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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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라퐁텐우화~

주인공은 고양이 바스테트, 이집트의 고양이얼굴을 한 여신의 이름이다.
이집트는 고양이를 숭배했다. 적군들이 고양이를 높이 들고 쳐들어오자 차마 창과 화살을 날리지 못한 나라이다. 그 후 391년 테오도시우스1세에 의해 고양이소유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고양이대학살의 역사가 시작된다. 고양이들을 산 채로 화형시키고, 자루에 담아 물에 빠뜨리는 등엔 고양이를 마녀 혹은 악마의 현신으로 보았다. 교황 인노첸시오8세는 1484년엔 아예 고양이를 악마라 선언하게 된다. 메리 1세에게 고양이는 프로테스탄이자 이단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엘리자베스1세에겐 고양이가 가톨릭을 상징하는 이단이었다. 고양이는 먹혔고 가죽은 담요나 코트가 되었다. 그리고 폐스트가 만연했다.
이런 고양이의 역사와 함께, 제3의 눈을 가진 피타고라스고양이와 영리한 3살 암코양이 바스테트, 그리고 집사 나탈리 등이 멸망해가는 문명앞에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악이 맞을까? 제3의 눈을 가진 스스로를 티무르라 지칭하는 쥐와 쥐떼들에게 인간의 잣대로 그들이 악이며, 인간의 생존이 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나는 바스테트예요. 난 지금 전 지구적인 혁명을, 묘류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간인 당신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위치를 깨달아야 해요.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이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어요. 이제 세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편히 쉬면 돼요.>
묘류혁명의 시대, 묘류 문명의 시작일까 아님 서류혁명, 서류 문명의 시작일까?
책의 마지막 묘사는 흡사 영화 <혹성탈출>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선 라퐁텐과 그의 우화가 언급된다. 이 책은 베르나르의 우화이야기가 아닐까. 인간의 오만과 독선, 인간외의 생명을 잔인하게 취급하는데 대한 경고가 담긴 우화.
정신차리라고, 당신들이 망쳐놓은 것들을 보라고 바스테트 여왕께서 우아하게 야옹 야옹 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인간을 좀 알지. 저런다고 너무 격의 없이대해 주면 안 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나아. 자칫하다간 역할을 바꿔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덤빌지도모르니까! 인간을 집에 데리고 살다가 너무 친해져서주인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나는절대 그렇게는 못 해. 인간이 우리를 받들어 모셔야지,
그 반대는 말이 안 돼. 암, 그렇고말고.
나는 집사들을 감독하고 공사 진척 상황을 살피러 나선다.

「앞으로는 내 지위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길 바라요.
당신이 가끔 내가 누군지 깜빡깜빡하는 것 같아서 하는말이에요.」폐하라는 호칭을 반드시 붙이라고 요구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판단해 나는 돌려 말한다.
「나는 바스테트예요. 난 지금 전 지구적인 혁명을, 묘류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간인 당신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위치를 깨달아야 해요.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이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어요. 이제세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편히 쉬면 돼요.」저 옹졸한 뇌로 과연 이 명백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선언하듯 덧붙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날 믿어요. 모든게 잘될 거예요. 내가 다 책임질게요.」 (0)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깨달은 내가 당신들을 묘류의세상으로 인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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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4 2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야옹야옹 연설ㅋㅋㅋ재밌을것 같은데 🌟 이 3개라 고민되네요. 고양이 대학살은 실제 역사인거죠? 엘리자베스 1세 이야기두요? 지금도 어디선가 개들을 죽이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끔찍합니다.😭

mini74 2021-06-24 20:55   좋아요 5 | URL
고양이 대학살이란 책이 있는데, 그 책이 저는 더 재미있었어요 미미님 *^^*

미미 2021-06-24 20:47   좋아요 5 | URL
헐 이런 책이 있었군요! 미니님 멋짐~ㅠㅜ♡ 구매각이네요! 곧장 장바구니 넣었어요!!

새파랑 2021-06-24 2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1일 1책도 아니고 1일 2책이군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 요즘엔 안읽어서 궁금하긴 하긴 하네요^^

mini74 2021-06-24 20:57   좋아요 5 | URL
얇고 작아서 두 권 합쳐도 한 권 분량 정도더라고요. *^^*

scott 2021-06-24 21: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베르베르
전에 출간된것 보다
요거 문명을 잼나게 읽었는데 ㅎㅎ
제3의 구멍에 유에스비 꽂으면 의사소통 되는 동물들 (̵̵́╹ᴥ╹)̵̵̀

mini74 2021-06-24 21:09   좋아요 5 | URL
전작의 고양이와 이어지지요 . 피타고라스고양이랑 티무르 쥐가 바로 그 제3의 눈을 가지고 이 책에 등장하지요 ~~
 

더운 여름밤, 무서운 이야기 어떨까요. 여름밤, 가족들과 수박 먹으며 읽으면 좋을 괴물관련 책들을 소개합니다.먼저온가족이 함께 읽는 신화상상동물백과사전 1,2(이인식)~ 동서양의 대표 괴물들이 조신하게 그려져 있고, 옆에는 조금 큰 글씨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과 읽기 좋은 책, 특히 환상 소설등을 좋아한다면 강추괴물딴지미스터리사전~ 신비한 서프라이즈? 란 프로 좋아하신다면 이 책 강추, 그 프로그램에 나왔을 법한 이야기들이 몽땅 들어 있습니다. 음모론, 괴물들, 연쇄살인마, UFO 입맛따라 골라 읽으세요.곽재식작가님 3권,~ 한국괴물 백과, 괴물 과학 안내서,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 괴물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등이 담겨 있어요.산해경 (정재서 )~동양의 환상동물 백과 사전입니다. 상상의 나라들과 그 곳에 사는 특이한 사람들과 괴물들의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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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3 14: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괴물딴지에 연쇄살인마도 있는거죠?!! 기대기대ㅋ조신하게 그려진게 어떤건지 궁금해서 신화상상도 찜ㅋㅋㅋㅋ

mini74 2021-06-23 15:02   좋아요 4 | URL
괴물이라기엔 너무 조신해요 ㅎㅎㅎ 강렬한 뭔가가 부족한, 그런데 또 그게 매력이네요 ㅎㅎ

새파랑 2021-06-23 15: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양히게 읽으시는 미니님 대단하신거 같아요 ^^ 전 괴물은 무서워서 ㅎㅎ 그래도 궁금하군요~!!

mini74 2021-06-23 15:04   좋아요 4 | URL
옛날 괴물들이어서인지 엄청 무섭거나 하진 않아요 ㅎㅎ 조선괴물백과에 나오는 애들이 좀 기괴합니다. ㅎㅎ

scott 2021-06-23 15: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상이 안보입니다 ㅠ.ㅠ
괴물 이야기 영상은 짠돌이 알라딘이 20金으로 조절하나봐여 ㅎㅎ
신화 상상 동물백과 사전 찜!! ฅ́˘ฅ̀

mini74 2021-06-23 15:25   좋아요 5 | URL
이모티콘 손!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 *^^*

붕붕툐툐 2021-06-23 17: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의 적절한 추천 감사드립니다~^^

mini74 2021-06-23 22:05   좋아요 3 | URL
툐툐님 ~ 아직도 수요일 ㅎㅎ 이게 더 괴물보다 무섭지 않나요 *^^*

bookholic 2021-06-23 2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보다는 괴물이 안 두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꿈에 나올까 싶어 망설여지네요.
읽고 싶어요를 누를까 말까

mini74 2021-06-23 22:04   좋아요 4 | URL
ㅎㅎㅎ 전 괴물이 쬐금 더 두려워요 ~

초딩 2021-06-2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토픽을 가지고 망라해서 소개해주시는 거 넘넘 좋네요 ^^
아이들도 잼있어 할 것 같고요 ^^

초딩 2021-06-2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목소리 넘 좋으세요 ^^

초딩 2021-06-25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AF (오토 포커스) 되어서 밝기가 어떨 땐 넘 밝아졌다 다시 맞춰지는 것 같은데..
AF 하지 마시고 고정으로 해두시면 밝기 변화가 없어 좋을 것 같아요 :-)

mini74 2021-06-25 11:07   좋아요 0 | URL
앗 제가 기계치에 폰맹이라 ㅠㅠ 좋은 의견이랑 정말 고맙습니다. ~ 오토 포커스 !
꼭 기억하겠습니다 *^^*
 

(북플님들의 추천으로 희곡 입문 ~혼잣말이 늘었다. ㅎㅎ)

<맨 끝줄 소년>

한예종 입시 지정 희곡중 하나라는 < 맨 끝줄 소년>
소설인 듯 독백인 듯 흘러가는 이야기, 담담한 클라우디오의 미묘한 감정선을 읽기가 힘들 듯 하다. 연극하는 분들에겐 갈등도 감정의 표출도 큰 사건도 없는 그러나 감정의 동요들이 내면에서 출렁이는 이 극본을 연기하는 게 아주 어려울 것 같다.

맨 끝줄에서 자신은 감춘 채, 타인들을 관찰하는 클라우디오에겐 미노타우로스의 미로가 아니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잡고 앞으로 나와, 좀 더 밝은 곳에서 정정당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한 쪽만 누리는 관찰과 사생은 불리하고 음침하다. 부도덕적이고 인간관계에선 반칙이다.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잣대로 판단하며, 마치 신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며 객관화나 비웃음, 혹은 희화화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가지지만, 결국 헤르만은 소년이 그려내는 재능 앞에서 <계속>이란 도덕적 범죄를 묵인한다.
멈춰야 한다고 말하지만 읽기를 멈추지는 않는 후아나,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클라우디오.

“널 죽여버리겠어.”
그는 공범자일까 공동종범일까.
도덕성이 결여된 글쓰기 속에서 함께 엿보기를 자처하며, 자신은 다를 거라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길을 잃은 자들이 아닐까.

그들에겐 미노타우로스의 미로가 아닌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한 때.

(희곡이 대사만으로도 이렇게 심리적 변화를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아이의 작문 하나로 이렇게 깊게 인간의 본연의 심성을 파고 들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뿐.)




<밤으로의 긴 여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핑계로 돈에 집착하는 인색한 배우 티론, 집도 없이 배우남편을 따라 여기 저기 떠돌며 지쳐버린, 그리고 돌팔이 의사의 처방으로 모르핀 중독이 된 엄마 메리.
홍역을 옮겨 어린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가족들의 미움 속에서 인생의 좌절을 겪는 냉소적이고 삐딱한 제이미, 만사가 비관적인 아픈 몸의 에드먼드.
그렇지만 그들에겐 모두 나름의 핑계가 있다. 삶이 가난이 어린시절이 결혼이 책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거라 생각한다. 별 것 아닌 가족간의 대화에도 살얼음같은 긴장감이 돈다. 어떤 말이 또 누구에게 상처가 될지 모른다. 빌어먹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도, 마치 마리오네뜨처럼 그들은 날카로운 신경줄을 가지고 서로를 아프게 하고, 미안해하고 그러다 또 할퀴며 잔인해 진다. 화해도 구원도 없는 절망만이 차려진 저녁이다.

책 속엔 셰익스피어와 보들레르 등 꽤 많은 문구들이 인용된다. 그런 인용된 문구들이 인물들의 속내를 표현한다고 보여졌다.
아버지 티론의 “여보게 브루투스, 우리가 부하가 된 잘못은 우리 운명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걸세 ”

어머니 메리는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제이미 “ 내 얼굴을 보게. 내 이름은 ‘더 훌룽해졌을 지도 모를’ 혹은 ‘더는 아닌’ ‘늦어버린, ’안녕‘ 이라고도 불리지.”

그들은 이제 늦어버린, 더는 아닌, 그래서 서로에게 안녕만 남은 가족일지도 모른다.

(유진 오닐의 삶은 에드워드의 삶의 연장선이었다. 어느 책이었더라, 결혼과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글이 잘 써진다고 하던데. 그의 글들은 그의 슬픔과 아픈 기억의 연장선에 있던 것은 아닐까. 유진 오닐 하면 그의 딸 기억이 난다. 우우나 오닐, “호밀밭의 반항아”란 영화에서 샐린저의 첫사랑으로 나왔다. 실제 첫사랑이기도 했지만, 찰리 채플린과의 결혼으로 샐린저를 차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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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22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거 하나 사면 분홍색책을 줄줄이 사게될 것 같은 예감이 막 드네요^^

mini74 2021-06-22 18:15   좋아요 5 | URL
얇은데 비싸서 뭔가 손해 보는 느낌입니다. ㅎㅎ 그런데 살 거 같아요 ㅠㅠ

미미 2021-06-22 18: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즘 북플의 핫 이슈 희곡~ㅋㅋㅋ♡ 얇지만 많은 것을 내포한 내용이죵. 한예종이라~ 연극으로 꼭 한번 보고싶어요. 미니님 리뷰보니 또 다른 느낌이예요. 역시 그리스로마신화 꼭 공부해야함ㅋㅋㅋㅋ

mini74 2021-06-22 18:15   좋아요 5 | URL
유투브에 찾아보니 많은 이들이 연기한 걸 올렸더라고요. 역시 독백같은 소설 읽기는 힘든 것 같아요 ~

미미 2021-06-22 18:16   좋아요 5 | URL
앗 그런방법이! 찾아볼래요!!ㅋㅋㅋ

새파랑 2021-06-22 1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희곡 열풍이네요 ^^ 미니님 읽은책 중 별 다섯개 따라 읽어야 겠어요.
일단 <맨 끝줄 소녀>는 이미 보관함에 ㅎㅎ
책 뒤에있는 주기율표가 눈에 들어오는건 왜일까요 ㅜㅜ

mini74 2021-06-22 18:24   좋아요 4 | URL
그거 알라딘 사은품으로 받은거예요. 폭신해서 좋답니다 *^^*

Falstaff 2021-06-22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후.... 밤으로의 긴 여로.
전 이 책을 읽고 독후감으로 딱 한 줄을 썼습니다.

˝피를 토해 쓴 백조의 노래˝

mini74 2021-06-22 20:40   좋아요 5 | URL
우와. 촌철살인같은 한 줄입니다 !

scott 2021-06-22 2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니님 희곡 입문작으로 유진 오닐의 밤의 여로와 맨끝 줄 소년 ㅎㅎ
희곡 읽는 맛! 중얼거리며 극 상황을 떠올리는 맛이 있죠

요즘 한예종 입학 시험에서는 ‘맨끝줄 소년‘도 입시 지정 희곡 작품인가보네요.
제기억에(친구가 한예종 시험 준비 할때 도와줌)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희극 중 한작품 선택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브레히트 희곡작품
안톤 체홉의 ‘청혼‘
기타 한국 베뱅이굿
이런 작품들이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만지 가격이 넘 사악하다고 생각해요
희곡 진입장벽을 왕창 높혀놓은 가격 !!

mini74 2021-06-22 20:52   좋아요 5 | URL
맞아요. 지만지 가격 ㅠㅠ 유투브 검색하니 동영상이 많이 뜨더라고요. 그래도 언제가는 꼭 진짜 연극무대에서 한 번 보고싶어요 ㅎㅎ 한국 배뱅이굿이 제일 난이도가 높을거 같은데요 *^^*

붕붕툐툐 2021-06-22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니님 희곡 읽으셨네용~ 잼나보여요! 이거 연극으로 올라오면 다같이 보러 가면 좋겠다앙~~ㅎㅎ

mini74 2021-06-22 21:41   좋아요 4 | URL
잔여백신 열심히 기다리는데 ㅠㅠ 아무래도 8월쯤 제 차례가 되야 맞을거 같아요. 가을쯤이면 연극 보러 갈 수 있겠지요? ㅎㅎ 북플 회원 할인 이런 것도 있음 좋겠어요 *^^*

단발머리 2021-06-22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의 바람이 여기 미니님 방에도 불고 있네요 ㅎㅎㅎ 유진 오닐을 기억해 둘께요. 제겐 낯선 그대입니다^^

mini74 2021-06-22 22:41   좋아요 1 | URL
희곡에 대한 거부감? 어렵다 뭐 이런 생각 갖고 있었는데 아주 현대적이고 재미있었어요. *^^*

잠자냥 2021-06-23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끝줄 소년>은 연극이 아니면 아쉬운대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인 더 하우스>로 한 번 보세요. 나름 각색을 잘해서 재미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mini74 2021-06-23 09:25   좋아요 2 | URL
앗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 *^^*
 
냉전의 마녀들 -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김태우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예약주문


국제민주여성연맹, 일명 국제여맹.
사람들은 국제여맹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국제여맹에서 북한의 전쟁참사를 알고자 조사단을 파견한다. 조사단들은 유서까지 써놓고 성실히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펴냈다. 그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보고서는 이념과 냉전아래 묻혀 버렸다. 친소적이라는 오명과(오히려 그들은 프랑스와 베트남관련해서 반식민주의를 주장하다가 지부를 파리에서 동베를린으로 옮겨야했다. 프랑스에서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보고서는 소련 등 공산주의 국가를 선전하는 팜플렛이라며 진실성을 의심받았고, 유엔에서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사라져 갔다.

국제여맹은 전쟁이 끝난 후, 그 시대 남성들의 사회에서 거인으로 우뚝 선 여성들이 앞장서 만든 단체이다. 회원 수는 약 9,100만 명에 유엔경제사회위원회의 자문 등을 맡았으며, 일선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국제여맹은 반식민주의, 반전쟁주의, 반인종주의, 반제국주의 등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북으로 갔다. 북한에서의 실상을 조사하고 글로 남겼고, 그 참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냉전시대 불어 닥친 레드컴플렉스와 매카시즘으로, 펠턴은 영국의 반역자란 오명아래 인도로 망명하듯 떠나야 했다.

조사단의 한 명이었던 영국대표 펠턴은 노동당 당원이었고, 재개발을 위한 스티버니지개발공사의 총재였다. 이 때 영국은 노동당이 집권당이 되어 사회보장제도를 전면에 확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한국전의 발발로 이러한 개발이 주춤하던 시기였다. 군비의 확장이 발목을 잡은 것, 그래서 펠턴은 영국의 대표격으로 북한 조사단에 합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조사단에서 돌아와 북한의 실상에 대한 강연을 하다 선동죄로 재판장에 서게 된 서독출신 릴리 베히터 등, 서유럽권의 조사단원들은 곤욕을 치르게 된다.
무엇이 담겨있었을까, 이들의 보고서에는.
중공군의 개입 이후, 정밀타격에서 무차별 폭격으로 바뀐 이후 초토화된 신의주와 평양, 황해도 안악에서 이루어진 잔혹한 학살들, 그리고 증인들의 증언.
대부분은 미군과 미군통제하의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증언으로 사실 이 보고서는 신빙성에 의심을 받는다.
북한의 우익치안대의 만행과 존재가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통역관과 북한에 의한 왜곡이라고 말한다. 우익치안대의 존재 자체는, 김일성체제의 완벽함에 대한 흠집이자 정치적 입지가 확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었기에, 통역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감춰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너무나 잔혹한 증언들이 많다. 그것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잔혹함을 그대로 답습한 조선출신의 일본군 하급 장교출신들이, 그런 친일행위에 대한 처벌없이 한국군의 장교로 다시 활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1명의 국제여맹 소속 외국인 조사단들은 하루에 640톤의 폭탄이 떨어졌다는, 소이탄이 끝도 없이 불탔던 신의주에서 황해도에서 평양에서, 토굴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우리는 고발한다>는 책을 펴냈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은 잊혀졌다.
이 책은 그런 국제여맹과 그들이 췌록한 증언들, 각종 사진들로 이루어져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소개,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북한의 모습, 잔인한 전쟁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전쟁을 결정하는 자들이 최전방에 최우선으로 나서야 하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까.
전방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이 총알받이로 죽어나가고, 후방에선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이 속수무책으로 총에 굶주림에 폭탄에 죽어나간다. 고문과 성폭력이 난무하고 폐허만 남는다. 추리소설에선 언제나 무언가를 가지거나 얻는 자가 최우선의 용의자다.
전쟁은 모든 것을 빼앗지만, 전쟁에서 무언가를 얻는 자도 있다. 그 자가 범인이지만 고통과 죄의식 그리고 두려움과 상처는 죄 없는 이들의 몫. 조사단 또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도움을 주려 노력했지만, 그들은 빨갱이로 몰렸고, 보고서는 신빙성을 박탈당했다. 왜 무엇이 무서워서일까. 그리 친절하진 않지만, 해답은 책 속에 있다.

우리는 달빛 속에서 이동했다. 눈에 띄는 것은 황폐함뿐이었기 때문에 마치 달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 어느 도시를 가든 굴뚝밖에 없었다. 집들은 무너졌는데, 왜 굴뚝은 안 무너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예전에 20만명이 거주하던 도시를 지나갈 때조차내가 본 것은 오로지 수천개의 굴뚝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본 전부였다.

마끼아벨리(N. Machiavelli)에 의하면, 폭력의 효율적 사용법은 일단 그 폭력의 적용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다음부터는 폭력의사용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다. 즉 피해자를 철저하게 파괴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치심과 굴욕감을 갖게 하여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굴복시키는것이었다. 특히 1950년대 한국처럼 가부장제의 이중적인 성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성폭력은 남녀를 막론하고 상대에게 수치심과 굴욕감을 안겨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결국 전쟁기 북한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피해 여성 자신은 물론, 그 가족이나 그가 속한 커뮤니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59이 같은 이중삼중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사회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북한여성들은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자기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례, 혹은 가족이나 이웃의 성폭력 피해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말 그대로 ‘나의 이름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 사례들을 상세히 고발한 것이다. 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외부의 조사위원들이 전장으로 직접 들어와 피해자의 실명을 밝히면서 전시 성폭력의 실태를 분석 석·보고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극히 보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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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1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국제여맹 규모가 상당했었네요. 평소엔 평소대로 전시엔 전시대로 전쟁직후는 또 그런이유로 참 여권신장의 길은 멀고 머네요.
그래도 이런 자료들을 읽고, 여기 써서 전달하는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mini74 2021-06-21 18:53   좋아요 5 | URL
이 분 폭격 이란 책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에서 저는 처음으로 국제여맹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슬프고 참혹했어요 ㅠㅠ

scott 2021-06-21 20: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례들 성폭력 범죄자들 역 추적해서 찾아내는 AI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죄값을 물어 놔야 함!

mini74 2021-06-21 20:30   좋아요 5 | URL
맞아요 ~ 죄값을 반드시 치른다는 걸 보여주면 전쟁범죄가 많이 줄것 같아요

붕붕툐툐 2021-06-21 21: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면 슬플 거 같지만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용~!!

새파랑 2021-06-21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국제여맹을 첨들어봤어요 ㅜㅜ 이렇게 또 배우고 가네요^^
(미니님도 AI이신듯...)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무선)
이브 헤롤드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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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 우리가 미래하면 일반적으로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쉽게 풀어 낸 책. 아이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하기 좋은 책, 중고딩 아이들 독후감목록에 들어 있는 책 ~ 서평이라기보단 책을 읽고 뒷내용을 맘대로 상상해서 써 본글 ㅎㅎ)

“요즘은 죽는 게 더 힘들어.”
“맞아, 죽는데 돈도 더 든다니까.”
보기 좋게 붉그스름하게 혈색이 도는 건장한 신체에 곧은 허리를 가진 두 남자가 허름한 병원 대기실에서 투덜거렸다. 213번 대기표를 손에 든 남자가 우습다는 듯이 한 마디 했다.
“여긴 대기표를 종이로 주네. 300년쯤 전에나 받았던 것 같은데. 완전 아날로그잖아.”
다른 남자는 한참을 대기표를 보더니,
“아날로그가 그리워 질 줄 이야, 이걸 일레인이 봤다면 좋아했을텐데.”
흰머리라곤 찾아볼수 없는, 2.0의 시력을 유지하는 두 남자의 나이는 사실 500살이 넘었다.
한 남자의 이름은 빅터, 그녀의 첫 번째 부인 일레인은 죽음을 택했다. 자식 셋 중에 둘, 그리고 손자 하나를 떠나보냈다. 여전히 심장은 힘차게 뛰고, 두 다리는 활기차다. 그렇지만 빅터는 이제 지쳤다. 외로웠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열망했지만, 너무 긴 삶에서 그런 일들은 무의미해져버렸다. 쓸쓸했고, 영생을 원하지만 돈이 없어 죽어간 주변인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이젠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곧 법이 개정되어 인간수명의 한계를 무한에서 700살로 규정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유층들은 곧 새로운 편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미 마인드업로딩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빅터와 그의 친구는 이미 지쳤다. 로봇들과 사는 삶, 끝날 것 같지 않는 인생은 그 무엇도 행복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신체를 장악한 기계장치들을 끄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러다가 이 곳을 알게 되었다. 꽤나 인기가 있는 이 곳은 불법적으로 성행하는 병원이었다. 이 병원들의 이름은 모두 똑같았다.
‘당신을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50대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노안과 안구건조증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예전같지 않은 위장으로 소화장애와 그리고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만약 이런 내게 시력회복 마이크로칩을 권한다면? 이건 치료일까 인간강화일까
어린 시절 소머즈나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보면서 저런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어렸고 큰 질병 등에 시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게 노화가 시작되면서 이런 소소한 불편들이 사라진다면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질지 알기에 아마 흔들리지 않을까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 아픈 것 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익숙함을 잊는다는 건 죽음보다 무서운 고통이다. 그렇기에 기억력 강화이식장치나 치매 치료를 위한 연구, 나노로봇을 이용한 암 치료등에는 큰 반대가 없을 것이다.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니.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삶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강화도 생명연장도 자가복제 나노로봇도 소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일 것이다.
로널드 베일리는 그러한 미래가 ‘완벽하고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유전과 주변환경이야 말로 도박이자 복권이며 불공평함의 시작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마체스는 ‘부정행위’라고 말한다. 진정성없는 부정행위이자 편법이라는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지방인슐린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해서 살이 찌는 것을 막을 것이다. 또한 우울증이나 비관적 성격에 대해선 기분을 밝게 하고 성격을 개선하고 지능을 높이며, 길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맞춤형 아이도 나올 것이다. 메뉴판 앞에 선 것처럼, 키는 얼마에 눈 색깔은 어떠하며 아이큐는 어떻고 등등 내가 원하는 대로 재단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아이의 체형과 아이큐와 외모의 정도가 그저 성향과 다름이 아니라, 신분 즉 경제적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지금도 비만도와 치아의 교정여부나 자세에서 사람들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학벌 및 사회에서의 위치까지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결국 공정한 운동장이 아니라 더욱 불공평해진 운동장에서, 노력에도 따라갈 수 없는 차이가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는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해킹의 두려움과 사생활 침해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그런 거대한 데이터가 형성되면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해 다투면서도,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기억력강화이식 장치를 반길 것이다. 암에 대한 고통과 삶에 대한 집착으로 대다수는, 인류의 자원이 고갈될때까지 계속 자가복제를 할지도 모르는 나노로봇을 통해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마치 기계부품처럼 장기들을 조이고 기름칠을 하고 바꾸며 좀 더 활기찬 노년을 보낼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주에 나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 태어나려면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늘어난 연령에 대한 제한, 강화인간의 범위에 대한 한계와 강화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 치료받는 데 대한 국가보조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150살까지밖에 못 산다고요?”
“걱정 말아요, 곧 수명을 팔고 사는 암시장이 생긴다니까, 곧 50년 100년 더 살게 될 테니까.”
부자들은 곧 수명을 살 수 있는 암시장을 통해 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이를 낳으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누굴 선택하실지 정하신 후 다시 예약을 잡으시지요.”
출산을 위해서 우린 누가 죽을지 제비뽑기라도 해야 한다.

“150년에서 이제 50년이 남았어, 난 마음대로 한 번 살아볼래.”
“그래, 나는 이제 1년도 안 남았어.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남은 수명이래 봐야 1년 남짓, 은행을 털어볼까? 아님 업로드 된 사람들의 기억 데이터를 몽땅 해킹해 버릴까?”
언제 죽는지 안다는 것은 재앙이다. 결국 도덕적 판단이 흐려진 일군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죽음 앞에서 그들은 두려움도 염치도 없었다.
극단적인 경우만 있을까.
건강한 신체와 녹슬지 않은 지능으로 삶을 정리하며 1년을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한계수명을 생각하며 보람되게 보내려 봉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기꺼이 과학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이들도 있겠지. 혹은 예측불허의 삶 속에 진리가 있다고 믿는 이들은, 영생이며 150살이란 기대수명대신 자연의 수명을 따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70%는 기계로 되어 있어. 나는 인간인걸까?”

“난 어제부로 뇌 말고는 내 것이 없어. 모두 교체된 거지. 그래도 내가 인간인걸까, 나인 걸까? 나의 뇌마저도 어릴 적 강화되어 높은 아이큐를 가지게 되어, 과학자란 직업을 얻었지. 과학자란 직업도 나의 성취도 오롯이 내 것일까? 누구의 말처럼 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부모가 낳은 아이일까? 곧 있으면 기억력이 쇠퇴해 질 거야. 일반인들보단 오래 버텼지. 그렇지만 곧 나의 뇌에도 손을 대야 해. 그럼 그게 정말 나일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실에 앉은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젊은 모습의 교수가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들 또한 부모에 의해 강화되고, 로봇 등으로 몇 몇의 기능이 교체 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외모도 성적도 훌륭했다. 좌절이란 감정과 우울이란 감정도 통제되었다. 밝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아이들에게 교수의 물음은 생경했다.
그들은 인간일까, 그들의 생각은 온전히 그들의 것일까.


어릴 적 ‘은하철도 999’에서 기계인간을 보면서 어렴풋이 영생을 누리는 삶이 어쩌면 지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도 없지만 더 이상 기쁨도 없는, 진정한 친구들이 떠나고 홀로 남는 영생, 무한의 시간이기에 급할 것도 두근거릴 것도 없는 삶 속에서 결국 스스로 로그아웃되길 원하지 않을까. 수많은 시행착오와 전쟁과 끔찍한 재해 속에서도 인류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려 노력했고, 또한 되풀이하지 않으려 연대했다. 미래의 우리들 또한 그렇게 연대하고 노력하며 어쩌면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신의 영역에 침범했다고 한다. 너무 큰 권능이 인간에게 찾아 온 것이다. 삶에서부터 죽음까지 예전엔 그저 신의 영역이었으나, 인간의 통제와 간섭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커다란 힘엔 그에 따른 책임의 양도 비례한다. 더 뛰어나고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 인류는 더욱 큰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
인간에겐 인간만이 가진 본연의 가치가 있다. 강화하고 대체해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정체성, 그것은 사랑과 연대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겁먹지 말자, 인류의 역사에서 왜 라는 물음 앞에 호기심은 언제나 답을 주었다. 결국 우리는 시행착오를 사랑과 연대로 이겨내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 앞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며, 인간이 가져할 고갱이를 기억한다면 미래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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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0 16: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니 빨리 SF소설 집필 들어가셔야겠는데요?!! (조금전에 졸렸는데 잠이 깼어요!😳)저도 미래에 관해 두려움이 많지만 일단 심부름 잔뜩 안겨줄 수 있는 AI는 한대 들여놓고 싶어용ㅋㅋㅋㅋ

mini74 2021-06-20 16:10   좋아요 6 | URL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ㅠㅠ저는 때 밀어주는 AI로봇 ㅎㅎ 필히 방수가 되야겠지요 *^^*

미미 2021-06-20 16:04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시킬일들 생각하다보면 끝도없는 듯!

scott 2021-06-20 16: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주에 나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 태어나려면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이 문장 넘 좋습니다 밑줄 두번씩 쫘악! ५✍⋆*
오래 살기 보다 세상 떠나기전에 별탈 없이 건강하게 수면중에 하늘 나라로~가
저희 조부모님들의 소원 이셨던 거처럼
이런 저런 생체 기기로 노화된 육체에 생명력을 줘서 몇세기 사는것도 지루 할것 같습니다 ㅎㅎㅎ
새로운 세대를 위해 이런 불멸의 생명력은 ㅎㅎㅎ

로봇 강쥐를 키워 봤지만 로봇은 입력한 프로그램 수행 능력 넘어는 저얼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인 제가 로봇인데도 강쥐처럼 예뻐 죽음 ʚ(>ᴥ<)ɞ

mini74 2021-06-20 19:48   좋아요 5 | URL
자는 길에 가는게 최고복이라고 저희 할머니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고생 많이 하시고 가셔서ㅠㅠ 저도 귀여운 로봇에겐 집착 할거같아요 *^^*

서니데이 2021-06-20 16: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한하게 사는 세상에 살 수 없으니까 이런 상상력도 생기는 것 같아요.
평균수명이 이전 세대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 살지는 못하잖아요.
어두운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대로 실현되는 것들이 많지 않대요.
또한 우리의 생각도 계속 달라질 것 같고요.
그래도 윤리적인 면과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거예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06-20 19:47   좋아요 5 | URL
맞아요 성철. 좀 두렵지만 잘 되겠지요 ? 서니데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새파랑 2021-06-20 17: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큰 연관은 없지만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가 떠오르네요 ^^ 언젠가 끝은 있지만, 그 과정은 다양하다는 게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거 같은데...이 책의 세상은 전 좀 싫군요 ㅜㅜ

mini74 2021-06-20 19:47   좋아요 4 | URL
미래에 대한 책들과 관련해서는 이시구로 의 나를 보내지마나 클라라를 연상 안할 수가 없을것 같아요. 멋진 신세계도 그렇고. 그러고보면 상상하는 건 작가 몫, 만들어가는 건 이과생들 ㅎㅎㅎ

페넬로페 2021-06-20 2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명에 대한 로그아웃이 아닌 일상의 일들을 로그아웃하고 싶어요.
저는 -멋진 신세계‘가 곧 도래할것 같다는 생각도 해봐요
거기서도 분명 부의 분배로 인해 엄청난 차별이 존재할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