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제73호) [시사 IN]에 영화 에세이스트 '김세윤'이 쓴 글을 보면 '자신의 단호한 도덕적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오직 견고한 의심의 함정에 밀어넣는 것만으로도~'라는 문장이 나온다. '메릴 스트립'주연의 영화 『DOUBT』를 감상하고 쓴 글중의 일부인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내 모든 확신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가 바르다고 믿는 것은 도대체 무엇으로 확신하는가. 나 역시 그저 나만의 도덕적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그 환경을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내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중의 하나는 바로 '잘못된 말 한마디로 끌려가는' 행위이다.  

 

 '트루히요'가 집권하던 시절의 도미니카 공화국. 오스카의 외할아버지 '아벨라르'는 자신이 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한마디 말로 유치장에 끌려간다. 

" 아니, 시체는 없군. 트루히요가 내 대신 치워준 게 틀림없어." 

사실 이 말도 문제였지만(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 말을 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 그가 유치장에 끌려가서 심한 고통을 받으며 수감생활을 하게 된 데에는 집권자 트루히요에게 자신의 예쁜딸을 강간하라며 갖다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루히요가 요구했는데도 아벨라르는 재클린을 데려다 놓지 않았다. 그는 결국 유치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사에 무지한 나는 설마 이 악랄한 지배자가 실존인물인걸까 의심했다. 그러나 책 뒤에 저자의 주석에 그는 엄연히 실재했다. 그걸 읽으면서도 이건 지은이의 유머스런 주석인걸까 또한번 의심했다. 다시 한번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트루히요-도미니카의 독재자(1930~61).

 
암살당할 때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다. 1918년 도미니카 군에 입대했으며, 미국이 이 나라를 점령한 기간(1916~24)중 미국 해병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1919~25년에 육군 소위에서 보안대 대령으로 승진했으며, 1927년에는 장성이 되었다. 1930년 호라시오 바스케스 대통령에 대항해 군부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그때부터 암살되기까지 31년간 트루히요는 자신의 가족을 공직에 임명하고 많은 정적을 살해했으며 군통수권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절대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1930~38, 1942~52년에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행정 능력이 있으며 정치적으로 무자비했던 트루히요는 공화국에 전에 없던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번영의 대가로 그들의 시민적·정치적인 자유를 희생해야만 했다. 또한 경제 근대화의 혜택은 트루히요와 그의 측근 및 지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분배되었다. 그가 권력유지를 위해 취했던 가혹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반대세력은 정권 말기에 계속 증대했으며, 독재 통치를 완화하라는 외국의 압력도 상당히 컸다. 이때문에 그는 점차 군부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그결과 산크리스토발에 있는 농장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기관총 사격으로 암살되었다. 곧이어 J. T. 디아스 장군을 포함한 많은 암살 혐의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사실, 한마디 말로 인생이 완전히 다른길을 향하게 될수도 있다는 걸 알게된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었다. '얀'은 언제나 진지하고 심각하기만 한 '마르케타'에게 띄운 엽서에 적었던 농담 한마디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언제 제대할 지 알 수 없는 군대에 입대한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가 그가 했던 농담. 한때는 그도 회원이었던 학생연맹은 그가 아무리 농담이라고 주장해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한 그는 살면서 계속 지독한 농담에 휩쓸리게 된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다. 체코, 라고 하니 또 역시 한마디 말로 끌려간(대체 어디로?) 남자가 나오는 영화 『줄 위의 종달새』가 생각난다.  



 '이리 멘젤' 감독의 이 영화는 영화가 담고 있는 휴머니즘이 체코 국민들에게 보여질까 두려워 40년간 상영이 금지 되었었다고 한다. 휴머니즘. 이 영화는 말 한마디로 끌려가는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사랑해서 이제 갓 결혼한 신랑이 끌려간다. 그러나 신부는 이런 체제속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좌절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시간은 흐를거고 그는 돌아오겠죠, 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나는 그 희망이 외려 더, 슬프다. 당신의 희망이 언제나 '희망'인 상태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어떠한가!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조금 더 밥을 먹기 위해 고민하고, 조금 덜 힘들기 위해 노동을 위한 연장을 숨기는 까닭, 그렇게 몇십년을 살아야 하는 수용소에서 그 하루를 묵묵히 또 견뎌내야 하는 까닭은 그가 살인이나 강간, 납치나 유괴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언제 풀려날지 모를 그 모두는 단지 생각이 달랐다는 이유로, 전쟁 포로로 잡혔었다는 이유로 그 수용소안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비즐러를 빼놓을 수 없다. 비즐러가 누구인가. 학생들에게 자백받는 법을 강의하고, 다른 사상을 가진 불온한 인물들을 감시하는 데 도가 튼 인간이다. 그런 그가 다른이의 삶을 지켜보다 그 삶에 동화되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게 된다. 그 누구보다 강인하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던 비즐러였으나,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에게 동화되었다면, 그 전의 비즐러가 가지고 있던 확신이 쉽게 바뀔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확신이 증거 없는 것이었다면, 나랑 반대되는 확신에서 어떤 증거를 찾았다면 그때, 바로 그때 타인의 삶이 내게로 오지 않을까. 

  

 

 

 이쯤에서, 헝가리에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자 해외로 망명하여 여기저기 떠돌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결국은 뉴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산도르 마라이'에게 유감을 표한다. 

 

 

  

혹시,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되면 나도 어딘가로 끌려가게 될까?

 

처음에 언급했던 [시사 IN] 제73호 에 보면 유럽의 기자들이 "미네르바 구속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던데, 내가 그 글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건 뭐, 아니다.

  

덧.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서 따왔다. '얀'이 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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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여기서 알고 있는 건 유일하게 '타인의 삶' 뿐인데, 비즐러 아저씨가 너무 귀여웠어요. 다시 보고 싶네요. 이 영화. 산도르 마라이의 다른 책을 읽은 거 같은데, <사랑>은 아직... 공감, 동화, 이런 것들을 사랑합니다. 타인의 아픔, 고통, 슬픔...

다락방 2009-02-04 16:19   좋아요 0 | URL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은 저는 [사랑]밖에 읽어보지 않았어요. 고백하자면, 사랑은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지루했지요.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답니다.
타인의 삶은 2007년 제게 최고의 영화였어요.

레와 2009-02-0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

다락방 2009-02-04 16:20   좋아요 0 | URL
네, 사실은 저도 두렵습니다.
요즈음은 하루하루 사는게 두려워요. 이래저래 두렵기만 해요.

마노아 2009-02-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있음직한 이런 이야기들. 아, 끔찍하군요.

다락방 2009-02-04 16:20   좋아요 0 | URL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있음직하기 때문에 끔찍하지요. 벌써 미네르바로 보여지고 있지 않습니까. 답답할 따름이어요.

2009-02-04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2-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은 안 읽었네요.
줄위의 종달새와 Doubt, 담아가요.
아, 좋아요, 다락방님이요^^

다락방 2009-02-04 16:23   좋아요 0 | URL
Doubt는 개봉하기 전이라 저도 아직 못봤구요, 줄위의 종달새는 혜경님이 어떻게 느끼실까 궁금합니다. 아마 저보다 더 많은 걸 캐치하실 것 같은데 말이죠.
좋다는 말, 좋아요 :)

메르헨 2009-02-0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독재자가 있었다구요?
흠...몰랐네요. 나도 검색해봐야지...하고 있어요.~~
경제성장과 번영의 뒷면엔 항상...독재가 있더라구요.^^

다락방님 올만에 글 남기고 갑니다.아효...정신없이 바빠욤...^^

다락방 2009-02-04 16:23   좋아요 0 | URL
네, 메르헨님.
독재도 그냥 독재가 아니라 아주 끔찍한 독재였어요. 그런데 이 시대에 사는 저는 전혀 몰랐네요.

한숨 돌리세요, 메르헨님.

치니 2009-02-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타인의 삶, 이거 정말 꼭 보고 말겠어요.

다락방 2009-02-04 16:24   좋아요 0 | URL
꼭 보시기 바라요!! 불끈!!

2009-02-04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9-02-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독서 기록이 정말 훌륭하네요. 요즘 속 썩이는 인간들한테 밤낮으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변할 때까지 계속 읽히는 거죠. 매일매일 미국산 소고기만 먹이면서 말이죠.

다락방 2009-02-05 08: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들에게 책속에서 혹은 영화속에서 일어났던 그 일들이 '과거'의 일이였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말이죠. 결코 현재나 미래가 아닌. --;;

Jade 2009-02-0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에 농담이랑 이반 데니소비치가 곧 읽을 목록에 있답니다 ㅎㅎ

다락방 2009-02-05 22:03   좋아요 0 | URL
오옷. Jade님께 퍽 맘에 드는 소설이 될거예요. 정말로요!! :)

[해이] 2009-02-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 아직 한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정말 독서의욕이 생기네요. 여기저기서 읽어보란 사람이 많아서ㅎㅎ

다락방 2009-02-07 23:52   좋아요 0 | URL
아, 해이님. 닉네임 바꾸셨네요.
네. 밀란 쿤데라 읽어보세요. 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좋았지만, [농담]이 좀 더 좋더라구요.
 

 요는 타이밍이지, 라는 문장을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그 말을 하던 청소년은 『나니아 연대기』를 조금 더 어렸을 때 만났더라면 좋았을거라면서 저런 문장을 뱉었을 것이다.  

'우애령'의 『정혜』는 단편집이다. 단편들 모두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우리 모두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데는 서투르지 않은가.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이 주는 묘미가 짜릿한 거겠지.  

그러나 어쨌든. 이 『정혜』를 만난 지금도, 나에게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약간 '오래된'느낌의 소설들이고 어찌보면 식상하기까지 하다. 신선함이 없다. 내가 정미경의 단편들을 읽기 훨씬 전이라면, 그러니까 한 십년전쯤이라면, 나는 이 소설을 꽤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나는 그저 앉아서 놀고 먹는것만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에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듯, 낯선 곳도 내게는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 나는 사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고 처음 가보거나 자주 가보지 않은 곳에 가면 유독 에너지가 딸린다. 바싹 긴장을 해서인가. 이런 내가 여행을 즐겨할 리 없다. 그래서 내게 여행기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그래도 가끔 이런식의 글을 만나면 퍽 좋아진다. 아마도 이건 '여행기'가 아닌 '어떤 생각'을 특히 좋아하는 거겠지.   

 

감옥에서 네루는 딸 인디라 간디에게 편지를 통해 "카스트 제도의 출발은 정복자 아리아인의 오만한 지배욕이 만들어 낸 차별이란다. 그것이 '색'을 의미하는 말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좋겠구나."라고 그 기원을 설명한 뒤, 인간의 평등과 계급차별의 철폐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이와 관련된 사실 한가지! 인도 공화국이 독립한 뒤 초대 수상이 된 네루는 카스트에서 최고의 위치인 브라만이었다.) 

 훗날 인디라 간디가 결혼 상대로 선택한 남자는 파시(배화교도)로 이교도였다. 이때 아버지 네루는 "노 프라블럼."하고 찬성했어야 마땅할 텐데 오히려 강력히 반대했다. "인간은 차별 없이 평등하며 종교와 종파도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네루가! 

 결국 마하트마 간디가 중재에 나서서 이 결혼은 성사되었지만, '위대한 지도자' 네루도 대외적으로 말할 때와 본인 문제가 되었을 때는 이렇게 달랐으니...이것은 "모든 인도인들에게서 카스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차별의식이 사라지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일화이다.  

인도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수많은 차별을 없애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의식을 변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pp.102-103)

 

주로 이동중의 지하철안에서만 책을 읽는다. 혹은 약속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때 라던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졸립거든. 그런데 지난 토요일, 새벽까지 내쳐 읽었던 책이 바로 '스테파니 메이어'의 『호스트』 

전작인 『트와일라잇』에서 '인간 여자'와 '인간이 아닌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 남자'와 '인간이 아닌 여자'의 사랑을 그렸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1권의 2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 진다. 그전까지는 이 은빛생명체를 이해하느라, 은빛생명체가 지구를 지배하는걸 이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트와일라잇』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유독 작가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듯한 장면이 많이 보인다. 어라, 이게 설명이 다야? 이게 여기서 모른다고 하면 되나? 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 것. 책장을 자꾸만 자꾸만 뒤로 넘기게끔 재미있게 썼지만, 이 얼렁뚱땅함도 이 작가가 가진 어떤 특유의 패턴인걸까. 끙. 그렇지만 기막히게 재미있다.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그저 날밤새며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이 『호스트』만한게 없다.  

 

 

정말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어했는지. 피츠제럴드다, 피츠제럴드!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사놓고 나면 죄다 이벤트가 걸려있었던 럭키걸이었던 나도, 이 책에서만큼은 운을 빗겨갔다. 배송받은지 이틀후에 알사탕 이벤트를 했던 것. 물론 이상하게 알사탕은 그다지 땡기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래도 받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건그렇고, 나는 이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 정확히는 영화보기 전에 벤자민 버튼을 반드시 읽고 싶어서, 이 단편집을 받자마자 뒤쪽을 펼쳐 벤자민 버튼을 읽었다. 아아, 갈증이 풀리는 느낌. 

그리고 다시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어가다가 나는 『낙타의 뒷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 제목에 잠시 머물렀던 피곤한 독자의 흐릿한 눈은 이 제목이 단순한 비유라 생각할 것이다. 컵과 입술, 푼돈, 새 빗자루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컵이나 입술, 동전과 빗자루를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예외다.이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우리가 보는 실제 낙타의 뒷부분에 관한 것이다.

정말 그렇다. 정말로 낙타의 뒷부분. 읽으면서 어, 정말 낙타의 뒷부분에 관한 이야기네, 하며 혼자 좋아했다. 회사동료와 밥을 먹으면서 글쎄 정말 낙타의 뒷부분에 대한 이야기더라니까, 하며 호들갑도 떨었다. 피츠제럴드는 그렇다. 『컷글라스 보울』이 제목인 단편도 순수히 '컷글라스 보울'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이 단편집에는 (나만 그런건지)두어편쯤 지루한 것도 섞여 있었다. 민음사의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읽을 때는 모든 단편이 좋기만 했는데, 이 단편집은 지루한게 섞여있더라. 그것이 원래 지루한 것인지(왠지 그럴리 없을거라는 피츠제럴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번역의 탓인지(이건 내가 결코 알 수가 없다. 나는 무엇이 잘된 번역인지 전혀 모르거든.), 아니면 내가 단순히 피곤하고 졸린상태였기 때문인지(이게 제일 확률이 높겠구나!) 나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낙타의 뒷부분」은 완전 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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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9-01-30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꾸 '벤자민 버튼'을 '벤자민 브리튼'으로 읽어버리는 강박적 오독증에 빠지곤 한답니다.^^

다락방 2009-01-30 08:45   좋아요 0 | URL
하하. 람혼님. 강박적 오독증과는 약간 다른데요, 저는 [사랑의 역사]의 작가 '니콜 크라우스'를 매번 말할때마다 '니콜라우스'라고 얘기를 하게 되요. 끙. 이런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반가워요, 람혼님! :)

람혼 2009-01-30 18:19   좋아요 0 | URL
제가 학부 시절 선배/동기들과 함께 하던 한 스터디에서는 모두들 '지배 이데올로기'를 자꾸만 '지배올로기'로만 읽고 말하게 되어서 다들 난감해 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에 '지배올로기'는 저희들만의 용어로 굳어졌다는...

다락방 2009-01-31 15:01   좋아요 0 | URL
앗, 람혼님.
제가 발음해보니 지배 이데올로기, 보다는 지배올로기쪽이 훨씬 훨씬 편해요. 하하하하

[해이] 2009-02-06 12:48   좋아요 0 | URL
지배올로기 재밌네요ㅎㅎㅎㅎ

다락방 2009-02-07 23:52   좋아요 0 | URL
발음해보세요. 더 재미있어요, 해이님. :)

Arch 2009-01-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고 싶네요. 영화 포스터를 보고 그냥 흥하고 지나쳤는데 피츠제럴드로군요.
문득 다락방님의 글을 보다가 하루키의 문체가 생각났어요. 예민하고 조심스러워 누군가를 만나면 쭈뼛거리지만 좋아하게되면 와락 붙잡고 안 놔주는 문체라고나 할까. 히~ 방금 속성으로 떠오른 말이라 은근 조잡합니다.
두분 댓글 읽다가 저도 벤자민 브리튼 어쩌고 할뻔했어요. 강박적 오독증이란건 전염되는건가요?

다락방 2009-01-30 10:39   좋아요 0 | URL
앗,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Arch님. 제가 지금 하루키의 책을 읽고 있거든요. 그 뭣이냐, 제목이 뭐더라..(책을 꺼내본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네요. ㅎㅎ 그런데 하루키의 문체가 생각나시다니! 으윽. 짜릿짜릿해요. ㅎㅎ

강박적 오독증(이 단어 자체가 어렵네요 -_-)이 전염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해요. ( '')

비로그인 2009-01-3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좋아하시지 않으시는군요. 다락방님. 설사 여행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다들 스타일이 다르다는걸 깨닫곤하는데 아예 여행이라는걸 즐기지 않는 분들도 있으시긴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올때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여행은 단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다락방 2009-01-30 12:34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것 처럼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여행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반드시 도량이 넓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더라구요.

저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떠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하핫.

레와 2009-01-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책 집적거린 책들은 여러건이나,
연말에 읽었던 [이클립스]를 마지막으로 완독한 책이 없군요. 생각해보니..;; (끙 =.=)

anyway
맛깔스런 다락방님의 리뷰를 먹었으니 보관함이 내 배인냥 또 빠방해졌어요. (키득키득)

머리가 텅비어버릴정도로 재미난 다락방님 이야기가 그립구려..

다락방 2009-01-30 12:37   좋아요 0 | URL
나야말로 레와님과 마주보고 앉아 소주잔을 부딪치며 허겁지겁 삼겹살을 먹는게 그리워요. ㅎㅎ

책은 읽고 싶을때 읽으면 되죠. 읽고 싶은 책으로. 내키지 않으면 읽지말아요. 뭐 어때. 그러다 땡기면 또 무섭게 읽으면 되지. 레와님 땡길때는 무섭게 읽잖아요. ㅎㅎ

치니 2009-01-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사탕은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는 1인. -_-;
지하철을 오래 타시나봐요,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으시다니! ^-^

다락방 2009-01-30 12:41   좋아요 0 | URL
앗 치니님. 저도요. ㅎㅎ
알사탕으로 문화상품권도 교환되고 그러는 모양인데 저는 이상하게 알사탕엔 심드렁해요. 근데 알사탕에 유효기간도 있는 듯 하더라구요. 그냥 뭐든 받아두면 좋지 않을까 하긴 하지만. 흣.

지하철을 오래 타진 않아요. 기껏해야 잠실에서 강남코스인걸요^^;;
지하철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요. 뭐, 책을 안 읽는다고 딱히 할 일도 없고. 가끔, 아주 가끔, 책장을 넘겨도 졸리지 않으면 자기 전에도 좀 읽곤 해요. :)

Alicia 2009-01-3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피츠제럴드 책 찜이에요 :)
실은 전 위대한 개츠비가 잘 읽히지 않았어요.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어떨지 궁금해요.

참, 다락님이 추천하신 새벽세시, 를 보다가
정신없이 지갑을 놓고나와서-_-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니깐요 으흐흐!
말랑한 캔디같았어요.

다락방 2009-01-31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20대 초반에 상실의 시대를 읽고 당연히 위대한 개츠비를 집어 들었어요. 그런데 두번이나 읽어도 대체 뭔말인지를 모르겠고. 그러다 세번째 보고 나니 앗, 좋으네, 하게됐어요. 어쩌면 나이들고 나서 다시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좋지만 정말 좋은건 단편인 것 같아요. 정말 근사해요, 그의 단편은!

새벽 세시, 끝까지 보면 그렇게 말랑하지만은 않을거에요. 그나저나, 참 잘 읽히죠? 술술하고 말여요. :)

Alicia 2009-01-31 16:14   좋아요 0 | URL

으흐 들켰네요- 끝까지는 못읽었어요. ^^

다락방 2009-02-03 15:58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이 끝까지 읽으시는게 좀 무섭기도 해요. 다 읽고 나서 먹먹해질까봐..

프레이야 2009-01-3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사탕 뭐 어떻게 하는건지 전혀 몰라요.
벤자민..은 기다리고 있는 영화^^
타이밍의 적절함은 정말 중요하단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에요.

다락방 2009-01-31 15:02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몰라서 저도 욕심이 안생기는 걸까요? 갸웃.
저 역시 벤자민을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 잘 지내시지요?
 

혹시 [벼랑위의 포뇨] 보셨나요? 보신분들중 Original Soundtrack 갖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세요. 젤 먼저 갖고 싶다고 댓글 다신 분에게 OST 드릴게요. CBS의 [신지혜의 영화음악]에 무언가가 당첨되서(뭔지는 잘 모르겠음) 상품으로 이 CD 가 왔는데, 저는 이 애니매이션 안봤고, 볼 생각도 없어서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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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6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1-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늦었다. 두번째인 듯. 아쉽네요. 마로랑 해람이랑 같이 본 첫번째 영화였는데. ^^

다락방 2009-01-16 14:32   좋아요 0 | URL
아녜요 조선인님.
위엣분은 본인에게 달라고 말씀하신게 아니랍니다.
주소 속삭여주세요. 제가 OST 보내드릴게요, 조선인님.

그간 제게 영화쿠폰도 많이 주셨잖아요. 이참에 보답해야겠네요 :)

2009-01-16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1-16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넙죽.

다락방 2009-01-17 23:39   좋아요 0 | URL
마로와 해람이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조선인님께도 :)

가넷 2009-01-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랑위의 포노... OST가 귀엽던데요..ㅎㅎ;

하울 이후로는 하야오도 내키지 않네용...ㅇㅅㅇ;;

다락방 2009-01-17 23:40   좋아요 0 | URL
전 여태 살면서 애니메이션 본 게 거의 없어요. 한 세편 되려나. 그것도 디즈니로. ㅎㅎ

비로그인 2009-0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연관 없는 댓글]당첨을 축하드려요~

다락방 2009-01-17 23:41   좋아요 0 | URL
하하 Jude님.
제겐 벨라같은 Jude님.
:)

메르헨 2009-01-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전 아들래미랑 보러가기로 했는데 아직도 못 봤어요.힝...이 글 지금 봤어요. 아쉬워용....
당첨...축하드립니다요~!!

다락방 2009-01-17 23:42   좋아요 0 | URL
저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긴다면 애니메이션 보게 될까요? 좀처럼 애니메이션엔 흥미가 생기질 않아요. :)

레와 2009-01-1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착하다! ^^

다락방 2009-01-19 14:49   좋아요 0 | URL
아니, 뭐 별로 ^^;;

순오기 2009-01-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리 애들 다 커서 학교 애들이랑 에니메이션 보러 다녀요~ㅎㅎㅎ그 맛도 괜찮아요.^^
주제곡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요~ 일본아이가 부른 어설픈 한국어가 쬐끔 거슬리긴 하지만...
해람이랑 마로가 좋아하겠네요. 축하축하~~

다락방 2009-01-20 17:04   좋아요 0 | URL
헤헷 :)
 

 

 

 

 

시크교도의 체격 조건은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 덕분인 듯하다.(소고기는 먹지 않지만.) 

 

 

앗, 내 넙적하고 넓적하고 단단한 체격 조건도 고기를 충분히(혹은 그 이상) 섭취하기 때문인가?(소고기는 거의 먹을일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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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1-0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 배트남 쌀국수집이 있는데, 그 집 아들들 보면 체격이 장난이 아니죠. 베트남 사람들 원래 키도 작고 빼빼 말랐는데 말이죠. 그걸 보면서 역시 고깃국물의 힘이 장난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랍니다;;

물론 그게 다락방님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건 절대 아니..쿨럭;;

다락방 2009-01-06 11:39   좋아요 0 | URL
정말 절대 아니.....에요? ㅡㅡ^

그치요, TurnLeft님. 고깃국물의 힘은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ㅎㅎ
고기 넘 좋아요! >.<

Mephistopheles 2009-01-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볶아주던 아주머니의 수저를 사수하려던 다락방님의 모습이 아른아른..

웽스북스 2009-01-06 12:52   좋아요 0 | URL
전 밥 볶은 수저 싫어해요. 새수저 달라고 해요 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1-06 14:5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그 열심히 볶은 수저에 고기의 엑기스가 얼마나 많이 묻어있는데요..
그걸 포기하는 건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자격상실이어요~~~ㅋㅋ

다락방 2009-01-06 18:09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아하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은 잊어주세요. 제가 뭐, 늘 그르진 않아요..아하하하하하하

웬디양님/ 아니, 밥 볶은 수저를 왜 싫어해요? 그 수저로 먹어야지요 ㅎㅎ 아직 진정한 고기의 달인이 아니셔요 ㅎㅎ

무스탕 2009-01-0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볶아주던 아주머니의 수저를 사수하려던 다락방님의 모습이 아른아른.. 2
거기다 알아서 고기 더 얹어 줬으면 다락방님은 아주머니를 사모하셨을거에요.. ㅋㅋㅋ

다락방 2009-01-06 18:11   좋아요 0 | URL
이미 아주머니는 저를 보는 순간 참이슬을 내오곤 하셔요 ㅎㅎ
무스탕님 말씀대로 고기를 더 얹어 줬다면 하트눈깔 만들었을거에요, 정말 ㅎㅎ
하트 뿅뿅 ♡.♡

보석 2009-01-0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화 잘되는 고기~~ 고기는 좋은 거예요!(늘어나는 뱃살과 허벅지는 외면;)

다락방 2009-01-06 18:12   좋아요 0 | URL
앗, 보석님도 고기를 좋아하세요? 저도 늘어나는 뱃살과 허벅지는 외면하곤 해요. 그리고 사실 그 배살과 허벅지가 비단 고기때문만도 아니기도 하구요. 먼 산..( '')

2009-01-0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9-01-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스테이키가 급급급 땡겨주시고~

Mephistopheles 2009-01-06 14:54   좋아요 0 | URL
삼성동에 가면 "브라질리아"라는 스테이크 집이 있어요..
25000원(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스테이크 무한리필!!
(가격대 성능비가 꽤 좋았던 집...^^)

다락방 2009-01-06 18:14   좋아요 0 | URL
앗. 안그래도 오늘 점심에 순대국 먹으면서 스테이크 얘기 실컷 했었는데..레와님도? ㅎㅎ
아 스테이크 먹고 싶어요. 입에 침고였어 ㅜㅡ

다락방 2009-01-06 18:14   좋아요 0 | URL
아, 메피스토님. 레와님은 경남 창원에서 회사를 다니시는데 말이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09-01-06 18:54   좋아요 0 | URL
으흐흐..그.러.니.까.요....=3=3=3=3=3

레와 2009-01-07 10:38   좋아요 0 | URL
아.. 다음번에 서울가면 메피님이 삼성동 "브라질리아"에서 스테이키를 사주신다는 말씀이죠?!

오키토키!! ㅋ

다락방 2009-01-07 11:35   좋아요 0 | URL
나는 꼽싸리~~!! ㅋ

Mephistopheles 2009-01-08 02:06   좋아요 0 | URL
다섯 덩어리 이상 드신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네꼬 2009-01-0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담 내가 아는 교도만 몇 명인 거야. (최소 셋.) ㅎㅎ

다락방 2009-01-09 11:49   좋아요 0 | URL
ㅎㅎ
나는 네꼬님밖에 몰라요.. ( '')

산사춘 2009-01-1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교도 하나 추가요~! 꼽싸리도 추가요~!
술을 끊었더니 고기 엄청 먹어요. 핫핫핫

다락방 2009-01-13 08:16   좋아요 0 | URL
앗. 산사춘님! 술을 왜 끊으셨어요!! 슬프다 ㅜㅡ
 

나는 (책의) 하드 커버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펼쳐서 뒤로 접히지도 않을뿐더러, 날카로운 모서리에 찔리면 아프기도 하다. 게다가 하드 커버 주제에(!) 가름끈이 없는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왜 하드 커버에 가름끈이 없는거야?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거야? 역시 책 날개 있는 표지가 가장 맘에 든다. 내게 가장 좋은 책갈피는 책날개. 

오늘자 경향신문을 들춰보는데, 마침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있어서 퍼왔다. 

 

 

[사물과 사람 사이]디자인은 배려다  (경향신문 2009.01.02 펌)

                                          - 이일훈 건축가


 

 

 예전엔 책이 몹시 귀했다. 책 짓기도 어렵지만 종이가 귀하니 아끼며 여러 번 읽었다. 싸릿개비로 만든 서산(書算)대로 한 자씩 짚으며 되풀이하여 읽을 때마다 서수(書數)를 접고 편다. 읽다가 멈추는 곳에 끼우면 서수는 제비가 된다. 제비와 달리 표시할 부분엔 찌지를 붙인다. 요즘 서수는 사라지고 찌지 대신 접착식 메모지를 쓰며 갈피끈이 제비를 대신한다. 책 만드는 방식에 따라 읽기 방식도 바뀐다. 소프트웨어를 중시하지만 세상은 보이지 않게 하드웨어에 지배된다. 기 백 페이지 넘어 두꺼운데 갈피끈 없는 책들이 많다. 호화 제본과 미려한 인쇄로 겉을 뽐내지만 두꺼운 책에 갈피끈이 없음은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는 것이다. 소통방식이 늘어날수록 불통이 늘어나는 세태와 배려 없는 디자인이 느는 것은 필시 같은 징후일 것이다. 가름끈 하나에 세상이 읽힌다. 삽질과 망치질로 시끄러운 오구잡탕 시절, 어디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디자인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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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from 마지막 키스 2009-11-10 09:57 
      따뜻한 정종을 마시고 행복한 기분으로 걸었던 토요일이 분명 존재했는데, 오늘은 여러가지 이유로 심히 우울하다. 사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일들을 신경쓰면서 우울에 우울을 .. 이 기분을 얼른 회복하기 위해서 저녁엔 황태구이 정식을 먹었고,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 베이글을 먹었고 커피를 마셨고, 달디 단 도넛츠까지 먹었다. 그런데도 왜이럴까.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문득 책을 팔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책장에서 이제
 
 
Arch 2009-01-0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맞아요. 저도 어쩌라고!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책날개를 많이 쓰면 걔도 좀 닳아서 전 귀퉁이를 접어놔요. 그걸 일명 DOG'S EAR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EAR가 귀란 뜻 맞죠? 저 단어 참으로 낯설도다. 얜 왜 여기서 진상짓인지.

다락방 2009-01-02 23:4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책 날개가 닳으면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어요. ㅎㅎ (일종의 변태성향일까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귀퉁이를 접는 건 못하겠어요. 전 정말 책의 귀퉁이를 접을 수가 없어요. 윽.

아치님 이벤트에 응모할 답변을 한 문항에 대해서는 생각했어요. 후훗.

Mephistopheles 2009-01-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어쩌다 두꺼운 하드커버 책을 잡고 읽으면서 갈피끈이 없는 모뙨 디자인이라고 출판사 욕을 징하게 하다
중간 조금 넘어갔을 때 책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진 갈피끈을 발견하고 무지하게 민망했던 적이 종종 있습니다.

다락방 2009-01-02 23:4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맞아요, 맞아요. 저도 사실 살짝 그래서 민망했던 적도 있어요. 완전 욕했는데 나중에 막 말라 비틀어진 뱀껍질 처럼 접혀있고. ㅋㅋ

야클 2009-01-0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물며 수학 정석책에도 책갈피끈이 있거늘....

다락방 2009-01-02 23:50   좋아요 0 | URL
엄..엄..엄..엄.


저......
수학 정석은 펼쳐본 기억이 없고....표시할 일도 없어서....가름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억이 잘......orz

(구차한 변명: 전 수학 정석 말고도 볼 책이 많았다구욧!!)

웽스북스 2009-01-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피끈. 이거 다락방님이 늘 목놓아 외치시는 거잖아요 ㅋ

다락방 2009-01-04 00:38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나처럼 외치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니깐요 ㅎㅎ

Kitty 2009-01-03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중간의 줄을 뭐라고 하나 항상 궁금했는데 갈피끈이라고 하는군요. 좋은거 배우고 갑니다 ^^
저도 책은 죽어도 못접어서 그냥 요즘은 포스트잇 플래그(얇은 것)을 써요.
한 10가지 쯤 여러가지 색으로 준비해두고 책 표지에 맞춰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씁니다 ^^

다락방 2009-01-04 00:40   좋아요 0 | URL
아, Kitty님. 그건 나름대로 한권의 디자인이 되겠네요. 표지에 맞추는 포스트 잇이라면 말이지요. 포스트잇 플래그(라고 표현하나요? 여튼 그 얇은 것) 저도 좋아해요. 근데 나름 비싸더란 말이죠. 전 그 포스트잇은 주로 밑줄 그은 부분에 붙여요. 나중에 밑줄 그은 부분 생각이 안나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죠. ㅎㅎ

푸른신기루 2009-01-03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드커버에 갈피끈 없으면 막막 화가 나요
근데 갈피끈 없는 책은 그냥 책갈피 써요
책갈피라고 해봤자, 지갑에 쑤셔둔 영수증이나 책상에 널부러진 옷 태그를 대충 꽂아두는 정도지만..ㅋㄷㅋㄷ
전 죽어도 책날개로 표시는 못하겠더라구요^^;;;;
책귀퉁이를 접는 것도 죽어도 못해요^^;;;

다락방 2009-01-04 00:41   좋아요 0 | URL
하하. 푸른시기루님께서 말씀하시니 저도 갑자기 제 핸드백 속이 생각나요. 영화관람티켓이나 카드매출전표가 널부러져있죠. 그러니 책갈피로 무언가 쓰고 싶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어요. 하하.

전 책 날개가 그렇게 좋더라구요. 책갈피로 쓸만큼. 책 접는 건 싫은데 왜그런가 몰라요 ㅎㅎ

하루(春) 2009-01-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알라딘 서재 어디선가 '보람줄'이라고 하는 것도 봤는데 보람줄=갈피끈=가름끈 모두 같은 거 맞죠? 잘 읽고 가요.

다락방 2009-01-04 00:41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보람줄은 처음 듣는 용어예요. 말씀하신대로라면 보람줄=갈피끈=가름끈 그리고 =시오리 예요. ㅎㅎ

마늘빵 2009-01-0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얇은 책이든, 두꺼운 책이든, 포스트잇 조그만걸 붙여서 표시해놓는데, 그래도, 양장본이나 두꺼운 책들에는 갈피끈이 있어야 책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어요. 없으면 2% 부족한 느낌. p.s. 글 뒷부분이 인상적이네요.

다락방 2009-01-04 00:42   좋아요 0 | URL
전 순전히 저를 위해서 가름끈이 필요해요. 특히 하드 커버에는. 없으면 2%로 부족한게 아니라 98% 부족한 거 같아요. 대체 뭐하자는 건지.

:)

2009-01-03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9-01-0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두꺼운 종이 대충 잘라서 책갈피로 쓰죠.

다락방 2009-01-04 00: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제 말은요, 왜 독자로 하여금 두꺼운 종이를 자르는 수고를 하게 하느냐, 예요. 가름끈 하나면 다 되는 것을. -.-

하드 커버에는 가름끈을 붙여라, 붙여라!!

saint236 2009-01-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이로 된 책 갈피를 선호합니다. 책 표지와 날개는 따로 보관하였다가 책을 다 읽으면 원래 그대로 해서 책꽂이에 꽂아 둡니다. 책을 접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읽고난 책은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새책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몇번을 읽어도 마찬가지로요. 하드커버는 책값이 비싼 관계로 안좋아합니다.

다락방 2009-01-04 00:46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접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왜 책 날개나 너덜너덜 한것은 좋은걸까요? 하드커버는 비싸서도 안좋고 무거워서도 안좋고 모서리도 아프고 여튼 저도 별로 안좋아해요. 말씀하신대로 책날개마저 잘 사용을 안하신다면 정말 새책이나 다름없겠네요!!

어릿광대 2009-01-0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공감합니다. 갈피끈 없는 양장책은 정말... 음... 책을 한꺼번에 3~4권을 동시에 보는 스타일이라 저는 주로 책갈피를 애용합니다. 덕분에 다양한 책갈피를 모으는 게 취미가 됐다는.^^;;

다락방 2009-01-04 00:47   좋아요 0 | URL
엄청 공감합니다, 라니!! 하하. 너무 좋아요, 어릿광대님. 책갈피를 모으는게 취미가 될 수도 있겠군요. 제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책갈피는 금장책갈피예요. 도대체 그게 책갈피로 쓰라는건지, 뭔지.

그런데 독자들이 이렇게 싫어하는데 대체 왜 가름끈없는 하드커버가 존재할까요?

메르헨 2009-01-17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보면서 공감 또 공감합니다.하하하하하
저는 정말 책갈피를 싫어라하지만 하드커버에 가름끈 없는건 정말 죄악이죠.^^
책갈피로는...좋아하는 사람의 명함이나 제 명함이나 책 띠지...요걸 이용하죠.
띠지는 딱 접어서 계속 책갈피로 이용하기 딱~이어요.

다락방 2009-01-07 15:45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책 띠지는 사자마자 확 뜯어서 버리는 1人 이어요. 도대체 덜렁덜렁, 이게 뭔가 싶어져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걸 책갈피로 이용하시는군요!! ㅎㅎ

그런데 무슨생각으로 하드커버에 가름끈을 안만드는걸까요? 궁금해지네요. 그치요? ㅎ

하양물감 2009-01-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 보다가 무척이나 공감을 했는데, 다락방님의 페이퍼에 올라와잇을줄은...^^

다락방 2009-01-11 16:2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정말로 여기에 공감하는 분이 많으시군요!!

Kir 2009-01-1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겁고 비싸서 하드커버 자체도 싫은데, 가름끈조차 없으면 용서할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책에 한해서는 결벽증 비슷한 게 있어서 접는 것도, 줄 긋는 것도 꿈도 못꿔요; 그래서 책갈피를 미리 챙기지 않은 때에는 (이게 대부분이죠) 그냥 읽던 페이지를 외워요. 그런데 신기한 게 책갈피 챙기는 건 잊어버리는데, 무슨 조화인지 읽던 페이지는 잊어버리지 않더라구요.

다락방 2009-01-19 08:32   좋아요 0 | URL
전 책 날개 낡아지는 거랑 줄 박박 긋는거, 책에 내 나름대로의 낙서를 하는 것정도는 퍽 좋아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접는 건 못하겠어요. 하핫 ^^;;
그치요. 저도 무겁고 비싸고 아파서(?) 하드커버 자체가 싫은데 주제에 가름끈까지 없다니, 하면서 버럭대곤 한답니다. 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