를 안고 집에 가시는 중일 겁니다. 그건 여호와의 생각이었다, 시험을 해보시려는 거였지. 무엇을 시험하는데요. 나의 믿음과 나의 복종을. 도대체 무슨 하나님이 아버지더러 자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p.97-98)

사람들은 사전이나 통역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바스크어로 말하고 있었고, 일부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심지어, 누가 생각이냐 했겠냐만, 포르투갈어로 말하고 있었다. 왜 이런 부조화가 일어난 겁니까, 카인이 묻자 남자는 대답했다, 우리는 동쪽에서 이곳에 정착하러 왔지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했어요. 그 언어는 뭐라고 불렀나요, 카인이 물었다. 그거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언어였죠. (p.102-103)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만일 하와가 아담에게 그 열매를 먹으라고 주지 않았다면, 하와 자신이 그것을 먹지 않았다면, 그들은 여전히 에덴동산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 생활이 얼마나 지루할지 잘 알고 있다. (p.116-117)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우연히 아브라함이 여호와와 이야기를 했던 곳에서 잠깐 발을 멈추었고, 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데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나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나님은 아닌 거지요. (p.117)

모세는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각각 허리에 칼을 차고 야영장 이 문에서 저 문까지 왕래하며 각 사람이 그 형제를, 각 사람이 자기의 친구를, 각 사람이 자기의 이웃을 죽이라 하셨다. 이런 식으로 거의 삼천 명이 죽었다. 땅에서 솟아 나온 큰물처럼 천막들 사이로 피가 흘러, 마치 땅 자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나 목이 베었거나 창자가 밖으로 늘어진 채 둘로 갈라진 몸통이 늘어져 있었으며, 부녀자들의 비명은 너무 커서 여호와가 복수를 기뻐하고 있을 시나이 산 꼭대기에도 이르렀을 것이다. 카인은 눈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돔과 고모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여호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으니, 여기, 시나이 산 아래 그의 사악함을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에, 그런 경쟁자로 여겨지는 존재를 만든 것에 여호와가 분노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삼천 명이 있었던 것이다. (p.121-122)

카인은 릴리스에게 여호와로부터 아들을 희생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은 아브라함 이라는 사람, 또 하늘에 닿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지은 거대한 탑과 그것을 여호와가 허리케인으로 땅에 쓰러뜨린 사건, 또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과 동침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시와 여호와가 미래에 무엇을 바라게 될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들 위에 벌로 불과 유황을 내린 사건, 또 시나이라고 부르는 산의 기슭에 모인 엄청난 사람들과 그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다가 그 죄로 죽임을 당한 사건,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알려진 군대에 속한 서른여섯 명을 감히 죽인 도시와 마지막 어린아이까지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 주민, 또 여리고라고 부르는 다른 도시와 그 성벽이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 몇 개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로 무너지고 안에 있던 모든 것, 남녀, 노소, 심지어 소, 양, 나귀까지 다 죽은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p.153-154)

미래는 이미 적혀 있어요, 우리가 그것이 적힌 페이지를 읽는 법을 모를 뿐입니다, 카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어디에서 이런 혁명적인 생각을 발견했는지 의아했다. 너는 왜 네가 그런 경험을 할 사람으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글쎄요, 내가 선택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배웠어요. 그게 뭔데. 우리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는 완전히 미쳤다는 것. 감히 여호와 하나님이 미쳤다고 말하는 거야. 오직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미친 자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직접적임 책임이라고 이정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겁니다, 물론 진짜, 진정한 광기에 사로잡힌 경우가 아니라 진짜 단순한 악에 불과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하나님은 절대 악할 수가 없어, 악하다면 하나님이 아니지, 악은 악마에게나 해당하는 거야. 하나님이라 해도 단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을 죽여 장작 위에 올려놓고 태우라고 명령하는 건 옳을 수가 없어요, 가장 사악한 악마라도 어떤 사람한테 그런 걸 명령하지는 않을 겁니다. (p.154-155)

당신도 내가 본 것을 보았다면 같은 여자일 수가 없을 겁니다, 하늘의 불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 소돔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소돔이 어디야. 남자가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도시지요. 그래서 모두 죽임을 당한 거야. 모두, 한 사람도 탈출하지 못했어요, 생존자는 없었어요. 그 남자들이 냉대한 여자들도, 릴리스가 다시 물었다. 여자들도. 여자란 게 그래, 비에 당하지 않으면 바람에 당하지. 어쨌든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은 죄인의 대가를 치르는 데 익숙해졌어요. 여호와는 정의 관념이 아주 이상한 모양이군. 네, 인간의 정의가 어때야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의 관념입니다. (p.155)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여호와와 사탄이 내기를 했는데, 이 욥이라는 사람은 자기를 두고 하나님과 악마라는 두 도박사가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두 천사가 목소리를 합하여 소리를 질렀다. 여호와가 그렇게 하는 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카인이 말했다. 만일 내가 들은 대로 욥이 그 모든 부에도 불구하고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 맞고 또 신앙도 깊다면 그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돈과 소유를 모두 잃는 벌을 받을 참이라니, 다른 많은 사람들은 여호와가 의롭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브라함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는군요,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명령했지요,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p.162-163)

카인은 인간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동지애와 우정의 유대라고 묘사할 수 있는 관계를 확립한 천사 둘에게, 정말로 지금 인류를 멸하고나면, 그다음에 나오는 인류는 똑같은 오류, 똑같은 유혹, 똑같은 어리석음과 범죄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천사에 불과해, 우리는 네가 인간 본성이라고 부르는 이 불가해한 그림자극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어떻게 두 번째 실험이 첫 번째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첫 번째 실험은 우리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일련의 긴 참사들로 끝이 났는데 말이야, 간단히 말해서, 천사로서 우리의 솔직한 의견으로는, 모든 증거를 볼 때, 우리는 인간이 삶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아. 정말로 인간이 살 자격이 없다고 믿나요, 충격을 받은 카인이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한 말은, 반복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행동을 살펴볼 때 그 많은 어두운 면, 그 모든 아름다움, 웅장함, 장엄함이 있는 삶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한 천사가 대답했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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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인 읽고 있어요. ^^

다락방 2016-02-02 16:29   좋아요 0 | URL
오, 문나잇님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어때요?

moonnight 2016-02-02 16:32   좋아요 0 | URL
아직 40페이지정도밖에 안 읽었어요.ㅎㅎ 그런데 웃겨서 몇번 ㅋㅋ했어요. 여호와도 아담과 이브도 약간 코미디영화 ^^ 다락방님 재밌다하시니 계속 기대@_@;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신약 재해석이라는 [예수복음]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아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되게 욕먹을 책일 것 같아요. 하핫

유부만두 2016-02-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2복음`을 읽었는데요 웃기기보단 완전 비극으로 (복음이 없으니까요) 틀어서 쓴 이야기라 헉, 하면서 빨려들어 읽었어요. 책 괜찮았어요. 종교가 관련된 책이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꽤 멋진 책이에요.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제2복음은 절판이고 지금은 [예수복음] 으로 나와있는 것 같아요. 궁금해져서 이것도 읽어보려고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말씀하신것처럼 호불호가 아주 극명하게 갈릴 책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좋습니다, 이런 책!

무해한모리군 2016-02-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서 읽어보고 싶네요 아응!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읽으면서 막 신나더라고요! >.<

조 가저리 2016-02-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저는 `카인`이란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주제 아저씨 책은 처음 읽게 된건데, 오 좋았어요!

alummii 2016-02-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싶어지네요ㅎㅎ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히히

징가 2016-02-03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 했습니다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네, 다 읽으신 후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2-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했슴다!

다락방 2016-02-03 09:34   좋아요 0 | URL
저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다시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백 쪽 읽고 더이상 안읽어서 팔아버렸는데 ㅎㅎ

노란곰 2016-02-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 만들어진 신도 읽어보고! ㅎㅎ

다락방 2016-02-03 10:44   좋아요 0 | URL
만들어진 신은 두께가 있으니까 일단 러셀과 히친스를 추천합니다! 꺅 >.<

머큐리 2016-02-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ㅎㅎ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아, 저는 정말 신났어요. 히히.

건조기후 2016-02-0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기독교개론 교필이어서 억지로 듣고 엄청 까는 레포트 냈다가 C 받았던 기억이 ㅋㅋㅋ 까더라도 이렇게 멋지게 깠으면 C는 안 받았을텐데 말입니다 ㅎ 구구절절 완전 재밌네요! 저도 장바구니로 ^^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기독교개론.. 이라니. -_- 엄청 까는 레포트에 c 라니, 잘 받으셨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라마구 님의 이 책 읽어보시고 다시 까는 레포트 쓰시면 점수 잘 나올 것 같아요! ㅎㅎ
밑줄 재미있죠? 저도 읽으면서 막 짜릿짜릿 해서 좋았어요. 히힛 이런 거 너무 좋아요! >.<

에이바 2016-02-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밑줄 꼼꼼하게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재밌습니다. 제가 그은 밑줄이랑은 조금씩 다른데 페이퍼에 한 번 써 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2-03 17:59   좋아요 0 | URL
40페이지의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라는 문장이 너무 좋은 거에요! 여호와한테 한 방 먹인 기분이 들지 뭡니까! ㅎㅎ

에이바 2016-02-03 18:15   좋아요 0 | URL
제가 그은 밑줄은 좀 더 원색적인 디스였네요... 헷

서상권 2016-02-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학적인 삶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ㅎㅎ 글쎄요. 세상 모든 일에 자기 주관을 가지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오지랖 넓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마치 축구장 와서 야구 룰 적용한 해설한다는 느낌??? 적정한 비유는 아닌지 알면서도 설명드릴 능력이 박약하여...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요? 믿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믿는 바보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까지도 기도하는 믿는 사람들이 보다 생산적인 구성원이 아닐지... 필요하시면 가지고 있는 ˝The God delusion˝ 보내드릴 수 있어요.

다락방 2016-02-10 18:08   좋아요 0 | URL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빠가 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다`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저의 경우 교회를 다닌 오랜 기간동안에는 그 안에 있어서 오히려 문제를 볼 수 없었거든요. 바깥으로 나오고나서야 얼마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었는지 보였습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그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황인규 2016-02-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인간이 감히 알 수 있는걸까?
기독교에서는 신을 매개로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논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 같아서 반감이 많았는데...
주제 사라마구가 아주 신랄하고 해학적으로 까주는군요...
만약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제 생각에는 그 신이라는 존재는 아주 잔인하거나, 아무 생각없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거...
전지전능한 신이라면서 인간에게 왜 시험에 들게 하고 삶에서의 고통을 주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다 의미가 있는 거라고? 정말 잔인한 존재로군. 꼭 그렇게밖에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없는건가?
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함부로 결론내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인간의 나약함이 만들어낸 문화적 부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것!

황인규 2016-02-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얼마전에 샀는데 얼른 읽어야 겠네요.
아주 기대 됩니다.
다락방님 말씀처럼 관련 서적들 모두 사서 읽을 계획입니다. ^^

다락방 2016-02-10 18:0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칭찬보다는 비판이기 때문에, 비틀어대는 글이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성경을 더 잘 알았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도 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도 관련 책들을 천천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애가 타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어딘가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보고 읽고 싶었었는데 품절이라 실로 애가 탔었다. 그렇게 중고알림등록을 신청해놓았었고, 드디어 겟! 해서 기쁜 마음으로 봤는데, 제일 처음에 실린 단편 <애가 타다>를 읽고 멘붕.. 이거, 계속 읽어 말어? 처음 실린 단편이 이렇다면 그 뒤의 단편들은.. 읽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하고 고민고민하다가, 아니야,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지마, 라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읽었는데, 하하하하, 역시 첫 단편이 이렇다면 그 다음 단편들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일거라는 내 판단은 옳았다. 독서경력이 쌓이면서 이제 척 하면 착 이 되어버렸달까. 제기랄. 내 느낌을 믿을걸.


그러니까 단편에 등장하는 주연,조연 모두가 다 병맛 캐릭터인 거다. 첫번째 단편의 <애가 타다>는 삼십대초반(31이었나 30이었나 그즈음)의 여성이 24살의 젊은 남자랑 연인인지 뭔지 모를 관계로 지내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남자를 좋아해서 더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면 흉해보이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는 거다. 



결국 깨질 때 깨지더라도 박터지게 부딪혀보자는 일념으로 마호코 씨는 전근 간 뒤 연락 없는 남자를 만나러 훗카이도로 간다. (p.278,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라면 책에 대해 반드시 좋은 말만 써줘야 할까? 그렇다면 그도 못할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저 옮긴이의 말을 보면 뭔가 여자가 과감한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읽은 본문에서는 그렇다기 보다는 좀 끔찍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근이라 이사를 갔고 그래서 바쁘다고 연락도 잘 안하는 남자를 여자는 무작정 찾아가는 거다.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집이 어디다, 라고 데려가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물어물어 찾아가서는, 우편함에 세 차례에 걸쳐 쪽지를 써서 넣는다. 이건 뭐... 내가 이 여자의 상대였다면 너무나 불쾌해지는 일인 것이다. 아, 너무 싫어. 이건 사귀는 사이라도 싫은데 관계가 뭔지 애매모호한 사이에는 더 불쾌한 일 아닌가. 싫다. 아니, 그러니까, 또 이 못난이 젊은 남자는, 왜 또 여자한테 확신을 안줘? 여자가 '아닌가보다' 포기할라치면 남자는 또 '기다려줘요' 이딴 소리를 해대니까 여자는 다시 희망을 갖고 이러는 거다. 애초에 미적지근하게 만났다가 연락없다가 기다리랬다가 같은 개수작 부리지 말고 노선을 확실히 했으면 사실 여자도 이렇게 애가 타서 거기까지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닌가. 물론 연애는 저마다의 것이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내 모습이 나오는 거지만, 나 또한 병맛 연애를 해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지간에 진짜 병맛 캐릭터들의 병맛 관계였다. 어휴.. 여자가 노선을 확실히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었다.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게 둘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혹은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 젊은 놈이 못하니까 전전긍긍하는 여자가 하려던 거였는데, 어쨌든 좀 거시기했다. 짜증..



옮기이는 이 책이 노처녀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되게 구린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중간에 나는 이 작가가 몇년생인가, 다시 작가의 말을 봐야 했다. 왜 대체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하고.



스도 안네는 전업주부다. 남편의 벌이로만 생활하고 있다. 유부초밥인지 즉석식품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만 준비하면 마음대로 놀러다녀도 되는가보다. 아주 팔자 좋네, 하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것은 내 심성이 곱지 않아서일까. (한 걸음 더, p.247)



하아- 한숨이 났다. 이건 심성이 곱지 않아서가 아니다. 심성의 문제가 아니다. '시선'의 문제다. 책 속 노처녀들은 모두 남자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게다가 남자를 사귀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걸까? 그러면서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고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좋은 신부'가 되기 위해 회사에서도 남자사원들의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도맡아하는 여자 이야기가 나오는 <고마도리 씨 이야기>는 그중 가장 끔찍하다. 회사의 남자직원들에게 '좋은 신부가 되겠어' 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정말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믿는 여자라니, 그렇게 직원들의 담배를 사다주는 여자라니. 진짜 씨발스럽지 않은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칭찬하는 남자들은, 자기 담배심부름 해주는 여자라서 그런 거다. 진짜 개같아서 원 ㅋㅋㅋㅋㅋ 어디 칭찬하면서 사람 부려쳐먹냐 씨발놈들아. 어느 단편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1도 나오질 않아..



고마도리 씨는 로맨틱을 믿고 있다. 만남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남은 우연한 것이 좋다. 우연한 기적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소개를 부탁할 마음은 없었다. 내 쪽에서 움직여선 안 돼. 고마도리 씨 쪽에서 먼저 기회를 만들면 잘 안 되었다. (고마도리 씨 이야기, p.191)



(위의 박스 이상해... 왜이렇게 된거야 제기랄 ㅠㅠ)



배려를 하지 않는 인물들이 어느 단편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데, <막내 여동생> 에서는 '전남편'이 그렇다. '전아내'가 다니는 회사의 거래처에 근무하는 '전남편'은 그러니 그 회사에 올 일이 많은데, 그 둘이 부부였던 걸 당연히 회사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러고 다닌다.



나이는 쉰 살 정도로 가슴이 떡 벌어진 사람이다. 활달해서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다무라 씨는 여복 많기로 유명하다.

결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노라고 공언하고 다녔다. 다 젊은 혈기에 한 짓이었지, 하고 회사에 올 때마다 전처인 구와타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혈색 좋은 피부로 웃었다. (막내 여동생, p.74)



아니, 전처의 회사에서 전처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랑 결혼한 건 젊은 혈기에 한 짓이지, 이렇게 말하는 개새끼라니, 그러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웃는 놈이라니..참. 하아- 배려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구나. 아니 이건 진짜 예의 문제지. 



어제 여자1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그녀는 얼마전 썸남과 헤어진 얘기를 하면서, 그 썸남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 덧붙였다. 썸남은 '나는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야' 라며 자신이 당당한 캐릭터임을 알린 거다. 그러면서 예로 든게, '나는 못생긴 여자한테 너 못생겼다 라고 얘기해. 할 말 다 하고 살아' 라더란다. 아니 여기에도 씨발놈이... 내가 그 말을 듣고 여자1에게 그 남자랑 안사귀길 정말 잘했다며, 그건 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할 말 안할 말 구분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말했다. 더 웃긴건, 그런 얘기 듣는 게 불편해서 여자1이 '오빠도 잘생긴 건 아니야' 라고 했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란다. 뭐 이런... 예의가 예의인줄 모르는 개놈들이 사방에 깔려있는건가... 


작가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시선이 불편하다. 예의 없는 사람, 배려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그런 사람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예의 없고 배려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시선 조차도 내가 보기엔 구리다. 작정하고 쓴 노처녀(!) 소설인 것 같은데, 노처녀라서 남자를 사귀지 못해 안달하는 것 자체가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어떤 여자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남자에게 선택받고 싶어서, 남자의 눈에 들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는다. 물론 책 뒷표지에 나와있듯이 



서른한 살이 되었다.

연애중인 그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나 역시 상대에게 기대하는 말들이 있고, 상대가 해줬으면 하는 제스쳐들이 있지만,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것이 '내 나이가 벌써 얼마인데..' 해서는 아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그걸 남에게 보여야 한다, 고 이 책 속의 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못할 경우 위축되는 거다. 그 점이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소설이 쓰여진 시대 탓인지, 작가의 시선 탓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나이에 연애 한 번 못해보다니 쪽팔리다' 라든가 '결혼도 못하고 지금까지 뭐한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과 내가 맞지 않는다. 


나는 결혼을 하게 되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이란 게 살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를 하고 남자를 사귀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애인이 없을 때 존나 우울해서 죽을 것 같거나 하지도 않다. 내 나이는 벌써 이렇게 훌쩍 많아졌지만,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한 언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게 되면 간혹 신경 쓰이고 기가 죽기는 하지만(내가 너무 늙었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앞에서 쪼그라들진 않는다. 이런 내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여자들이 잔뜩 나오는 글을 읽으려니 읽는 내내 즐겁지가 않았다. 그냥 당신 혼자 살아, 그런 병신 같은 애인은 걷어차버려, 혼자이면 어때 우동이나 먹으러 가! 같은 말들을 이천번쯤 내뱉고 싶었다. 




음.. 재미없는 책의 리뷰를 참 재미있게 잘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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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에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딱 해주시네요^^ 스도 안네 이야기에선 폭발할 뻔 했어요... 나 참!
이렇게 재미없는 소설에도 재미난 리뷰를 달아주시는 대인배 다락방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6-01-31 15:02   좋아요 1 | URL
네, 소설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 어떤 소설에서도 짜증나는 캐릭터는 등장하잖아요. 그러나 그런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소설 자체가 짜증나거나 하진 않는데, 이 소설은 왜 소설 자체가 짜증이 날까.. 어쩌면 작가의 시선이 그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알수 있게 되고, 그게 나랑 안맞을 때 짜증나는 걸까. 이를테면 짜증나는 캐릭터를 그려놓지만 이야기 자체는 아름다울 수 있잖아요. 연민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속의 인물들은 그렇질 못하더라고요. 하아-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302moon 2016-01-2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정말 짜증나서; 읽고 난 뒤의 리뷰도 쓰지 않고, 읽고 싶어 하는 지인에게 건넸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문단, 엄청 공감하고 갑니다.
리뷰, 재밌게 잘 쓰셨어요.:) 저는 리뷰쓰기도 팽개쳤는데/

다락방 2016-01-31 15:03   좋아요 1 | URL
아, 302문님도 짜증나셨었군요! 아우 저는 진짜 읽다가 집어 던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회사 동료 남자 담배심부름에선 어찌나 빡이 치던지. 게다가 왜저렇게 남자남자 .. 남자를 사귀지 않으면 자기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그런 조급함이 아주 신경질 나더라고요. -0-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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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칠봉이는 카푸치노를 마셨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카푸치노란 단어를 듣노라니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아,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네, 충분히 사유한 뒤에 마실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라고 말했더니 칠봉이는 빵 터지면서, 무슨 먹을지 말지를 사유하고 결정해, 라고 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너 최근에 읽은 책에 사유란 말 나왔구나?"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했다. 사유란 말을 써보고 싶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실까 말까 짧지 않은 시간 사유하고 마시기로 결정해서 지금 마시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유와 은유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어렵다. 하아. 수전 손택의 다른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 동안 독서근육이 좀 붙었겠지 싶어 다시 도전하자 했던건데, 내게 독서근육은 아직도 모자란가 보다.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많이 알게돼야 그제서야 수전 손택이 하는 말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답했다. 물론 주석으로 누구인지 알려주긴 하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주석을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는 게 싫다.

조너선 콧과 수전 손택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대화라는 게 상대방과 같은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게 확실히 유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했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학생이고 수전 손택의 모든 책들을 여러차례 읽고 인상 깊은 구절들을 인터뷰 내내 인용한다. 또한 그 둘중 누군가 어떤 인물(소설가와 음악가와 사진가등등)에 대해 얘기하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그 사람을 알고 있더라. 이러니 그 둘이 대화를 하다가 멈추게 되었을 때 또다시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요즘 '대화' 혹은 '소통'이란 것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결론이 나왔는데, 대화에 필요한 가장 첫번째 요소는 바로 '상대에 대한 관심' 이라는 거다. 상대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그것을 알고자 하는 '관심'이 있어야 일단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거다. 풍부한 지식은 그 다음에 온다. 혹여 지식이 없다면, 서로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관심은 없다면, 그 대화는 성립될 수 없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날, 자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달라며 밥을 굶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유민아빠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소통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만큼 그에게 부족한 게 '지식'이었을까?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외국어도 여러개 한다지 않는가.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활, 생각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뿐이다.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던거지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던 거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물론 그 이유뿐만은 아니겠지만- 수전 손택의 저서들을 읽고 수전 손택이 감독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포스터나 책의 표지들까지 관심있게 바라본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수전 손택에 대해서 계속 관심은 가질텐데, 다음에 그녀의 책을 읽게 되기전까지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지만, 내가 그녀를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또 그녀의 책을 읽는다고해서 그녀가 언급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 어떤 뜻인지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 



다른 얘긴데, 나는 진짜 언젠가는 내가 머무는 곳에 다정한 이들 몇을 초대해 함께 오랜 시간을 이야기나누고 싶다. 졸려서 더이상 얘기를 나눌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다섯 달 후, 11월 어느 쌀쌀한 오후에 나는 그녀가 소위 "자기만의 복구 시스템"이며 "그리움의 아카이브"라고 칭한 8000권의 장서에 에워싸여 살고 있던, 106번가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의 교차로에 자리해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널찍한 펜트하우스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 신성한 곳에서 그녀와 나는 밤늦은 시각까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p.18)




이 책의 리뷰에 대한 별점은 의미 없다. 내가 이해를 다 하지 못했으므로 완전한 좋은 책이 될 수 없었기에 그냥 중간 정도의 셋을 줄까 어쩔까 망설이다 넷을 클릭하긴 했는데, 알라딘에 별점 없는 리뷰도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사람이 그 속에 있든 없든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정말로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내게는 글쓰기를 지금 현재 내게 벌어지는 일과 연결하는 쪽이 그 경험에서 물러나 다른 일을 하려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안 그러면 자기 자신을 두 쪽으로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p.29)

언젠가 인도에 갔을 때 인디라 간디에게, 그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인도의 수장이 여자라는 사실이 곧 지금 사람들에게 여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인지, 혹은 여자들의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높아졌다는 뜻인지 말이에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제가 수상이 되었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저 제가 예외라는 뜻일 뿐이죠"라고요. (p.112)

세 살 때부터 독서를 시작했거든요. 읽고 처음으로 감동을 받은 소설은 『레미제라블』이었어요. 엉엉 울고 흐느끼고 통곡을 했죠. 책을 읽는 아이는, 집 안에 돌아다니는 책들을 그냥 읽게 마련이에요. 열세 살쯤에는 만과 조이스, 엘리엇과 카프카 그리고 지드를 읽었죠. 대체로 유럽 작가들이었어요. 미국 문학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고요. 모던라이브러리 문고판에서 많은 작가들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대는 홀마크 카드 상점에서 그 문고판을 팔았는데, 용돈을 모아서 그 책들을 전부 다 사들이곤 했어요. 심지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진짜 재미없는 책들도 다 샀어요.(웃음) 모던라이브러리의 책들은 전부 멋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p.136-137)

당연히 저는, 예술로 재현된 걸 이해할 때보다 제 삶에서 훨씬 더 편협하고 촌스러워요. 예술에 대해서는 훨씬 보편적이고 차이를 존중하죠. 그리고 확실히 저는 편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친밀함을 좋아하거든요. 암호로 말하자면, 유태인적인 종류의 친밀함 말이에요. 말이 아주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고, 따뜻하고, 육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그렇지만 브레송이나 파뇰의 영화 속에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제 삶을 살면서 한계를 극복해야죠. (p.142)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네 시에 제가 하는 것 중 하나는, 양을 세는 대신 머릿속으로 문학 선집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 아이디어들 중 하나가 로라 라이딩이나 폴 굿맨 같은 작가들의 단편 선집이죠. 이 모든 일이 결국은 잘 정리되고 이런 작가들이 자기 독자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p.171)

뉴욕은 내가 굳건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고 내 본거지라는 느낌을 주며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해요. 그곳을 내가 핵심정인 장소로 고른 건 가까운 지인들 대다수가 이곳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제 아들, 편집자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이요. 그리고 대부분의 책을 보관해두는 절벽의 틈새 같은 공간이 있어요. 그러나 뉴욕에 참담하리만큼 부재하는 한 가지는 종류를 막론하고 자연이죠. 정상적으로 살고 죽는 것을 접할 길이 없어요. 땅바닥에 누워 밤에 하늘을 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 광경은 인간에게 죽어야 할 운명과 우주에서의 자기 자리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건 무섭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잖아요. 뉴욕에서는 그냥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갈 뿐이지요. (p.187)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한테는 효과가 있는 착각이에요. 심지어 내가 독학을 했다는 생각마저 해요. 버클리, 시카고, 하버드, 굉장히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말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내가 독학자라고 생각해요. 한 번도 누군가의 제자나 총아가 되어본 적이 없었고, 누가 밀어준 적도 없고, 내가 `출세`한 것도 누군가의 연인이나 아내나 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물론 도움을 받는 게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러나 난 혼자 해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도전을 받아들였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서 흥분을 느꼈죠. (p.194-195)

내게는,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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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택의 책 중에 두권을 읽었죠..타인의 고통, 사진에 대하여...책의 진도 빼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16-01-07 12:12   좋아요 1 | URL
저는 타인의 고통을 읽다가 포기했어요.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이 책, [수전 손택의 말]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하여]가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근육을 좀 키워서 도전해보려고요. 다른 분들께도 어려운 책이었나 보네요. 어쩐지 위안이 돼요 ㅜㅜ

살리미 2016-01-07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의 글을 읽고 이렇게 알기 쉽게 리뷰를 쓸 수 있는게 다락방님 매력이에요^^ 저도 어려운 건 너무 싫어요. 다락방님 표현처럼 독서근육이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겁나서 도전 못하는 책도 많고요. 어려운 책 읽으면 리뷰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못알아듣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ㅎㅎ
다락방님은 어려운 책을 읽고도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다니 너무 부러운 능력입니다^^ 사유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6-01-07 12:15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 요약하는 리뷰를 쓰려고 했다면 저는 아마 시도도 못했을 거에요. 제가 이해를 못한 책이라서 줄거리 요약이고 뭐고 아예 접근을 못하겠더라고요. 대신 읽다가 느꼈던 것, 생각났던 것에 대해서 중얼거린, 리뷰라기엔 참 뭣한.. 그런 글입니다. 하핫. 리뷰계의 가장 핫한 오로라님께서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헤헷. 기분 좋네요. 움화화핫. 더 잘해보겠습니다! >.<

yureka01 2016-01-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yureka01.tistory.com/1147 오래전에 쓴 리뷰입니다.참고 하셔도 좋아요 ^^. .~~

다락방 2016-01-07 13:36   좋아요 1 | URL
우아- 엄청 성실하게 작성하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그 책을 이해를 못할 것 같아요. ㅎㅎ

아무개 2016-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리뷰는 쓸 엄두도 안나더라구요.
ㅜ..ㅜ

다락방 2016-01-07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다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아 이해 못하는 제가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0-

heima 2016-01-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되게 귀여움 받는(?) 애인이실 듯 해요- 아침부터 기분좋게 빵터지게 하는 능력이라니!!

리뷰 좋아요. 수전손택의 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나는 한참 더 근육을 길러야겠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ㅋ

저는 요즘 시집을 읽고 싶어서 뭘 읽을까 고민중인데, 며칠 전 꿈에 다락방님이 나와서(!) 시집 몇 권을 추천해주셨답니다 ㅋ 그런데 무슨 시집이었는지 깨고 나니 기억이 안나네요... 아쉬워라... ㅋㅋ

다락방 2016-01-08 08:47   좋아요 1 | URL
우앗. 제가 헤이마님 꿈 속에서 추천해드렸을 시집이 무얼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걸 왜 기억을 못하시는 겁니까! 기억해보세요! ㅎㅎ 저는 과연 어떤 시집을 추천해드렸을까요? 시집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흐흣.
수전 손택은 저에겐 어려웠어요, 헤이마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해도 그 좋은 걸 오롯이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제가 뭘 알아먹어야 좋아하든 아니든 할텐데 말이지요. 아직 내 독서력이 거기까지 이르진 못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독서였어요.

네, 애인은 요즘 제 귀여움에 흠뻑 빠져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정말 뜬금없이 ˝수전(노 는 제 눈이 맘대로 붙였어요 ㅡ.ㅡ) + 카푸치노 = 카푸치노 먹고 싶은데 돈 아깝다. 라는 이상한....... ㅡ.ㅡ 제가 용돈이 똑 떨어져서 그럴까요? ㅡ.ㅡ 긁적긁적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아..... ㅡ.ㅡ 극적

다락방 2016-01-08 08: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오늘 커피 사마시고 싶었는데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못 사먹었어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까워할 돈조차 없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다시 정독하며, 저에게도 이런 책이 하나 있는데 ˝괴델, 바하, 에셔˝ 라고.. 저는 괴델도 좋아하고, 바하도 좋아하고, 에셔도 참 좋아하는데. 정말이지 이 책은 어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십년도 더 묵혔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11 08:16   좋아요 0 | URL
괴델, 바하, 에셔..라니 저는 제목만 봐도 음, 어렵겠구나, 진도를 뽑을 수가 없겠어, 하고 읽지 못할 것 같아요. 혹시 또 모르죠. 오랜 시간 후에는 독서근육이 좀 더 만들어져서 도전할 수 있을지도요. 진도가 안나가는 책 붙들고 있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거기 잡혀 있느라 다른 책을 못읽잖아요. ㅠㅠ 그래서 제 경우엔 음 어렵다 싶으면 일단 과감히 포기해요. 문제는, 그렇게 과감히 포기한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진 않는다는 거죠..음.. ㅠㅠ

단발머리 2016-0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어요. 음... 어려웠고...
<타인의 고통>은 더 조금밖에 읽지 못 해서 수전 손택은 언제나 수전 숙제....

인용 해주신 단락 밑에서 두 번째 좋아요.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독학했다고 착각한다.
이런 인식을 남자작가들에게서는 많이 발견할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요.
스스로 아무에게도 영향받지 않음을, 스스로를 독특한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는 거요.
수전 손택에게서는 그런 아우라가 있어요.
나는 작가다..... 멋져요. 멋진 사람...

다락방 2016-01-11 08: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수전 손택 어려워 포기하셨었군요. 제 경우엔 [타인의 고통]을 포기했어요. 아, 이 책은 내가 읽을 책이 아니로구나, 하고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말하는데 왜 나는 못읽겠을까? 해서 스스로 좀 위축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나는 수전 손택이 어렵다, 라고 고백하고 보니 다른 분들도 어려워했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네요. 일단 저는 제 능력이 닿는 것까지만 읽고 다른 것들은 근육을 키운 뒤에 읽어야겠어요.

저는 부모님이 대학등록금까지 대주셨고(용돈은 제가 벌어 썼지만),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긴 했지만,
제 경우에도 제가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는 아주 강한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그간은 어리석은 사람에 더 가까웠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 시간과 내 노력 그리고 내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을 밑줄 긋게 되더라고요.

단발머리님,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 매일매일 아, 오늘도 또 하나 배웠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시사IN 제432호 2015.12.26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시사인의 정기구독이 끝났다. 지난 2주간이었나, 정기구독이 곧 끝나니 다시 재구독 해달라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다. 낯선 번호라 받지 않았더니 문자로 남겨져서, 그래서 아 이 번호가 재구독을 권유하는 번호구나, 알았다. 


나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고 몇 년간 보던 일간지도 구독을 끊은지 오래됐다. 인터넷으로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런 내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는 것은 시사인이었다. 물론, SNS도.

정기구독이 끝났다는 말에 친구는 1년 더 볼래? 물었고, 나는 아니, 그동안 고마웠어, 괜찮아, 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호를 서점에 가서 사왔다. 별책부록으로 해마다 그렇듯이 <2015 행복한 책읽기>가 딸려왔는데, 일단 시사인 보다 그 책을 먼저 봤다. 김명남 번역가를 보다가 너무 멋있어서 절망하고(!)-이런 근사한 사람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내 또래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뭐했지 ㅠㅠ-, 몇 권의 책을 보관함에 담았다. 그리고 시사인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나는 시사인이 좋구나, 생각했다.


독자들과의 대화가 소개되는 앞장도, 편집국장의 말도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번 호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강원국씨 인터뷰>였는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그 글을 읽는데 하염없이 좋았다가 답답해졌다가 해서, 아, 내가 시사인이 아니라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겠는가 싶어지는 거다. 잠깐 인용해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설일 때는 직접 구술해줬다. 한번 올라가면 두 시간씩 얘기하는데, 녹음을 해도 사실 들을 시간이 없다. 구술하고 나면 빨리 다시 보고 싶어 한다. 바로 야마(주제)잡고 써야 한다. 한번은 전화로 구술받았다가 되게 혼난 적이 있다. 5년차 신년 기자회견이었는데, 대통령 콘텐츠를 이제 안다고 생각해서 나름 해석하면서 썼다. 대통령이 당일 아침에 보고 화가 났다. 하기 싫으면 그만하라고 했단다. 그걸 부속실장이 녹음해서 줬다. 마음이 참담했다.

(노무현)대통령이 실전에 강했다. 내가 실수했어도 실제로는 연설을 잘했던 거다. 잘하고 나니 화가 다 풀린다. 만약에 못했으면 '이 자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3.1절 때도 연설문 위에 메모해서 즉석연설을 후련하게 했다. 연설 원고에 본인이 메모지 붙인 걸 나중에 나한테 보내셨다. 공부하라고. 그만큼 임기응면에 강했다. 대통령이 연설을 잘 못한 거 임기 내내 딱 한 번 봤다. (시사인 인터뷰-강원국, p.37)



(위의 연설문에 대해)우린 그런 연설문 못 쓴다.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이 절실히 겪은 문제기 때문에 나오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연설 안에 자기가 있다. (p.39)






올해 최악의 인물로 김무성이 뽑힌 것에 대해서 크게 동의한다.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도, <학교의 속살> 코너도 나의 패이버릿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내게 꽤 중요하게 여겨진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알려고 들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 게 아닐까.


지난주에 회사 동료와 밥을 먹는데, 동료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차장님 제가 처음 만났을 때랑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나는 그 말을 긍정적으로 들었다. 확실히 나는 그 동료를 만났던 십년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극단적으로 싫다고 말하는 일도 줄었고, 저 사람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늘어났다. 사소하게는 이 페이퍼 상에서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도 유연해졌다. 세상일에 예전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앞으로도 계속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면 시사인을 그만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1일이 되면, 새해 선물로 내가 나에게 시사인 정기구독을 신청해줘야겠다. 아니, 지금 신청해야겠다. 더 나은 인간이 되자는 격려로 이것 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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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5-12-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저도 재구독했어요.반갑네요.^^

다락방 2015-12-28 11:1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재구독 신청 막 완료했어요! 반갑습니다! ㅎㅎ

꼬마요정 2015-12-28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구독 했네요.. 주간지는 자주 와서 다 챙기지 못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ㅎㅎ

다락방 2015-12-28 16:28   좋아요 0 | URL
18만원이라니 큰 맘 먹어야 했는데, 이게 매달결제가 가능해서 15,000원이면 되더라고요. 신문 구독하는 것과 같은 가격이니 매달 결제로 선택하니 부담이 좀 덜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어요.

테레사 2015-12-2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재밌네요..시사인 구독을 은근 권유하는 글같아요..ㅎ 저는 한겨레21을 오랫동안 구독해 왔는데..시사인으로 갈아탈까..어쩔까..둘다볼까? 아냐 난 두개의 잡지를 볼 만큼의 형편은 안돼 했다가...암튼 아직도 결정 못내리고 있어요.

다락방 2015-12-28 16:30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시사인 하나도 다 챙겨보지는 못해서 보고싶은 것만 보게 되거든요. 그러니 매주 두 개의 주간지를 받아보게 된다면 무척 힘들것 같아요. 막 밀리고... 테레사님, 잘 생각하셔서 결정하세요. 하핫;;

비연 2015-12-2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악의 인물로 김무성이 뽑혔다는 말에... 잠시 저도 구독할까 싶어지네요.
크게 동의고 또 크게 동의하고.. 사실 보기도 싫은 인간상입니다..ㅜ

다락방 2015-12-28 16:31   좋아요 0 | URL
김무성은 끊임없이 어처구니 없는 말만 골라하는 인물인데 최악의 인물로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없지요. 아무쪼록 내년에는 최악의 인물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_-

뽈따구 2015-12-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 아들이 매일 저보고 핸드폰 책 그만보고 종이책 읽으라고 잔소리 하는데, 저도 시사인 구독하고 아들책볼때 옆에서 시사인 종이책 봐얄까봐요. ㅎㅎㅎㅎ

근데,,,,, 악플이 있어요???! 몰랐네요, 그리고 놀랍네요. 이런 글들에도 악플이 달리다니..... >,.<

다락방 2015-12-28 16:33   좋아요 0 | URL
뽈따구님, 시사인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 위에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김형민 피디의 역사이야기가 정말 좋거든요. 저도 일 년 구독했으니 이제 되었다, 하려했는데 이걸 그만 볼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추천합니다!!

하하 네, 저에게도 악플이 달립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런 글을 포함해서 제 다른 글들까지 되게 보기 싫고 짜증나고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악플도 달리고 지적질도 달리고 그래요. 하핫.
그치만 이제 비난을 위한 비난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게 됐어요. 하핫.

책탐 2015-12-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사러가는것도 일이네요. 매주 다 챙겨읽진 못해도 정기구독이 좋을꺼 같기도 하고..올해가 가기전에 결정을 해야하는데..ㅜㅜ

다락방 2015-12-28 16:34   좋아요 0 | URL
저도 새해에 재구독 신청하려고 했는데요, 새해부터 받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퍼 쓰자마자 부랴부랴 재구독 신청했어요. 책탐님, 우리 정기구독 친구해요!! >.<

2015-12-2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12-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글쿤요ㅜ 좋은연말보내십시오

다락방 2015-12-30 10:04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셔요!!

보슬비 2015-12-2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구독했어요. ^^

다락방 2015-12-30 10:04   좋아요 0 | URL
저도 재구독 했어요. 할 수밖에 없었어요. 흣.

transient-guest 2015-12-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뽑은 최악의 인물은 2012년 12월 이래 꾸준히 `그녀`입니다. 이제 곧 다가오는 병신년, `그녀`는 변함없이 `그녀`가 하던 짓들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갑갑하네요. 밤새 들어온 `위안부` `문제` 한일타결과 `그녀`의 담화에 빡쳐 하루 종일 화가 납니다. 시사인 계속 보세요.ㅎㅎ 주진우를 위해서라도.

다락방 2015-12-30 10:05   좋아요 0 | URL
진짜 토할것 같아요. 이 토할 것 같은 소식들을 알고 싶지 않다가도 그래도 알아야 뭘 해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보겠습니다! 하아-

2016-01-02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