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두근두근 거렸다. 혹시 루시가 전망 좋은 방을 포기할까봐, 칙칙하고 낡은 커튼들이 달린 틈으로 도망 가, 그 곳에서 차나 따르며 소위 교양과 덕목을 갖춘 그 시대의 고루한 이가 되어 버릴까봐.

그래서 맑고 시원한 바람과 제비꽃들의 향기와 그 아름다움을, 그 사이로 비치던 햇살과 운명같던 두근거림을. 그저 젊은 날의 불안과 초초 그리고 신경쇠약쯤으로 여기며 평생 그저 슈만만을 치며, 더 이상 베토벤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다행히 루시는 전망 좋은 방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경치를 본다. 그 곳엔 따뜻한 바람과 햇살, 그리고 위선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진짜 아름다움이 있다. 예술가의 이름쯤은 틀려도 되며, 신나게 땀을 흘리며 테니스를 쳐도 괜찮으며, 서로 믿고 가식 떨지 않는 곳, 그 곳이 바로 루시의 방이다.

전망 좋은 방에 대한 좋은 리뷰들은 많으니,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를 한 번 거닐어 볼까.

(이때 필요한 것은 베데커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5권이다.)

    

 

 

 

 

 

 

 

 

루시와 레비시양이 잠시 머물렀던 안눈치아타 광장을 지나 산타크로체 교회로 들어가 보자.

 

 

산타크로체 교회는 성프란체스코 성당(프란체스코 성인, 이름에 프랑스인이란 뜻이 담겨있는데, 아마 아버지가 프랑스로 무역을 다닌 대상인이며, 프랑스에 갔을 때 낳은 아이라 그렇다는 설이 있다. 부유했지만 무너져 가는 성당에서 계시를 받고, 모든 것을 버리고 빈민들과 함께 하며 신의 가르침을 전했다고 한다.)이며 조토 그림으로 유명하다.

아래 그림은 조토의 프란체스코 성인의죽음,

그 당시 가장 유명했던 화가치마부에가, 어린양치기 소년이 들판에 혹은 바위에 그린 그림을 보고 감동해서 제자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 양치기 소년이 바로 조토이다. 곧 조토는 스승의 명성을 능가하며 수많은 프레스코화를 남긴다. 프레스코화는 특징상 보존이 어려워서 안타깝다.

 조토의 그림들은 산타크로체보다 스크로베니 성당에 더 많다고 한다. 루시가 조토 그림에 관심이 더 있었다면 아마 스크로베리 예배당으로 가지 않았을까.

 (아래 그림은 조토의 애도, 스크로베리 예배당에 있다.)

대부분의 성당들은 부유한 은행가 등에 의해 지어졌다. 부유한 자들이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지만, 속세에 성당을 지어 봉헌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단테의 신곡에도 지옥에서 돼지 무늬 돈주머니를 목에 걸고 있는 이를 봤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스크로베니 집안의 상징이 살진 암퇘지였다고 한다. 결국 스크로베니 집안은 성당을 짓고, 조토의 그림들로 도배한 후 하늘에 바쳤다고 한다. 은행가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고리대금업이니 세상의 시선도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성당을 짓고, 글을 모르는 이들도 깨달음을 얻도록 수 많은 그림들로 성당을 장식하고, 자신의 집안 이름을 본 딴 예배당을 성당안에 건립했다.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 또한 바르디와 페루치 가문의 예배당이 있다고 한다.

(단테의 묘사도 그렇고 지옥은 끔찍 그 자체다. 테드 창의  '지옥은 신의 부재'란 단편이 있다. 그저 지옥이란 신이 신의 사랑이나 은총이 없는 곳일뿐, 오히려 현실과 닮은 곳이다. )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루시는 조토의 그림을 보게 되지만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루시가 좋아한다고 언급한 루카델라 로비아”(로비아 가문으로 그의 조카 안드레아와 아들 조반니와 지롤라로 등이 계승)는 이탈리아의 조각가로 델라로비아 블루로 유명하다고 한다.(로비아의 도자기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한 청색을 일컫는다.) 첫번째는 루카델라, 아래는 조카 안드레아의 작품이다.

    

며칠 후 루시는 알리나리의 가게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클로리스 혹은 아우라가 열심히 비너스를 해안가로 밀어주고 있다. 그 앞에는 봄의 여신 플로라가 옷을 들고 대기 중)

 프라 안젤리코의 대관식,

조토의 성 요한의 승천,

델라 로비아의 아기 그림들과

구이도 레니의 마돈나 그림

을 찍은 사진들을 구입했다. (물론 이 그림들의 사진이 아닐 수도 있다.)

시뇨리아 광장의 넵투누스신 분수대앞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조지의 도움을 받는다.

로마에서 루시는 세실과 만나게 되고, 결국 집으로 돌아와 세실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세실이 에머슨을 만난 곳에서 본 작품은 루카 시뇨렐리의 작품이었다.

루카 시노렐리는 르네상스시대의 위대한 도안가로 로렌초가를 위해 판의 긍정을 그렸지만,2차대전으로 불타버렸고, 흑백사진으로만 남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이 책에선 음악도 꽤 큰 역할을 한다. 세실앞에선 베토벤을 연주하지 않는 루시, 그저 그 곳에 어울리는 무난한 슈만만을 연주할 뿐이다. 위선적인 모습과 신분에 따른 뒷담화들, 세실이 주는 불편함과 무시와 조롱,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맞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마음속에 베토벤 작품번호111번을 숨긴 루시에겐 맞지 않을지도. 그저 전망이 없는 방일뿐인 세실을 보며 넓고 환한 세상을 꿈꿀 순 없을 테니.

 

그림과 음악이 오고가고, 화가들의 이름들을 주고받지만, 내게 남는 것은 제비꽃, 역시 살아있는 사랑이, 느끼고 흔들리는 따스한 감정들이 좋다. 특히 해피앤딩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처음 구상대로 조지와 루시가 도망가다 나무에 깔려 죽는 전개였다면, 작가의 멱살이라도 잡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작품 하나는 바로 조토의 '동방박사의 경배'이다 낙타의 저 예쁜 눈도 좋고, 실제로 헬리혜성이 그려진 그림이기도 하단다. 조토가 1301년 실제로 혤리 혜성을 보고 그림에 그려 넣었다고 한다.. 아, 저 귀여운 낙타와 푸른빛이 배경, 헬리혜성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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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4 12: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멋져요~♡ 그림들을 찾아내셨군요! 이 페이지 즐겨찾기!! 미니님 스타일의 리뷰*^^*👍👍

mini74 2021-05-24 13:05   좋아요 5 | URL
읽으면서 찾다보니 ㅎㅎ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24 13: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망 좋은 방의 내용이 급궁금해져요~~
어찌하여 이 책에 대한 리뷰에 이렇게 멋진 그림들이 동원될까 궁금해서요^^
결국은 책 두 권 찜합니다**

그레이스 2021-05-24 14: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당분간 북플 알림을 끌까 생각해봤어요^^
이런 리뷰들을 보면 또 책들을 들쳐보게 되고 검색해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
책 쌓아 놓고 책 검색하는 ...ㅠ
다행, 난처한은 훑듯이라도 읽었고.^^
전망좋은 방은 나중에 꼭 읽어볼께요.~♡
이런 연결, 리스펙입니다.

scott 2021-05-24 17:01   좋아요 4 | URL
알림 음만 無음으로
그레이스님 리뷰 읽는 재미로 살고 있는 1人
가지 마삼 333

mini74 2021-05-24 17:43   좋아요 4 | URL
미투 미쓰리, 그레이스님 ! !

새파랑 2021-05-24 14: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읽어야 하는데 ㅜㅜ 역시 미니님은 미술계의 AI시네요~!! 이탈리아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드네요^^

(페이지 즐겨찾기도 되나 보네요 ㅎㅎ)

scott 2021-05-24 1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니님 입체적인 책읽기를 실천 하고 계신분
전망 좋은방 책-영상- 그림을 찾아 읽는 미니님
이딸리아라는 멋진 풍경 속에 베토벤-슈만-단테 신곡까지 이어지는 여정속에서
미니님은 제비꽃 발견!

산타크로체 성당에 조토 그림
저도 좋아함 (🌼❛ ֊ ❛„)

레삭매냐 2021-05-24 2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은 도서관
에서 기껏 빌렸다가 결국
못 닐고 반납해 버렸네요.

다시 한 번 투쟁심을 자극
하는 뻬빠가 아닐 수 없습
니다.

일단 앨런 홀링허스트의
<수영장 도서관>부터 만나
보고서리...

서니데이 2021-05-25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이름 안에 프랑스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요.
책 속의 그림들을 실제로 보면 .... 하다가 페이퍼 첫 부분의 책이 <전망 좋은 방>이라는 걸 뒤늦게 봤습니다.
mini74님, 사진과 설명 잘 읽었습니다.
기분 좋은 일들 가득한 하루 되세요.^^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윌리엄 트레버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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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구입한 윌리엄 트레버 단편집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작품에 견줄 만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겠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줌파 라히리가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한 말이다.

윌리엄 트레버, 좀 부끄럽지만 들어 보기만 한 작가다.

소개글엔 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계승한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되어 있다.

내가 산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 23편이 실린 책이다.

단편들의 시작은 비슷했다. 나 혹은 이름으로 시작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름을 듣자마자 악수하며 인사도 나누기 전에, 그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느낌, 질척이거나 뭔가 지저분하다기 보단 그들의 이야기는 불쑥 찾아온 외판원 같다. 난데없이 훅 들어와서는 물건을 팔기보단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속에 그들의 깊숙한 속내가 담겨있다.

시작은 일상이지만, 그 속에 반전과 새로움, 신선한 서사들이 담겨 있다.

할머니의 탁자를 팔아버린 후 후회하다 남편의 불륜을 알아버린 해먼드 부인, 억울하게 누명을 쓴 윈턴과 그녀의 개, 그리고 너무나 뻔뻔하게 그녀를 무시하는 관리인

특히 <탄생을 지켜보다>는 반전의 매력도 있다.

성에 눈 뜨며 학교와 집에서 갈등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 (소녀의 시점에서 쓴 글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소녀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어 좋았다. 죽은 하얀 민달팽이 같은 딕비헌터부인이야기나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떠나지 못하는 브리디의 이야기 또한 여성의 시점에서 쓰인 글이다. )

메이비스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매카시와, 노부부와 집사를 몰아내고 집을 차지해 버리는 비열한 댄커스 부부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아일랜드 태생이지만 경제적 이유로 영국에서 살았고, 평생 자신을 이방인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삶속에서 항상 외롭거나 부재하거나 쓸쓸한 이들이 대부분 주인공이다. 무시당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한다. 외롭고 쓸쓸한데다가 우울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게 이 단편들의 다는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이 다가 아니듯, 삶 또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엔, 나와 부대끼는 가족이나 타인의 삶들이 함께한다. 그렇게 가족과 타인의 삶들과 내 삶들에 엮이면서, 나라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 그래서 내가 그린 밑그림이 아니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완성작에 가끔 어리둥절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려지지 않는 삶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모습들을 주인공들에게서 만나면 공감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세상은 우리한테 가장 좋은 것을 허락하지 않아." 아그네스 티처의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미스 그림쇼는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미스 그림쇼는 걸음을 옮겼다. 노란 비닐봉지에 담긴 조개껍데기가 달그락 소리를 냈다. 미스그림쇼는 자신의 머릿속에 파고들려는 생각을 애써 막았다. 마늘새가 공기에 섞여 있었고, 부엌에서는 이 지역 요리인 부야베스의 그윽한 냄새가 풍겨 왔다. 부야베스는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였다.

이 작은 도시에서 나는 혼자 사는 이상한 남자다. 사람들은 내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자라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나처럼 자란사람은 병적인 상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가 아는 1거라고는 이 해변 도시에서, 아니 이곳을 벗어난 어디에서든 그녀만큼 내 눈앞에 실재하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위해 살면서나는, 내가 소망하는 대로 그녀를 소유할 수 없음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절망으로 보낸다. 나는 환영을 향한 육욕을 품고 있다. 이런 내 욕망은 신이 내게 보내는 조롱이며 내가 품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처단하려고 신이 내리는 적절한 벌이다.

메이비스는 현관까지 그를 배웅했다. 그러고서 매카시가 지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그의 다리가 난간을 따라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다 사라졌고 메이비스는 부엌으로 돌아와 잔에 차를 따랐다. 메이비스는 그가 언제나사업상 약속이라고 부르는 토요일 약속을 지키는 모습과 일을 마친뒤 버스에 몸을 싣고서 그가 사는 교외로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의 눈앞에 열쇠로 문을 열고서 집 안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 개한 마리와 아이 두 명과 몸집이 크고 살갖이 거무스름한 여자가, 아내인 여자가 그를 맞는 모습이 보였다. 개는 큰 소리로 짖었고 여자는 날카로운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잘못된 행동을 했거나 무언가를 잊었거나 사소한 속임수가 발각되었기 때문인 듯했다. 메이비스는 열쇠를여전히 손에 쥔 채,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현관에 선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덮치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은 채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꺼풀 아래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버스는 매카시를 오데온 극장에 내려놓았다. 그는 걸음을 재촉하면서 한 상점 앞에 걸린 환하게 불이 켜진 시계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의 시간을 비교했다. 그는 차를 한 잔 마실 여유가 있다고, 배가 출출하니 데니시 페이스트리를 하나 먹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마신 뒤 그는 토요일이면 언제나 그렇듯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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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2 13: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검색해보니 다행히 번역된 작품이 좀 있네요. 저는 아예 처음 들어본 작가예요!줌파가 저런 말을 하고 체호프와 조이스를 계승했다니
꼭 읽어봐야할듯!9(๑•̀o•́๑)و<-귀엽죠?ㅋㅋㅋ

mini74 2021-05-22 15:02   좋아요 4 | URL
엄청 귀엽습니다. 스콧님 미미님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이모티콘 장인 되시는 건 아닌지 ㅎㅎ 단편들 하나 하나가 참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

scott 2021-05-22 17:00   좋아요 4 | URL
○⌒゙○
( ・(ェ)・ )
─∪─∪───미니님 팔이 짧아서 방망이는 못깍고 요렇게 겨우 내밀정도인데여 ㅎㅎㅎ
미미님 이모티콘은 거의 장인의 수준으로 👍👍

미미 2021-05-22 17:1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5-22 14: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이 양반은 여든, 그러니까 80살이 넘어서도 마음이 쓸쓸해지는 소설을 썼다는 거 아닙니까. 아일랜드가 물이 좋아서 그런지 특출난 작가들이 은근히 많아요.
비온 뒤, 루시골트, 여름의 끝. 이렇게 세 권 더 읽었는데 다 절창입니다, 절창. 미니님 덕분에 검색해봤더니 한 권이 또 있군요. 그의 옛연인. 이것도 읽어야짓!!! ㅋㅋㅋ
더블린에 있는 책방에 가면 소설 부스에 세 개의 단독 부스가 있답니다.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트레버, 존 벤빌. 이렇게요. 주워들은 이야깁니다. ^^

잠자냥 2021-05-22 15:24   좋아요 4 | URL
<그의 옛연인>에 실린 단편들도 모두 훌륭합니다!

scott 2021-05-22 17:02   좋아요 4 | URL
퐐스타프님 더블린 단독 부스는 아니고 매데에 쌓아 놓는 수준이고
더블린 시내 거의 모든 책방의 이름이 ‘율리시즈‘!
더블린 사람들은 책보다 맥주, 진하고 끈적한 기네스를 더 많이 마셔여 ㅎㅎ
여름에 날밤 새며 낭독회 많이 열리는데
줄창 제임스 조이스 작품만 읽혀지는곳 ^ㅎ^

북다이제스터 2021-05-22 17:43   좋아요 2 | URL
인생은 80부터가 맞는 거 같습니다. ^^

Falstaff 2021-05-22 20:47   좋아요 1 | URL
<그의 옛연인> 늦어도 올 가을에 읽을 픽입니다. 하하하......

아, 더블린의 책방들이 그렇군요!
그저 주워 들은 사람들한테 또 주워 들은 풍월로 생각해주시면 땡큐겠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1-05-22 14: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아예 첨들어본 작가네요 ㅜㅜ 완전 부끄러운 ㅎㅎ 체호프보다 재미있는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1-05-22 14:57   좋아요 6 | URL
에이, 기껏해봐야 소설책밖에 안 되는 거 가지고 부끄럽긴요. ㅋㅋㅋㅋ
읽으시면 되는 거지요. 근데 트레버는 진짜 강추예요.
비온 뒤... 부터 읽으셔도 좋을 텐데.... ㅋㅋㅋㅋㅋ

mini74 2021-05-22 15:00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 우리 볼 빨갛게 해서 같이 읽어요 ㅎㅎㅎ
비온 뒤 , 저도 담아갑니다 *^^*

새파랑 2021-05-22 15:08   좋아요 5 | URL
진짜 강추라고 하시니 무조건 이네요 ㅎㅎ 저도 비온뒤 담아봅니다 ^^

페넬로페 2021-05-22 19:2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부끄러움을 같이 나눠요^^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Falstaff 2021-05-22 20:49   좋아요 3 | URL
아 글쎄.... 선생님들께서도 참...
자꾸 그러시니까 제가 잘난 척한 거 같아서 아휴....
근데, 다시 무게 잡고 얘기해봐도, <비온 뒤>, <여름의 끝>, <루시골트 이야기>는 명품이예요, 명품.
<그의 옛연인>도 아마 틀림없을 겁니다!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5-22 23:07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절대 잘난척 아니예요~~
저는 그저 숟가락 하나 얹고 매번 잘 따라갑니다
오히려 편하게요 ㅎㅎ
너무 감사드려요, 매번♡♡♡

scott 2021-05-22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줌파가 트레버 단편집 생일날 부모님 한테 선물 받고 인생을 바꿔버린 책이죠!
트레버 ‘비온뒤‘ ‘그의 예여인‘ ‘여름의 끝‘ 정말 좋구요
트레버의 마지막 작품집 ‘두가지 삶‘도 정말 좋습니다(한국어 번역본은 출간 안된것 같음)
[그들의 이야기는 불쑥 찾아온 외판원 같다. 난데없이 훅 들어와서는 물건을 팔기보단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속에 그들의 깊숙한 속내가 담겨있다.]
미니님의 비유, 트레버 단편을 찰떡으로 말해주쉼 ^ㅅ^

mini74 2021-05-22 17:12   좋아요 5 | URL
부모님께 생일선물 받은거군요. 책 제목들도 좋네요 *^^* 추천 고맙습니다 ~~

붕붕툐툐 2021-05-22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왕~ 줌파 라히리가 했다는 말 듣자마자 쏘옥 빠짐~ 미니님 좋은 책 소개 너무 감사해영!!🙆

단발머리 2021-05-22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미니님 페이퍼와 이웃님들 성원 덕분에 트레버 좋은 단편들 제목 주워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페기 미한의 죽음>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걸 또 살포시 놓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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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길을 나섰다.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소수의 무리들은 나름 앞서는 이를 따랐다. 그는 이전에 이 길들을 여러 번 걸었던 자, 익숙한 자이다. 계절에 따라 혹은 결핍이나 때가 되었기에 나서는 길. 그 길엔 지도도 편의시설도 없다. 열매가 열린 곳, 사냥감들이 있는 곳에 혹은 덜 추운 곳에 도착함에 대한 믿음이 그들을 걷게 한다. 우린 그렇게 걸었다. 정착하기 전 우리는 모든 곳이 집이었고, 모든 것이 감사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여기 다시 길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태양광 열판을 달고, 임시 화장실을 설치하고, 휴대폰과 SNS, 각종 지도와 정보들. 그렇지만 나서는 목적은 동일하다. 열매와 사냥감 대신 계절 일자리 혹은 임시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이들이다. 그렇게 잠시나마의 일로 그들은 일년을 길에서 살아간다. 예전보다 더 혹독할 수 있는 그 길이다.

주변의 눈초리, 경찰들의 검문, 밤 중 차문을 두드리는 소리, 차별과 추위와 신체적 고통이다.

젊지 않은 나이로 나선 길은 그들에게 전기세와 집세와 빚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시킨 듯 하지만, 어쩌면 그건 신포도일수도 있다.

예전 오키들이 분노하며 걷던 그 길을, 그들은 연대와 희망으로 그리고 자유를 그리며 달린다. 그들이 짊어진 분노와 힘듦을 캠프파이어에 던져 넣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집값보다 더 비싼 대출금으로 밖으로 내몰린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성실했고, 쉬지 않았다. 그렇지만 투자의 잘못, 혹은 은행의 파산, 그리고 나이듦으로 인한 권고사직이나 퇴사로 길로 내몰렸다. 더 일을 하고 싶어도 세상은 그들을 내몰았다. 직장을 잃었다고 해서, 갑자기 내던 집세와 전기세 기타 각종 세금들도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의식주에 드는 돈들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내 몸을 옥죄는 것은 그 많은 고지서들뿐만 아니라, 여기서 탈출할 길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집을 버렸다. 자신을 버리기 전에 집을 버렸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나간다. 낡은 벤과 트럭에서 만난 그들은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든다. 노마드, 유목민, 그들은 새로운 유목민으로 인터넷으로 안부를 묻고 만날 곳을 약속하며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에게 힘이 되려 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아프다. 그들은 이미 늙었다. 그 전에도 대부분 힘든 일들을 했었다. 육체는 낡았고 닳았다. 그들이 아마존 캠퍼포스에서 하는 일들은 신체를 갉아먹는다.

아마존에서 그들은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에다가 국가보조금에 세금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노령근로자들일 뿐이다.

 

석고보드회사의 관사격이었던 엠파이어 도시는 회사가 망하자 동네가 폐쇄되었다. 그 곳 사람들은 해고뿐만 아니라, 정들어 살던 곳을 떠나 어딘가로 몸을 구겨넣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저렴한 치과나 안과를 공유하고, 차 정비기술을 서로에게 가르쳐 주고 안전한 주차장소와 마을의 인심정도를 공유하며 생존만이 아닌 삶을 그 순간에도 즐기려 노력한다.

긍정적으로 징징거리며 살지말자는 미국의 대응기제들이 발동한다.

 

 

나는 내 사람들을 찾아냈다. 나를 사랑과 환대로 감싸준 부적응자들, 어중이떠중이 한 무리가 그들이다. ‘부적응자란 패배자나 낙오자라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영리하고 인정 많고 열심히 일하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미국인들이었다. 평생 동안 아메리칸드림을 좇은 끝에 그들은 그것이 단지 커다란 하나의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다.”

 

견뎌내려는 우리의 의지를 뒤흔드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별이 빛나는 광할한 하늘 아해 동료 워캠퍼들과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있을 때와 같은 공유의 순간들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 책은 제시카 브루더가 3년간 실제로 차를 집 삼아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부대끼며 쓴 글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중심엔 린다가 있다. 어스십을 꿈꾸는 린다는 매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산림관리원이나 아마존 캠퍼포스에 참여한다.

난 마치 은퇴하기 위해 마지막 일을 하고 있는 은행강도 같아요라고 말한다.

평생 일했고, 열심히 살았다. 일자리만 있다면 어디든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남은 건 지치고 늙은 육신이다. 그리고 빚, 열심히 일하는데도 전혀 줄지 않는 빚과 세금계산서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금계산서와 집 대신 길을 나섰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으려, 희망을 가지려 하는 이들을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들은 추위와 더위에 싸워야 하며, 그들을 보는 시선들에 겁먹어야 하며, 어딘가로 정착하지 못한체 계속 떠돌아야 한다. 계절적 한시적 일자리를 찾아 떠돌며 그래도 그들은 삶을 사랑하려 희망을 가지려 노력한다.

 

친구 패티를 추모하며 올린 글엔 그들의 마음이 절절하다.

마침내 빚진 돈 없이 영원히 살 집을 찾았구나! 이젠 캔자스에서처럼 사막에서처럼 그렇게 추위에 떨며 지내지 않아도 되겠네! 비좁은 집도 이젠 없을 거야. 전화 끊기 전에 내가 항상 말하듯이, 사랑해, 패티, 네가 몹시 그리울 거야.”

 

그렇지만 전직 광고 아트디렉터 앨 크리천슨의 말도 그들을 대변한다.

우린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일뿐이라고. ”

그들은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그 선택에 긍정적이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정하지 마라, 위로하지 마라, 우리의 선택은 신체의 고통과 힘듦과 불편을 가져왔지만, 삶이란 원래 고정관념이 담긴 단어가 아닌 것을.

    

(대부분이 백인들이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일지도. 흑인들이 벤을 집삼아 타고 다닌다면 마약이나 기타 등등의 의심으로 아마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더 낮은 임금으로 더 오래 삶을 영위해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언급된다.

노매드랜드는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펀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쓰리 빌보드에서 정말 인상 깊었다. 검색해 보니 미국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정말 어울린다-와 데이브 역의 데이빗 스트란탄만이 실제 배우이다.

린다 메이와 스왱키, 밥 웹스 등 대부분은 실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본인을 연기하고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감동은 더 깊었다. 책 속 인물들을 영화에서 만날 수 있어 더 실감났고 감동적이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영화에서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직접 일을 하며 그들과 함께 했다. 서부지역의 황량한 사막과 평원등의 모습등도 너무 좋았다. 공장이 문을 닫고, 광장과 관련된 사택에서 떠나게 된다. 남편도 잃었고 고향도 떠나야 하는 펀은 밴을 타고 떠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두려움과 가혹한 현실로 인한 떠남이었다. 그렇지만 길 속에서 다른 노마드들을 만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지막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것은 제대로 떠나기 위한 돌아옴이었다. 현실에 내몰린 길, 그리고 이젠 스스로 떠나는 길이다.)

 

오키들이 마주한 것은 절망,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는 현실이었다.

21세기 노마드들이 마주한 것은 미국을 살아내기

그들은 탈출을 계획했고, 타이어 떠돌이들과 만났으며, 더 이상 사탕무할 수 없는 경험들 속에서도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밑줄 그은 부분은 책의 차례 제목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시 미국은 그들의 성실한 국민들 대신 타락한 은행 손을 들었다. 새로운 대공황이 왔지만, 그건 개인의 잘못도 나태도 아니었다. 국민들을 보호하는 대신, 그들의 집을 빼앗았고, 그들이 일했던 시간들과 성실함을 노동을 배신했다.

열심히 일했고, 성실했고, 노동의 가치를 믿던 이들이 집 밖으로 내몰렸고, 홈리스들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시 선택했다. 우리들은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일뿐이라고.

임금은 끝났고, 연금은 박살이 났다. 저축은 날아가 버렸고, 사회보장제도는 흔들렸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길 위에서, 일하고 연대하고 삶을 이어나간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서로 도우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생존만을 위한 삶이 아닌 생존의 순간에서도 즐길 수도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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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0 11: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이리뷰 💥별폭탄 10개!! 노마드랜드 영화와 원작을 이렇게 탁월하게 해석 하시다니!!성실한 국민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리고 타락한 은행을 구제해준 미정부 로마시대 메디치와 교황청의 모습과 넘 닮았습니다!!

mini74 2021-05-20 11:14   좋아요 5 | URL
연령대가 비슷해서 아마 더 감정이입해서 읽은 것 같아요 ㅠㅠ 영화도 저는 참 좋았어요. *^^*

새파랑 2021-05-20 1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홈과 하우스의 차이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ㅎㅎ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닌 즐기기 위한 삶이 중요한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5-20 1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우스리스에 완전 동의!
저 이 책 읽을거라 제목만 봤어요
나중에 읽어볼께요.

미미 2021-05-20 1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쓰리 빌보드>에서 보고 매력있다 생각한 배우~^^♡ 책도 읽고 영화도 볼수 있는 작품 너무 좋아요!!

mini74 2021-05-20 13:25   좋아요 4 | URL
저도 쓰리 빌보드 너무 좋았어요 *^^*

바람돌이 2021-05-21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책도 다 찜해놓고 있는데 이 리뷰보니 둘 다 빨리 보고싶네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니데이 2021-05-21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또는 미래를 잃었다고 들었어요.
돌아갈 집과 정착할 지역이 없어서 노마드의 삶이 되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06-04 2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명품 리뷰
노마랜드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오늘 맥콜! 드시는 날 ଘ(੭ꆤᴗꆤ)━☆゚.*・

mini74 2021-06-04 20:19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스콧님도 추카추카 *^^*

그레이스 2021-06-04 2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축하해요~♡

미미 2021-06-04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당선 축하드려용~♥

새파랑 2021-06-04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알라디너 TV도 당선이신거죠? ㅋ 완전 축하드려요^^

mini74 2021-06-04 20:53   좋아요 3 | URL
지금 책 결제하러 갑니다 ㅎㅎ 새파랑님도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1-06-04 2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1-06-04 21:33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06-04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님의 이 리뷰읽고 home과 house의 의미를 한 참 생각했어요~~이 책을 먼저 읽고, 꼭 영화를 봐야겠어요~~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6-05 07:06   좋아요 3 | URL
restless란 단어도 추가요.

초딩 2021-06-05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어스십이라는 회사도 있군요 친환경 주거 공간 제공 회사 :-)
mini74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1-06-05 18:02   좋아요 2 | URL
초딩님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어스십 검색해보니 집들이 생각보다 예쁘더라고요. 친환경하면 패시브주택만 알았는데 ㅠㅠ
 
기억의 의자 - 중세부터 매뉴팩처까지 장인의 시대 사물들의 미술사 2
이지은 지음 / 모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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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싫었던 이유는 많았지만, 그 중에 하나는 책걸상의 불편함이었다. 물론 화장실도 무서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다 커버려서, 유난히 책걸상이 불편했다. 의자도 작고 책상도 작고, 나처럼 키가 일찌감치 커버린 아이들은 유독 구부정한 어깨와 허리선을 가지게 되었다. 훗날 동창회에서 한 아이가 나를 내려 보며 난 너 농구선수 될 줄 알았는데.” 그렇다. 그 때 이후로 키가 자라지 않았다.

 

나를 거쳐 간 의자라. (권력 존엄과는 아무 상관없는 )

, 초등학교의 그 불편한 의자, 그리고 조금 더 커선 엄마가 사주신 책상과 세트인 의자, 조금 더 커선 회사에서 쓰던 아저씨 같던 의자 정도? 망사처리가 되어 있고 회전이 가능한 팔걸이가 달린 사무용의자는 20대의 내겐 왠지 아저씨 의자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의자를 예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다 유럽이나 영국의 시대물들을 보면서 의자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공단에 금실로 수까지 놓은 저런 의자에 앉는다고? 우와 물론 우리에게도 방석이 있다. 온갖 화조류들이 수 놓인 화려한 방석들, 그렇지만 저 레이스며 하늘하늘한 금빛 술들이며 이미 나는 상상 속에서 버팀살 드높은 공주였다. 하하하. 그래서 살포시 얼마쯤 할까 검색해보다가 조용히 마우스를 내려놨다. 내가 눈여겨 본 것은 로코코 양식의 뒤셰스 브리제 가격은 그만 알아보자.

그러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원래 좋아하는 작가님, 오브제 문화사 관련 책들로 유명하신데, 이번에 사물들의 미술사를 내셨다.

<기억의 의자>

먼저, 스탈의 반전

제일 먼저 소개하는 것은 스탈이다 스탈은 교회에서 주로 쓰는 의자로 주교와 교회 참사위원들인 높으신 양반들이 앉는 의자였다. 그런데 그 안장을 접으면 미제리코드(타인의 불행과 아픔을 귱휼히 여기는 마음)’라 불리는 장식이 드러난다. 엄숙함과 경건함이 조각된 스탈과 달리 젖혀진 의자 뒷면엔 풍자들이 가득하다. 수도사를 도둑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인간들을 동물에 빗대어 돈에 매수된 성직자를 여우로 나타낸다.

이 스탈의 엄숙함이 옥좌로 변형되었다는데, 뭔가 반전매력이 가득한 의자다.

    

두 번째는 루이14세의 옥좌, 실제로 옥좌로 지정된 것은 없고 주로 나무에 은을 입혀 만들었다고 한다. 루이14세는 유독 은을 좋아했는데, 실제로 아우크스부르크 동맹과 싸울 때, 모두 녹여 주화로 만들어 전쟁자금으로 썼다고 한다. 물론 전쟁엔 패배했다.

    

 

 

세 번째는 타부레

프랑스 등 유럽의 왕실은 앉는 것도 서열이 정해져 있어서, 순서와 의자까지 엄격했다고 한다. 계급에 따라 서 있거나 타부레에 앉거나 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루이 14세의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로 여인들에게 타부레를 하사했다고 한다. 루이 14세가 직위를 남발하는데다가 자신들보다 낮은 직위의 서자나 시골출신 영주들이 신분상승을 통해 타부레에 앉는 것에 분노해, 기존의 귀족들이 반타브레 동맹을 맺기도 했다고 한다. 등받이 없는 너도밤나무로 만든 평범한 의자일뿐인 타부레가 집착과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스툴과 닮은 타부레, 스툴은 과거 유목민들이 접이식으로 사용을 했다. 그런 스툴이 중국으로 넘어가 당나라시기엔 등받이가 부착되면서 관리들에게 인기있는 위엄있는 의자가 되었다. )

 

네 번째는 폴란드 왕 스타니스와프의 바르샤바궁을 꾸미기 위한 가구제작 모습을 보여준다. 데시나퇴르(디자인화 스타일화를 그리는 사람)의 그림들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으면, 장인에게 맡기게 되고, 그러면 장인이 모형을 만들어 보여준 뒤, 다른 장인들과 협업해서 의자를 완성한다고 한다. 의자틀 만드는 사람, 장식하는 사람, 쿠션 등 천 관련 장인등 철저한 분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마스 치펀데일의 의자들.

아마 영국의 시대물들을 봤다면 익숙할 의자들과 소품들이다. 아름답고 귀족스러운 그 가구들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치펀데일은 처음으로 의자 관련 디자인북을 만들어 주문을 받았다. 또 가구들을 등급에 따라 차등판매를 했고, 의자를 스타일별로 나눠 판매하기도 했다. 프랑스 로코코식에 영국과 어울리는 차별화를 통해 만들어 낸 게인즈버러 의자, 중국과 영국식을 섞은 래티스 의자 등 그의 가구들은 특히 젠트리 계급에 큰 인기를 얻었다.

 

 

누군가를 편하게 쉬어 가게 하는 의자, 그런 의자들이 과거에는 사용자들을 특별히 돋보이게 하기 위해, 혹은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신분에 따라 의자는 꿈도 못 꾸는 이들도 많았다. 프랑스 궁정에선 왕과 왕비만이 안락의자에 앉을 수 있었지만, 권위의 상징인 그 의자는 등받이는 직각에 가까웠고, 굉장히 불편하고 무거워 보였다. 그러다 조금씩 실용적이고 실제 앉는 목적에 부합되는 의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예쁘다기보단 실용성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그렇지만 책상 앞 의자에 앉는 순간 내 개인의 공간이 생각나는 기분. 편지를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의 탄생? 그래서 젠트리들은 호화로운 유럽의 가구들이나 의자보다, 치펀데일이 영국화시킨 조금 더 개인적이고 편안한 가구들을 선호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조각과 의자의 다리에 새겨진 곡선들과 등받이의 우아함은, 의자 또한 예술품임을 알게 해 준다. 작가를 알 수 없어 아쉽지만. (아 간혹 공방이나 장인의 사인, 혹은 특유의 마감처리 등으로 작가를 알 수 있는 가구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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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18 19: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의자라는 설명을 읽고 보는데도, 독서실 책상 같았어요.
저기 칸막이가 4인용인가 5인용일까 하면서요.
예전엔 의자라는 것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요즘엔 예쁘고 편한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실용적인 의자를 찾는 것이 생활의 즐거움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05-18 19:41   좋아요 5 | URL
그러고보니 스탈이 독서실 책상 닮았네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미미 2021-05-18 19: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군요!!저도 🏀 할 뻔했는데 키가 그정돈 아니라고ㅋㅋ 서재에 아주 예쁜 윙체어 하나 놓고 싶어요~♡
정말 그림에서처럼 어떤 의자는 예술품에 가까운것 같아요!

붕붕툐툐 2021-05-18 19: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내려보며..ㅋㅋㅋㅋㅋㅋ
가격은 그만 알아보자.ㅋㅋㅋㅋㅋ
진짜 미니님 유머 제 스타일!
다양한 의자 사진과 함께 보여주시니 좋았어요. 빼박 한국인이 저는 방석이 젤루 좋네욤~ㅋㅋㅋㅋㅋ

scott 2021-05-18 20:41   좋아요 3 | URL
오! 툐툐님 명상의 달인 ^ㅅ^

그레이스 2021-05-18 1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소파의세계 보고 이 책 같은 종류인줄 알았다가 전혀 다른 주제여서 웃었어요.
이 리뷰로 대신!

새파랑 2021-05-18 1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망사처리 회전 팔걸이 의자 쓰는데 ㅋ 의자를 망라한 책이라니 특이하네요 ^^

scott 2021-05-18 2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의자라면 뭐니 뭐니해도 허리-등-어깨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안마의지가 최고입니돵!ㅎㅎ

mini74 2021-05-18 21:31   좋아요 2 | URL
안마의자라면 코지마! ㅎㅎ *^^*

cyrus 2021-05-19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 화장실이 불편했어요. 초중고 등학교 모두 쭈구려 앉어서 쓰는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었거든요. MZ세대가 다니는 학교 화장실의 변기는 비데가 있는 좌변식이겠죠? ^^

mini74 2021-05-20 11:23   좋아요 0 | URL
저는 ㅠㅠ 초딩때 푸세식. 학교 마치면 미친듯이 집으로 뛴 적이 많았지요 ㅎㅎ
 

내가 사랑한 화가들예술의 주름들 기억의 의자내 사랑 모드무라카미T를 소개하는 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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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8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혼을 알아야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는 말‘에서 소름 돋았어요~^0^♡ <기억의 의자>도 재밌을것 같아요. 성당가면 교황의자? 화려해서 신기했는데ㅋㅋ

mini74 2021-05-18 10:27   좋아요 3 | URL
지금 반쯤 읽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미미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새파랑 2021-05-18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는 영상이 안뜨나보네요. 찾아 들어가서 봐야겠습니다~!!

scott 2021-05-18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영상이 안보여서 노트북을 펼치니 미니님 영상이 뙁!!
소개 해주신 책들 3권은 이미 구매 완료

나머지 책들 오늘 주문 들어 갑니돵 ~~(๑>؂•̀๑)✌* ৳৸ᵃᵑᵏs T৹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