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조차도 그는 사랑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붓으로 표현했어요.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한다."

어린 마티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냈어요. 마을 한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풀밭입니다. 마티스는 그곳에서 시간을보낼 때면 어둡고 폭력적인 환경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듯했다고해요. 그러니까 이 풀밭이 마티스가 난생처음 접한 행복의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이곳에서 평화롭게 새 소리를 듣는 것을좋아했는데, 어릴 때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서 성인이 된 후에 새를키우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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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08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조금 천천히 보게 되니까요.
mini74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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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좋아하는 친구는 자꾸만 우리 집 부엌을 서성인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산거야?

어린왕자가 그려진 머그컵을 보며 한 마디 한다.

왠지 미안하다. 우리 집 머그컵들은 젠장 .... 다 알라딘표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친구 집에 가면 책장 앞을 서성인다. 늦둥이가 있는 친구의 집엔 재미있는 그림책들이 많아서 눈호강을 한다. 이건 아무래도 내 친구가 손해다. 친구가 좋아하는 컵들을, 아예 친구전용으로 사둘까 하다가 가격을 보곤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저 컵 하나면 책이 몇 권이야? 우리 집의 화폐 단위는 조개도 원화도 아닌 책가격이다.

미안하다 친구야.

이렇듯 타인의 책목록만으로도 즐거운데,

이 책은 독서목록뿐만 아니라 배울 점 많은 감상평까지 가득인 책이다.

나보다 더 많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읽고 노력한 이의 독후감을 보는 건, 아주 몸에 좋은 정성스런 음식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내게 보약 한 첩?

특히 좋았던 건,

나이듦은 느낌이라는 것,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 다는 것.

나이듦은 느낌,

그리고 여성에 대한 시선,



한 가지 계속 머리에 맴도는 건,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서 천명의 젊은이들이 아우슈비치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날, 도서관을 털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아우슈비치에서 어떤 최후를 맞을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들이 죽음을 예감했을 그 날 밤, 정신적 비상식량을 챙긴 것이라고 말한다.

정신적 비상식량.

나는 어떤 책을 챙기게 될까.

몇 권을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있다.

그 몇 권의 책들은 결국 봄이 올 거라는 책, 끝이 있을 거라는 공통점.

결국 봄은 온다는 것. 그런데 아우슈비치라는 죽음을 앞두고 계속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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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5 22: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보약한첩👍👍👍ㅋㅋㅋㅋ 독서목록이 꽤 되는데 번역이 안된 책들도 있었던것 같아요. 아 번역이란 걸림돌, 품절이란 걸림돌!!!😔😆

mini74 2021-05-05 23: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지금 두번째 권 읽고 있는데 여기도 ㅠㅠ

새파랑 2021-05-05 22: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책목록 보는거 너무 재미있는거 같아요. 그 사람의 관점을 알 수 있다는~~! 정희진 작가님의 이 책도 어떤 독서목록인지 궁금하네요 ^^

페넬로페 2021-05-05 22: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돼지갈비를 너무 좋아하는 저의 먼 지인분은 모든 호불호와 화폐가치를 돼지갈비로 표현합니다. 이건 실화입니다~~
책 속의 책은 책을 더 풍성하게 할 것 같아요^^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mini74 2021-05-05 22:59   좋아요 4 | URL
ㅎㅎ 저희 남편은 이거면 맥주가 몇 캔인데 랍니다 *^^*

그레이스 2021-05-05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랑 남편도 ‘책이 몇권인데‘ 자주 하는 말입니다.ㅎㅎ
딸아이랑 까페에서 커피와 케잌 시키면서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책 한 권값으로 환산하게 되더군요.ㅋㅋ

mini74 2021-05-05 23:03   좋아요 4 | URL
저 오늘 호박케이크 사면서 잠시 고민했는데 먹기도 하고 사기도 하자며 회색분자같은 맘을 먹었지요 ㅎㅎ

han22598 2021-05-05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용소 가기전에 전자책을 챙기겠습니다. 책을 고르는 수고로움이 없습니다ㅎㅎㅎㅎㅎ (심각한 분위기에 죄송 ㅠ)

mini74 2021-05-06 00:09   좋아요 2 | URL
ㅎㅎ 전혀 심각하지 않습니다. 전자책 ! 탁월한 선택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1-05-06 0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한권만 고르면 나중에 다른 책 생각날 것 같아요.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요.
mini74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좋은밤되세요^^

mini74 2021-05-06 00:09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scott 2021-05-06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맛폰! 챙겨도 바테리 방전 되면 ㅜ.ㅜ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 방독면 부터 챙기고 ㅎㅎㅎ

호우 2022-09-08 0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님의 독후감이 보약 한첩이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북플에서 다른 분들이 쓴 글들을 읽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친구집 책장을 구경하는 느낌. 구경도 즐거운데 좋은 독후감들을 읽는 것도 흥미로와요. 북플의 즐거움이네요.

은하수 2022-12-13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사실 전 보약 한 첩보다 책이 좋아요. 남이 써둔 리뷰도 넘 재밌구요^^ 어떨땐 책보다 더 좋을때도 있어요 내가 읽은 책 다른분리뷰 읽을때요~~
푹 빠져서 읽게되는데 어쩜 리뷰를 그리들 잘 쓰시는지..ㅠ
전 그래서 리뷰보단 순수하게 읽기파 고수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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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기에?"인생 진리 중 하나는 남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과의 투쟁이다. 10년을 여관방에서 시나리오만 쓴 영화감독, 기약 없는 무명 시절을 견딘 배우, 20년습작 시간을 거쳐 마흔에 데뷔한 작가…….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나는조금 태평해지기로 했다.

‘지긋지긋‘은 세상의 끝이다. 데드 엔드(dead end), 막다른곳, 막장(幕章)….…. 미국 수사 드라마 CSI 시리즈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잦은 가정 폭력 신고에 신참과 베테랑 두 여형사가 출동한다. 신참이 남자를 현장에서 체포하자고 주장하자선배 형사는 말한다. "그럴 필요 없어. 남자는 금방 풀려날 거고, 우리는 두 달쯤 후에 이 집에 다시 오게 될 거야. 그때는 여자가 죽어 있겠지." 이것이 지긋지긋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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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주름들 -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
나희덕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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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영혼에도 숱한 주름과 상처가 있듯, 예술에도 수많은 주름들이 있다. 그런 주름과 상처들이 파도처럼 서로 밀려오고 쓸려나가며 시와 예술 사이의 작은 길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바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나희덕작가님

내겐 <배추의 마음>에서 자연과 사람이 물아일체하는, 혹은 이중섭의 그림들을 통해 제주생활을 시로 표현한 <섶섬이 보이는 방>으로 먼저 기억된다. 둘 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들이다. 마치 눈앞에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혹은 그림 속 풍경이 고스란히 글들로 고이고이 땅으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림도 시가 되고, 시도 그림이 된다는 것, 말이 아닌 진짜 글로 보여준 작가님이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냉큼 구입한 책, 자연과 여성주의정체성,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시와 통하는 예술 등으로 나뉘어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이 담긴 책이다.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에요.” 라는 아네스 바르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라면 걸어가는 사람은 실이 되고 , 걷는 일은 대지를 꿰매는 바느질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까 걷는 다는 것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인 셈이다.> 걷기와 눈의 응시 등을 통해 고행과 삶의 태도를 묻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인간 위주의 길에서 만들어지는 로드킬을 다룬 황윤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란히, 초상화로 보여주며, 그 속에 담긴 깊은 심연과 고통에 동화되게 하는 정영창



누군가의 뮤즈가 아니라 자신의 뮤즈가 된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로랑생, 콜비츠.

의자와 거미줄로 세상을 연결한 시오타 치하루

어머니를 찍은 한설희

어둠을 끄집에 낸 고야,

본질만을 남기고 싶었던 자코메티

그 외에도 글렌 굴드나 김인경, 뒤샹, 에셔, 칸딘스키부터 장민숙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소통한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색이 공감각임을 알게 해 준 화가 로스코.

그리고 검은 눈물을 거칠게 토해내며, 절규와 분노를 그렸던 윤형근, 이매리의 <시배달>



시도 소설도 그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림을 본다는 건, 그냥 본다는 것이 아니다. 그림 속엔 울다가 벌개진 눈동자가 있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도 있다. 그럼에도 삶의 이유가 담긴 희망이 있다. 어떤 그림은 이콘처럼 성스럽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같이 침을 뱉자고 유혹한다.

그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림에도 뒷모습이 있다. 그 뒷모습은 각자의 경험이나 삶의 모습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긴 여운을 남기는 그 뒷모습은 작가님들이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컷 같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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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4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에서 언급된 예술가들
바르다-아브라모비치-로랑생-사카모토 -콜비츠-고야-자코메티-굴드-로스코-뒤샹-에셔-존버거-짐자무시
전부 제가 사릉하는 이들
미니님 이책 장바구니로 끌고 가여~~~

ପ(๑•̀ᴗ•̀)* ৳৸ᵃᵑᵏs Toᵎ *

mini74 2021-05-04 16:43   좋아요 3 | URL
역쉬 스콧님. 전 아는 사람 반 낯선 사람 반. 사실 그래서 더 좋앗어요. 좋은 예술가들 알게 돼서 신났지요 ㅎㅎ

미미 2021-05-04 16: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작가님 읽어보고 싶었는데 미니님이 연결해 주시네용! 그림이 시가 되고 시도 그림이된다, 자연과 여성주의 정체성...,걷기가 실이 된다는 것도 어떤 책을 떠올리게 하며 끄덕끄덕 저도 담아갈래요!😊

mini74 2021-05-04 19:45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도 좋은 독서가 됐음 좋겠어요 ~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05-04 18: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74님이 쓰신 리뷰 읽고서 책소개도 한 번 읽고 왔어요.
유명한 예술가가 많이 소개되는 책인 것 같은데,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예요, 라는 사진보면서 무슨 말일까 조금 궁금해졌어요.
mini74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은 어린이날이예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mini74 2021-05-04 19:43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4 1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주름들, 제목이 흥미로워요~~
예술의 주름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들도 궁금하네요^^
모르는 분들이 반이상이예요 ㅎㅎ

mini74 2021-05-04 19:44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열심히 찾아보며 읽었어요 *^^*

붕붕툐툐 2021-05-04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나희덕샘이 이런 책을 쓰셨군요! 미니님의 예술 책 소개 덕에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아네스 바르다님은 말씀도 참 바르게 하시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빵터짐) 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