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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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로 뒤덮혀 오염된 이 곳.
희뿌연 죽음의 안개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빛, 그 곳엔 정말 희망이 있을까.
나오미와 아마라자매, 그리고 지수씨와 레이첼, 자루 가득 성공은 알 수 없는 희망을 꾹꾹 담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면 알게 된다. 그 무모함들이 희망이었고, 그건 사랑이었다.
더스트 이후 재건된 지구에서 아영은 ‘모스바나’란 덩굴식물을 통해 과거의 더스트 시대, 삭막함 속에서도 따스함과 인간다움을 지닌, 불안과 두려움에도 짐승이 되기는 거부한 이들이 살아가던 ‘프림빌리지’를 만나게 된다.
몇 %의 생체조직이 남아야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감정의 조작이 완벽하게 가능한걸까.
인류는 지구에겐, 고치려 할수록 망가뜨리는 아이같은 존재가 아닐까.


(아래는 오늘 받은 책들 ㅎㅎ 중고책도 섞여 있음. 나도 책탑사진 올리고 싶었어요. 적립금 받은거 털었어요 ㅎㅎ)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우린 정해진 멸종의 길을 걷고 있어. 설령 돔 안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런 인류가만들 세계라곤 보지 않아도 뻔하지. 오래가진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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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9 18: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mini74 2021-08-19 19:14   좋아요 5 | URL
저도 1등으로 감사*^^*

scott 2021-08-19 20:05   좋아요 5 | URL
미니님 책탑!에서
열권 !읽음요 ㅎㅎㅎ

ꉂ ฅ૮( ๑’ꇴ’๑)აฅ。*゚✧

mini74 2021-08-19 20:06   좋아요 4 | URL
왠지 젠가게임하는데 스콧님이 열 개 빼간 느낌 ㅎㅎㅎ 역시 스콧님 *^^*

미미 2021-08-19 18: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롤리타는 없다 2도 있었군요~♡
뒤렌마트 반갑ㅋㅋㅋ<읽는 인간>솔깃하고 다른 낯선 책들도 궁금한데 리뷰 기대됩니다~😊 탑이 높아 부럽네요ㅎㅎ

mini74 2021-08-19 19:15   좋아요 5 | URL
작립금이랑 털었어요 미미님 ㅎㅎ 읽는 인간은 품절이라 중고로 구매했어요. 저도 기대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1-08-19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두 권 읽은 책이네요^^

책 탑 보니 반갑네요^^ 즐독하세요!!

mini74 2021-08-19 19:15   좋아요 5 | URL
네 *^^*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도 즐독하세요 ~

coolcat329 2021-08-19 19: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책들 많이 사셨네요.
<고양이 대학살>은 주경철의 <일요일의 역사가>에서 저도 본 기억이 나네요. 미시사의 고전이라고.
고령가는 꼭 보고 싶은 영환데 러닝타임이 4시간이에요 ㅠ 영화먼저 나오고 책을 쓴걸로 알고 있네요.
제가 읽은 책 두 권 있어요. 침묵, 가난한 사람들!
즐독하셔요~

mini74 2021-08-19 20:05   좋아요 4 | URL
고령가를 영화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시절의 대만상황이랑 분위기 느낌 등이 좋았어요. 그래서 중고도서로 나왔길레 얼릉 사봤습니다 .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19 20:06   좋아요 5 | URL
쿨켓님 고양이 대학살 정말 잼나는 미시사 입니다!!

coolcat329 2021-08-19 23:33   좋아요 2 | URL
스콧님~읽으셨군요! 감사합니다. 중고검색들어갑니다~

새파랑 2021-08-19 20:0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침묵> 새책으로 샀는데 반갑네요 ㅋ 알라딘을 테러하셨군요 😆

mini74 2021-08-19 20:08   좋아요 4 | URL
저는 고령가 중고로 사고 가격 맞추려 노력중인데 딱 하고 침묵이 나타나셨습니다 ㅎㅎ *^^*새파랑님 리뷰 기대됩니다 *^^*

레삭매냐 2021-08-19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풍성하네요. 적어도 책탑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핫하 -

엔도 슈사쿠 선생의 <침묵>
이 바로 꽂히네요.

mini74 2021-08-19 23:13   좋아요 3 | URL
매냐님 글 읽고 구입했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8-19 2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종류의 책을 사셨네요^^
저 많은 책을 또 읽어 내시니 저런 책탑도 가능하겠죠~~
전 한권도 읽은 책이 없네요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저에게 남아 있어 즐겁습니다^^

mini74 2021-08-19 23:44   좋아요 4 | URL
아까 본 잘랄라님 글에 딱 맞는 표어가 있더라고요 덮어놓고 사다보면 언젠가 읽는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20 00:10   좋아요 3 | URL
앗, 정정~~
가난한 사람들은 읽었어요
오, 예^^

붕붕툐툐 2021-08-20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 탑 너무 아름다워요!!!😍
저는 읽은 책이 <침묵> 한 권뿐이지만, 거의 익숙한 제목이라 반갑고 리뷰가 기대되네요~ 제목만 많이 봤는데도 아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ㅎㅎㅎ

mini74 2021-08-20 00:12   좋아요 3 | URL
책탑은 나의 것이든 북플 친구님 것이든 다 아름다운거 같아요 ㅎㅎ 툐툐님 아프지마세용 *^^*

페크pek0501 2021-08-21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탑 좋습니당~~
남들은 어떤 책을 사고 읽는지가 늘 궁금한 1입니당~~

mini74 2021-08-21 17:36   좋아요 3 | URL
저도 딴 건 궁금하지 않은데 무슨 책 읽는지는 항상 궁금해요 ㅎㅎ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공쟝쟝 2021-08-22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껄껄... 역시... 책탑사진은 이 동네 모두가 좋아하는 장르이지 않나 싶어요. 저도 책장, 책탑, 책꽂이, 책사진 만큼은 꼼꼼히보며 그 사람을 떠올려보게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미니님...? 전 단 한권도 읽은 책이 없다.....ㅜㅜ
 
롤리타는 없다 1 - 그림과 문학으로 깨우는 공감의 인문학 롤리타는 없다 1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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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전생에 너는 ~~였을거야 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나는 전생에 나무였을 거 같단다. ? 거의 움직임이 없는 그래서 체육시간이면 목석같이 앉아서 엄청난 이산화탄소만 내뿜는 내 모습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 올린 걸까? 나도 부여의 공주? 이런거 하고 싶은데.....단테의 신곡에선 자살한 자들은 나무가 된다 고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자들은 의지와 능동성을 빼앗기고, 움직일 수 없는 수동성의 나무가 된다. 너무 많은 자유로 죽음까지 선택하게 한 벌일까.

아래 사이트는 전생 테스트, 선전이 좀 있지만 재미있다.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절대군주.

https://nelna.shop/nelna-mbti

 

 

자살과 나무. 이런 이야기들이 떠 오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 중엔 자살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사랑과 죽음과 예술을 다루는데, 죽음에 대한 비중이 크다.)그들의 죽음이 찬양되거나 우상시 되는 것도 올바르지 않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폄하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삶의 의지는 꺾이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예전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에겐 우울이란 담즙이 몸 속에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책 또는 시와 연계되는 예술작품을 묶어 소개하고 있다.

랭보의 시<감각>과 벨라스케스의 <거울 앞의 비너스>에선 아련한 사랑의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시 속 특정되지 않은 <한 여자>와 흐릿한 거울 속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 속 옛사랑이 된다. 특정 짓지 않았기에 만인의 연인으로, 그리움을 끌어내는 싯구와 그림을 소개한다.

 

안나 카레니나와 소설 속 그녀를 그린 이반 크람스코이.미지의 여인

 

최근에 읽은 안똔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와 부그로의 소녀들 그림을 통해 사랑의 진부함도 이야기한다. 인간애를 물씬 풍기지만 그 속에 냉소를 숨기고 있는 안똔 체호프, 후속편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아닐까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길가메시는 데미안 허스트와 짝을 이룬다. 그의 방부제 속 상어는 현대의 미이라로, 유명한 스폿페인팅의 약 이름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의미한다.

루치안 프로이트(프로이트의 손자)의 그림 속에선 누드 속 중첩된 물감들이 결국은 필연적인 노화와 그런 변화에 대한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을 보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이렇듯 고단함 속에도 불쑥 내게 내밀어주는 뜨끈한 감자 한 알 같은 거라고.

 

작가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을 이야기한다.

책 속 글귀 중)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정한 사회는 철학적으로 빈곤한 사회이며, 비인간적인 사회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돈을 그러 모으고,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자에게 보내는 삶의 경고가 타인의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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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8 16: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mini74 2021-08-18 17:22   좋아요 5 | URL
😍ㅎㅎ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18 20:28   좋아요 2 | URL
전생 테스트 괜히 했 ㅎㅎㅎ
기냥 전 현생에서 미니님 옆 똘망이랑 ~ʚ(>ᴥ<)ɞ

요 문장 정말 좋네요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정한 사회는 철학적으로 빈곤한 사회이며, 비인간적인 사회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돈을 그러 모으고,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자에게 보내는 삶의 경고가 타인의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거울이다.”]

미미 2021-08-18 16: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퀴즈 너무 좋아요!!! 나가려던 참에 앉아서 바로ㅋㅋㅋㅋㅋ 절대군주 찌찌뽕!ㅋㅋ✌현생은 소확행 즐기는캔디~♡ 저도 좋아하는 작가들이 자살을 많이 했더라구요. 나무로 환생한다는것 그럴듯하게 느껴져요!🤗

mini74 2021-08-18 17:18   좋아요 5 | URL
절대군주들이 누가 있나 떠올라눈데 영 ㅠㅠ 미남은 없네요 ㅠㅠ ㅎㅎ

붕붕툐툐 2021-08-18 17:2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생에 워커홀릭 사업가래요.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결국 과로사했다는데~ 그래서 현생엔 띵가띵가 놀고만 싶은 걸까용?
불교에서는 식물로는 환생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도 전 나무가 되고 싶어용~ ‘채식주의자‘ 생각나네요~^^

mini74 2021-08-18 17:33   좋아요 7 | URL
과로사라니ㅠㅠ 넘 슬픈데요 ㅎㅎ 툐툐님 현생은 진짜 진짜 신나고 즐겁기를 ㅎㅎㅎ

얄라알라 2021-08-18 18:58   좋아요 4 | URL
툐툐님께서 매일 올려주시는 문구들과 ˝워커홀릭˝은 상극의 느낌인데요?^^ 글로 상상하는 툐툐님은 여유로움과 바운더리 없는 인간애^^ 워커홀릭과는 아주~~~!

새파랑 2021-08-18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생은 워커홀릭 사업가~!! 안나카레니나의 저 표지가 진짜 안나를 상상하고 그린 그림이었군요 ㄷㄷ 너무 멋있어요 ㅋ

mini74 2021-08-18 17:55   좋아요 7 | URL
전생은 워커홀릭 현생은 독서홀릭
오~저 랩하는거 같지 않나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18 18:04   좋아요 6 | URL
🤣 라임이 예술이네요. 전생에 랩하는 절대군주? ㅎㅎ

페넬로페 2021-08-18 17: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은 그림을 좋아하고 식물에도 관심이 많으니 나무를 닮았다는 친구의 말이 맞을것도 같아요~~
길가메시와 데미안 허스트!
그 연관성이 궁금한데요^^

mini74 2021-08-18 17:58   좋아요 6 | URL
죽음과 영생에 대한 갈망이 닮았다고 합니다. ㅎㅎ 좋게 해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페널로페님 글 읽으니 전생에 나무하고 싶네요 *^^*

레삭매냐 2021-08-18 17: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 없지만...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쟁여
두고 여적 안 읽고 있네요...

더 오래 전에 산 원서로도 있
습니다 넵.

mini74 2021-08-18 18:03   좋아요 5 | URL
롤리타는 없다인데 매냐님은 갖고 계시군요 ㅎㅎㅎ 이 책 2편에 작가가 롤리타는 없고 그저 소아성애자에 의한 피해자만 있을뿐이란 의미에서 제목을 지으셨어요. 저도 롤리타 있어요 ㅎㅎ

coolcat329 2021-08-18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살한 이들은 나무가 되는군요. 천국에 못 간다는 말은 참 듣기싫었는데 나무가 된다니 자살한 이들의 고통을 위로하려는 말같아 좋네요.
타인의 죽음은 늘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거같아요.

근데 저도 절대군주라네요 ㅋㅋ
저희 집 남자들은 아 맞네! 하겠지만 저는 ㅠㅠ

mini74 2021-08-18 18:54   좋아요 5 | URL
단테 신곡엔 지옥의 나무들이 자살한 자들이라고 ㅠㅠ 저희 집 남자들도 동의할 듯 합니다. 전 민주주의의 화신인데 말입니다 ! ㅎㅎ

coolcat329 2021-08-18 19:22   좋아요 3 | URL
앗 지옥의...! ㅠㅠ

Falstaff 2021-08-18 19: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콧 페인팅....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책 표지하고, 같다는 게 아니고요, 무지 비슷하네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오랜만에 듣는 그림입니다. ㅎㅎㅎㅎ

mini74 2021-08-18 19:18   좋아요 6 | URL
검색해 보고 왔어요.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전 르네마그리트의 골콩드랑 더 닮은 거 같아요 *^^*저 땡땡이그림이 1억에서 20억까지. 지금은 더 올랐을 듯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8-19 0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길가메시가 데미안 허스트와 어떻게 연결되지 하다가 설명들으니까 이해가 가네요. ^^
요즘은 예술에 관한 책도 이렇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들이 많네요.
아 그리고 저도 신하들의 반란으로 죽는 전제군주입니다.
 
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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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불

(1. 만엔원년~ 1860년 에도 막부시대 말기의 연호,
2.풋볼 ~주인공 증조부의 동생이 일으킨 만엔원년의 농민봉기를 본따 청년들을 모아 만든 풋볼팀이지만 당연히 풋볼이 목적은 아니다. 만엔원년과 소설 속 1960년대가 닮은 듯 교차하는 느낌. )

오에 겐자부로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김지하 관련 글에서였다. 일본인 작가인 그가 김지하 구명운동에 열심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1994년 갑자기 서점에선 그의 책들이 연달아 급하게도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가 노벨상을 탄 해였다.
1935년생, 진보와 평화주의자, 반전을 외쳤던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또 다른 세상의 상실을 보여주었다. 상실감 뒤에서 그는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선한가에 대한 의문을 담았고, 고통을 이해하며 구원받는 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은 <사육>이었다. 1994년도 출판에 정가 5500원.
그리고 <만엔 원년의 풋볼>은 그 책과 배경이 닮았다. 그가 어린 시절 자랐던 시코쿠의 산속 고향마을의 모습과 풍습에 대한 묘사때문일 것이다.
작은 부락은 결국 폭력이 난무하고 용인되는 그래서 무너져 가는 작은 국가이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배척이 낳은 폭력 또한 작은 전쟁이다.

안보투쟁에 참여했다가 머리를 맞은 후, 기묘한 모습으로 자살한 친구.
백치와 같은 아이를 낳고, 넋을 놓아버린 알코올 중독자 아내
안보투쟁에서 전향해 미국으로 <우리 자신의 치욕>이란 연극공연을 하러 떠났다가 돌아온 동생 다카시와 그런 다카시를 추종하는 호시오와 모모코.
그들은 각기 다른 기대와 속셈으로 예전 고향땅을 밟는다. 여전히 낡고 페쇄된 그 공간에선 그들의 증조부 동생이 일으켰다는 만엔 원년의 봉기가 전설처럼 구전된다.
그리고 스스로 맞아 죽기를 택한 그들의 S형.
다카시는 증조부의 동생과 S형에 자신을 대입하며, 스스로 비참해지길, 증조부 동생처럼 봉기를 일으키고, 약탈을 부추기며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고, 그래서 자발적 처벌을 원한다.

“형수님보단 내가 이 골짜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슬슬 폭동도, 폭동에 가담한 자기 자신들도 지겨워진 상태예요. 그래서 폭동의 모든 악을 나한테 미루고 나서 나를 때려죽이면, 모든 것을 속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자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건 사실이고요. S형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속죄양이 되면 아주 많은 일이 단순해지겠지요.” 476쪽

“그렇다. 너는 진실을 말했다.” 550쪽.

골짜기의 눈들이 진실을 덮은 듯 보이지만, 곧 눈은 녹고 진실은 드러나겠지만, 그 진실 또한 진창이 되어 더럽혀지고 왜곡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당했던 아이들의 무차별적인 돌팔매, 외부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조선인에 대한 약탈 등이 작은 산골마을에서 휘몰아치면, 젊은이들은 피를 흘리고 나이 든 이들은 젊은이들을 속죄양 삼아 다시 삶을 이어간다. 위선과 수치를 모르는 뻔뻔함,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폭력성 , 모모코의 말처럼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불가촉천민의 모습으로 온갖 일들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흉흉한 일들과 분풀이의 대상이었던 조선인구락부 출신의 백승기의 슈퍼마켓을 습격해 얻은 음식들을 쌓아두곤, 조선인들은 당해도 싸다고 말하던 주인공의 유모이자 거대 여인이 된 진, 결국 진은 통조림들 속 단백질 등의 과다섭취로 점차 말라가며 죽어간다. 마치 쇠락해가는 이 마을을 다시 부흥시킬 신령처럼 여겨지던 거대한 진이, 다시 말라가며 죽어가는 모습은, 이 마을의 현재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다카시가 젊은이들에게 불어넣은 바람은, 무언가 달라질 듯 한 기대를 갖게 한다.

주인공의 삶은 힘겹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과 백치 아이와 아내의 텅 빈 위스키가 흘러내릴 듯한 붉은 눈동자. 그래서 그는 작은 구덩이에 안착하며 죽음을 기다리지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눈이 쌓인 산골마을에서도 그는 증조부의 동생이 웅크리고 있던 작은 구덩이에 몸을 누인다. 두 번의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도 그는 스스로를 추스르고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온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기대를 걸어본다. 아프리카의 저 거대한 회색 코끼리의 느긋한 걸음을 상상하며.


(“누구나 다 죽는 법이라네. 그리고 100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캐내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까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죽는 게 제일이지.” 기묘한 방식으로 자살한 친구의 할머니가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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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6 21: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mini74 2021-08-16 21:12   좋아요 5 | URL
앗 ㅎㅎ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16 21:34   좋아요 6 | URL
오에 겐자부로의 이책 완독 할때까지 극도의 폭력적인 군상들이 머릿속 이미지로 박혀서 힘들었습니다
미니님이 올려주신 마지막 문단
[도쿄의 가장 밑바닥] 불가촉천민의 삶과 똑같네요
불가촉천민에 조선인도 들어 가 있었는데 ㅠ.ㅠ

전 겐자부로 초기 단편 중편을 좋아하는데 원시림 같은 야수성과 야만적인 인간의 모습을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 했습니다.

Falstaff 2021-08-16 21: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오, 이 책 정말 좋지 않습니까? 별 넷을 주신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ㅋㅋㅋ 다 취향이긴 합니다만.

mini74 2021-08-16 21:21   좋아요 5 | URL
헉. 별 다섯개 줬는데 네 개로 되어있나요? ㅎㅎㅎ 이상하네요 ㅠㅠ 사육 이랑 만엔원년 ~이랑 저도 참 좋아합니다

새파랑 2021-08-16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읽고싶어지네요. 이런 분위기 완전 좋아한다는 ㅜㅜ
˝누구나 다 죽는 법이라네˝ 갑자기 까뮈의<이방인>이 생각나네요 😅

mini74 2021-08-16 21:47   좋아요 5 | URL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써내려 갈까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

레삭매냐 2021-08-16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열심히 읽다가 한 순간
놓아 버렸네요...

다시 찾아서 읽어 -
아 모르갔습니다.

mini74 2021-08-16 22:20   좋아요 6 | URL
전 94년도에 열심히 읽다가. 잠시 놓았다가 ㅎㅎ 이제서야 만엔원년을 읽었어요 ~

서니데이 2021-08-16 22: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처음 들었을 때는 만연원년의 풋볼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의 작품 소개에서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 책의 번역자가 박유하 교수네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08-16 22:51   좋아요 6 | URL
헉!!! 동명이인이 아니고 그 박유하? 너무 싫어지는데요ㅠㅠㅠ 오에 겐자부로작가님이 아신다면 저보다 더 싫어할지도.

서니데이 2021-08-16 22:52   좋아요 7 | URL
일본문학 전공자 교수님이시니, 번역이 좋으면 본인 저서와는 상관없이 괜찮지 않을까요.

mini74 2021-08-16 22:56   좋아요 5 | URL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나 자신의 장남에 대한 글이나 내용 속에 반전과 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처우에 대해 분노하는 내용들이 많아요. 일왕이 주는 문화훈장 등도 모두 거부하신 작가님이라서요 ㅎㅎ

서니데이 2021-08-16 23:00   좋아요 4 | URL
원작자 오에 겐자부로 말씀이시군요.
번역자의 개인적인 저서나 견해를 말하는 건 아니고,
이 책에 한정해서, 번역의 좋음 정도에서 보고 생각하겠다는 댓글이었습니다.

mini74 2021-08-16 23:05   좋아요 4 | URL
아~~ 서니데이님 글 보며 좀 더 생각하게 됩니다 ㅠㅠ 그래도 좀 충격이에요 ㅠㅠ

scott 2021-08-17 16:56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사건 터지기 전에 읽었는데
오에의 일본어 문장은 도저히 읽을 수준이 안되어서 그럴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읽다가 어느 순간 제 실력을 왕창! 끌어 올린담에 두눈 부릅 뜨고 번역 원문과 비교했습니다.
최근 [익사] 작품도 오에의 언어(작품속 문체)를 완벽하게 이해 하고 번역 한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윤상인 교수님의 번역을 가장 좋아 하지만
출판사측 맘대로 겠죠

미미 2021-08-16 2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육>도 궁금하네요!
예전에 책 한 권당 5000원대였던 때가 있었죠ㅋㅋㅋ그래도 책값은 다른 것들보다 좀 느린 속도로 오르는듯 해요. 가치는 제게 점점 높아만가고요. 미니님 리뷰를 읽으니 책을 아직 읽지않았는데도 뭔가 뭉클뭉클한 느낌을 받았어요~♡

mini74 2021-08-16 23:00   좋아요 6 | URL
중학교때 한 달 용돈 만원 받으면 책 두 권 영화 한 편에 가끔 떡볶이도 사먹으며 테이프도 샀던 시절이 있었지요 ㅎㅎ
사육과 닮은 점이 많았답니다.*^^*

페넬로페 2021-08-16 23: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을 직접 읽어야 만엔 원년의 풋볼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어디에서나 폭력이 난무되는 사회의 도돌이표가 씁쓸하네요^^

mini74 2021-08-16 23:27   좋아요 6 | URL
그럼에도 기대함 에 대한 여운이 있어 좋았어요 *^^*

초란공 2021-08-17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박유하 교수라서 아쉬움이 남네요 -.-;; 하필 이책 그것도 겐자부로의 책을 번역했을까요.

초딩 2021-08-17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전 십만원인즐 알았어요 ㅜㅜ
아 겐자부로~!!!!
개인적 체험 넘 좋았어요

바람돌이 2021-08-17 0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보고싶다고 보관함 넣어뒀다가 잊어버린.....
미니님 리뷰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책을 환기시켜줘서 감사해요. ^^

붕붕툐툐 2021-08-17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완전 초면인 책이에요~ 오에 겐자부로가 이런 제목의 책도 썼군요~ 마지막 말 너무 좋아요~ 저도 맘에 들게 잘 죽어야 할텐데용~~

mini74 2021-08-17 08:30   좋아요 3 | URL
저도 제 맘에 들게 잘 죽고 싶은데 그게 힘들겠죠. 오늘은 특히 더 툐툐님께 포스가 함께 하기를 ㅎㅎ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툐툐님 *^^*

행복한책읽기 2021-08-17 0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이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었군요. 제목만 봐선 축구공처럼 통통 튈 것 같았건만. ^^;; 저는 오에 겐자부로 <나의 나무 아래서>만 읽었어요. 에세이가 참 좋아서 소설도 읽어야지 해놓곤 여태.. 미니님 글 따라 가다 보니 그때 감흥이 되살아났어요. 찜합니다^^

수이 2021-08-17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데 번역자가 하필;;;;;;; 그러고보니 저는 오에 겐자부로 에세이 읽은 게 전부네요;;;;;

바람돌이 2021-08-17 12:51   좋아요 3 | URL
헉 번역자 이름은 보지도 않았는데 비타님덕분에 누군가하고 봤더니 그 유명한 박유하군요. 아니 이 사람은 오에 겐자부로랑 안맞을텐데ㅜ왜 번역했대요?

mini74 2021-08-17 12:52   좋아요 3 | URL
저도 급 우울합니다 ㅠㅠ 하필. 작가님도 알면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ㅠ

수이 2021-08-17 14:48   좋아요 4 | URL
번역은 잘 된 거죠? 미니님 그럼 우리 읽어보아요 바람돌이님 ㅋㅋ 오에 겐자부로가 헐 🙄 허참 🙄 계속 위에서 그러실 거 같긴 하지만요

초딩 2021-08-21 1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임 북플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좋은 주말 되세요

mini74 2021-08-21 16:5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식물과 나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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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다양한 꽃과 관련된 축제들이 많다.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꽃 축제 등도 주춤하지만 그래도 꽃이 피는 곳이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진을 찍는다. 가끔 아파트 화단 앞에 때 이르게 핀 동백이나 개나리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탐스런 수국앞에서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들이 휴대폰을 들이대고 있다. 이 순간은 수국이 아주머니들에겐 임영웅이다. 아름다운 걸 보고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아름답다 좋다하고 돌아서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을 때가 많다.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온통 짓밟힌 다른 꽃들과 풀, 혹은 혼자만의 소유물로 만들기위해 몰래 캐가기도 한다. 그리고 꽃구경 갈까~ 이 말로 우린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꽃, 꽃받침, 줄기, 열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깔의 나무의 피부 수피들을 보러가자고 하기엔 너무 길지 않은가. ㅎㅎ

이소영작가님은 원예학 전공의 식물세밀화가, 학창시절 들었다는 잔디학. 잔디를 뜯어서 전을 붙였다는 전설은 들었지만, 잔디학이라니, 도대체 뭘 배울까 싶지만, 잔디나 질경이처럼 밟혀도 원상복구되는 내답압성을 가진 풀들을 통해 지지 않을 마음을 배우기도 한다. 질경이는 보통 생명력이 질겨서 질경이인가 싶지만, 실제로 길가에서 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경상도에선 아직 남아있는 방언으로 길을 질이라고 발음한다. 할머니들은 아직도 질이 질다 (여름에 장마철에 길이 질퍽한 걸 표현 ) 조심해 댕기라 하신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눠 다양한 나무들과 본인의 경험등 주제가 나무와 꽃인 에세이형식이다. 세밀화로 소중히 그린 그림들이 좋아서 한참을 보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오렌지의 주황빛이 다 다름을, 설강화의 빛깔과 자작나무의 수피의 고운 자태 등이 그림 속에 잘 나타난다.
처음엔 초록이었을 꽃들이, 사람들 손에 의해 혹은 곤충 등의 선택을 받고자 다양하게 변화하였다는 것, 잎이 변형되어 꽃받침이 되었다 든가 원추리나 나리 등은 꽃잎 일부가 꽃받침이라는 등의 지식들도 담겨 있다.
기억에 남는 식물들로는
아까시 나무, 우리에겐 아카시아 껌때문인지 아카시아로 더 많이 알려진, 그리고 오해를 많이 받는 나무라고 한다. 일본이 원산지도 아니며, 다른 나무들을 괴롭히거나 뿌리가 너무 깊어 땅 속의 관 등을 깨지게 하는 등의 루머는 루머일뿐,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에 생장속도도 빠르고, 질소공급을 해서 땅을 기름지게 하며 산사태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수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미선나무, 진천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지정되자 그 곳에 많은 이들이 몰래 뽑아가서 이젠 그 곳에서 미선나무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많이 쓰는 속이 텅 빈 공심채 빨대나 바나나이파리 포장지는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대안이다. (이미 제주도 등에선 바나나 및 열대 과일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고.)
어린잎을 데쳐 나물로 임금 수라상에 올린다는 어수리는 중풍과 두통 진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구마 품종인 호감미, 고구마가 메꽃과라 나팔꽃을 닮은 꽃을 피운다는 것, 감자는 가지과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감자가 가지과라니.

집 근처에 산이 있어 가끔 가곤 한다. 가장 많은 것은 소나무류지만 중간에 환하게 불을 밝히듯 은사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다. 메타세콰이어 숲 길 옆으로 조로록 예쁘게 서 있는 자작나무도 볼만 하다. 하얀 수피를 가진 자작나무는 만져보면 맨질맨질해서 촉감도 좋다. 자작나무는 눈이 많이 내린 곳에서 자라기에, 흰눈이 빛을 반사하여 어두운 수피를 가지면 그 빛을 흡수해 불이 날 수도 있다고, 그래서 흰색의 수피를 가지게 되었다는 설과, 나무의 밖에 있는 왁스층이 흰색이란 설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나무들과 꽃들을 그리고 색칠하고 관찰하며, 느끼고 알게 된 것들, 깨달은 것들을 글로 써 내려 간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그 곳에서 뿌리를 내려 수수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꽃을 피우며, 이루어낸 열매들을 내 손에 꼬옥 쥐어 주는 느낌.
“먹어 봐, 만져 봐. 심어볼래? 소중히 가꿔볼래? 또 다른 열매를 만나고 널 닮은 꽃들을 찾아 낼 지도 몰라.” 섬세하게 관찰하며 세밀하게 그려내고, 그러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는 과정이 삶을 닮았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닮았다. 작가님 말씀대로 작가님은 식물을 닮아가나 보다.
(아래 그림은 공심채와 호감미 고구마다. 언제쯤 다시 꽃구경이며 축제가 시작될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마지막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지금은 우리 모두, 역병이 사라진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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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14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잔디학도 놀랍지만 잔디로 전을 부쳤다는것도 신기하네요ㅋㅋㅋㅋ감자가 가지과인 것도 놀랍고요 저희동네 건물모서리에 흰나팔꽃이 아주 활짝 피어서 요즘 지나갈때마다 눈이 즐거워요 꽃들의 생명력~♡

mini74 2021-08-14 19:56   좋아요 4 | URL
축제때 부추전 부치다가 재료 떨어지면 잔디 뜯어 넣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왔는데 ㅠㅠ 미미님은 그 시대가 아닌가봐요 ㅎㅎ 나팔꽃 참 예쁘죠. 감자꽃도 예쁘고. 고구마꽃은 외국에선 화훼식물로 많이 이용된다네요 *^^*

scott 2021-08-14 21: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외가에서 아카시아 꽃 튀겨낸거 먹어 봤습니다! 나팔꽃보다 감자꽃 고구마꽃이 모양이나 색감이 더 예쁜것 같네요 어찌 보면 자연의 화려한 자태는 인간 보다 훨씬 우수하고 월등 한것 같은 생각이 ^ㅅ^

mini74 2021-08-14 21:21   좋아요 4 | URL
아카시아꽃 튀김 ~ 무지 예쁠 거 같아요. 예전 전통밥상? 음식점에서 외국허브꽃 어닌 우리 꽃들로 장식된 비빔밥을 먹은 적 있는데 예쁘고 화려해서 좀 놀란 기억이 있어요 *^^*

새파랑 2021-08-14 21: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잔디학이란것도 있군요. 완전 신기하네요 ㅎㅎ 언제쯤 역병이 사라진 조국을 볼 수 있을지 ㅜㅜ 미니님 이젠 식물까지 😁

mini74 2021-08-14 21:26   좋아요 5 | URL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잔디가 마당 골프장 등 많이 쓰여서 중요과목이라고 하네요 ㅎㅎ *^^*

초딩 2021-08-14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하니 막걸리요. ㅜㅜ 사실 전 진짜 막걸리 한 잔이며 혼미해집니다. 다른 술은 더 마실 수 있는데요 ㅎㅎ
그리고 세밀화 넘 좋네요 ^^ 습자지인가요? 그거 올려두고 베껴 그리고 싶어요 ㅎㅎㅎ

mini74 2021-08-14 22:20   좋아요 3 | URL
습자지랑 먹지 대고 캔디랑 만화
베끼던 생각나네요 ㅎㅎ막걸리가 은근히 뒤끝도 있고 독한 거 같아요. 저도 잘 못 마셔요. ㅎㅎ 편한 주말 보내세요 *^^*

붕붕툐툐 2021-08-14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임영웅이라니! 넘 재미지네요~ 저도 식물이라면 다 좋아라 하는데 생각보다 이름 잘 몰라요~;;; 그만큼 관심이 없는 거겠죠?
미스터 선샤인 저도 좋아해용😍

mini74 2021-08-14 23:08   좋아요 3 | URL
저도 잘 몰라요. 근데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지나봐요. 엄마폰엔 꽃만 가득인데 저도 닮아가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14 23: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세밀화로 그린 식물 넘 좋은데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예요.
저도 요즘 어디를 가든 꽃만 보면 사진 찍어요^^
미스터 선샤인, 문구도 ❤❤

mini74 2021-08-14 23:19   좋아요 4 | URL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기쁩니다 ㅎㅎ정말 나무도 풀도 꽃도 보고있음 편안해지고 좋아요. ~~

바람돌이 2021-08-15 02: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속 세밀화 정말 좋네요. 예전에 오래 된 고구마를 그냥 컵에 담아서 뿌리를 내려 봤는데 겁나게 자라던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게 진짜 예뻐더라구요. ^^

mini74 2021-08-15 19:53   좋아요 0 | URL
뿌리에 양분가라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 잘라버려 잘 못보게 되지요. 고구마꽃 참 예쁜데 그죠 *^^*

bookholic 2021-08-15 0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병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그 대신 식물들을 친구로 새겨보자고 했는데... 제가 그만 그 친구들을....ㅠㅠ

mini74 2021-08-15 19:54   좋아요 1 | URL
저도 식물연쇄살인마입니다 ㅠㅠ ㅎㅎ

서니데이 2021-08-15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온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벌써 품절인가요.
표지 리커버라도 나오는 걸까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08-15 20:22   좋아요 0 | URL
품절 아닌걸로 나오는데요 ㅠㅠ 혹시 서니데이님 말씀처럼 리카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밤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08-15 20:24   좋아요 1 | URL
제가 리뷰에 소개된 책의 평점을 품절로 잘못봤어요.
신간인데 어쩐지 이상했었어요.^^
mini74님, 설명 감사해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미드나잇 시리즈 2번째 ~
안똔 체호프 6호병동


6호병동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1. 6호 병동

적당히 게으르며 적당히 자신이 지성인에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 라긴은 지옥같은 더러운 정신병동의 6호에 갇힌 이반 드미뜨리치 그로모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평화와 만족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이 얼마나 쉬운 해결책인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이반은 이렇게 외친다.
<왜냐하면 이 행동과 따뜻하고 아늑한 서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까. 참 편리한 철학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양심이 깨끗한 현인이라도 된 듯이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 이보시오. 이것은 철학도 사색도 넓은 견해도 아니오, 게으름이고 무기력이고 잠에 취한 무감각입니다. 그렇지 않소! >
의사 안드레이는 6호 병동에서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평화와 만족을 찾았을까.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를 갈다가 절망과 우울과 두려움에 쫓겼을까.

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가면과 위선을 벗고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너무 낯설어서 이런 마음이 진심인지, 내게 찾아 온 진실 된 사랑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 소중한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감정조차 찾아와야 할 때가 있다. 그 시기.
인간은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마침표를 찍고 덮을 수 없는 존재. 흙 속에 누워 묘비가 세워진다 해도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는 한, 그 기억들은 주인공 대신 각색되고 흐려지고 변색되거나 하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불량식품같은 2부가 만들어 질 때도 있다.
초고를 고칠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덮을 수도 없다. 내 사랑은 끝났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사랑이 온다. 사랑같은 감정엔 이미 졸업을 했고 잠시의 유희정도면 만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같은 사랑이 온다. 밑줄을 그어야 하는걸까,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적어야 하는 걸까.

<마치 두 마리의 암수 철새가 잡혀 각기 다른 새장에서 길러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과거의 부끄러웠던 일들,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서로 용서했다. 그리고 이 사랑이 자신들을 바꿔 놓았음을 느꼈다. 예전에 그는 슬플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논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깊이 공감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만 울어요, 내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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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2 17: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mini74 2021-08-12 17:39   좋아요 5 | URL
ㅎㅎ 언제나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13 14:55   좋아요 1 | URL
6호 병동 체호프의 전성기 시절에 남긴 명작! 중편 !
요 작품하고 비슷한 분위기 ‘상자 속의 사나이‘ 도 잼납니다 !ㅎㅎ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실제 모델은 체호프의 연인 여배우 올가 크니페르로 체호프가 폐결핵 앓고 있을때 만나서 결혼 하고 3년뒤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ㅜ.ㅜ

새파랑 2021-08-12 17: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저는 6호병동은 안읽었는데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읽었어서 이책은 나중에 읽으려구요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너무 좋아요 ㅜㅜ

mini74 2021-08-12 17:43   좋아요 5 | URL
저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좋아요 ㅎㅎ 하얀스피치 강아지랑 바닷가. 막 상상도 해 보고요 ~

미미 2021-08-12 18: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만 울어요, 내 사랑~♡ 오우 로멘틱! 😍 저 며칠전에 읽은 영화에도 비슷한 대사 나왔는데 생각나네요. 홍정욱이 <7막7장> 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았던게 체호프 때문이었을까요?ㅎㅎ🤔

mini74 2021-08-12 18:11   좋아요 5 | URL
헉 !! 그 분은 마침표를 좀 찍었음 좋았을텐데요 ㅎㅎ 로맨틱하고 아련하고. 그랬습니다 *^^*

미미 2021-08-12 18:12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8-13 14:56   좋아요 2 | URL
따님이 찍어 줬다에 한표!✋🤚

미미 2021-08-13 15:12   좋아요 2 | URL
아앗 ㅋㅋㅋㅋㅋ스콧님 촌철살인!!ㅋㅋ

서니데이 2021-08-12 18: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도 단편이군요.
전에 단행본의 표지를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어서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08-12 19:16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도 시원한 저녁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08-12 19: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둘다 안 읽었네요.
정신병동 이야기.... 어제 보다 만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생각났어요.
....가면과 위선을 벗고 만나는 사람들에서도...!

mini74 2021-08-12 19:42   좋아요 4 | URL
첨 들어보는 영화에요. 저도 검색해보고 한 번 봐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1-08-12 19: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작품에는 정신병동에 대한 얘기도 자주 나오는것 같아요^^
체홉에 대한 작품은 워낙 좋은데 아직까지 읽지 않아서 올라오는 리뷰마다 얼른 읽겠다는 말만 남기네요 ㅠㅠ

mini74 2021-08-12 19:43   좋아요 6 | URL
아마 그 시대 러시아 자체가 거대한 정신병동 같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

서니데이 2021-08-14 1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오늘은 저녁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여전히 매미소리도 크게 들리고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