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2월이 아직 채 가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써 2009년의 베스트를 정해버렸다.  바로 이 책,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자,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재미있는 책을 찾게 되면 마냥 기쁜 사람,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사람, 곧 결혼할 예정이나 남들 다 가는 그런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지는 않은 사람, 결혼하지 않을 예정이나 신혼여행은 꿈 꾸는 사람, 신혼여행 아니라 혼자 가는 여행이라도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는 사람,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 책장을 넘기면서 키득키득 웃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러다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또로로 굴러 떨어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 연인을 선택할때 작고 사소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기준이 있는 사람,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 그러나 때때로 과묵하고 진지한 것도 좋아하는 사람, 이 삭막한 도시가 싫은 사람, 도대체 감자껍질파이가 뭔지 궁금한 사람, 역경을 이겨내는 걸 보고 싶은 사람, 아이를 키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고 싶은 사람, 책 속에서 익숙한 인물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 가슴이 따뜻해 지고 싶은 사람, 책 속의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편지쓰는 기쁨을 아는 사람, 답장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아는 사람, 그리고 책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 마지막으로 지난번에 다락방양이 추천한 책을 읽었더니 좋더라, 했던 사람. 

 

 

이 책 속에는 전쟁이 있고, 전쟁을 극복한 사람들이 있고, 책이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있다. 물론, 상대방의 감정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고.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책,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 마냥 아쉽기만 한 책.  

 

그리고 알라딘의 저자 소개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 메리 앤 셰퍼는 칠십 평생 지역 신문의 편집자 및 도서관 사서로 일했으며 서점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열정적인 문학 클럽 회원이기도 했다.
언젠가 책을 쓰기를 원했던 저자에게 그의 오랜 문학회 친구 하나가 말했다. “닥치고, 글을 쓰라고!” 이 말에 자극을 받아 쓰기 시작한 책이 바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다. 저자 메리 앤 셰퍼는 우연히 들은 ‘건지 아일랜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그 섬으로 날아갔다. 며칠간 섬을 돌아본 뒤 런던으로 돌아가려고 건지 공항에 갔을 때, 짙은 안개 때문에 모든 항공기의 이륙이 금지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꼼짝없이 공항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그녀는 건지공항 서점에 있던 건지 관련 책들을 모두 읽어 나갔다. 그 중 나치 독일이 건지 섬을 점령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저자를 매혹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그녀의 북클럽에서 그녀에게 책을 쓰라고 재촉했을 때 메리 앤은 자연스럽게 건지 섬을 생각해 냈다. “조금 이상한 이유긴 하지만, 그게 더 쉬울 것 같아서” 편지 형태로 이야기를 쓰기로 했고, 몇 년간의 작업 끝에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초고가 나왔다.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그녀의 가족으로부터, 그녀의 문학클럽 회원들로부터, 전 세계의 편집자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타깝게도 그 직후 메리 앤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조카인 애니 배로우즈에게 그 책의 마무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후 그녀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책은 그녀의 조카이자 동화작가인 애니 배로우즈가 정리하여 출판했다. 애니 배로우즈는 어린이 도서 <아이비+빈> 시리즈와 <매직 하프>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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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6-23 16:22   좋아요 0 | URL
다른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까요? 순오기님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 좋아요!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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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러브테마 내맘대로 좋은 책

결국 그녀는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고, 장님이 그 침대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임종을 지켰다. 그들은 결혼을 했고, 같이 살았으며, 일도 같이 했고, 잠도 같이 잤다. 물론 섹스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장님은 그녀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건 확실히 나 같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장님에게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 가련한 여인이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여인을 상상해 보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일 년 열두 달이 지나도 오늘 따라 유난히 예뻐 보인다는 둥, 옷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칭찬 한 번 못들어 보는 여인을 상상해 보라. 화장을 하거나 말거나 아무런 차이도 없는 여인, 마음만 먹으면 한쪽 눈에만 초록색 아이섀도우를 바르고 한쪽 콧구멍에만 코걸이를 하고, 노란바지를 입고, 보라색 구두를 신어도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인을 생각해 보라. 그러다가 어느날 불쑥 찾아온 죽음 앞에서 눈먼 남편이 손을 잡은 채 뜨거운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이제사 나도 조금씩 상상이 가기 시작한다-그 여인은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이 남자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내가 어떤 표정으로 무덤 속에 묻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로버트-그 장님의 이름이다-에게 남은 거라고는 몇 푼 되지 않는 보험증권 한 장과 20페소짜리 멕시코 주화 반쪽이었다. 다른 반쪽은 벨루아와 함께 관 속에 묻혔다고 한다. 가련한 사람들이다.(「대성당」 pp.217~218)  

 

 나를 볼 수 없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때때로, 아니 거의 대부분 나는 장애나 죽음이 가져다 주는 고통은 본인보다는 그를 사랑하는 주변인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볼 수 없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노력이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그가 내가 없는 곳에서 더 큰 위험을 만나지는 않을까 늘 안타까울테니. 게다가 가끔은 설사 이기적으로 느껴질지라도 그가 나를 보고 한마디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하게 되지 않을까? 나 오늘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날이라 꽃무늬 스커트를 입었는데, 게다가 팔랑팔랑 거리는게 제법 섹시한데, 이런 내게 그는 오늘따라 예쁘다, 는 말을 해줄 수 없다. 이런 나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볼 수 없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고통이겠지.  

 

바로 뒤에서는 사내들이 고함을 지르며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마른 남자의 코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교코가 멀리 있는 아이에게 노란 공을 흔들어 보였다. 교코의 등 뒤에는 피를 흘리는 사내들과 바람에 꽃잎을 흩날리는 만개한 벚나무가 있었다. 두 배경을 등지고 미소 짓는 교코가 내게는 너무나 고요해 보였다. 너무나 무서운 고요함이었다. (p.173)

이 소설속의 교코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 그녀는 상대방이 말할때의 입모양을 보고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을때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녀의 뒤에서 피를 흘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위험해, 피해, 라고 소리지를 수 없다. 소리를 질러도 그녀에겐 닿지 못한다. 그것이 그에게는 몹시 두렵다. 그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같이 살자고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한다.  

나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리고 종이에 글자로 그녀가 하는 말을 볼 수도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는 없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종이를 찾고 글씨를 쓰는 순간에 그 빛이 바래기도 한다. 벌거벗은 그녀의 몸을 안고 그 귓가에 니 몸이 얼마나 따뜻한지 속삭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사랑하지만 완전하지 못한 느낌. 완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가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완전한 사랑이 될까? 

 

 

"뭐 필요한 것 없어요, 당신?"
"필요한 것? 구두끈 하나 필요하지. 이틀 동안 노끈으로 매고 돌아다녔으니까."
"그것밖에 없어요?"
"나 아직 쓰러지지 않았어. 날품팔이 일도 많이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할 수 있어. 그리고 또 추억이 있지, 추억들이. 애니, 당신에 관한 추억들은 하나도 안 잊었어. 그리고 그걸 기억해 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당신 처음 만났던 날의 키비네 나뭇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생각나나, 당신?"
"오늘 아침 일같이요." (p.245)

  

 한때 함께 살았던 남자는 이제 부랑자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찾아와서는 필요한 건 단지 구두끈 하나라고 얘기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없다. 집이 있고 아이가 있는 아내에게 그는 구두끈 외에 다른 것을 더 요구할 수가 없다. 아내는 그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그를 붙잡고 싶지만, 그를 그저 부랑자인채로 두어야 한다. 한때는 사랑했지만, 아직도 예전의 추억들을 곱씹으며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사랑만으로 모든걸 이겨낼 자신이 없다. 과거의 자신이 파멸로 이르렀던 길을 생각하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감정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듯, 그녀도 그저 그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게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그런데, 

볼 수 있고,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해줄 수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 사랑은 완전해질까? 그 사랑은 사랑, 그 이름 하나만으로 완성되어졌다고 표현될 수 있을까? 

 

투덜거리긴 했지만 섹스를 끝낸 수컷이 으레 그렇듯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윤조는 제 차로 골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브레이크를 밟은 채 윤조는 손가락으로 제 볼을 가리켰다. 나는 떼쓰는 아이 달래듯 볼에 입술을 갖다댔다.(「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p.226)  

여자는 출판사에 다니고 있고 남자는 치과의사다.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남자는 이제 곧 결혼할 사이이니, 마련해 둔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하지만, 여자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가난한 골목집에 머무르겠다고 말한다. 여자와 남자는 모두 사랑을 말할 수 있다. 적당히 표현할 수도 있다. 서로 경제적으로 자립 할 수도 있고, 여자가 없는 것을 남자가 주려고 할 때에는 그걸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날, 여자는 체기가 있었다. 속이 안좋아서 섹스를 하자는 그에게 오늘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럴 기분이 아니라는 여자에게 재차 다리를 벌릴 것을 요구하고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날 여자는 안좋은 몸에 내키지 않은 섹스를 해서 몸이 균형을 잃고 흐트러진다. 골목 앞까지 데려다 주는게, 자상함과 사랑의 표시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섹스를 끝낸 수컷, 이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다. 이 부족한 것 없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무언가 하나 부족한 채로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더 완전하고 완성되어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랑은, 

그 단어 자체에 불완전함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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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9-02-1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페이퍼 참 좋아요. 사랑은 그불완전함을 안은채, 허둥대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은.
참 이기적인 남자죠.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저도 인상깊게 본것 같네요.

다락방 2009-02-15 22:50   좋아요 0 | URL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읽고 정미경에게 푹 빠지게 됐었어요. 벌써 몇년전의 일이네요. 그녀가 말하는 그 모든것들이 그대로 현실이었죠.

그러게요, 사랑은 그 불완전함을 안은채 허둥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하지 않는 쪽보다는 허둥대면서라도 하는쪽이 나은 것 같아요.

람혼 2009-02-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보여주시는 '병치(juxtaposition)'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참 흥미롭습니다.

다락방 2009-02-16 09: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람혼님.
언제나 조용히 계시다가(제가 볼때만 그런가요?) 이렇듯 나타나셔서 기분 좋은 댓글 달아주시네요. 부랴부랴 병치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했어요. 하핫 ;

프레이야 2009-02-16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피투성이 연인, 책꽂이에 누워있는 지 좀 되었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저도 다락방님 페이퍼가 참 좋아요.^^

다락방 2009-02-16 09:1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좋을거예요, 혜경님. [나의 피투성이 연인] 말이지요.
:)

하양물감 2009-02-1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도 읽은 책이 없네요,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가 끌려요^^

다락방 2009-02-16 10:48   좋아요 0 | URL
아, 읽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책이에요. 퍽 괜찮았거든요. 물론 저는 정미경의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만. :)

하양물감 2009-02-16 16:27   좋아요 0 | URL
꼭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09-02-16 17:06   좋아요 0 | URL
:)

플레져 2009-02-1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미경을 향한 다락방님의 무한한 애정이 부럽습니다 ^^ 저두 좋아하는 작가라는거... 아시죠? ㅎㅎ
문득 책장에서 정미경 책들만 따로 따로 꽂혀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바로, 한 곳에 모셔두었어요. 다락방님이 발췌한 소설들도 좋아하지만 저는 밤이여 나뉘어라를 특히나 좋아해요. 한 달 전에 다시 읽었어요. 그 소설은 아마도 한...5번 이상은 읽지 않았을까 싶어요. 읽을수록 깊이 빠져들어 내가 있는 곳마저 하얗게 물들여놓죠. 마지막 장에선 가슴이 미어져서 으으..짐승소리를 내고 말지만. 사랑은 실패하기 위해 하는거라고 어느 시인이 그러더군요. 무참히 무너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거라고 하니 덜 부담스럽네요, 사랑.

다락방 2009-02-16 17:08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저는 [밤이여, 나뉘어라]를 아직도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있을텐데, 제가 2006년도것만 구입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단편집에 그 작품이 있나 살펴본 뒤 구매해야겠어요. 저도 으으..짐승소리를 내게 될까요?

무참히 무너지기 위해서 사랑하는거라니, 흐음.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사느니 한번이라도 무너져보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치요?

레와 2009-02-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다락방 2009-02-16 17:08   좋아요 0 | URL
헤헤헤헷 :)

2009-02-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9-02-1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는 마치 <월간 페이퍼>의 한 페이지 같아요.^^
근사한 리스트네요. 저도 한번 써볼래요!

다락방 2009-02-17 08:18   좋아요 0 | URL
오옷, 깐따삐야님의 페이퍼를 기다려볼래요!! 막 기대되는거 있죠. 두근두근 :)
 

 

이번 호(제73호) [시사 IN]에 영화 에세이스트 '김세윤'이 쓴 글을 보면 '자신의 단호한 도덕적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오직 견고한 의심의 함정에 밀어넣는 것만으로도~'라는 문장이 나온다. '메릴 스트립'주연의 영화 『DOUBT』를 감상하고 쓴 글중의 일부인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내 모든 확신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가 바르다고 믿는 것은 도대체 무엇으로 확신하는가. 나 역시 그저 나만의 도덕적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그 환경을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내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중의 하나는 바로 '잘못된 말 한마디로 끌려가는' 행위이다.  

 

 '트루히요'가 집권하던 시절의 도미니카 공화국. 오스카의 외할아버지 '아벨라르'는 자신이 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한마디 말로 유치장에 끌려간다. 

" 아니, 시체는 없군. 트루히요가 내 대신 치워준 게 틀림없어." 

사실 이 말도 문제였지만(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 말을 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 그가 유치장에 끌려가서 심한 고통을 받으며 수감생활을 하게 된 데에는 집권자 트루히요에게 자신의 예쁜딸을 강간하라며 갖다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루히요가 요구했는데도 아벨라르는 재클린을 데려다 놓지 않았다. 그는 결국 유치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사에 무지한 나는 설마 이 악랄한 지배자가 실존인물인걸까 의심했다. 그러나 책 뒤에 저자의 주석에 그는 엄연히 실재했다. 그걸 읽으면서도 이건 지은이의 유머스런 주석인걸까 또한번 의심했다. 다시 한번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트루히요-도미니카의 독재자(1930~61).

 
암살당할 때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다. 1918년 도미니카 군에 입대했으며, 미국이 이 나라를 점령한 기간(1916~24)중 미국 해병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1919~25년에 육군 소위에서 보안대 대령으로 승진했으며, 1927년에는 장성이 되었다. 1930년 호라시오 바스케스 대통령에 대항해 군부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그때부터 암살되기까지 31년간 트루히요는 자신의 가족을 공직에 임명하고 많은 정적을 살해했으며 군통수권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절대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1930~38, 1942~52년에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행정 능력이 있으며 정치적으로 무자비했던 트루히요는 공화국에 전에 없던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번영의 대가로 그들의 시민적·정치적인 자유를 희생해야만 했다. 또한 경제 근대화의 혜택은 트루히요와 그의 측근 및 지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분배되었다. 그가 권력유지를 위해 취했던 가혹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반대세력은 정권 말기에 계속 증대했으며, 독재 통치를 완화하라는 외국의 압력도 상당히 컸다. 이때문에 그는 점차 군부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그결과 산크리스토발에 있는 농장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기관총 사격으로 암살되었다. 곧이어 J. T. 디아스 장군을 포함한 많은 암살 혐의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사실, 한마디 말로 인생이 완전히 다른길을 향하게 될수도 있다는 걸 알게된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었다. '얀'은 언제나 진지하고 심각하기만 한 '마르케타'에게 띄운 엽서에 적었던 농담 한마디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언제 제대할 지 알 수 없는 군대에 입대한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가 그가 했던 농담. 한때는 그도 회원이었던 학생연맹은 그가 아무리 농담이라고 주장해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한 그는 살면서 계속 지독한 농담에 휩쓸리게 된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다. 체코, 라고 하니 또 역시 한마디 말로 끌려간(대체 어디로?) 남자가 나오는 영화 『줄 위의 종달새』가 생각난다.  



 '이리 멘젤' 감독의 이 영화는 영화가 담고 있는 휴머니즘이 체코 국민들에게 보여질까 두려워 40년간 상영이 금지 되었었다고 한다. 휴머니즘. 이 영화는 말 한마디로 끌려가는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사랑해서 이제 갓 결혼한 신랑이 끌려간다. 그러나 신부는 이런 체제속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좌절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시간은 흐를거고 그는 돌아오겠죠, 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나는 그 희망이 외려 더, 슬프다. 당신의 희망이 언제나 '희망'인 상태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어떠한가!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조금 더 밥을 먹기 위해 고민하고, 조금 덜 힘들기 위해 노동을 위한 연장을 숨기는 까닭, 그렇게 몇십년을 살아야 하는 수용소에서 그 하루를 묵묵히 또 견뎌내야 하는 까닭은 그가 살인이나 강간, 납치나 유괴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언제 풀려날지 모를 그 모두는 단지 생각이 달랐다는 이유로, 전쟁 포로로 잡혔었다는 이유로 그 수용소안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비즐러를 빼놓을 수 없다. 비즐러가 누구인가. 학생들에게 자백받는 법을 강의하고, 다른 사상을 가진 불온한 인물들을 감시하는 데 도가 튼 인간이다. 그런 그가 다른이의 삶을 지켜보다 그 삶에 동화되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게 된다. 그 누구보다 강인하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던 비즐러였으나,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에게 동화되었다면, 그 전의 비즐러가 가지고 있던 확신이 쉽게 바뀔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확신이 증거 없는 것이었다면, 나랑 반대되는 확신에서 어떤 증거를 찾았다면 그때, 바로 그때 타인의 삶이 내게로 오지 않을까. 

  

 

 

 이쯤에서, 헝가리에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자 해외로 망명하여 여기저기 떠돌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결국은 뉴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산도르 마라이'에게 유감을 표한다. 

 

 

  

혹시,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되면 나도 어딘가로 끌려가게 될까?

 

처음에 언급했던 [시사 IN] 제73호 에 보면 유럽의 기자들이 "미네르바 구속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던데, 내가 그 글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건 뭐, 아니다.

  

덧.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서 따왔다. '얀'이 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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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여기서 알고 있는 건 유일하게 '타인의 삶' 뿐인데, 비즐러 아저씨가 너무 귀여웠어요. 다시 보고 싶네요. 이 영화. 산도르 마라이의 다른 책을 읽은 거 같은데, <사랑>은 아직... 공감, 동화, 이런 것들을 사랑합니다. 타인의 아픔, 고통, 슬픔...

다락방 2009-02-04 16:19   좋아요 0 | URL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은 저는 [사랑]밖에 읽어보지 않았어요. 고백하자면, 사랑은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지루했지요.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답니다.
타인의 삶은 2007년 제게 최고의 영화였어요.

레와 2009-02-0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

다락방 2009-02-04 16:20   좋아요 0 | URL
네, 사실은 저도 두렵습니다.
요즈음은 하루하루 사는게 두려워요. 이래저래 두렵기만 해요.

마노아 2009-02-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있음직한 이런 이야기들. 아, 끔찍하군요.

다락방 2009-02-04 16:20   좋아요 0 | URL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있음직하기 때문에 끔찍하지요. 벌써 미네르바로 보여지고 있지 않습니까. 답답할 따름이어요.

2009-02-04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2-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은 안 읽었네요.
줄위의 종달새와 Doubt, 담아가요.
아, 좋아요, 다락방님이요^^

다락방 2009-02-04 16:23   좋아요 0 | URL
Doubt는 개봉하기 전이라 저도 아직 못봤구요, 줄위의 종달새는 혜경님이 어떻게 느끼실까 궁금합니다. 아마 저보다 더 많은 걸 캐치하실 것 같은데 말이죠.
좋다는 말, 좋아요 :)

메르헨 2009-02-0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독재자가 있었다구요?
흠...몰랐네요. 나도 검색해봐야지...하고 있어요.~~
경제성장과 번영의 뒷면엔 항상...독재가 있더라구요.^^

다락방님 올만에 글 남기고 갑니다.아효...정신없이 바빠욤...^^

다락방 2009-02-04 16:23   좋아요 0 | URL
네, 메르헨님.
독재도 그냥 독재가 아니라 아주 끔찍한 독재였어요. 그런데 이 시대에 사는 저는 전혀 몰랐네요.

한숨 돌리세요, 메르헨님.

치니 2009-02-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타인의 삶, 이거 정말 꼭 보고 말겠어요.

다락방 2009-02-04 16:24   좋아요 0 | URL
꼭 보시기 바라요!! 불끈!!

2009-02-04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4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9-02-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독서 기록이 정말 훌륭하네요. 요즘 속 썩이는 인간들한테 밤낮으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변할 때까지 계속 읽히는 거죠. 매일매일 미국산 소고기만 먹이면서 말이죠.

다락방 2009-02-05 08: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들에게 책속에서 혹은 영화속에서 일어났던 그 일들이 '과거'의 일이였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말이죠. 결코 현재나 미래가 아닌. --;;

Jade 2009-02-0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에 농담이랑 이반 데니소비치가 곧 읽을 목록에 있답니다 ㅎㅎ

다락방 2009-02-05 22:03   좋아요 0 | URL
오옷. Jade님께 퍽 맘에 드는 소설이 될거예요. 정말로요!! :)

[해이] 2009-02-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 아직 한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정말 독서의욕이 생기네요. 여기저기서 읽어보란 사람이 많아서ㅎㅎ

다락방 2009-02-07 23:52   좋아요 0 | URL
아, 해이님. 닉네임 바꾸셨네요.
네. 밀란 쿤데라 읽어보세요. 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좋았지만, [농담]이 좀 더 좋더라구요.
 

 요는 타이밍이지, 라는 문장을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그 말을 하던 청소년은 『나니아 연대기』를 조금 더 어렸을 때 만났더라면 좋았을거라면서 저런 문장을 뱉었을 것이다.  

'우애령'의 『정혜』는 단편집이다. 단편들 모두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우리 모두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데는 서투르지 않은가.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이 주는 묘미가 짜릿한 거겠지.  

그러나 어쨌든. 이 『정혜』를 만난 지금도, 나에게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약간 '오래된'느낌의 소설들이고 어찌보면 식상하기까지 하다. 신선함이 없다. 내가 정미경의 단편들을 읽기 훨씬 전이라면, 그러니까 한 십년전쯤이라면, 나는 이 소설을 꽤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나는 그저 앉아서 놀고 먹는것만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에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듯, 낯선 곳도 내게는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 나는 사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고 처음 가보거나 자주 가보지 않은 곳에 가면 유독 에너지가 딸린다. 바싹 긴장을 해서인가. 이런 내가 여행을 즐겨할 리 없다. 그래서 내게 여행기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그래도 가끔 이런식의 글을 만나면 퍽 좋아진다. 아마도 이건 '여행기'가 아닌 '어떤 생각'을 특히 좋아하는 거겠지.   

 

감옥에서 네루는 딸 인디라 간디에게 편지를 통해 "카스트 제도의 출발은 정복자 아리아인의 오만한 지배욕이 만들어 낸 차별이란다. 그것이 '색'을 의미하는 말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좋겠구나."라고 그 기원을 설명한 뒤, 인간의 평등과 계급차별의 철폐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이와 관련된 사실 한가지! 인도 공화국이 독립한 뒤 초대 수상이 된 네루는 카스트에서 최고의 위치인 브라만이었다.) 

 훗날 인디라 간디가 결혼 상대로 선택한 남자는 파시(배화교도)로 이교도였다. 이때 아버지 네루는 "노 프라블럼."하고 찬성했어야 마땅할 텐데 오히려 강력히 반대했다. "인간은 차별 없이 평등하며 종교와 종파도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네루가! 

 결국 마하트마 간디가 중재에 나서서 이 결혼은 성사되었지만, '위대한 지도자' 네루도 대외적으로 말할 때와 본인 문제가 되었을 때는 이렇게 달랐으니...이것은 "모든 인도인들에게서 카스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차별의식이 사라지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일화이다.  

인도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수많은 차별을 없애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의식을 변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pp.102-103)

 

주로 이동중의 지하철안에서만 책을 읽는다. 혹은 약속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때 라던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졸립거든. 그런데 지난 토요일, 새벽까지 내쳐 읽었던 책이 바로 '스테파니 메이어'의 『호스트』 

전작인 『트와일라잇』에서 '인간 여자'와 '인간이 아닌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 남자'와 '인간이 아닌 여자'의 사랑을 그렸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1권의 2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 진다. 그전까지는 이 은빛생명체를 이해하느라, 은빛생명체가 지구를 지배하는걸 이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트와일라잇』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유독 작가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듯한 장면이 많이 보인다. 어라, 이게 설명이 다야? 이게 여기서 모른다고 하면 되나? 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 것. 책장을 자꾸만 자꾸만 뒤로 넘기게끔 재미있게 썼지만, 이 얼렁뚱땅함도 이 작가가 가진 어떤 특유의 패턴인걸까. 끙. 그렇지만 기막히게 재미있다.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그저 날밤새며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이 『호스트』만한게 없다.  

 

 

정말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어했는지. 피츠제럴드다, 피츠제럴드!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사놓고 나면 죄다 이벤트가 걸려있었던 럭키걸이었던 나도, 이 책에서만큼은 운을 빗겨갔다. 배송받은지 이틀후에 알사탕 이벤트를 했던 것. 물론 이상하게 알사탕은 그다지 땡기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래도 받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건그렇고, 나는 이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 정확히는 영화보기 전에 벤자민 버튼을 반드시 읽고 싶어서, 이 단편집을 받자마자 뒤쪽을 펼쳐 벤자민 버튼을 읽었다. 아아, 갈증이 풀리는 느낌. 

그리고 다시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어가다가 나는 『낙타의 뒷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 제목에 잠시 머물렀던 피곤한 독자의 흐릿한 눈은 이 제목이 단순한 비유라 생각할 것이다. 컵과 입술, 푼돈, 새 빗자루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컵이나 입술, 동전과 빗자루를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예외다.이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우리가 보는 실제 낙타의 뒷부분에 관한 것이다.

정말 그렇다. 정말로 낙타의 뒷부분. 읽으면서 어, 정말 낙타의 뒷부분에 관한 이야기네, 하며 혼자 좋아했다. 회사동료와 밥을 먹으면서 글쎄 정말 낙타의 뒷부분에 대한 이야기더라니까, 하며 호들갑도 떨었다. 피츠제럴드는 그렇다. 『컷글라스 보울』이 제목인 단편도 순수히 '컷글라스 보울'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이 단편집에는 (나만 그런건지)두어편쯤 지루한 것도 섞여 있었다. 민음사의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읽을 때는 모든 단편이 좋기만 했는데, 이 단편집은 지루한게 섞여있더라. 그것이 원래 지루한 것인지(왠지 그럴리 없을거라는 피츠제럴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번역의 탓인지(이건 내가 결코 알 수가 없다. 나는 무엇이 잘된 번역인지 전혀 모르거든.), 아니면 내가 단순히 피곤하고 졸린상태였기 때문인지(이게 제일 확률이 높겠구나!) 나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낙타의 뒷부분」은 완전 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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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9-01-30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꾸 '벤자민 버튼'을 '벤자민 브리튼'으로 읽어버리는 강박적 오독증에 빠지곤 한답니다.^^

다락방 2009-01-30 08:45   좋아요 0 | URL
하하. 람혼님. 강박적 오독증과는 약간 다른데요, 저는 [사랑의 역사]의 작가 '니콜 크라우스'를 매번 말할때마다 '니콜라우스'라고 얘기를 하게 되요. 끙. 이런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반가워요, 람혼님! :)

람혼 2009-01-30 18:19   좋아요 0 | URL
제가 학부 시절 선배/동기들과 함께 하던 한 스터디에서는 모두들 '지배 이데올로기'를 자꾸만 '지배올로기'로만 읽고 말하게 되어서 다들 난감해 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에 '지배올로기'는 저희들만의 용어로 굳어졌다는...

다락방 2009-01-31 15:01   좋아요 0 | URL
앗, 람혼님.
제가 발음해보니 지배 이데올로기, 보다는 지배올로기쪽이 훨씬 훨씬 편해요. 하하하하

[해이] 2009-02-06 12:48   좋아요 0 | URL
지배올로기 재밌네요ㅎㅎㅎㅎ

다락방 2009-02-07 23:52   좋아요 0 | URL
발음해보세요. 더 재미있어요, 해이님. :)

Arch 2009-01-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고 싶네요. 영화 포스터를 보고 그냥 흥하고 지나쳤는데 피츠제럴드로군요.
문득 다락방님의 글을 보다가 하루키의 문체가 생각났어요. 예민하고 조심스러워 누군가를 만나면 쭈뼛거리지만 좋아하게되면 와락 붙잡고 안 놔주는 문체라고나 할까. 히~ 방금 속성으로 떠오른 말이라 은근 조잡합니다.
두분 댓글 읽다가 저도 벤자민 브리튼 어쩌고 할뻔했어요. 강박적 오독증이란건 전염되는건가요?

다락방 2009-01-30 10:39   좋아요 0 | URL
앗,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Arch님. 제가 지금 하루키의 책을 읽고 있거든요. 그 뭣이냐, 제목이 뭐더라..(책을 꺼내본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네요. ㅎㅎ 그런데 하루키의 문체가 생각나시다니! 으윽. 짜릿짜릿해요. ㅎㅎ

강박적 오독증(이 단어 자체가 어렵네요 -_-)이 전염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해요. ( '')

비로그인 2009-01-3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좋아하시지 않으시는군요. 다락방님. 설사 여행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다들 스타일이 다르다는걸 깨닫곤하는데 아예 여행이라는걸 즐기지 않는 분들도 있으시긴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올때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여행은 단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다락방 2009-01-30 12:34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것 처럼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여행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반드시 도량이 넓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더라구요.

저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떠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하핫.

레와 2009-01-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책 집적거린 책들은 여러건이나,
연말에 읽었던 [이클립스]를 마지막으로 완독한 책이 없군요. 생각해보니..;; (끙 =.=)

anyway
맛깔스런 다락방님의 리뷰를 먹었으니 보관함이 내 배인냥 또 빠방해졌어요. (키득키득)

머리가 텅비어버릴정도로 재미난 다락방님 이야기가 그립구려..

다락방 2009-01-30 12:37   좋아요 0 | URL
나야말로 레와님과 마주보고 앉아 소주잔을 부딪치며 허겁지겁 삼겹살을 먹는게 그리워요. ㅎㅎ

책은 읽고 싶을때 읽으면 되죠. 읽고 싶은 책으로. 내키지 않으면 읽지말아요. 뭐 어때. 그러다 땡기면 또 무섭게 읽으면 되지. 레와님 땡길때는 무섭게 읽잖아요. ㅎㅎ

치니 2009-01-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사탕은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는 1인. -_-;
지하철을 오래 타시나봐요,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으시다니! ^-^

다락방 2009-01-30 12:41   좋아요 0 | URL
앗 치니님. 저도요. ㅎㅎ
알사탕으로 문화상품권도 교환되고 그러는 모양인데 저는 이상하게 알사탕엔 심드렁해요. 근데 알사탕에 유효기간도 있는 듯 하더라구요. 그냥 뭐든 받아두면 좋지 않을까 하긴 하지만. 흣.

지하철을 오래 타진 않아요. 기껏해야 잠실에서 강남코스인걸요^^;;
지하철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요. 뭐, 책을 안 읽는다고 딱히 할 일도 없고. 가끔, 아주 가끔, 책장을 넘겨도 졸리지 않으면 자기 전에도 좀 읽곤 해요. :)

Alicia 2009-01-3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피츠제럴드 책 찜이에요 :)
실은 전 위대한 개츠비가 잘 읽히지 않았어요.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어떨지 궁금해요.

참, 다락님이 추천하신 새벽세시, 를 보다가
정신없이 지갑을 놓고나와서-_-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니깐요 으흐흐!
말랑한 캔디같았어요.

다락방 2009-01-31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20대 초반에 상실의 시대를 읽고 당연히 위대한 개츠비를 집어 들었어요. 그런데 두번이나 읽어도 대체 뭔말인지를 모르겠고. 그러다 세번째 보고 나니 앗, 좋으네, 하게됐어요. 어쩌면 나이들고 나서 다시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좋지만 정말 좋은건 단편인 것 같아요. 정말 근사해요, 그의 단편은!

새벽 세시, 끝까지 보면 그렇게 말랑하지만은 않을거에요. 그나저나, 참 잘 읽히죠? 술술하고 말여요. :)

Alicia 2009-01-31 16:14   좋아요 0 | URL

으흐 들켰네요- 끝까지는 못읽었어요. ^^

다락방 2009-02-03 15:58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이 끝까지 읽으시는게 좀 무섭기도 해요. 다 읽고 나서 먹먹해질까봐..

프레이야 2009-01-3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사탕 뭐 어떻게 하는건지 전혀 몰라요.
벤자민..은 기다리고 있는 영화^^
타이밍의 적절함은 정말 중요하단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에요.

다락방 2009-01-31 15:02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몰라서 저도 욕심이 안생기는 걸까요? 갸웃.
저 역시 벤자민을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 잘 지내시지요?
 

혹시 [벼랑위의 포뇨] 보셨나요? 보신분들중 Original Soundtrack 갖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세요. 젤 먼저 갖고 싶다고 댓글 다신 분에게 OST 드릴게요. CBS의 [신지혜의 영화음악]에 무언가가 당첨되서(뭔지는 잘 모르겠음) 상품으로 이 CD 가 왔는데, 저는 이 애니매이션 안봤고, 볼 생각도 없어서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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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6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1-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늦었다. 두번째인 듯. 아쉽네요. 마로랑 해람이랑 같이 본 첫번째 영화였는데. ^^

다락방 2009-01-16 14:32   좋아요 0 | URL
아녜요 조선인님.
위엣분은 본인에게 달라고 말씀하신게 아니랍니다.
주소 속삭여주세요. 제가 OST 보내드릴게요, 조선인님.

그간 제게 영화쿠폰도 많이 주셨잖아요. 이참에 보답해야겠네요 :)

2009-01-16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1-16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넙죽.

다락방 2009-01-17 23:39   좋아요 0 | URL
마로와 해람이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조선인님께도 :)

가넷 2009-01-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랑위의 포노... OST가 귀엽던데요..ㅎㅎ;

하울 이후로는 하야오도 내키지 않네용...ㅇㅅㅇ;;

다락방 2009-01-17 23:40   좋아요 0 | URL
전 여태 살면서 애니메이션 본 게 거의 없어요. 한 세편 되려나. 그것도 디즈니로. ㅎㅎ

비로그인 2009-0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연관 없는 댓글]당첨을 축하드려요~

다락방 2009-01-17 23:41   좋아요 0 | URL
하하 Jude님.
제겐 벨라같은 Jude님.
:)

메르헨 2009-01-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전 아들래미랑 보러가기로 했는데 아직도 못 봤어요.힝...이 글 지금 봤어요. 아쉬워용....
당첨...축하드립니다요~!!

다락방 2009-01-17 23:42   좋아요 0 | URL
저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긴다면 애니메이션 보게 될까요? 좀처럼 애니메이션엔 흥미가 생기질 않아요. :)

레와 2009-01-1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착하다! ^^

다락방 2009-01-19 14:49   좋아요 0 | URL
아니, 뭐 별로 ^^;;

순오기 2009-01-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리 애들 다 커서 학교 애들이랑 에니메이션 보러 다녀요~ㅎㅎㅎ그 맛도 괜찮아요.^^
주제곡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요~ 일본아이가 부른 어설픈 한국어가 쬐끔 거슬리긴 하지만...
해람이랑 마로가 좋아하겠네요. 축하축하~~

다락방 2009-01-20 17:04   좋아요 0 | URL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