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아침에 칠봉이는 카푸치노를 마셨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카푸치노란 단어를 듣노라니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아,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네, 충분히 사유한 뒤에 마실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라고 말했더니 칠봉이는 빵 터지면서, 무슨 먹을지 말지를 사유하고 결정해, 라고 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너 최근에 읽은 책에 사유란 말 나왔구나?"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했다. 사유란 말을 써보고 싶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실까 말까 짧지 않은 시간 사유하고 마시기로 결정해서 지금 마시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유와 은유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어렵다. 하아. 수전 손택의 다른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 동안 독서근육이 좀 붙었겠지 싶어 다시 도전하자 했던건데, 내게 독서근육은 아직도 모자란가 보다.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많이 알게돼야 그제서야 수전 손택이 하는 말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답했다. 물론 주석으로 누구인지 알려주긴 하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주석을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는 게 싫다.

조너선 콧과 수전 손택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대화라는 게 상대방과 같은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게 확실히 유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했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학생이고 수전 손택의 모든 책들을 여러차례 읽고 인상 깊은 구절들을 인터뷰 내내 인용한다. 또한 그 둘중 누군가 어떤 인물(소설가와 음악가와 사진가등등)에 대해 얘기하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그 사람을 알고 있더라. 이러니 그 둘이 대화를 하다가 멈추게 되었을 때 또다시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요즘 '대화' 혹은 '소통'이란 것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결론이 나왔는데, 대화에 필요한 가장 첫번째 요소는 바로 '상대에 대한 관심' 이라는 거다. 상대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그것을 알고자 하는 '관심'이 있어야 일단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거다. 풍부한 지식은 그 다음에 온다. 혹여 지식이 없다면, 서로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관심은 없다면, 그 대화는 성립될 수 없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날, 자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달라며 밥을 굶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유민아빠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소통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만큼 그에게 부족한 게 '지식'이었을까?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외국어도 여러개 한다지 않는가.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활, 생각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뿐이다.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던거지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던 거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물론 그 이유뿐만은 아니겠지만- 수전 손택의 저서들을 읽고 수전 손택이 감독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포스터나 책의 표지들까지 관심있게 바라본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수전 손택에 대해서 계속 관심은 가질텐데, 다음에 그녀의 책을 읽게 되기전까지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지만, 내가 그녀를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또 그녀의 책을 읽는다고해서 그녀가 언급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 어떤 뜻인지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 



다른 얘긴데, 나는 진짜 언젠가는 내가 머무는 곳에 다정한 이들 몇을 초대해 함께 오랜 시간을 이야기나누고 싶다. 졸려서 더이상 얘기를 나눌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다섯 달 후, 11월 어느 쌀쌀한 오후에 나는 그녀가 소위 "자기만의 복구 시스템"이며 "그리움의 아카이브"라고 칭한 8000권의 장서에 에워싸여 살고 있던, 106번가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의 교차로에 자리해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널찍한 펜트하우스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 신성한 곳에서 그녀와 나는 밤늦은 시각까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p.18)




이 책의 리뷰에 대한 별점은 의미 없다. 내가 이해를 다 하지 못했으므로 완전한 좋은 책이 될 수 없었기에 그냥 중간 정도의 셋을 줄까 어쩔까 망설이다 넷을 클릭하긴 했는데, 알라딘에 별점 없는 리뷰도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사람이 그 속에 있든 없든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정말로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내게는 글쓰기를 지금 현재 내게 벌어지는 일과 연결하는 쪽이 그 경험에서 물러나 다른 일을 하려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안 그러면 자기 자신을 두 쪽으로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p.29)

언젠가 인도에 갔을 때 인디라 간디에게, 그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인도의 수장이 여자라는 사실이 곧 지금 사람들에게 여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인지, 혹은 여자들의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높아졌다는 뜻인지 말이에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제가 수상이 되었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저 제가 예외라는 뜻일 뿐이죠"라고요. (p.112)

세 살 때부터 독서를 시작했거든요. 읽고 처음으로 감동을 받은 소설은 『레미제라블』이었어요. 엉엉 울고 흐느끼고 통곡을 했죠. 책을 읽는 아이는, 집 안에 돌아다니는 책들을 그냥 읽게 마련이에요. 열세 살쯤에는 만과 조이스, 엘리엇과 카프카 그리고 지드를 읽었죠. 대체로 유럽 작가들이었어요. 미국 문학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고요. 모던라이브러리 문고판에서 많은 작가들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대는 홀마크 카드 상점에서 그 문고판을 팔았는데, 용돈을 모아서 그 책들을 전부 다 사들이곤 했어요. 심지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진짜 재미없는 책들도 다 샀어요.(웃음) 모던라이브러리의 책들은 전부 멋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p.136-137)

당연히 저는, 예술로 재현된 걸 이해할 때보다 제 삶에서 훨씬 더 편협하고 촌스러워요. 예술에 대해서는 훨씬 보편적이고 차이를 존중하죠. 그리고 확실히 저는 편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친밀함을 좋아하거든요. 암호로 말하자면, 유태인적인 종류의 친밀함 말이에요. 말이 아주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고, 따뜻하고, 육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그렇지만 브레송이나 파뇰의 영화 속에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제 삶을 살면서 한계를 극복해야죠. (p.142)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네 시에 제가 하는 것 중 하나는, 양을 세는 대신 머릿속으로 문학 선집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 아이디어들 중 하나가 로라 라이딩이나 폴 굿맨 같은 작가들의 단편 선집이죠. 이 모든 일이 결국은 잘 정리되고 이런 작가들이 자기 독자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p.171)

뉴욕은 내가 굳건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고 내 본거지라는 느낌을 주며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해요. 그곳을 내가 핵심정인 장소로 고른 건 가까운 지인들 대다수가 이곳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제 아들, 편집자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이요. 그리고 대부분의 책을 보관해두는 절벽의 틈새 같은 공간이 있어요. 그러나 뉴욕에 참담하리만큼 부재하는 한 가지는 종류를 막론하고 자연이죠. 정상적으로 살고 죽는 것을 접할 길이 없어요. 땅바닥에 누워 밤에 하늘을 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 광경은 인간에게 죽어야 할 운명과 우주에서의 자기 자리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건 무섭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잖아요. 뉴욕에서는 그냥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갈 뿐이지요. (p.187)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한테는 효과가 있는 착각이에요. 심지어 내가 독학을 했다는 생각마저 해요. 버클리, 시카고, 하버드, 굉장히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말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내가 독학자라고 생각해요. 한 번도 누군가의 제자나 총아가 되어본 적이 없었고, 누가 밀어준 적도 없고, 내가 `출세`한 것도 누군가의 연인이나 아내나 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물론 도움을 받는 게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러나 난 혼자 해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도전을 받아들였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서 흥분을 느꼈죠. (p.194-195)

내게는,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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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택의 책 중에 두권을 읽었죠..타인의 고통, 사진에 대하여...책의 진도 빼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16-01-07 12:12   좋아요 1 | URL
저는 타인의 고통을 읽다가 포기했어요.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이 책, [수전 손택의 말]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하여]가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근육을 좀 키워서 도전해보려고요. 다른 분들께도 어려운 책이었나 보네요. 어쩐지 위안이 돼요 ㅜㅜ

살리미 2016-01-07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의 글을 읽고 이렇게 알기 쉽게 리뷰를 쓸 수 있는게 다락방님 매력이에요^^ 저도 어려운 건 너무 싫어요. 다락방님 표현처럼 독서근육이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겁나서 도전 못하는 책도 많고요. 어려운 책 읽으면 리뷰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못알아듣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ㅎㅎ
다락방님은 어려운 책을 읽고도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다니 너무 부러운 능력입니다^^ 사유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6-01-07 12:15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 요약하는 리뷰를 쓰려고 했다면 저는 아마 시도도 못했을 거에요. 제가 이해를 못한 책이라서 줄거리 요약이고 뭐고 아예 접근을 못하겠더라고요. 대신 읽다가 느꼈던 것, 생각났던 것에 대해서 중얼거린, 리뷰라기엔 참 뭣한.. 그런 글입니다. 하핫. 리뷰계의 가장 핫한 오로라님께서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헤헷. 기분 좋네요. 움화화핫. 더 잘해보겠습니다! >.<

yureka01 2016-01-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yureka01.tistory.com/1147 오래전에 쓴 리뷰입니다.참고 하셔도 좋아요 ^^. .~~

다락방 2016-01-07 13:36   좋아요 1 | URL
우아- 엄청 성실하게 작성하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그 책을 이해를 못할 것 같아요. ㅎㅎ

아무개 2016-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리뷰는 쓸 엄두도 안나더라구요.
ㅜ..ㅜ

다락방 2016-01-07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다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아 이해 못하는 제가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0-

heima 2016-01-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되게 귀여움 받는(?) 애인이실 듯 해요- 아침부터 기분좋게 빵터지게 하는 능력이라니!!

리뷰 좋아요. 수전손택의 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나는 한참 더 근육을 길러야겠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ㅋ

저는 요즘 시집을 읽고 싶어서 뭘 읽을까 고민중인데, 며칠 전 꿈에 다락방님이 나와서(!) 시집 몇 권을 추천해주셨답니다 ㅋ 그런데 무슨 시집이었는지 깨고 나니 기억이 안나네요... 아쉬워라... ㅋㅋ

다락방 2016-01-08 08:47   좋아요 1 | URL
우앗. 제가 헤이마님 꿈 속에서 추천해드렸을 시집이 무얼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걸 왜 기억을 못하시는 겁니까! 기억해보세요! ㅎㅎ 저는 과연 어떤 시집을 추천해드렸을까요? 시집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흐흣.
수전 손택은 저에겐 어려웠어요, 헤이마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해도 그 좋은 걸 오롯이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제가 뭘 알아먹어야 좋아하든 아니든 할텐데 말이지요. 아직 내 독서력이 거기까지 이르진 못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독서였어요.

네, 애인은 요즘 제 귀여움에 흠뻑 빠져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정말 뜬금없이 ˝수전(노 는 제 눈이 맘대로 붙였어요 ㅡ.ㅡ) + 카푸치노 = 카푸치노 먹고 싶은데 돈 아깝다. 라는 이상한....... ㅡ.ㅡ 제가 용돈이 똑 떨어져서 그럴까요? ㅡ.ㅡ 긁적긁적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아..... ㅡ.ㅡ 극적

다락방 2016-01-08 08: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오늘 커피 사마시고 싶었는데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못 사먹었어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까워할 돈조차 없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다시 정독하며, 저에게도 이런 책이 하나 있는데 ˝괴델, 바하, 에셔˝ 라고.. 저는 괴델도 좋아하고, 바하도 좋아하고, 에셔도 참 좋아하는데. 정말이지 이 책은 어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십년도 더 묵혔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11 08:16   좋아요 0 | URL
괴델, 바하, 에셔..라니 저는 제목만 봐도 음, 어렵겠구나, 진도를 뽑을 수가 없겠어, 하고 읽지 못할 것 같아요. 혹시 또 모르죠. 오랜 시간 후에는 독서근육이 좀 더 만들어져서 도전할 수 있을지도요. 진도가 안나가는 책 붙들고 있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거기 잡혀 있느라 다른 책을 못읽잖아요. ㅠㅠ 그래서 제 경우엔 음 어렵다 싶으면 일단 과감히 포기해요. 문제는, 그렇게 과감히 포기한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진 않는다는 거죠..음.. ㅠㅠ

단발머리 2016-0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어요. 음... 어려웠고...
<타인의 고통>은 더 조금밖에 읽지 못 해서 수전 손택은 언제나 수전 숙제....

인용 해주신 단락 밑에서 두 번째 좋아요.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독학했다고 착각한다.
이런 인식을 남자작가들에게서는 많이 발견할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요.
스스로 아무에게도 영향받지 않음을, 스스로를 독특한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는 거요.
수전 손택에게서는 그런 아우라가 있어요.
나는 작가다..... 멋져요. 멋진 사람...

다락방 2016-01-11 08: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수전 손택 어려워 포기하셨었군요. 제 경우엔 [타인의 고통]을 포기했어요. 아, 이 책은 내가 읽을 책이 아니로구나, 하고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말하는데 왜 나는 못읽겠을까? 해서 스스로 좀 위축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나는 수전 손택이 어렵다, 라고 고백하고 보니 다른 분들도 어려워했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네요. 일단 저는 제 능력이 닿는 것까지만 읽고 다른 것들은 근육을 키운 뒤에 읽어야겠어요.

저는 부모님이 대학등록금까지 대주셨고(용돈은 제가 벌어 썼지만),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긴 했지만,
제 경우에도 제가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는 아주 강한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그간은 어리석은 사람에 더 가까웠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 시간과 내 노력 그리고 내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을 밑줄 긋게 되더라고요.

단발머리님,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 매일매일 아, 오늘도 또 하나 배웠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